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19일(금)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수주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소고
우선 지면상 ① 국가계약법(이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되는 각 법률 및 법령을 통칭하여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 체결 방식은 계속비계약과 장기계속계약으로 나뉜다는 점 ② 장기계속계약에서 수급인 측의 귀책사유 없이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는 구조와 이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하지 못함과 각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미리 밝힌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7년의 장기계속계약에서는 7년을 명시한 총괄계약이 먼저 체결되고 이후 매년 1년짜리 차수별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면서 그 해의 공사비용도 정산하여야 하는데 간접비의 경우는 누구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한 채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점 정도만 간략히 기재한다. I. 대상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기간이 약 2년간 연장됨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1·2심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상판결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에 기재된 총공사기간이나 총공사금액에는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분석 1. 대상판결에서의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이미 지난 차수의 공사기간에서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총괄계약 종료 전이기만 하면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괄계약과 각 차수별 계약의 법리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구체적으로는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계약상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로 쟁점이 집중되었다. 2.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상 전체적인 사업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예산일년주의나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무 조항 등을 들었다. 반면 소수의견은 총공사기간 등에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계약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들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 처분문서 해석의 법리에 반하는 결과 -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및 실무례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상 계약이 공공기관 등과 계약 상대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과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에 대하여 계약의 양 당사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통상 실무상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에 의하여 계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총공사기간 7년의 장기계속계약이 체결될 때 당사자들이 '7년짜리 계약을 1년으로 쪼개어 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7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실무상 당사자들은 총공사기간 동안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차수별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시간대 별로 나누어진 공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일반조항을 후퇴시키는 결과 발생 총공사기간의 구속력 유무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국가계약법상 일반원칙은 여전히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은 예산이 확보된 계속비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장기계속계약은 오로지 발주자의 사정이나 편의에 의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비계약이 아닌 장기계속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됨에 따라서 수급인인 민간 사업자가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제도는 일본의 회계법에 규정된 것을 도입한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장기계속계약의 적용범위를 전기·가스·수도 및 공공전기통신 역무 등 해당 연도에 이루어진 역무 범위를 특정하기 쉬운 종류에 한정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공사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해당 차수별 기간으로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법리를 장기공사에 적용함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접비를 청구하는 경우까지 형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발주자 측의 일방적 사정으로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계속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조건을 계약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특약금지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다.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의 규정 목적(예산 확보로 인한 결과 및 부실공사 방지)에 반하는 결과 발생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둔 이유는 ① 세수의 증가로 계약금액을 증액해 줄 예산 재원의 확보 ② 건설비용의 증가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실공사 방지에 있다. 간접비는 차수별계약의 특정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님에도 그 시적 한계만을 강조하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만큼의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계속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방식으로 인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까지 입법자가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 국가계약법상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오히려 바뀐 해석 국가계약법에는 발주자에게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영역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한 영역 중 하나이다. 대상판결은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여 둔 경우보다 더 가혹하고 불리한 결과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불리한 지위에서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한 사인에게 재차 사적자치의 원칙을 강조하여 간접비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해석상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국가계약법이 예정하는 강조점(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계약금액 조정에 성실히 응할 의무의 존재)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마. 간접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발생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매 차수별 준공시마다 간접비를 발주자에게 청구하면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증명의 어려움인데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수 외에도 계약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둘째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다. 관급 공사의 수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위 처분은 사실상 사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존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발주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더라도 매년 발주자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면서 간접비를 청구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간접비 청구 포기는 배임의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택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로 인하여 건설회사들로서는 공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량한 업체의 경우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리스크에도 불과하고 일단 낙찰을 받기에 급급한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가계약법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의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III. 맺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대상판결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방식이 대규모 공사에 대해서도 도입되어 버린 점, 수없이 체결되었고 앞으로도 체결되어야 할 장기계속계약들의 이행 실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은 부실공사를 방지함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에는 장기계속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열어주기 위한 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공사대금청구
