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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모투자회사 무한책임사원, 유한책임사원 된 투자자에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 다해야”
사모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운용한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General Partner, GP)이 투자 대상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용민·민달기 고법판사)는 지난달 10일 하나금융투자 등(소송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철희, 곽병훈, 최희준, 김수희, 이정현 변호사)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22나2019892).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화장품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에 투자하기 위해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으로서 2015년 6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사모펀드를 통해 자본시장법상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SP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투자 등은 해당 사모펀드에 출자금을 납입해 유한책임사원이 됐다. 당시 비앤비는 클레어스코리아에 마유크림 등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하나금융투자 등 예비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비앤비의 현황과 성장 전망 등이 기재된 투자제안서와 재무실사보고서 등을 제공했다. 자료에는 해당 화장품 제조사가 마유크림 등을 개발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사이고, 화장품 레시피권을 보유한 곳이라는 정보가 포함됐다. 같은해 7월 SPC는 비앤비 발행 보통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과 보통주식 전부를 매매대금 1200억여 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모펀드가 출자한 870억 원 및 별도 발행한 사모사채를 통해 400억 원 등 합계 1200억여 원을 조달해 해당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보통주식 전부의 소유권을 취득해 거래가 종결됐다. 그런데 이 사모펀드 설립 전, 레어스가 김포에 자체 생산 공장을 건설해 직접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하지만 GP는 해당 기사를 통해 클레어스 공장 신축 및 대량 생산 계획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LP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사모펀드 설립 후 거래종결 이전, 클레어스 측은 SK증권 법무팀 직원에게 사모펀드 투자 관련 비앤비 정보 가운데 화장품 내용물 등 일체의 권리는 클레어스에게 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GP들은 해당 이메일을 클레어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LP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공장 신축 관련 기사와 이메일 내용은 비앤비가 ODM사가 아니라 OEM사에 불과하다는 것과 클레어스의 화장품 레시피권 주장으로 인해 계약관계가 지속될 수 없을 거라는 등 투자대상에 대한 핵심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 등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를 상대로 "GP는 주식매매계약의 거래종결 이전까지 투자대상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생산해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핵심 리스크에 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했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핵심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보고하지 않아 사모펀드에 출자한 금액에 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GP는 투자가 실제 이뤄지기 전까지 투자대상에 중대한 투자위험이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정황, 이른바 위험신호(red flag)를 발견하는 경우 LP에게 이를 고지하고, 이 같은 정황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한 조사를 거친 뒤에도 투자위험에 관한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불충분한 경우 LP에게 그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핵심 리스크는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한 위험요소로서 GP는 이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며 "GP인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해당 리스크에 대해) 확인 또는 조사를 불충분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계속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LP들은 화장품 제조사의 투자위험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GP인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LP들에게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해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거래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핵심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거나 그에 대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른 투자가 실제 이뤄짐으로써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공동해 LP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모펀드
투자
리스크
한수현 기자
2023-03-09
민사일반
[판결] 아파트 단지 내 환풍구에 추락… 법원 "아파트관리업체 등 배상책임"
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된 발전기 환풍구 아래로 떨어져 전신이 마비된 입주민에게 아파트관리업체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6억7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신봄메 부장판사)는 2월 16일 A 씨와 그 가족이 아파트관리업체 B 사와 C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5977)에서 "B 사 등은 공동해 6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8년 5월 귀가하던 중 아파트 단지 내 발전기 환풍구 안쪽으로 추락했다. 의식을 잃은 A 씨는 다음 날 아침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두개골 절제술 등 응급조치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사지마비로 보행이 불가능해 침상에서만 생활하고 식사는 튜브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또 부인 이외에 다른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고 인지기능 장애로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불가능해졌다. A 씨의 가족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 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환풍구는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피고들은 공작물 점유자로서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 공작물 하자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당시 환풍구는 인도 뒤쪽인 지상 주차장 옆에 있어 누구든지 쉽게 접근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환풍구 앞 잔디가 훼손되고 흙으로 다져진 길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사람들이 평소 환풍구 앞을 자주 통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피고들은 환풍구 가림막 앞에 차단시설을 설치하거나 환풍구 안쪽에 그물망 등을 설치해 가림막이 훼손되는 경우에도 사람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구조물을 설치했어야 함에도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고 이후 환풍구 가림막 앞에 철제구조물이 추가로 설치됐는데, 이 같은 조치를 미리 했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노동능력 상실률을 100%로 판단하고 일실수입과 기왕 및 향후 치료비 등을 산정한 뒤 B 사 등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해 A 씨의 재산상 손해를 6억여 원으로, 위자료는 3600만 원으로 정했다. A 씨의 배우자에게도 위자료 1800만 원이, 두 자녀에게도 각각 위자료 800만 원이 인정됐다. 소송을 대리한 구태환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아파트 발전기 환풍구처럼 우리 생활 주변에 흔한 시설물이 의외로 안전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세심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공작물
