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준 뒤 대부업법상의 규정보다 높은 이자를 받았더라도 대부업자가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신의칙상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고율의 이자를 대가로 돈을 빌려줬을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대부업자가 아닌 이상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고율의 이자를 대가로 돈을 빌려준 혐의(대부업법위반)로 기소된 김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11235)에서 일부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전부무죄 취지로 최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부업법 제2조1호의 ‘대부업’은 금전의 대부 또는 그 중개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하며 매월 말을 기준으로 월평균 대부금액의 잔액이 5,000만원 이하, 거래상대방이 20인 이하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한 광고를 하지 않는 자가 대부하는 경우는 대부업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대부업등록을 하지 않고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하는 자가 이자율의 제한을 위반해 이자를 받은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대부업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의 전체 대부금액이 2,320여만원에 불과하고 거래상대방도 박씨 한 사람이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한 광고를 했는지에 대한 기재도 없다”며 “다만 앞서 확정판결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범죄일자 무렵 다른 대부행위도 한 것으로 인정돼 이 사건 대부행위와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에 기재된 대부행위까지 포함된다면 피고인이 사실상 대부업을 했다고 판단돼 유죄로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범죄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 위반죄를 저질렀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자였던 김씨는 2003년 5월부터 2005년 9월 사이 45차례에 걸쳐 박모씨에게 총 2,320여만원을 빌려주면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부업법상 제한하고 있는 연 66%의 이율을 초과한 월 15~20%의 돈을 이자로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1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박씨가 사정이 딱해서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2004년에 대부업체를 운영하기는 했지만 2005년 2월에 폐업해 대부업을 하고 있지 않아 대부업법위반이 아니다”라고 항소했고 2심은 “박씨에게 이자제한율을 초과해 빌려준 돈 중 2차례는 범죄의 증명이 없어서 무죄”라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