장기계속공사계약
대림산업
서울시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2020-09-14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부존재 증명의 정도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51689 판결 - 판결요지: 연대보증인 교체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졌고, A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고, 명의신탁자들과 명의수탁자들이 친족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 당시 원고 등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요지: 조세회피목적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세회피목적 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1. 사실관계 원고와 그 배우자 甲은 2008년 5월 甲이 대표이사로 있던 A 회사의 발행 주식을 乙(원고와 甲의 자녀), 丙(甲의 누나), 丁(甲의 사촌동생의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하고 명의개서를 마쳤다. 피고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2012년 7월 명의수탁자들인 乙, 丙, 丁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원고와 甲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A 회사가 실제로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와 甲은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②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은 조세를 체납하고 있었고, 주식을 양도한 외관에 의하여 과점주주 및 제2차 납세의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③ 설령 원고 주장의 강제집행 회피,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한 경영상 필요 등 여러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와 甲이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연대보증인을 甲에서 乙로 교체하는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② 명의수탁자들은 원고 및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A 회사는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고,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으며, 甲에게 이미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원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이미 부도처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평석 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에 있어 조세회피목적의 의의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행정벌인데 세금 형식으로 부과된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하여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만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결국‘조세회피목적’은 위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 증명에 대한 판례의 동향 당초 대법원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배척되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누1532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다수).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은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판결은“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기존의 엄격한 입장으로 회귀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은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302 판결, 2011. 3. 24. 선고 2010두24104 판결), 대체로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1933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두6988 판결 등 다수).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다. 대상판결의 입장 원심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위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다음,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등의 판시를 인용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차이 외에도 대상판결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흐름이 다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있어서 향후 배당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주의 구성이 명의신탁 전후로 유사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회피목적도 없다고 보았다. 이는 장래 배당의 가능성을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결의 흐름과 분명히 구별된다. 라. 조세회피목적에 조세의 징수를 면할 목적도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에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다는 사정을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본 원심판결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체납 등의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한 상태에서 주식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당초 집행가능하였던 재산이 은닉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대상판결은 이를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회피란 개념적으로 과세요건의 충족을 벗어나는 행위, 즉 조세의 확정을 회피하는 행위로 이해된다(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년, 106면 등). 따라서 조세 확정 이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조세 징수의 곤란은 원칙적으로 조세회피라는 개념에 포섭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조세를 체납 중인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하여 이를 조세회피목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징수의 면에서도 체납자의 명의신탁은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조세의 징수에는 아무런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체납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재산의 보유 및 제3자에 대한 처분과정에서 발생하는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체납상태가 아닌 명의수탁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 회피 여부가 문제되는 조세는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또는 이를 보유 및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무자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뒤 그 대금은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폭탄업체를 이용한 금지금 거래)에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양자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대상판결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두38621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상판결이 단순한 1회성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래 대법원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는 ‘조세회피목적’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상판결을 비롯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위 규정의 위헌성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증여세
조세회피
명의신탁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7-10-11
