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골프에 휘말려 20억을 날린 여성 아마추어 골퍼가 상대방을 고소해 처벌받게 했으나 결국 자신도 상습도박죄로 처벌을 받는 신세가 됐다. 사기도박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법원이 배척한 것이다.
A(57·여)씨는 2003년9월 백화점 골프용품 매장에서 만난 B(60)씨의 권유에 따라 C(64)씨와 내기골프에 나서게 됐다.
C씨와 속칭 '핸디치기'(자신의 실력에 맞춰 9홀당 목표 타수를 정해 놓고 목표 타 이내로 경기를 마치면 이기는 게임)를 친 A씨는 2005년5월부터 2006년8월까지 약 20억원에 이르는 돈을 잃었다.
그런데 내기골프를 권유한 B씨는 C씨와 그 돈을 나눠가진 것은 물론 A씨에게 "10억원을 주면 그동안 네가 잃은 돈을 따오겠다"며 도박자금을 요구해 9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B씨는 이 가운데 3억8,000만원을 C씨의 계좌에 송금했다.
결국 A씨는 뒤늦게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B씨는 사기 및 상습도박 방조죄(2007고합911 등), C씨는 상습도박죄(2007고합1517)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내기골프에서 20억원을 잃은 A씨도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했고 A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골프초보자인 자신과 C씨와의 골프시합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것으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재판장 조용준 부장판사)는 최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A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1심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2009노1456).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박죄에서 요구하는 우연은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성질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선수들의 기량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골프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통상적인 사기도박의 경우 상대방의 기망된 상태를 이용해 단기간에 저지르는 것에 반해 A씨의 경우 피기망상태가 실제 골프게임을 하면서도 장기간 계속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씨가 내기골프를 빙자해 A씨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2009도6453)했다. 한편 A씨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8가합106278)에서 일부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