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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문 시 계구사용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
[판결](단독) 구속피의자 신문 때 수갑 풀어달라는 요청 묵살, 변호인 강제 퇴실… “위법”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구속 피의자의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변호인을 강제 퇴거시킨 검사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보장 등의 측면에서 피의자 신문 때 계구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천명했다. 검찰 신문과정에서 피의자의 신체적 자유 등 인권을 보장하고 변호인의 참여권을 두텁게 보호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옛 통합진보당 청년위원장 A씨와 그의 변호인인 B변호사가 "피의자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변호인을 퇴거시킨 검사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신청을 인용한 것에 반발해 검찰이 낸 준항고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2015모2357)를 최근 기각했다. A씨는 2013년 5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회합에 참석해 이 전 의원의 반미·친북 발언에 박수치는 등 동조하고, 후방혁명전과 사상전, 대중선전전 준비 태세 등을 토론한 혐의로 2015년 5월 구속됐다. A씨는 이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B변호사와 수원지검 영상녹화조사실에 들어갔다. 담당교도관은 A씨가 입실하기 직전 포승은 풀었으나 수갑은 해제하지 않았다. 조사를 맡은 C검사는 A씨가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신문을 시작했고, 이에 B변호사는 검사에게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C검사는 "인정 신문을 한 뒤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이에 반발하며 15분간 계속 수갑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C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B변호사를 조사실에서 강제 퇴거시켰다. 이후 C검사는 A씨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등 인정 신문을 시작했지만 A씨가 답변을 거부하자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후 교도관에게 A씨의 수갑을 풀어주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피의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위법적인 방법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항의하는 변호인을 강제로 끌어내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퇴실 조치도 변호인 신문 참여권 제한” 지적 이에 수원지검은 "검사가 인정 신문을 하려고 하자 변호인이 의자에서 일어선 채 수갑 해제를 계속 요구해 잠시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변호인이 이를 거부한 채 15분간이나 거듭 같은 요구만 되풀이했다"며 "변호인의 행위가 수사 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 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를 듣지 않아 부득이하게 퇴실 조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피의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교도관에게 수갑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조치는 준항고 대상이 되는 '구금에 관한 처분'이고, A씨에게 도주·자해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검사의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특히 검사가 인정 신문을 마친 뒤 곧바로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청한 점에 비춰보면 인정 신문 전에 수갑을 착용하도록 강제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변호인을 퇴실시킨 것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이 참여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이때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지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 중 부당한 신문 방법에 대한 이의제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퇴거시키는 조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처분취소 인용결정’에 대한 검찰 재항고 기각 앞서 원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도주·폭행 등의 위험이 없는 한 검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 절차에서 담당 교도관에게 보호 장비 해제를 요청하고 보호 장비가 해제된 다음 인정 신문을 시작해야 한다"며 "계호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피의자가 사복을 착용한 경우는 조사를 받을 때 일어나는 통상적인 일로서, 단지 공범이 며칠 전 자해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도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대법원 결정은 피의자 신문을 시작하기 전 단계부터 검사가 피의자의 수갑을 해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신체적 자유가 확장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나아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인의 참여권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 대법원이 피의자의 인권과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찬희(55·사법연수원 30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피의자인 국민의 기본권 및 인권과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서 수사기관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이번 대법원 결정은 국민의 인권과 변론권 보장을 재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9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의자 등의 수갑·포승 등 보호장비 해제를 통한 신체의 자유 보장을 위해 '구속 피의자 등 조사 시 보호장비 해제 및 사용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을 제정·시행했다. 지침은 피의자 신문 때 보호장비를 해제하는 것이 원칙임을 명문화하고, 피의자의 '자살, 자해, 도주, 폭행, 난동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에만 예외적 보호장비를 사용할 것을 규정했다. 또 법무부는 지난 1월 '검찰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제한 사유를 '증거인멸, 공범도피, 중요참고인 위해 등'으로 보다 구체화했다. 검사가 변호인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불복방법을 고지하도록 하고, 다른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국가보안법
퇴거
수갑
손현수 기자
2020-04-09
행정사건
"합격생의 알 권리… 취업과정에도 실질적 이익 있다"<br> 서울행정법원, 원고승소 판결<br> 법무부 "다른 자격시험도 석차 공개 안해… 항소 할 것"
[판결](단독) "변호사시험 석차도 공개하라" 첫 판결
