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권을 매매할 때 거래소 직원의 말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우려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법원이 거래소 직원의 신용만 믿고 함부로 직원에게 회원증과 인감증명서를 줬다가 사기를 당한 의사가 “회원권거래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골프장 회원권 거래가 일반 부동산거래와 달리 판 사람의 얼굴도 모른 채 거래소만 믿고 이뤄지는 관행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회원권과 관련한 금융거래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어 회원권 거래에 투명하고 확립된 관행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의사 정모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경기샹그릴라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팔아 리츠칼튼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사기 위해 A 회원권거래소에 매매업무를 맡겼다. 정씨는 거래소 직원 박모씨가 “회원권 매매에 필요하다”며 “먼저 회원증을 교부해 달라”고 하자 회원증과 함께 인감도장을 날인한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했다. 그러나 박씨는 회원증과 서류를 다 받은 것을 기화로 정씨의 이름으로 B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또다른 정씨에게 이 회원권을 3억9,000만원에 팔았고 명의까지 넘겨줬다. 그러고는 돈을 갖고 해외로 도주해 버렸다.
그러자 정씨는 “회원권거래소 직원이 적법한 권한없이 다른 사람에게 회원권을 팔고 명의까지 넘겨줬다”며 회원권 양도계약무효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정씨가 경기샹그릴라CC를 운영하는 경기관광개발(주)와 매수인 정씨를 상대로 낸 골프장회원권 양도·양수계약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2008가합62378)에서 지난달 23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원권 양도에 필요한 회원증 등 회원권의 양도절차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한 것은 정씨가 박씨에게 회원권의 양도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씨가 정씨를 대리할 의사로 정씨의 이름으로 회원권을 매도한 행위는 적법한 대리권에 기초한 대리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가 정씨를 대리해 회원권을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정을 B 회원권거래소가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의 대리권 남용행위에도 불구하고 박씨와 매수인 정씨 사이의 회원권 양도효력은 매도인 정씨에게 귀속되고, 박씨에게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명의변경절차까지 마친만큼 매수인 정씨는 회원권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근들어 골프장 회원권거래소 직원이 매매대금을 갖고 튀는 등 골프장 회원권 매매관련 법정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며 “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공시가 안되고 쉽게 위조가 가능해 앞으로 회원권 관련 분쟁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