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기소된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사진)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5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7041).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기소한 지 나흘 만인 지난 4월 21일 특수본 간부 6명,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과 함께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당시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주고 9만5000원의 밥값을 내줘 1인당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명목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다만 제8조 3항에서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등이나 파견 공직자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1호)과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6호)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8호)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의 입법목적과 금품 등 수수 금지 및 그 처벌규정의 내용과 체계, 처벌규정의 소극적 구성요건에 관한 제8조 3항 1호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제8조 3항 1호에서 정한 '상급 공직자 등'이란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금품등 제공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금품 등 제공자와 그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지검장이 주재한 만찬에서 법무부 검찰국 소속 과장 겸 검사 2명에게 제공한 음식물 및 금전이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제1호에서 정한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예외사유인 '상급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1호에서 규정하는 '상급 공직자 등'의 의미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당시 만찬에서 제공된 격려금과 식사 비용을 분리해 각 사안이 청탁금지법을 어겼는지 판단한 뒤 당시 저녁 자리의 성격, 참석자들의 직급상 상하 관계 등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동일한 기회에 여러 종류의 금품이 제공·수수되었고 각 금품이 청탁금지법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 등에 따라 각 금품별로 예외사유를 따져 수수금지 금품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금품이 음식물과 금전(돈봉투)으로 구별되고, 식대와 격려금은 자금 원천과 예산상의 적용범위가 다를뿐만 아니라 다투어지는 예외사유도 차이가 있으므로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식사 비용에 대해서는 '선배 검사로서 특수본을 지원한 법무부 후배 검사를 격려하려고 밥을 산 것이어서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 전 지검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100만원짜리 돈봉투들에 대해서는 행정벌인 과태료 적용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며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은 '100만원을 초과한 금액'만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 이하 금액은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2심은 "동일한 기회에 제공된 음식물과 현금을 분리해 판단한 1심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음식물과 현금 모두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어서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이런 점에서 1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면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