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과도하게 높은 이자를 주기로 약정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적정 한도를 초과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갚지 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한 경우에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와 746조 '불법원인급여' 등의 민법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회·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을 보호한 판결로 평가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5일 대부업체 이사 오모(45)씨가 심모(66)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04다50426)에서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전 소비대차계약과 함께 이자의 약정을 하는 경우, 양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 차이로 인해 이율이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비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약정은 대주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인 부분의 이자 약정을 원인으로 차주가 대주에게 임의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재산 급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해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므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지난 2001년 2월 피고들과 보름간 10%의 이자를 받기로 약정하고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575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와 수수료를 뗀 1,300만원을 지급했으나 심씨 등 피고들이 "약정이율이 지나친 고리의 이율이므로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돈을 갚지 않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