하자
시설물안전
이용경 기자
2023-03-07
금융·보험
민사일반
차량 자체에 설치·보존상 하자 등 없다면<BR> 발화 차량 차주에게 손해배상책임 물을 수 없다<BR> 서울중앙지법 판결
[판결]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화재 발생해 인근 차량에 피해줬어도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른 차량에 피해를 줬어도 발화된 차량 자체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거나 해당 차량의 소유자 등이 화재 신고를 게을리하는 등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발화 차량 차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월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단독 당시 이세훈 판사는 DB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소송대리인 이명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을 상대로 낸 구상금소송(2022가소100209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21년 2월 아파트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고 집으로 가던 중 차 내부에서 연기와 화염이 발생하자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A 씨의 차량은 전소됐고, 옆에 주차돼 있던 B 씨의 차량까지 불에 탔다. B 씨 차량의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은 자차담보로 B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A 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차주 A 씨가 소유자 내지 점유자로서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관리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A 씨의 차량에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는 차량 계기판 하부 주변의 기기 또는 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전기적 요인이나 전기적 요인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A 씨가 차량을 정비받은 내역은 경미했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차량이 출고된 후부터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특별한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으며 차량이 임의 개조되거나 튜닝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A 씨가 차량 구입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블랙박스 등을 설치하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차량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운행하다 주차한 직후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운행시간이 약 30분 정도에 불과하고, 엔진 과열 등의 기계적 요인이나 인적 요인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주차한 후 연기를 목격한 뒤 곧바로 인근 상가로 가서 119 신고를 하는 조치를 취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화재 확대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화손해보험을 대리한 이명현 세창 변호사는 "차량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차량 소유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피해자 측 보험사에서 화재와 관련한 차량의 설치·보존상 하자를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차량의 소유자나 점유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차량화재
이용경 기자
2023-02-26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조합 측, 이행지체 책임 부담해야
[판결] 준공된 아파트 등기절차 이행지체로 미등기 상태 유지됐다면
준공 완료된 아파트에 이미 입주했는데 소유권이전등기 절차가 늦어졌다면, 수분양자들이 등기된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한 손해 등을 조합이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송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0일 A 씨 등(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향 강호석, 박건호 변호사)이 장위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청구소송(2020가합68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1재정비촉진구역에 위치한 B아파트 시행을 위해 설립된 조합은 2019년 6월 성북구청장으로부터 아파트 준공 인가 전 사용검사를 받은 다음 수분양자들에게 입주 지정기간을 그 다음날부터 같은해 말까지로 정하고 입주 전까지 잔금을 포함한 분양대금을 모두 납부하라는 내용의 입주안내문을 보냈다. 이에 B아파트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거나 수분양자로부터 그 지위를 승계받은 A 씨 등은 해당 기간 내 모든 분양대금을 납부하고 각 세대에 입주했다. 한편, 서울시장은 B아파트의 입주지정기간 중이던 2019년 7월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및 재정비촉진계획 변경결정을 하면서 해당 정비구역의 택지 중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을 확대·추가하고, 조합에게 구역 외 기반시설로 신한천로를 개설토록 하는 기반시설의 비용분담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고시를 했다. 이후 성북구청장은 2020년 7월 정비사업과 관련해 정비구역 택지 중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은 확대하되 해당 면적에 대해선 별도 사업계획승인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고시를 했다. 조합은 2021년 5월 성북구청장으로부터 유지되는 면적을 포함해 신한천로 개설 재정비촉진계획변경 결정 시 정비계획변경을 이행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아파트에 해당하는 일부 획지에 대해 부분준공 인가를 받았고, 이후 이전고시를 거쳐 같은해 8월 A 씨 등을 포함한 수분양자들에게 60일 이내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할 것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발송한 다음,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에 A 씨 등은 "해당 아파트가 완공돼 이미 입주했고 남은 절차는 준공인가와 이전고시 절차뿐인 점 등에 비춰 입주지정기간의 말일부터 약 1년이 경과한 2020년 7월 말경엔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후부터 조합은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등은 △이행지체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발생하는 손해(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의 차이) △등기된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미등기로 인해 원하는 시기에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세재 혜택 등 손해를 고려해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합 측은 행정청이 신한천로 개설을 부담시켜 상당한 공사기간이 필요했던 점 등을 주장하지만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른 기반시설 설치와 그에 따른 준공인가 및 이전고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책임 영역에 속하고, A 씨 등의 입주 전부터 신한천로 개설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신한천로 개설 문제로 인한 조합의 등기절차 이행지체에 조합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판단 과정에서 총회 개최가 지연된 사유가 오로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에 대한 성북구청의 사업계획 승인까지 4개월 정도만 소요된 점 등에 비춰보면 입주지정기간 말일부터 2년 가량이 