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항소심에서 법원이 피고인을 위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면, 국선변호인은 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이나 변호인은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때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16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1063)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제33조1항에 따라 법원은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변호인을 선정한 후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고, 같은 법 제33조3항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경우에도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함으로써 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소정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해 항소이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적 변호사건이 아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인 임씨가 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하고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했다"며 "국선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인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부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것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는 2013년 7월 25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1항은 법원이 피고인에게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경우로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를 정하고 있다. 임씨의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3조1항에 해당하는 필요적 변호사건이 아니고, 같은 법 제33조2항에 따라 피고인인 임씨가 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13년 11월 26일 형사소송법 제33조3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했고,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가 11월 27일 도달했다. 임씨의 국선변호인은 통지를 받은지 20일 내인 12월 12일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고 양형부당과 사실오인을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임씨가 2013년 8월 26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양형부당만 다투다가 변호인의 2013년 12월 12일 자 항소이유서부터 사실오인까지 함께 다투고 있다"며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난 후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사실오인 주장은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임씨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