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죽전·동백개발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에 분양가 담합을 이유로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린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김대휘 부장판사)는 15일 용인 죽전·동백개발지구 건설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시정명령등 취소 청구소송(2004누17190)에서 "분양가를 담합한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백지구 아파트 건설사들은 40여차례의 회의를 걸쳐 분양가를 논의했다"며 "소형 및 대형 평형을 제외하면 700만원선에 평당 분양가가 몰려있는 사실 등을 볼 때 분양가 담합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죽전지구 아파트 건설사의 경우 동시분양에 참여한 6개 건설업체들이 회의를 하고 분양가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며 "이는 동시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 시장의 특성상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죽전지구와 동백지구에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한 반도건설 등은 2004년 공정위가 아파트 분양가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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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통해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가격 결정… '외형상 일치' 있다고 봐야
담당재판부 밝혀
그 동안 대법원은 기업간 협의와 가격 등의 외형상 일치가 있을 경우 공동부당행위로 판단해 왔다.
이 사건은 건설사간 협의는 있었지만 최종분양가가 서로달라 '담합행위'의 기준인 '외형의 일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서울고법 특별7부는 최종분양가에 가격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가격협정 외에 아파트의 개별특성으로 생긴 것이고, 서로간의 가격조율이나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추정되면 외형상 일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인 김대휘 부장판사는 "총 분양가가 같지 않더라도 협의를 하면서 가격결정의 기준을 정하는 등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도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기업간 합의한 사실이 추정되는데 반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분양가가 겉으로 보기에 다르더라도 그 차이가 건설회사들간의 협의가 아닌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 등 다른 요소로 인해 생긴것이라면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파트의 특성상 건설비용이나 땅값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 아파트 단지 내 위치, 마감자재, 평형 등으로 분양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므로 이런 차이를 배제했을 때 분양가가 실질적으로 일치한다면 외형상 일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또 "가격차이가 아주 근소하거나 같을 때에만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본다면 이번 사건처럼 가격이 일치하기 어려운 담합행위는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합의사실을 숨겨야 하는 건설업체로서는 오히려 분양가격을 같게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난달 서울고법 특별6부가 다른 건설사들이 제기한 같은 사안에 대해 '총 분양가의 차이가 크고 가격의 일치가 있다고 하기에 너무 막연하다'며 공정위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한 판결과 엇갈려 이들의 담합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