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집회를 신고하고 인근 건물에서 옥내집회를 연 행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신고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로비에서 옥내집회를 열고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전국항만예선지부 울산지회장 윤모(53)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3023)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신고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옥내집회에 대해서는 신고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신고내용과 달리 옥외집회는 아예 개최하지 않은 채 신고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 개최한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 등 다른 범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신고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한 집시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옥내집회는 사전신고 없이 개최할 수 있지만 그 집회의 목적이나 참가인원, 집회방식, 행태 등으로 볼 때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며 "부산노동청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 건물 내에서 집회를 열 것까지도 허용된 장소로 보기 어렵고, 윤씨가 주도한 집회 참가자들이 장시간 옥내집회를 강행하면서 퇴거요구에 불응해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킨 행위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씨 등은 지난 2009년 10월 13일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 옥외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노동청사 로비에서 옥내 연좌 시위를 벌이고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건물 무단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건물 무단칩입 혐의와 해산명령불응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집회신고 위반죄만을 유죄로 판결해 같은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