신사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들어가는 말 얼마 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인 소위 '물량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최초로 인정한 고등법원판결로서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기대되었으나, 그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대법원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만 판단하고 달리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의 내용을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검토하고,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사건의 경위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피고 공정위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A, B, C, D, E(이하 "원고들")에 대하여, ① A가 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C 회사의 부품 가격을 인상하여 지급한 행위 등 및 ② A, B가 E의 경쟁사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한 행위, ③ 사업능력이 검증되기 이전인 D의 설립 초기부터 A, B, C, E가 D에 자신들의 운송 물량을 대부분 몰아준 행위가 각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특히, 피고 공정위는 위 ③번 행위에 의한 거래가 (i) D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현저한 규모의 거래"이고, (ii) 해당 거래에 따른 D의 매출총이익률 등에 비추어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이며, (iii) 비경쟁적 방식에 의한 현저한 규모의 물량수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하여 이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라고 판단하였고, (iv) 이로 인하여 D가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유지한 반면, 지원주체의 경쟁력 저하,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의 신규진입 저해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9. 8. 19. 선고 2007누30903 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 각 행위 중 ②번 행위에 대하여, 일관제철소로서 자동차용 강판의 생산원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甲 및 甲으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의 원자재인 열연코일 등을 50% 이상 조달하여 생산하는 乙의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으므로 E가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정상가격의 범주를 벗어난 것인지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A, B가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E에 대한 지원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위 ②번 행위에 대하여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였고, 그 외의 행위들에 대하여는 대부분 공정위의 처분 내용을 수용하여 공정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두15494 판결)의 선고 경위 및 요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원고들 및 피고 공정위는 각각 상고하였는데, 특히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 이어 8차에 걸친 상고이유보충서까지 제출하며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다투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돌연 상고를 취하하여 대법원은 원고들 주장에 대한 판단을 모두 배제한 채 피고 공정위의 주장에 대하여만 판단하였고, 피고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하며 위 ②번 행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고 가. 원심판결을 통해 살펴본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물량 몰아주기는 지원주체인 사업자가 현저한 규모로 사업물량을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지원객체인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1의2] 10.항).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여 거래비용을 내부화하고, 수급상황의 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등으로 각 계열회사에 산재되어 있던 공통 업무를 집중할 유인이 존재한다. 반면에, 이러한 거래물량의 집중은 기업집단 내의 부실기업을 지원하거나, 지원객체 기업의 지분을 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소유한 뒤 해당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편법적으로 재산상속 내지 경영승계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2) 그런데 기업집단의 거래물량이 집중되더라도 그 거래조건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지원주체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거나 지원객체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상황을 왜곡하지 않는 경우, 이로 인한 경쟁법적 관점 외의 효과에 대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도덕적 비난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에 대법원은 H투자신탁이 특정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열회사인 H투자신탁증권에 상당 규모의 대출을 해 준 사안에서 "현저한 규모의 거래라 하여 바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는 지원성 거래규모 및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대출 규모가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서 H투자신탁증권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아니하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공정위는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③번 행위에 대한 지원행위 성립요건을 현저한 규모, 상당히 유리한 조건, 과다한 이익 제공으로 나누어 판단하였는데,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의 거래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를 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물량 몰아주기의 경우 해당 거래에 '현저한 규모 +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인정되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인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물량 몰아주기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불균형을 반드시 전제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비용의 내부화를 통한 부의 창출은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생리상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 ③번 행위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한편, 원심에서 A, B, C, E는 위 ③번 행위의 부당성이 없다는 그 근거 중 하나로 '해당 거래로 인한 기업집단의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였는데, 원심판결은 "지원행위에 단순한 사업경영상의 필요 또는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935 판결 등)의 법리를 제시하며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물량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인지 판단하기 위하여는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사업경영상의 필요나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만을 이유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을 부정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량 몰아주기가 지원행위로 판단된다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으로 인해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의 경쟁질서를 왜곡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다른 일반적인 부당지원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심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 내에서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것이다. 나. 대법원 판결의 의의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대법원은 피고 공정위의 상고에 대하여만 판단하였는바, 해당 판결은 ②번 행위와 관련하여 부당지원행위의 판단 기준 및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의 의미에 대한 기존 판례의 법리를 확인하고, 행위 당시의 특수한 시장상황에 비추어 지원객체의 경쟁사업자가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제시한 사례로의 의미만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③번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심판결은 향후 공정위가 물량 몰아주기를 부당지원행위로 규제함에 있어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 맺음말 최근 공정위는 물량 몰아주기에 의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규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에 원심판결은 당분간 물량 몰아주기의 지원행위 여부 및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일단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2013-01-10
최승재 변호사(서울)
경영판단의 항변과 기업경영진의 배임죄의 성부