변호사시험 석차를 공개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응시자에게 성적은 공개하고 있지만 석차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정건희(30·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 취소소송(2019구합64198)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시행한 제8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법무부에 자신의 석차 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석차정보 공개는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지난 5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 석차 정보 공개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만한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 같은 정보 공개가 로스쿨 교육과정과 변호사시험의 유기적 연계나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 합격자 결정의 기본 골격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석차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상대적 성취도를 부각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석차의 공개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석차를 달성해 법조직역의 진출이나 기타 취업 등에서 유리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준비에 치중하는 현상이 심화되거나, 로스쿨 사이에서 수석 합격자 등 상위 석차의 합격생을 배출하기 위해 과다한 경쟁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미 변호사시험의 성적이 공개되고 있고, 변호사시험의 석차는 성적에 의해 산출되는 부수적인 정보에 불과한데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된 후 이로 인해 변호사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취득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 변호사시험의 성적에 따른 서열화, 로스쿨 특성화 교육 형해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변호사시험에서 얻은 성과인 이 사건 정보에 대해 알권리가 있고, 이 사건 정보를 법조직역으로 진출하거나 그밖에 취업 과정에 활용할 실질적인 이익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반해 석차 정보의 비공개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운용, 변호사시험의 적정하고 공정한 수행이라는 공익이 유지·실현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공익을 일부 인정할 수 있더라도 그 공익이 정 변호사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는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성적과 석차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고, 성적 공개와 석차 공개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에 미치는 파급력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간과하는 등 법리를 오해한 점이 있다"며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자격시험에서도 합격자의 석차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5급 공채시험 및 법원행정고등고시와 같은 선발시험 역시 석차를 공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만 별도로 석차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항소해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변호사시험법
변호사시험
성적공개
박미영 기자
2020-01-13
행정사건
로스쿨 제도 목적 몰각… 응시자격 없다
[판결] 변호사시험 5번 떨어지면 다른 로스쿨 재입학 해도…
변호사시험 5회 응시제한에 걸린 이른바 '오탈자'가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다시 얻기 위해 다른 로스쿨을 한번 더 다니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는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변호사시험 응시지위 확인소송(2019구합6825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국내 모 로스쿨에 입학한 A씨는 로스쿨 졸업을 전후해 5년간 5번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으나 모두 합격하지 못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 1항은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 또는 석사학위취득 예정자의 경우 그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길이 없자 로스쿨 석사학위를 재취득하기 위해 다른 로스쿨에 다시 입학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지위가 있음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시험에서 5년 내에 5회 모두 불합격한 후 다른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한 사람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원고패소 판결 그러나 "입법자는 응시자가 적정한 기간 내에 법률사무 수행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평가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등 응시기회 제한 조항을 통해 자격취득시험으로서의 충실한 검정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로스쿨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했다고 재응시를 허용하면 검정기능이 형해화돼 우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목적이 몰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직업 분야에 관해 자격 제도를 만들면서 그 자격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국가에 폭넓은 입법재량권이 부여돼 있으므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심사를 할 수 있다"며 "응시기회 제한 조항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시기회 제한 조항은 최초의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시점으로부터 제한된 응시기회 내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 설령 그 사람이 로스쿨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한다 하더라도 변호사시험의 재응시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시험
로스쿨
재입학
박미영 기자
2019-12-23
민사일반
채권관계에서 사적자치·계약자유의 원칙 위반<br> 다만 선의의 제3자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br> 대법원 전합, 기존 입장 재확인… 원고일부승소 확정
[판결] '채권양도 금지 특약' 위반한 채권양도는 무효
민법상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 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채권 관계에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한 판결로,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법 제449조 제2항은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회생절차 관리인인 A씨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청구소송(2016다2428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사는 2009년 농협으로부터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를 도급받으면서 '공사 이행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공사대금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 금지특약을 맺었다. 그런데 B사는 공사를 끝내지 못한 채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농협은 도급계약을 해제했다. B사는 부도 직후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양도했다. 이에 B사의 채무자이자 회생관리인인 A씨는 농협에 "B사에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 중 3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농협은 "B사의 하청업체들이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양수해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됐다"고 맞섰다. 재판에서는 민법상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가 무효인지, 유효인지가 쟁점이 됐다. 