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는 20일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구속기소된 오리온그룹 담철곤(56)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2011고합447). 재판부는 또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그룹 전략담당 조경민(53) 사장에게 징역 2년6월을, 판매 위탁받은 그림을 담보삼아 수십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미갤러리 홍송원(58) 대표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나 서류상의 회사를 이용해 마련한 비자금으로 고급 승용차와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하고, 법인 자금으로 신축한 건물을 자신과 가족의 별채 용도로 마음대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투명하고 합법적인 기업경영을 해야 할 무거운 사회적·법적 책임을 외면하고 계열사 기업들을 개인 소유물로 취급해 개인의 이익에 사용한 것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룹 회장의 지위와 부에 맞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시장 개척을 추구하거나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며 "횡령 및 배임액이 285억원에 해당하는 큰 금액으로 시장경제의 자정능력과 공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훼손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사장에 대해 "횡령액이 108억원 정도로 큰 액수이며 주도적으로 행동한 점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증언을 계속하는 등 반성의 기색이 없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미술품 거래를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하지 않았지만 상당부분 피해가 회복된 점이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담 회장과 조 사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여원을 횡령하는 등 비자금 300여억원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 또 담 회장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같은 고급 외제차를 회사 돈으로 리스해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하고, 55억원에 달하는 프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 같은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 10점을 회사 자금으로 구입해 자택에 걸어 두는 방식으로 회사 돈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