I. 판결의 요지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 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II. 경영판단의 항변 1. 의의 통상 ‘경영판단의 법칙(Business Judgment Rule)’이라 불리는 경영판단의 항변은 형사상의 배임의 성부 및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그 행위를 한 기업의 결정권자, 소위 경영진의 본인인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가하려고 한 의도로서의 고의의 판단을 함에 있어, 기업의 경영이라는 것이 고도의 기술적인 영역이 내재하고, 아울러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그 경영의 판단에 있어서의 최종적인 결과로서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가 경영진의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영상의 사정을 고려할 때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었으나, 여타의 추가적인 사정으로 인한 것이어서 그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항변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항변은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는 자연과학적인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Agent)인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대하여, 대리인의 행위의 합리성이 담보된다면 여러 가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대안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내지 그 기저가 되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현실적인 금전적인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불행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고, 이로 인한 비용은 대리인 비용으로 주주들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 적절한 손해 귀속의 판단이라고 하는 항변인 것이다. 2. 경영 판단의 항변의 인부에 관한 논란 종래 국내에서는 경영판단의 항변을 우리 법원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학설 상으로는 이사의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을 잘못한 것은 임무해태로 보지 않는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판단의 항변(Business Judgment Defense)은 이사의 고의 또는 과실의 판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로서 명시적으로 자구를 법원이 사용하고 있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과실 판단을 하기 위하여는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고, 실제로 법원이 ‘대기업의 회장 등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甲 계열회사의 자금으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한 상태에 있는 乙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액면가격으로 인수한 것’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하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4.6.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다수 판결)’고 하여 명시적으로 경영판단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설시를 하지는 않으나, 신임관계를 저버린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는 항변과 관련하여 판단하였을 것이므로, 우리 법원이 종전에 경영 판단의 항변을 고려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III. 경영판단의 합리성의 판단 요소 1. 경영 판단의 항변에 있어서의 주장 요소 위 판결에서 법원은 (1)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2)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3)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4)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영진 측의 소송대리인은 위 각 사항 중의 일부 또는 전부에 관한 항변을 통하여, 배임죄의 고의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거나, 내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합리적으로 의심이 없는 수준의 입증이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없음을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2.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통상 기업의 의사결정은 대표이사 내지 실질적인 경영을 지시하는 사실 상의 업무지시자와 같은 상층 경영진의 검토 지시로 인한 하향식(downstream) 내지 실무자 선에서 상층으로의 상향식(upstream)의 의사 흐름에 의하여 개시된 사안이, 내부적인 실무자 선에서의 검토 및 검토 내용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부적인 기업 지배 구조 상에서의 이사회 내지 경영위원회 등에서 결의가 이루어 지고, 이렇게 이루어진 결의가 실행이 되는 개시(Initiation), 검토(Review), 결의(Decision Making), 실행(Execution)의 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내부적인 의사 결정의 흐름에 있어서, 예를 들어 영업 실무자가 당해 기업이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기 위하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여 인수하게 되는 경우와 역으로 경영진 미팅에서 지분 인수 논의가 나오고, 이에 대하여 실무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내용인데, 추후 당해 지분의 가치가 폭락하는 경우에 내부 의사결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절차가 마쳐 졌고, 그 인수 가치의 평가의 적정성이 담보되는 등 판단에 명백한 위법성이 존재하지 않는 한, 당해 경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경영층의 지시에 의해서 검토가 이루어 졌고, 실무자들의 반대 내지 외부 전문가들의 명백한 합리적인 논거에 기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결정이 이루어 진 경우에는 경영 판단의 합리성이 의심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요소 들을 고려하여 예를 들어 정실 내지 계열회사 관계의 존재, 내지 금전적인 거래의 존재 등으로 인하여, 경영진이 본인인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그 손해를 본인에게 가한다는 인식이 없는 한 단순한 합리성의 결여 만으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3.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각 사업에서의 합리성의 판단은 그 대상 사업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사이클이 매우 큰 산업 형태인 조선업의 경우에는 호황기를 지나 불황기에 이르게 되면, 수주율이나 도크의 가동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고려를 하지 않고, 불황기에 호황 사이클의 도래를 예상하고 투자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사이클의 회전이 늦어져서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이를 임무를 해태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본 건에서의 보증보험회사의 경우에는 보증보험 자체가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을 보완해 줌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어느 정도 보험 사고의 발생이 그 사업의 특성 상 예견되어 있어 보증금액의 상환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보증할 임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영판단의 적법성을 고려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서, 만일 이러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당해 판단이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기업이 처한 전체적인 상황이다. 회사의 손해 내지 이익의 발생은 당해 기업 자체의 판단에 의한 결과로 귀속되는 것이기는 하나, 당해 기업의 손익은 반드시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서 예측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 상황의 변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당해 기업의 경영진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 일시적인 효과를 주는 경제적 변수를 제거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경우인지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므로, ‘제거 판단(but for test)’를 하여서 만일 그러한 ‘외생 변수’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합리적인 예측으로 제거 가능한 손해를 무시하고 그러한 의사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러한 의사 결정을 경영진의 의도가 본인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5. 손해발생의 개연성과 이득획득의 개연성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할 개연성이 존재하거나, 내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거래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것처럼 ‘위태범’으로서의 최소한 손해발생 등의 개연성이 존재하여야 할 것인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실제에 있어 정상적인 경영 상의 판단은 ‘제한적인 합리성(Restricted rationality)’에 근거하여 이루어 지는 것으로, 당해 시점에 있어서의 판단의 적부를 추후에 추가된 자료를 근거로 하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영 판단 항변은 배임죄의 손해 요건과 관련하여, 손해가 발생할 것이 당해 의사 결정의 시점에서 있어서 예견된다는 사정이 내부의 실무자 검토 내지 외부 전문가 검토에서 드러나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당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객관적인 제3자로서의 투자기관에서의 평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도 위에서 언급한 제한적인 합리성을 갖춘 판단으로 인정된다면 항변으로서는 족하다고 생각한다. IV. 본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경영상의 판단에 있어서, 경영 판단의 항변을 받아들여 엄격한 해석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기업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위험 인수자(risk taker)’로서의 속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향후 판례의 전개를 통하여 금번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의 요소로 제시한 (1)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2)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3)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4)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 등이 좀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검토되리라 생각한다.
