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제너시스비비큐(BBQ)가 경쟁사인 비에이치씨(BHC)를 상대로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1000억원대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29일 BBQ가 BHC와 박현종 BHC 회장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2018가합580837)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BBQ는 2018년 11월 "자사 내부 정보통신망에 BHC 관계자가 접속해 경영 기밀을 빼돌려 BBQ의 제품개발과 영업의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다. 특히 BBQ는 이번 소송에서 자체 추산한 피해금액 약 7000억원 중 일부인 1000억여원을 BHC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BBQ 측 주장과 증거들을 심리한 결과, BBQ 측이 제출한 특정 자료들이 법률이 정한 영업비밀 요건을 갖췄다는 측면이 부족하고,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요건도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BHC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고,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이 인정되지 않은 이상 그 액수도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BBQ 측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BBQ는 선고 직후 "(BHC가) 불법 접속을 통해 (자사의) 마케팅 디자인 시안, 레시피에 대한 정보는 물론 국내외 사업 수행을 위한 장단기 사업전략과 구체적인 사업관련 계약체결 내용, 매출원가 등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취득·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 받아 지난 2018년 11월 소송을 냈다"며 "(이번 사건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가 될 큰 사건이고, 박 회장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과 피해 규모에 대한 상세한 자료검증 절차도 없이 재판을 마친 재판부의 판결에 상당히 유감"이라며 즉각적인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반면 BHC는 "BBQ가 같은 내용으로 (자사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이미 수차례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왔는데도 아무런 증거 없이 소송을 연이어 제기해왔다"며 "사실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소송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BBQ의 자회사였던 BHC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CVVI(현 로하틴 그룹)에 매각됐는데, 이후 BBQ와 BHC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쌍방간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한편 BBQ로부터 수차례 고소를 당한 박 회장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박 회장이 BBQ의 내부 전산망을 불법 접속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계속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