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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판례해설] 신안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대법원 판례 해설
Ⅰ. 사건 개요 피고인들은 2016. 5. 21 ~ 5. 22. ○○초등학교 교사가 술에 취하자 피해자를 관사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주거에 침입하여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를 2회 간음(기수), 3회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결국 피해자에게 최소 1년을 초과하는 불상 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좀 더 상세히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하면 크게 2개의 범죄행위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2016년 5월 21일 피고인들이 한 범죄행위이다. 피고인 3명은 식당에서 여교사를 간음할 것을 순차,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술에 취에 항거불능상태에 빠진 여교사를 23시16분경 피고인 박○○은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23시 31분경 현장에 있던 피고인 이○○도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이후 23시 46분경 피고인 김○○이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한 제1행위와 이후 이들 피고인들은 2016년 5월 22일 다시 항거불능상태인 여교사 집으로 돌아와 01시 00분경 피고인 이○○가 여교사를 강간하고, 다시 01시 48분경 피고인 김○○도 여교사를 강간한 제2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Ⅱ.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2016년 5월 21일에 발생한 간음미수행위(3회)에 대하여는 공모, 합동 관계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각 피고인들의 단독 범행으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를 인정하였다. 2016년 5월 22일에 발생한 간음행위(2회)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공모, 합동관계를 인정하고 결과적 가중범인 성폭력처벌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유·무죄에 대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배척한 반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Ⅲ. 대법원 상고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2016년 5월 22일 발생한 간음(2회)행위 및 성폭력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김○○은 이에 더하여 원심의 징역10년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하였다. 검사는 2016년 5월 21일 발생한 간음미수(3회)행위 역시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박○○에 대하여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상고하였다. Ⅳ. 대법원에서의 쟁점 정리 및 판단 사건의 쟁점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들의 각 간음미수행위(3회) 사이에 공모공동정범, 합동범 성부와 피고인 박○○에 대한 주거침입죄 성부가 주된 쟁점이다.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가 자신 소유 봉고차량으로 만취한 여교사를 관사로 데려다 주려하자 피고인 박○○은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를 유일하게 알고 있다는 점, 피고인 이○○의 봉고차량 보다 카니발 차량이 만취한 피해자를 옮기기 편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관사로 이동하였다. 이 때 피고인 박○○은 피고인 이○○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뒤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관사로 갔다. 이후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 카니발 승용차 바로 뒤에 자신의 봉고차량을 주차하고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끝나기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피고인 박○○이 열어 놓은 관사로 들어가 간음행위로 나아갔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가 만취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후 피고인 박○○에게 여러 차례 전화 시도를 하여 피고인 박○○으로부터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 및 피고인 이○○가 관사 안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 관사에 도착한 후 관사의 문을 열어 피고인 이○○가 피해 여교사를 간음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간음행위를 위하여 피고인 이○○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였다. 이후 피고인 이○○에 의해 나체가 된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나아갔다. (2)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다만 공동가공의 의사는 사전모의를 필요로 하거나 범인 전원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집합하여 행할 필요는 없고 그 가운데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을 통하여 릴레이식으로 하거나 또는 암묵리에 서로 의사가 상통해도 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의 범행을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관사의 위치를 아는 박○○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고인 박○○ 역시 피고인 이○○가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 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이○○가 밖에서 망을 보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인 김○○ 역시 피고인 이○○와 피고인 박○○의 범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박○○이 준 관사의 위치, 피고인 이○○도 관사에 들어갔다는 등의 내용과 피고인 이○○가 범한 간음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김○○ 모두 피해 여교사를 간음한다는 점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 2.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는 관사 주변에서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열려진 관사에 들어가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합동범의 성립 요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3항, 제1항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려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고 범의 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었다면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인정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가능성 피고인 박○○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 피고인 이○○는 피해자 관사 주변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서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동범이 성립한다. 3.