기존 판례와 다수설은 '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특약을 모르고 채권을 양수한 '선의'의 제3자인 경우 예외적으로 유효'라는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B사가 하청업체들에게 채권을 양도한 것은 무효이므로, 농협은 A씨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소수설인 '채권적 효력설'은 '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다만 양수인이 특약을 알면서도 채권을 양수한 '악의'의 양수인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양도금지특약을 한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므로 이를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라며 "다만 채무자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데, B사 채권 양수인인 하청업체들은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 관계에서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므로 양도금지특약을 하면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며 "이때 채권 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현행 민법 규정상 문언의 합리적 해석범위를 넘어 이를 인정할 순 없다"며 "채권양도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국제규범이나 외국 입법례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 규정(입법)'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권순일·김재형·안철상·노정희 대법관은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만 구속하므로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며 "다만 채무자는 악의의 양수인에게는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자본의 신속하고 원활한 순환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채권양도는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기능과 가치가 확산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채권거래의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심은 "B사와 농협이 맺은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반해 이뤄진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다"며 "공사대금채권의 채권자는 여전히 B사"라고 밝혔다. 이어 "B사의 채권자들이 양도금지특약을 몰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이 쟁점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양창수(67·사법연수원 6기) 한양대 로스쿨 석좌교수(전 대법관)는 "채권양도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다수설과 판례를 쫓을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조항에 관련된 법률이 많은데 판례만 바꿔서는 뒤따라야 할 이해조정이 불가능하므로, 법 개정 없이 판례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이 건전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권양도
민법
계약자유
손현수 기자
2019-12-19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원고패소 판결
[판결](단독) “의뢰인 아닌 제3자 청원으로 변호사 징계 개시 가능”
사건 의뢰인이 아닌 제3자의 청원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징계절차개시권자가 변호사 비위를 알게 됐더라도 징계 절차에 나아갈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변호사 A씨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소송(2018구합6172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7월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의 실명을 이용한 아이디(ID)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해 '변호조무사', '로퀴' 등 경멸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 변호사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과태료 1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경멸 표현 분쟁상대방이 청원 A씨는 이에 불복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이번 징계는 나와 민·형사상 다툼이 있었던 B씨의 청원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B씨는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청원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자격자의 청원을 계기로 징계가 이뤄져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변호사법 제97조의3 제1항은 '의뢰인이나 의뢰인의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는 수임변호사나 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으면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장에게 그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의 신청을 청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 과태료 100만원 부과 “절차상 하자 없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사이에 민·형사상 분쟁이 있었던 사람이고 변호사법 제97조의3에서 열거하고 있는 의뢰인 등에는 문언상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변호사법 제97조의3의 취지는 의뢰인 등 변호사의 직무와 관련된 일정 범위의 국민들에게 변호사 징계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제공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대한변협회장이 가지고 있는 기존 징계절차개시권을 의뢰인 등의 청원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하려는 데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법에서 규정한 의뢰인 등 이외의 자의 청원 등으로 인해 대한변협회장이 비로소 변호사의 징계사유를 알게 된 경우 그에 따라 징계절차로 나아간 데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징계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모욕
변호사징계
품위유지
박미영 기자
2019-11-28
행정사건
사법시험준비생모임, 경희대 상대 소송<br> 서울행정법원, 원고승소 판결
[판결] "로스쿨 입학생 출신대학·연령, 정보공개 해야"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대학과 연령 등은 비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 대표인 권민식씨가 경희대 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2019구합62598)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사준모는 전국 25개 로스쿨의 '2019년 입학생의 출신대학과 나이 현황'을 파악하려 했으나 해당 정보의 공개 여부는 교육부의 권고사항이어서 각 로스쿨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경희대는 해당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 및 7호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공개 거부 결정을 했고, 이에 반발한 사준모는 소송을 냈다.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와 7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경희대 로스쿨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로스쿨 입학생들의 출신대학 현황 및 연령별 현황을 공개해왔다"며 "전국 25개 로스쿨 중 21개 로스쿨이 2019년 입학생들의 출신대학 현황을, 14개 로스쿨이 입학생들의 연령별 현황을 공개해 사준모 측은 이러한 정보를 통계로 정리해 외부에 배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정보는 로스쿨 입학생들의 출신대학 현황과 연령별 현황에 대한 것일 뿐 구체적인 평가기준이나 점수가 반영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결정된 입학생들의 출신대학과 연령별 현황을 공개한다 하더라도 경희대측이 시험이나 입학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대다수 로스쿨이 그동안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해 온 경위 등에 비춰보면 정보공개로 인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거나 경희대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보공개청구
로스쿨
정보공개법
박미영 기자
2019-11-25
형사일반
사건 실체에 대한 심증형성은 법관 면전에서 성립<br> 반대신문 통해 검찰에서 한 진술의 진위 밝히고<br> 형사소송법상 필요한 예외는 최소한도에 그쳐야<br> 대법원 전합, '마약류관리법 위반' 무죄 원심 확정
