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일당을 사기죄로 기소했다가 항소심에서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 등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기죄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실체적 경합이란 '두 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 범죄로 성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4일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6명에게 징역 2년 6개월~4년 6개월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0814).
A씨 등은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후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2심은 "당초 공소제기됐던 사기죄와 추가된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고, A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4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상고심에서는 검사가 A씨 등을 사기죄로 기소한 뒤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추가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며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그 변경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사기 공소사실과 범죄단체 공소사실은 범행일시, 행위태양, 공모관계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르고,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두 공소사실은 동일성이 없으므로 공소장 변경 절차에 의해 사기 공소사실에 범죄단체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은 허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