경과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A 씨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는 조합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 등의 아파트 취득 목적과 사용용도, 활용계획 등에 따라 그 불이익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어 각각의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곤란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를 적용해 손해액을 산정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을 대리한 강호석(39·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최근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관련해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로 조합 내부의 갈등이 많은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일반분양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입히는 것에 명백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고,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서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직권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는 규정이 적용돼 손해액을 산정한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며 "피고 측에서는 코로나19로 총회 개최가 어려웠고 이러한 사유로 행정청의 보완 요구가 있었으므로 이는 불가항력으로 계약상 면책 규정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총회는 온라인으로도 개최할 수 있고 보완요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면책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명시했다는 점에서 현재 재건축 사업이 예정됐거나 진행 중인 사업주체 등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주택재개발
등기
재건축조합
한수현 기자
2023-02-23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법 따른 손해배상 청구 하려면 계약갱신 요구했어야<br>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해석 싸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
[판결] ‘실거주’ 이유 임대차 갱신 의사 없다 밝혀놓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임대인
임대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거절을 통보해놓고 이후 다른 임차인과 새 임대차 계약을 맺었더라도 기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 자체를 하지 않았더라면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라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렇게 임대인이 사전에 명백하게 계약갱신 거절 의사를 밝혀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따로 하지 않게 된 것이라면 이는 임대인의 별도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비슷한 사건에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명시적으로 먼저 계약갱신 거절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 1심 판결이 나온 적이 있어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의정부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16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나223406)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 씨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A 씨의 예비적 청구에 따라 B 씨는 9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6년 12월 임대인 B 씨와 보증금 4억4000만 원에 2년간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주하다 B 씨와의 합의로 2021년 2월까지 임대차 기간을 더 연장했다. 그런데 A 씨는 2020년 11월 B 씨로부터 임대차 계약 만료 이후 실거주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다. B 씨가 직접 거주 목적을 밝히며 계약 갱신을 거절할 뜻을 밝히자 A 씨는 2021년 2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B 씨는 A 씨가 이사한 지 3개월 만에 새 임차인과 보증금 6억5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를 알게 된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실제 거주하겠다면서 임대차 계약갱신을 거절했음에도 제3자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며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금 10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선 먼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B 씨에게 임대차 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A 씨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B 씨가 2020년 11월 고의 내지 과실로 마치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말해 A 씨가 임대차 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 행사기회를 상실하게 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A 씨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B 씨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A 씨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사건에서 C 씨가 임대인 D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가소1067836)에서 “D 씨는 C 씨에게 225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D 씨도 C 씨에게 실거주를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고 했지만 C 씨가 이사하자 다른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례였다. D 씨는 “C 씨가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사실조차 없어 갱신 거절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D 씨가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먼저 계약갱신을 거절할 것임을 확실하게 밝힌 상황에서까지 C 씨에게 계약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D 씨는 C 씨에게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임대인이 실거주 할 경우 등에는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 제5항은 임대인이 실거주 하겠다고 계약 갱신을 거절해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해당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법제6조의3
임대차계약
계약갱신
이용경 기자
2023-02-23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임대인이 권리금 일부 배상해야… 지연손해금은 '임대차 종료 다음날'부터 지급해야
[판결]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대차계약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해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했다면
