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서방파와 함평식구파, 두 폭력조직의 합병으로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뒤 자연스럽게 범서방파 조직원이 된 함평식구파 출신 조직원의 범죄단체 가입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정모(43)씨는 고향 선배의 권유로 스무살이던 1993년 처음으로 조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범서방파'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다 2004년 범서방파를 탈퇴하고 함평식구파에 가입했다. 2008년 12월 정씨는 음주운전과 공문서부정행사죄 등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정씨가 복역하던 기간에 범서방파와 함평식구파는 범서방파 하나로 통합됐다.
정씨는 출소 뒤 범서방파 식사자리에 참석했다. 또 단합대회에도 나가 "형, 동생들 간 우애 있게 생활 잘하자"며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자리가 정씨의 범서방파 정식 가입자리라 보고 그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 가입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정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최근 정씨의 항소심(2015노1958)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식당에서 함평식구파 출신 선후배들간 식사모임을 가진 것은 통합에 반대하지 않고 변경된 지위를 그대로 용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용인이 범죄단체에 새로이 들어가는 가입 또는 새로운 범죄단체의 구성원이 되기로 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삼은 식사자리가 정식 가입자리가 아닌 선후배간 친목을 위한 식사자리였다고 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와 함께 범서방파 조직원 식사자리에 참석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다른 조직원(38)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