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보유하는 자에게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을 청구할 만한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메인이름과 같거나 유사한 성명·상호 등의 표지를 상당기간 사용하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져야 하고, 이전청구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충분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1항과 2항에서 도메인이름에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사용하는 자를 상대로 법원에 그 도메인이름의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는 축산물 등을 가공·판매하는 ㈜미트트리가 전 직원 최모씨와 동종업체 ㈜미트넷을 상대로 "최씨는 도메인 이름 'meattree.kr'에 대한 이전등록을 이행하고, 서체도안 등을 무단으로 도용해 영업에 이용했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558316)에서 "최씨는 원고에게 도메인 'meattree.kr'를 이전하라"며 15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을 청구하는 이가 정당한 권원을 인정받으려면, 그 도메인이름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명·상호 등의 표지를 상당기간 사용하면서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져야 하고 도메인 이전을 청구하는 데 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메인이름을 부정한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도메인이름의 등록·보유와 관련한 제반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메인이름이 원고 상호의 영문 기재와 같은 점 △원고 회사가 설립등기를 한 날로부터 3일 전 도메인이름이 등록된 점 △도메인을 등록한 최씨와 홈페이지 관리업체에 2012년 8월부터 금전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춰 원고와 도메인이름 사이에 밀접한 연관관계와 보호의 필요성이 있어 원고에게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최씨가 원고 회사를 퇴사한 후에도 도메인이름을 피고 회사의 인터넷 주소로 사용하며 동종영업을 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도메인 등록경위에 비춰 최씨에게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피고 회사가 서체도안 등을 무단도용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트트리는 2012년 7월 설립등기를 마치고 인터넷으로 한우, 삼겹살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미트넷은 2013년 7월 설립등기를 마쳤다. 미트트리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2012년 7월 'meattree.kr'를 도메인 등록대행업체에 등록한 후 본인이 계속 보유했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해당 도메인은 '미트트리'라는 명칭으로 미트트리 영업에 사용됐다. 2013년 8월부터 도메인은 '미트넷'이란 명칭으로 미트넷 영업에 사용됐다.
원고는 "도메인이름이 원래 우리 회사 명의로 등록됐어야 하는데 당시 회사 직원이던 최씨가 자기 명의로 등록한 다음 퇴사 후에도 이를 보유하면서 피고 회사를 위해 쓰고 있으니 인터넷주소자원법에 따라 도메인을 이전등록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