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자위기구는 음란물이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성생활용품 등을 수입하는 M사는 지난 2007년8월 여성용 자위기구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장에 수입통관신청을 했지만 관세법상 수입이 금지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보류처분을 받았다.
M사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남성의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해 사회통념상 보는 것 자체로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여성용 자위기구가 비록 남성성기를 연상케 하지만 그 자체로 음란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 M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M사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08두2368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3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세법 제234조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한다”며 “표현물의 음란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사회의 평균인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관이 보류된 여성용 진동자위기구가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재현했다고는 하나 색상도 실제 사람의 피부색과 많은 차이가 있고 전체적인 모양도 일자(一字)형으로 남성의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물품 자체로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물품 자체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전체적으로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