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미혼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관사에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 여교사를 간음할 목적으로 들어갔다. (2)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피고인 박○○은 만취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피해자의 관사에 들어가 갔다는 점에서 주거권자인 피해자의 묵시적 의사에 반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Ⅵ. 파기 환송심의 쟁점 1. 피고인들의 제1행위에 대한 죄명 원심에서는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판단한다면 각 피고인의 죄명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피고인 박○○ 죄명 피고인 박○○에게는 합동범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강간미수죄, 그리고 피고인 이○○, 김○○의 행위에 대하여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2) 피고인 이○○ 죄명 피고인 이○○에게는 피고인 박○○과 함께 특수강간미수죄, 자신이 한 범죄인 주거침입간음미수죄 및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는 피고인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3) 피고인 김○○ 죄명 피고인 김○○에게는 자신이 범한 주거침입간음미수죄 외에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될 수 있지만 현장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및 피고인 이○○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피고인 김○○이 피고인 박○○과 피고인 이○○의 특수강간행위에 대해 공모하고 이에 공동으로 가담한다는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합동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Ⅶ. 결론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각 피고인들에 대한 제1행위에 대한 죄명이 변경된다면 단순일죄에서 3개 범죄의 실체적 경합이 되어 원심보다 형량이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에서 ‘피해자의 합의’라는 양형요소에 의하여 제1심에서 선고된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으로 감경하여 선고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파기환송심에서도 형량이 그렇게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뀌어 피해자의 의사보다 불법에 대한 형사사법의 정의 실현이 더 강조되었다는 점, 양형기준 상 ‘피해자와 합의’ 혹은 ‘처벌불원’은 하나의 감형요소로 선고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 피해자의 합의가 진의에서 이루어지는 것 보다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제1심의 선고형량을 거의 반으로 낮추는 것은 국민의 건전한 법 상식을 반영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이 아니라는 점을 파기환송심은 꼭 한번 고려해주시길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1-29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판례해설 - 부인이 남편 강간죄로 기소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 판결 2015고합968 감금치상, 강간, 강요 - 1.사건 개요 남편이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부인 쪽에서 이를 거부하며 친구(여성)와 합세하여 청테이프와 케이블 끈으로 남편의 목, 양 팔과 가슴 및 다리 부위를 결박하여 오피스텔에 장시간 감금하고, 결박 상태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하의를 벗긴 후 입으로 성기를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는 것임. 2. 재판 결과 부인과 공범인 친구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에 대하여 유죄 인정. 강간의 점은 무죄. 3. 무죄 이유 요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여부는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라는 판례를 기초로 하여 판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가 내심으로는 원하지 아니하였던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점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 4. 법원이 무죄 근거로 든 사실 피해자는 낯부터 밤중까지 장시간 결박 상태에 있었으나 밤중이 되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혀주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워 있다가, 결박 상태인 피해자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자신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였고, 성관계가 끝난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또다시 파경의 원인 등에 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음.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로 폭행하거나 협박한 바는 없음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이러하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성관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충분함. 5. 판결이 남긴 문제점 이건은 여성이 남성을 강간한 사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다. 형법은 원래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 즉 "여자"로 하였으나, 2012년 개정을 통해 "사람"을 강간한 자로 규정하였다. 전에는, 남자와의 공동정범이나 간접 정범의 형태로 여자가 강간죄의 주체가 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직접적 행위 주체가 되었다. 과거에는 생리적 육체적 차이를 고려하여 남자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사건은 그 첫 사례이다. 먼저 폭행 협박의 정도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판례와 통설은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이면 족하다고 한다. 선행(先行)의 폭행 협박 결과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도 강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면 족하고 폭행 협박의 정도는 묻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본 건 판결문상 피고인과 남편의 신체적 조건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남자가 장시간 목, 양팔, 가슴 및 다리를 테이프로 결박당하여 사건 당시 자력으로 헤어 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따라서 의사 결정의 자유가 제약되었고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기분을 맞추어 주는 우호적인 발언을 하였다하여 이를 근거로 동조하였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하며 지나치게 현학적이다. 더구나 남자가 명백히 "하지 말라"며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주장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판시 내용대로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면 위법성 조각보다는 구성요건해당성 자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초하여야 한다.