[판결]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증언 거부해도 검찰조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고서도 법정 증언을 거부하면 그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검찰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이 판결로 피고인은 방어권을 두텁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된 반면, 검찰은 유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재판에서 증인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 그 밖의 이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조서 등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밖의 이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증언거부가 정당한 경우'에 검찰이 제출한 조서 등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이번 판결로 증언거부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를 묻지 않고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지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지난 21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3945). A씨는 2017년 3월 640만원을 받기로 하고 B씨에게 필로폰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의 범행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했다. 한편 B씨도 모두 11회에 걸쳐 필로폰을 매매한 혐의로 2017년 4월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B씨는 2017년 11월과 이듬해 1월 열린 A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건인 내 사건이 항소심 계속중에 있다"며 법정에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이후 1심은 2018년 2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따로 기소된 B씨는 2018년 5월 필로폰 매매 미수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됐고, 이후 열린 A씨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다시 소환됐다. 하지만 B씨는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했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며 A씨의 항소심에서 또다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판결문 다운로드 상고심에서는 B씨처럼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은 경우'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면 B씨가 검찰 조사단계에서 진술한 조서 등이 증거로 인정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소법은 '사건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예외는 형소법이 정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 모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한 진술을 법정에서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진술이 허위일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이 경우 (재판에서) 반대신문을 통하여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음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상옥 대법관은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다면 형소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B씨는 1심에서 이미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으므로 그가 한 참고인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옳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앞서 2심은 "정당하지 않은 증언거부권 행사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사법부가 처벌보다는 적법절차 중시와 증인보호 및 피고인의 인권 보장적인 측면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준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검찰 조서에 의존하는 재판에서 벗어나 법정 증언을 중시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화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약류관리법
증언거부
형사소송법
손현수 기자
2019-11-21
행정사건
[판결] 로스쿨 입학 위해 업무 중 6시간 개인공부…"해임정당"
로스쿨 입학을 위해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개인 공부에 사용한 공무원을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1부(재판장 성지호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태백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2019구합50715)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2002년 서기보로 임용된 A씨는 2018년 3월경부터 태백시에 있는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사회복지(통합사례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A씨는 근무시간 8시간 중 6시간은 로스쿨 진학을 위해 민법 객관식 문제집을 푸는 데 썼다. 보다못한 팀장이 "근무하러 왔지 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타일렀으나, A씨는 "일하면서 책을 보는데 뭐가 잘못이냐"며 반발했다. 결국 태백시 인사위원회는 A씨가 지방공무원법 제48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그해 11월경 A씨를 해임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근무 시간 중 민법 문제집을 본 사실은 있으나 맡은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동장도 오히려 '업무를 충실히 하고 틈틈이 책을 보라'고 공부를 독려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태백시로 처음 발령받은 때부터 팀장에게 '하루 4~6시간 이상 법공부를 하도록 해달라', '법 공부를 할 때는 나를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얘기하며 하루 1건의 사례관리 상담업무만 처리하면서 업무 시간 대부분을 개인 공부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동일한 업무를 맡고 있는 동료 직원은 업무 특성상 4~5시간씩 개인시간을 보내면서 업무를 성실히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장이 '틈틈이 책을 보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시간 8시간 중 6시간을 개인 공부에 쓰는 행위까지 용인하거나 독려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직무 태만으로 인해 복지서비스를 받아야 할 태백시 주민들이 입은 피해가 크므로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공무원
해임
로스쿨
남가언 기자
2019-06-13
행정사건
“육아휴직 내고 입학… 목적 외 사용 등 종합적 고려”
[판결] 로스쿨 편법진학 경찰관, 징계처분은 정당
