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공식계좌를 이용해 공천대가를 주고받은 경우에도 새로운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14일 제18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한정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징역2년6월을 선고했다(2008노2368). 앞서 같은 법원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13일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에게 징역1년6월의 실형을, 양정례 의원에게는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 김노식 의원에는 징역1년을 각각 선고했다(2008노2194).
올 2월 마련된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공직선거법의 주체 및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정당’은 공선법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천이 확정된 이후에 공천대가를 ‘특별당비’나 ‘대여금’ 형태로 ‘정당계좌’에 입금한 경우 신설된 조항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지급한 돈이 정당의 공식계좌로 입금돼 현실적으로 창조한국당이 돈을 제공받은 결과로 됐을 뿐이고 처음부터 정당이 위반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천대가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처벌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설 공선법 조항은 구성요건으로 금품수수행위와 공천과의 관련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범죄의 주체를 무한정 확대할 수도 없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거나 범죄의 주체를 공천권이 있는 자 등 일정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거나 그 행위를 무상기부행위로 한정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당계좌로 입금된 돈에 대해 정당의 대표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의 차이는 있었으나 처벌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결론을 같이 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서청원씨에 대한 판결문에서 “행위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을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위 법조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을 행위자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법조항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정당의 대표자가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을 정당에 제공하게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신설 조항의 주체에 정당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정당의 대표자를 어떤 근거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당은 정치자금의 수수 주체 중의 하나이고 정당도 공선법에 규정된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될 수 있으며, 공선법 제47조의2 제1항은 후보자 추천관련 금품수수행위의 주체에 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달리 금품수수행위 주체에서 정당을 제외해야 할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정당 역시 신설조항이 정한 금품수수행위의 주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명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이어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받는 경우, 정당은 자연인을 통해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이 정당의 기관으로서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도 행위자인 자연인이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공천후보추천의 대가로 금품을 제공받아 선거비용과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했으므로 정당의 대표자로서 공직선거법위반의 범죄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