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지난 1949년 우익단체 가입을 거절하다 살해당한 서모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소송(2011가합49214)에서 "국가는 1억1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의 소속기관인 대보지서 소속 경찰관 등이 우익단체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서씨를 연행한 후 정당한 이유 및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했다"며 "국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헌 헌법 제27조에 따라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서씨의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가해자가 소속된 국가가 진상을 규명한 적이 없고,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이라는 이유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고 한 흔적마저 엿보인다"며 "국가가 소멸시효완성의 항변을 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불법행위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사이에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에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한 위자료 수액이 결정돼야 한다"며 "변론종결일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만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일군 구룡포읍에 거주하며 일본유학을 준비하던 서씨는 1949년 3월 우익단체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보지서 경찰관과 경찰산하 단체로 위세를 과시하던 민보단(民保團) 단원 7~8명에게 대보지서로 연행돼 총으로 살해됐다. 2010년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과를 권고하는 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오자 유족들은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