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동조는 승낙으로 볼 수 없다. 본 건처럼 장시간 감금과 신체적 결박 상태가 계속되고 녹음을 강요당한 상태에서 행해진 동조 행위를 승낙으로 판단한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남는 문제는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점이다. 강간의 기수 시기는 성기를 삽입한 시기이다(통설). 형법 개정으로 이제 여자가 남자를 강간한 경우에는 성기가 삽입 당했을 때가 될 것이다. 사정까지 요하지는 않는다. 성기의 일부가 삽입되면 충분하다는 설과 성기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설에 의하건 성기가 전부 삽입될 필요는 없다.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지 않았다면 삽입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였을 터인데 이건에서는 삽입이 이루어져 행위가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가 다소 곤란한 점이 있다. 마음이 없이 두려운 상태에서도 오럴이나 애무로 발기가 가능한가하는 문제는 남는다. 6. 결 론 이건은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를 인정하면서 강간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설시 이유가 일관되지 않고 옹색하다. 원래 강간죄는 남성의 범죄였고 객체는 부녀자에 한했다. 과거에는 처에 대하여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간에는 성교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 자기 결정권 주장이 등장하고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등 성범죄에 대하여 사고의 지평이 광범위하고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세태는 자유로운 성 개방 풍조와 더불어 한 편으로는 개인의 성적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행중이다. 즉 종래의 좁은 의미의 폭행 협박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하면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소개된 케나다 온타리오 법원 마빈 주커 판사의 명쾌한 판결문 일부를 덧붙인다. "성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이 동의했는가?'. 이것 하나뿐이다. 어떤 상황, 환경에 놓였건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밤에 혼자 나다녔건, 어떤 옷을 입었건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동의'에 관해 두 사람의 주장이 매우 다르면...그게 바로 강간이다"(발췌)
강간
부부
2016-09-21
헌법사건
판례해설 - 헌재, '위헌 형벌조항' 소급효 최근 합헌 결정시까지로 제한은 "합헌"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하여 법률이, 특히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판단을 한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하면, 그 법률은 그 즉시 효력을 잃게 되고, 그 법률을 근거로 하여 발동되었던 다양한 국가권력들도 그 효력을 잃게 된다. 법률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단을 받았다면 그 법률은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어느 시점부터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인가?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라도 일단 법률로 유효하게 성립하고 효력을 발휘한다면 그 것을 기초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발전하게 된다.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을 받는 경우에도 소급하여서, 즉 처음 법률이 생겼을 당시로 돌아가서 모든 것이 없었던 것으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법을 신뢰하고 그 위에 생활관계를 쌓아 놓은 시민들의 생활관계, 즉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에 위반되는 판단을 받은 법률은 효력을 잃게 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무효의 효력은 법률이 위헌판단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즉 장래를 향하여만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유를 가장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은 형사법이다. 형사법이 위헌판결을 받는 경우는 어떨까?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에 의하여 시민들 처벌하는 법률에 기초한 법률관계를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보호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법은 형사법에 대하여 만큼은 위헌판단의 효과, 즉 그 법률 무효의 효과가 해당 법이 최초에 성립된 시점으로까지 소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법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는 것이 과연 항상 정의롭고, 항상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경우들이 있다. 종전에 위헌판단을 받았던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등 형사법이 시대의 정의감정에 기초하고 성질을 갖는 경우에 특히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시대의 가치관이 변화하였고, 그와 같은 가치관 변화가 위헌판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 과연 종전시대의 판단이 모두 정의롭지 않은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합헌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그것이 합헌적인 법이라는 신뢰가 더욱 강하여진 상황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 경우에는 이런 의문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2014년 국회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 단서(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라고 한다)를 신설하여 형사법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 원칙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였다. 이 법률에서는 기존에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는 때에는 그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애초에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점이 아니라, 종전에 합헌 결정이 있었던 날의 다음 날까지에만 소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4월 28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법률의 합헌성에 관한 최종 판단권이 있는 헌법재판소가 당대의 법 감정과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합헌이라는 유권적 확인을 하였다면, 그러한 사실 자체에 법적 의미를 부여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특정 형벌법규에 대하여 과거에 합헌결정을 하였다는 것은, 적어도 그 당시에는 당해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므로, 합헌결정이 있었던 시점 이전까지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근거가 없으며, 이러한 소급효 제한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그 판단이유이다.
위헌
소급효
헌법재판소법제47조3항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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