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책의 실시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선거과정에서 시민단체가 그 정책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하는 서명운동이나 집회 등을 개최한 경우 불법선거운동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거명하거나 표시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정 후보를 거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상적인 시민단체활동으로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18일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차례에 걸쳐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 배모씨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10고합1468).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은 특정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해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를 말한다(대법원2008도11857)"고 전제한 뒤 "시민단체가 그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책을 정강으로 채택한 특정정당의 선거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거나 집회개최, 현수막, 인쇄물 등을 제작해 반포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책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특정해 그에 대한 지지,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에는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면서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명시하지 않은 채 일반인들에게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치권에 그 정책을 입안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 인쇄물 배포, 서명운동을 벌이는 경우에는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시민단체가 선거 이전에 종래부터 해오던 정책 등의 주장 및 그에 따른 활동에 대해 그 정책이 선거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고 해서 그 시민단체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통상적인 정책주장활동까지 제한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같은 활동으로 그 정책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성질상 시민단체의 활동에 수반하는 반사적 효과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