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도가 강간을 한 경우와 강제추행을 한 경우를 똑같은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법) 제5조2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韓大鉉 재판관)는 지난달 29일 "강간과 강제추행은 그 불법내용 및 책임의 정도가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서울고법이 성폭법 제5조2항에 대해 위헌제청한 사건(2001헌가16)에서 재판관 6인의 찬성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성폭법 제5조2항은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이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는 '성폭법 제5조2항 중 형법상 강제추행을 범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된 부분이 문제가 됐다.
韓 재판관 등 재판관 6인은 결정문에서 "강간과 강제추행을 일률적으로 구분하여 강간에 비해 강제추행을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오히려 불균형적인 처벌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다"며 "구체적인 불법의 정도와 행위태양에 따라 구성요건을 유형화하여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강간의 경우보다도 강제추행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 하여도 이를 두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하경철(河炅喆) 재판관 등 재판관 3인은 반대의견을 통해 "범죄행위의 유형이 아주 다양한 경우 그 다양한 행위 중에서 특히 죄질이 흉악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며 이 사건 심판대상과 같이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위헌제청 신청인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용돈을 마련키 위해 서울 종로구 안국동 소재 모 주점에 야간 침입, 장난감권총·식칼 등으로 주점 주인 김모여인과 종업원 김모양을 위협하고 이들을 추행한 후 현금 27만5천원과 신용카드 1장을 강취, 특수강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공소제기돼 1심인 서울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서울고법에 항소하면서 위헌제청을 신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