[대법원 판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방해했다면 권리금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상가건물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책임은 상가임대차법이 요건, 배상범위 및 소멸시효를 특별히 규정한 '법정책임'이며 지연이자는 임대차 종료 다음날부터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 2022다260586(2023년 2월 2일 판결) [판결 결과] 임차인 A 씨가 임대인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지연손해금(지연이자) 부분을 파기자판. [쟁점] △상가건물 임대인이 임차인의 주선에 따른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이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하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인지 여부 및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도 손해배상법 기본 이념에 따른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지 여부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성질 및 그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기는 임대차 종료일에 도래해 그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하는 것인지 여부 [사실관계와 1,2심] A 씨는 2019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1일까지 건물주 B 씨로부터 서울의 한 건물 1층 일부를 임차했다. A 씨는 같은 해 10월 신규 임차인 C 씨와 권리금 계약을 하고 B 씨에게 알렸지만 B 씨는 C 씨와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했다. 이에 A 씨는 또다른 신규 임차인 D 씨와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총 1억10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하고 B 씨에게 통보했지만 B 씨는 D 씨와의 임대차계약도 거절했다. A씨는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며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1억2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지연손해금도 인정했다. 2심도 B 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금액은 7100여만 원으로 낮췄다. 지연손해금도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각각 치른 날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B 씨가 A 씨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했고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손해배상법 기본 이념에 따른 책임제한을 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만, 상가임대차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금의 회수기회란 임대차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통해 창출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신규임차인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방해한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액은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을 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일 또한 임대차가 종료한 날인 점 등 상가임대차법 규정의 입법취지, 보호법익, 내용이나 체계를 종합하면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상가임대차법이 그 요건, 배상범위 및 소멸시효를 특별히 규정한 법정책임이고, 그 손해배상채무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에 이행기가 도래해 그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 "상가임대차법이 정하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성질 및 그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최초의 판시다."
권리금
상가
임대차
박수연 기자
2023-02-17
기업법무
소비자·제조물
[판결] 닷새 간 정전으로 180억 원 손해 본 기아차… 법원 “송전선로 시공사 과실”
닷새 간 정전이 발생해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은 기아자동차가 생산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를 시공한 LS전선으로부터 73억 원이 넘는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법원은 LS전선의 송전선로 이설 과정에서 시공 상의 과실로 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3일 기아차가 LS전선과 엠파워, 대한전선(소송대리인 정수근 법무법인 선백 변호사)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41891)에서 "LS전선은 기아차에 72억8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엠파워, 대한전선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기아차는 2018년 9월 20일부터 약 닷새 간 화성공장에 정전이 발생해 차량 생산라인 6개의 가동이 모두 중단됐다. 이 사고로 기아차는 약 182억여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앞서 기아차는 신평택복합화력발전소의 건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송전선로 이설에 협조한 바 있다. 기아차는 정전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중송전선로 이설 과정에서 하자 및 과실이 있었다고 보고, 송전선로 시공사인 LS전선과 엠파워, 자재공급 업체 대한전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기아차는 "사고는 송전선로를 통해 정상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대한전선이 공급한 자재로 제작된 EBA(기중종단접속함) 내부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제조물책임법 및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EBA는 지중송전선로(땅 속 송전선로)와 가공송전선로(전신주 등 공중 설치 송전선로)를 연결해 전력이 전달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재판부는 전기안전연구원과 감정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LS전선에 송전선로 내 EBA 시공 과정에서의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며 "LS 전선은 기아차가 입은 정전 사고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선 "EBA는 대한전선이 제작한 제품을 공급 받아 LS전선이 한국전력과의 계약에 따라 현장에서 설치·시공한 것이어서 제조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LS전선과 엠파워에 제조물 책임법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전선에 대해서도 "기아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번 사고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제조물 책임법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전 사고에 따른 기아차의 손해액을 182억여 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초고압 지중선로는 건설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절연파괴 고장 등에 대비해 유지보수를 위한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아차는 송전선로를 한국전력으로부터 인계받은 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6년 간 유지보수를 위한 부분방전 진단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기아차의 관리 소홀로 인한 책임에 보다 비중을 둬야 하고, LS전선이 공사로 얻은 이익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시공과실
제조물책임
정전
이용경 기자
2023-02-13
형사일반
[판결] '세월호 구조 실패' 김석균 前 해양경찰청장, 2심도 "무죄"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응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사망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전·현직 해경 관계자들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 한기수·남우현 고법판사)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 등 해경 관계자 9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2021노453).