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수법을 동원해 마약을 들여와 판매해 온 마약상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마약상은 여성에게 속옷에 마약을 숨겨 운반케 하고, 밀반입한 마약은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2018노3231).
A씨는 고향 선배인 B씨로부터 "아는 여성과 함께 필로폰을 가져오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B씨가 2017년 마약공급책인 C씨로부터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로 필로폰을 운반할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A씨를 범행에 끌여들인 것이다. A씨는 제안을 받아들여 필로폰을 밀수하기로 공모했다. 그는 2017년 4월 출국해 캄보디아의 한 호텔에서 C씨 등을 만나 여성 브래지어에 패드 대신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필로폰 2봉지를 받고, 함께 간 여성의 브래지어에 이를 넣어 운반하는 방식으로 필로폰 약 450g을 국내로 들여왔다. A씨는 또 B씨, C씨와 공모해 2018년 텔레그램을 이용, 밀수입한 필로폰 78g을 101회에 걸쳐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캄보디아에서 물건을 가져올 때 공업용 다이아몬드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돈 주고 여성 고용…
캄보디아서 3차례 필로폰 밀수
재판부는 "A씨가 2017년 4~1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밀수입했고, 각 범행의 경위가 모두 유사하다"며 "자신이 아는 여성을 상대로 수고비를 주겠다며 캄보디아로 함께 출국해 C씨 등을 만나 필로폰을 받고, 동행한 여성의 브래지어 안에 패드 대신 필로폰 봉지를 넣어 그 위에 속옷을 착용하게 한 뒤, 국내로 입국해 공항으로 마중나온 B씨 일행을 만나 밀수한 필로폰을 건네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로폰 밀수입은 준비과정과 수수방법, 은닉방법, 전달방법이 매우 은밀하고 비정상적인데, A씨는 자신이 물건을 신체에 숨겨오지도 않았는데 상당한 수고비를 받았다"며 "이는 운반책을 감시하는 역할에 따른 대가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운반책 감시에 따른 대가 받아”
징역 5년 선고
앞서 1심도 "A씨는 B씨로부터 필로폰 은닉법을 배웠고, C씨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성명불상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필로폰을 은닉장소에 가져다 놓고 수고비로 매달 500만원을 받을 예정이었다"며 "A씨와 B씨, C씨 간에는 순차로 필로폰을 매매하기로 한 의사의 결합이 이뤄져 공범관계가 성립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