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이 지방자치단체의 보육 보조금과 학부모가 아이사랑카드로 낸 보육비를 한 계좌로 받아 개인적으로 썼더라도 보육비는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이므로 이를 이유로 지자체는 과징금·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4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달서구청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 등 청구소송(2013구합2336)에서 "구청이 김씨에게 내린 과징금과 원장 자격정지, 보조금 반환명령을 모두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이집 운영자금 계좌에 보조금과 보조금이 아닌 돈이 섞여 있으므로 김씨가 어린이집 운영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집행과정에서 어린이집 재무회계규칙을 위반했더라도 보조금을 유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전제로 한 처분들은 모두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곧바로 주는 기본보육료는 보조금에 해당하지만, 아이사랑카드 같은 차등보육료는 보육시설의 설치·운영자가 보육시설 이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육료"라며 "정부 또는 지자체가 결과적으로 차등보육료를 보육시설의 설치·운영자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육시설의 이용자인 학부모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지, 보육시설 운영자의 비용을 보조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3년 6월 구청으로부터 어린이집 운영실태에 대해 특별점검을 받았다. 점검 결과 김씨가 어린이집 통학용 차량으로 등록하지 않은 김씨 남편의 차량 유류비를 어린이집 예산으로 99만여원 집행하고, 영수증 없이 간식비 명목으로 180여만원을 김씨 개인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청은 김씨에게 과징금 760여만원과 원장 자격정지 3개월, 보조금 260여만원 반환명령을 했다. 김씨는 "기본보육료와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하는 차등보육료 등은 보호자에 대한 후생복지적 급여일 뿐 어린이집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