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별건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목포해양경찰서 3009함 함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각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관계자들의 증언과 기록에 따르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선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전달받아 확실히 인지한 정보는 세월호가 50도 가량 기울어졌다는 점과 승객 비상 탈출 여부를 문의한다는 등 제한적 정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시 VTS센터장의 보고 내용을 근거로 세월호 침몰이 임박해 즉시 퇴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승객들이 아무런 퇴선준비 없이 선내 대기중이라는 사실을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로 볼 때 쉽사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는 당시 진도 VTS와 교신하면서 선내 방송 등 어려운 상황을 보고하면서도 승객을 탈출시킬 경우 즉시 구조가 가능한지 세 차례나 문의했고, 이미 세월호에 지속적으로 탈출을 촉구했다"며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와 직접 교신을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승객 대부분이 아무런 대비없이 선내 대기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원고가 되어 정부와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단에서도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직무상 과실 역시 같은 취지로 업무상 과실 주장이 배척됐고 그대로 확정됐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청장 등의 업무상 과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4명이 숨지고 142명을 다치게 했다며 2020년 2월 기소됐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유도와 선체진입 지휘 등을 통해 최대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앞서 1심은 "사고 당시 각급 구조본부는 각자 사용가능한 통신수단으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김 전 청장 등이) 사고 당시 123정이 교신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거나 세월호의 호출에 응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예상해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구체적 구조임무와 관련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고 발생 초기에 퇴선유도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한 것처럼 내부 문건을 수정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 전 함장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해양경찰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업무상과실
해양경찰
한수현 기자
2023-02-07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韓 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손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55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110659)에서 "대한민국은 응우옌티탄에게 3000만 1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먼저 박 부장판사는 한국과 월남, 미국 사이에 체결한 군사실무약정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해당 약정은 양국 기관 간 체결에 불과하고, 기관 외 베트남 국민 개인이 원고로서 한국 정부 상대 청구권을 배제하는 법적 효력은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베트남 민법과 헌법 등 각 법령 규정 내용을 보면 베트남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도 베트남 시민과 소송절차에 있어 응당 권리의무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해 상호보증이 인정된다. 정부 측은 민법상 불법행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부분을 살폈을 때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상호보증이란 특정 국가의 법령 등에서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 우리와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경우 우리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국가배상법 제7조에서는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 해당 국가와 상호 보증이 있을 때에만 국가배상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박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 수행 중 응우옌티탄의 집에 이르러 총으로 위협하면서 가족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명령했고, 밖으로 나오자 바로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응우옌티탄과 오빠는 총격으로 심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되고, 외출했던 어머니는 같은 중대 소속 군인들이 강제로 한 곳에 모이게 해 총으로 사살당한 사실이 인정할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응우옌티탄은 소송을 제기할 무렵까지도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한국 정부가 응우옌티탄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4000만 원으로 정했다. 다만 응우옌티탄이 3000만 100원을 청구해 그 범위에서 배상하라고 했다. 응우옌티탄은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던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민간인을 학살해 가족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해병대 소송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이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소송을 제기한 응우옌티탄과 그의 삼촌도 법정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도 했다. 우리 법원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베트남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선고 직후 응우옌티엔은 소송대리인단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국가배상
한수현 기자
2023-02-07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긴급조치 제1·4호 피해자도 국가배상책임 인정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로 피해를 본 국민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이어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 피해자에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긴급조치 제1·4호 위반으로 체포됐던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다201184)에서 원고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1974년 긴급조치 제1·4호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돼 수개월 동안 구속됐다. 이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속이 취소돼 풀려났다. 1,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A 씨가 2008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고도 시효 3년을 훨씬 넘긴 2019년에야 소송을 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A 씨 상고심이 계류 중이던 작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2018다212610). 대법원은 A 씨의 사건에서도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률적·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만큼 원고가 소를 제기할 때까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긴급조치 제1·4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됨을 처음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긴급조치 제1·4호 위반과 관련된 국가배상책임에 관해 그동안 진행되어 온 일련의 법률적·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까지는 그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음을 부가적으로 설시함으로써, 긴급조치 제1·4호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같은 날 1977년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B 씨에 대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2020다210976).
긴급조치
국가배상
민주화운동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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