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원고회사에는 甲, 乙 두 대표이사가 선임되어 있었다.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개인 乙과 회사의 감사인 개인 丙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 거기에 감사까지 상대로 하는 이 소송을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수행할 수는 없다(상법 제394조). 그래서 甲은 法院에 민사소송법 제64조, 제62조에 의거 특별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고, 法院이 그 신청을 받아드려 A를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A가 회사를 대표하여 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乙이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로 말미암아 乙은 회사의 이사 및 대표이사직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그 뒤 회사 주주총회가 甲 1인만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다. 이로써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송의 제1심 法院이 원고패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자 甲이 회사를 대표하여 위 판결에 항소를 제기하였다. 당시 A에 대한 法院의 해임결정은 아직 나오지 아니하였다. 항소심은 그 해임결정이 나오기까지는 A만이 회사를 대표하여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회사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이에 회사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흠이 보완된 甲도 회사를 대표하여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특별대리인선임행위의 성질
法人에게는 自律權이 부여되어 있다. 한편 법률은 法院에게 法人에 대한 監督權을 부여함과 아울러 後見機能을 맡기고 있다. 法院의 法人에 대한 특별대리인선임행위는 法人이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때에, 法人이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法院이 내리는 후견기능의 행사이고, 暫定的 處分이다. 法人이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法院의 특별대리인해임결정 전이라도 法人으로 하여금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法人이 正常化되면 후견기능으로서의 暫定的 處分보다 法人의 자율권을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法院의 해임결정은 사후 처리에 불과하다. A에 대한 法院의 해임결정 전이라도 甲이 회사를 대표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시한 것은 특별대리인선임행위의 성질에 맞는 판시이다. 타당하다.
3. 類似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엇갈린 판시
대상판결 이전에 대법원이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엇갈린 판시를 내놓았다.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 사례1; 대법원 1997.1.21. 선고 96누3401 판결
의료법인의 이사에 관한 사건이다. 주무관청이 이사 중 몇 명(F)의 이사취임승인을 취소하였다(이 취소처분을 제1처분이라 함). 남아있는 이사(G)의 신청을 받아 법원이 결원의 보충을 위하여 임시이사(H)를 선임하였다. F가 주무관청을 상대로 제1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행정법원이 제1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주무관청이 제1처분을 취소하였다(이 취소처분을 제2처분이라 함). 이에 불구하고 G와 H가 이사회를 열어 이사·감사를 선임하고 주무관청에 그 승인신청을 하였다. 주무관청이 승인을 거부하자 G 등이 그 거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원판결은 제2처분으로 제1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법원의 임시이사 H의 선임행위가 무효로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H의 임시이사의 지위도 소멸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G 등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G 등이 상고하자, 대법원이 G와 H가 참가하여 결의한 이사회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제2처분으로 제1처분이 취소됨에 따라 F가 이사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고, H는 법원의 임시이사선임결정취소 전이라도 그 지위를 잃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요지이다.
※ 사례2;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920 판결
주식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벌어져 法院이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K의 의결권행사금지강제조정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것과 같것이다. 이에 불구하고 K가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그 의결권행사로 이루어진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그 가처분사건의 본안사건에서 K가 그 주식의 소유권자임이 확정판결로 밝혀졌다. 본안에서 가처분신청인에게 被保全權利가 없다고 밝혀진 것이다. 가처분결정은 臨時的 地位를 정하는 것이요, 그 효력은 暫定的이다. 그렇다면 法院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결정에 불구하고 K가 행한 의결권행사의 효력을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가처분결정에 위반하였다는 사유만으로 K의 행위를 무효화하여서는 안 되고, 그의 행위가 가처분결정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 한하여만 무효화하면 되는 것이다. 원판결이 그렇게 판시하였고 대법원이 원판결을 지지하였다. 그 결과 K의 참가로 이루어진 주주총회결의는 유효한 것으로 확정되었다.
※ 사례3; 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다70395 판결
法人의 대표권에 관한 분쟁 중 法院이 현 대표자인 P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 Q를 선임하는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그 뒤 P의 後任者로 R이 선임되어 R이 法人의 대표자로서 법률행위를 하였다. 그 법률행위란 위 가처분의 본안사건에서 피고인 法人의 대표자로서 원고의 청구를 認諾한 것이다. 당시 法院이 Q의 선임결정을 취소하지 아니한 상태이었다. 이에 P가 法人의 보조참가인으로 準再審을 청구하였다. R의 법률행위의 효력이 쟁점이다.
원판결은 R의 법률행위가 유효하다고 판시하면서 P의 준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R의 선임행위가 적법한 여부에 불구하고 法院이 Q의 선임결정을 취소하기까지는 Q만이 法人을 대표할 수 있지, R은 法人을 대표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에는 법리의 오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P의 후임자로 R이 적법하게 선임되었더라도 R은 法人을 대표할 권한을 가지지 아니하고, 따라서 R이 法人을 대표하여 행한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렇게 지적하였으나 대표자이던 P의 임기가 이미 끝나, 이제 P는 준재심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준재심청구를 기각한 원판결을 파기하지는 아니하였다.
4. 結語
사례1·2 판결의 취지는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된다. 사례3 판결의 지적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되지 아니한다. 사례2에 있어서도 R이 적법하게 선임되었다면, Q에 대한 法院의 선임결정 취소 전이라도 R이 法人의 대표자로서 직무집행권을 가진다고 판시하였어야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된다.
필자가 지난 해 사례3 판결에 대하여 반대 취지의 평석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10. 7. 22. 자). 法人이 正常化되었으면 法人의 자율권을 존중하여야 하는데, 위 지적은 法人의 자율권보다 法院의 권위를 앞세웠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앞으로 사례3 판결의 취지도 대상판결의 취지와 一貫되도록 대법원이 변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