육아휴직을 하고 편법으로 로스쿨을 다닌 현직 경찰관들의 일탈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15년 4월 감사원은 경찰관이 수업을 듣지 않고도 학점을 받거나 엉뚱한 목적의 휴직계를 내고 로스쿨에 진학한 사례가 포함된 '경찰청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후 경찰은 대대적인 내부 감사에 나섰고, 편법으로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경찰들이 징계처분에 불복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잇달아 패하면서 경찰들의 '로스쿨 편법 진학 현상'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A경감이 제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소송(2018구합530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경감은 경위로 임관해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중 2015년 3월 로스쿨에 입학했다. 1학기를 마친 뒤 같은해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두 자녀의 양육을 이유로 연속으로 육아휴직을 낸 다음 로스쿨에서 총 4학기 동안 총 68학점(26과목)을 취득했다. 그는 휴직기간 총 8회에 걸쳐 경찰청에 휴직자 복무 상황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로스쿨에 재학 중인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내부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받자 A경감은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의 휴직제도는 육아 등으로 직무에 오랜기간 종사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그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이후 안정적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는 점에서 이를 목적 외로 사용했는지 여부는 휴직의 사유, 고의성, 휴직의 목적 외 사용기간, 목적 외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경감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자녀 양육에 전념하면서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을 다녔다고 주장하나, 이수학점을 봤을 때 학습량이 상당히 많아 육아보다는 로스쿨 수업을 듣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서 A경감이 로스쿨에 재학 중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육아휴직을 로스쿨 학점을 이수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제주지법 경감에 패소 판결 지난해에는 경찰대 출신인 B경감이 육아휴직을 내고 2년 3개월 동안 로스쿨에서 총 85학점(30과목)을 취득했다가 들통나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B경감도 감봉처분취소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대구지법 2018구합21165).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에서 그간 경찰관들이 국가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 휴직을 이용해 로스쿨에 다니는 사례들이 많았고 문제가 되어 왔다"며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를 계기로 법원도 이러한 잘못된 사례들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직 경찰관들의 이 같은 행위는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보다 강한 징계처분을 명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편법
징계처분
육아휴직
남가언 기자
2019-06-05
형사일반
'압수수색'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br> "포괄적 영장 발부금지는 자의적 집행 방지 위한 것"<br> 서울고법, 압수수색 영장의 일반적 해석기준 첫 제시
[판결] "영장 내용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 될 수 있다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이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강제수사 절차에서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면 피의자에게 유리하고 수사기관에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 이념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압수수색영장의 일반적 해석기준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및 집행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최근 관세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게 징역형 및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2018노885). A씨는 2010년 4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해외로 외화를 빼돌릴 목적으로 2015년 3월까지 세관에 수출 가격을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았다. 빼돌린 금액 중 173만달러는 본인과 동생, 동생의 부인, 직원의 급여 등 명목으로 지급한 것처럼 세탁해 국내로 반입한 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2015년 법원으로부터 A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서울세관팀은 이 영장을 제시해 A씨 회사에서 문서, 통장, 전자정보 등을 압수했다. 압수한 물건에는 회사 직원이자 A씨의 동생인 B씨의 장모 C씨와 B씨의 부인 D씨 명의의 계좌거래 내역과 통장도 포함됐는데, C씨와 D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적법한지가 문제가 됐다. 검찰이 당시 압수수색 영장 대상 범위를 '회계자료 및 입출금 거래 내역 및 통장(상기 범행에 사용된 회사, 사장, 직원 및 가족 명의 포함)' 등으로 기재했는데, '직원 및 가족'이 '피의자 A씨의 가족'만 의미하는지, '회사 직원이자 동생인 B씨의 가족(C씨와 D씨)'까지 포함하는지 모호했기 때문이다. 1심은 '회사 직원이자 동생인 B씨의 가족'도 영장에 기재된 '직원 및 가족'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영장 집행 등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가족'은 '피의자인 A씨의 가족'만을 의미하고, '회사 직원인 B씨의 가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위법한 영장 집행이기 때문에 관련 압수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리 법이 일반적·포괄적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를 금지하는 것은 영장에 적힌 내용만으로 피의자가 누구인지, 수사기관이 압수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혐의가 무엇인지, 압수 대상은 무엇인지, 압수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아가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및 규칙은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및 압수·수색의 사유를 기재하고, 영장을 발부하는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내용은 그것만으로도 압수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혐의사실, 압수의 장소, 압수의 대상 등을 곧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특정성, 명확성, 간결성, 일의성(一意性) 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며 "만일 그렇지 않고 내용이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작성한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압수대상 목적물을 특정할 때 미리 압수할 물건을 완벽히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개괄적으로 기재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모든 문서 및 물건'이라는 표현 또는 여러 가지의 압수 목적물을 열거한 뒤 '…'으로 덧붙이는 등의 표현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기재로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장에 기재된 '가족'은 법률전문가로서도 어느 한쪽으로 해석하기 쉽지 않은 바, 문언 자체로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그 문언을 작성한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가족'은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의 가족'에 한정하여야 하고, '직원의 가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판결은 '무죄 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법 원칙을 소송법에 유추적용한 것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실체법 원칙을 절차법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논의해 볼 부분이지만, 검찰의 기존 압수수색 영장 청구 관행에 개선점을 던진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범위를 좀 더 명확하게 기재하라는 메시지"라며 "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법적인 수사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횡령
압수수색
손현수 기자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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