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주고받아 함께 기소된 공동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변론이 분리됐다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있으므로 거짓으로 증언하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위증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 등 4명에 대한 상고심(☞2009도11249)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공동피고인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 절차가 분리돼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증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대향범(對向犯, 2인 이상의 행위자가 서로 대립 방향의 행위를 통해 동일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인 공동피고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며 "원심이 대향범인 공동피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씨 등에게 위증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 등은 뇌물증·수뢰 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돼 공동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면서 서로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다투던 중 뇌물 증·수뢰의 상대방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사건이 변론분리되면서 뇌물공여 또는 뇌물수수의 증인으로 채택돼 검사로부터 신문받게 됐고, 피고인들로서는 증인신문과정에서 그들 자신의 뇌물공여 또는 뇌물수수 여부에 관해 신문을 받게 됨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범죄사실이 발각될 염려가 있어 증언 거부 사유가 발생하게 됐음에도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종전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함에 따라 결국 거짓 진술에 이르게 됐다"며 "따라서 원심이 이씨 등에 대한 위증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교육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2003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교구 납품업자 등으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와 이씨에게 돈을 건넨 피고인들은 뇌물 증·수뢰 사건의 공동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았으나 1심에서 변론이 분리됐다.
1·2심은 "소송절차가 분리됐다고 해도 대향범이 함께 기소된 경우에는 분리된 공동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에 대한 경험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증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