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의 내용이 이전 단협에 비해 불리한데도 노사간에 단체교섭을 거치지 않았고, 단협에 회사와 조합장의 날인이 없는 등 단협의 효력을 다툴만한 사정이 있다면 이 단협의 유효기간 중이라도 쟁의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李揆弘 대법관)는 11일 부광실업(주)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중재재심결정취소 소송 상고심(2002두9919)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중재재심결정은 정당하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과 같이 단체협약을 무효라고 주장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에게 단체협약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제시하면 기존의 단체협약의 개폐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용자측으로서는 평화의무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택시노동조합 부광실업분회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으로 조합장 김모씨가 조합비를 횡령하고 1999년 5월 잠적하자 7월에 서모씨를 대표자로 선출하고, 99년 8월께 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의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전 조합장인 김씨와의 사이에 98년 5월에 체결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2000년 4월까지로 아직 그 유효기간이 남아있다는 내용증명만을 발송하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2000년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 중재재정을 받았다.
이에 회사가 불복,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