2004-10-21
조용식·趙龍植 변호사(다래 법률·국제특허 대표변호사)
2001년2월8일 東京고등재판소 제19민사부 판결, 2000년(ネ)제2915호 부당
일본의 사적독점의금지및공정거래확보에관한법률(우리나라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해당한다. 이하 ‘독점금지법’이라 한다)은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으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형사상으로는 형벌을 가할 수 있고,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우리나라 법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이나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 특히 과징금과 함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동경고등재판소가 독점금지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과징금, 형벌 및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동시에 인정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관심을 끌었다. 2001년 2월8일 東京고등재판소 제19민사부 판결, 2000년(ネ)제2915호 부당이득 본소·반소항소사건{(判時1742호 96항) 현재 상고심 계류중이다}에서는 담합에 의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 무효가 된다면 그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지, 담합행위라는 하나의 독점금지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벌금·부당이득 반환이라는 3중의 제재를 받는 것이 현대법의 대전제인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위 사건은 피고들이 수년간에 걸쳐 담합하여 사회보험청이 지명경쟁입찰의 방식으로 발주한 스티커 입찰의 수주예정자를 미리 결정하는 등의 협정을 한데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에 대하여 과징금의 납부를 명령하였고, 그 과징금의 부과가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들은 그 종업원들과 함께 경매입찰방해죄(일본형법 제96조의3)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아가, 원고(국가=사회보험청)는 피고들의 담합에 의한 계약이 미풍양속위반 등에 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부당이득금반환청구로서 적정가격에 의한 계약금액과 이미 지불된 금액과의 차액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①원고가 위 계약을 추인하였고, ②원고의 담당자는 입찰이전에 담합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信義則)위반이며, ③원고는 계약에 따라 대금을 지급할 당시 이미 대금채무의 부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채변제(非債辨濟)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원고의 미지불 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하였다. 동경고등재판소는 판결에서 “입찰제도의 취지 자체로부터 보아도 담합에 의한 입찰은 당연히 무효이고, 이에 근거한 계약은 미풍양속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할 필요 없이 당연히 무효에 해당한다. 담합에 의한 입찰을 무효로 함은 원고의 계약담당관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설령 원고의 계약담당관이 담합을 용인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담합에 의한 입찰을 유효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청구제도와 과징금제도는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 손실을 입고 있는 자가 있는 경우에 그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과징금 제도에 의해 방해되는 결과가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위 판결은 일응 “미풍양속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할 필요 없이 당연히 무효에 해당한다”라고 함으로써 종래 일본의 판례가 지지해 온 미풍양속위반을 이유로 한 상대적(제한적)무효설을 취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사실관계나 판결의 취지를 볼 때 고등재판소가 그간의 입장을 변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겠다. 다른 한편, 카르텔 행위에 의한 부당한 경제적 이득의 박탈이 과징금 부과의 중요 목적이라고 할 때,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위 판결은 현대법의 이중처벌금지 내지 공평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2002-12-19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