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의 동의없이 원곡의 일부만을 발췌해 사용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 침해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저작물의 변경이 저작자의 명예 등을 훼손했는지와 상관없이, 저작자의 동의없이 저작물이 변경됐다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 록밴드 이글스의 멤버가 대한생명보험(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7나127657)에서 “저작자의 동의없이 곡을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총 4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저작자의 허락없이 곡을 발췌해 미리듣기 서비스 등을 한 것은 동일성유지권 침해라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2007나7072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저작권법 제13조1항에 따르면 저작물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히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교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저작물의 내용, 형식 등에 추가, 삭제, 절단 등의 변경을 가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을 갖고 있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제3자는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그 의사에 반해 이와 같은 변경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구 저작권법 제16조가 ‘명예와 성망을 해할 것’을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으로 규정했던것과 달리, 개정 이후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런 요건을 삭제했다”며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 등 구체적인 인격적 가치의 훼손이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했으므로 저작자의 동의없이 저작물의 동일성을 해치는 변경이 이루어졌다면 실제로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을 해한 것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동일성유지권의 제한이 가능한 범위는 저작물의 이용에 있어 기술상의 한계나 실연자 능력상의 한계 등으로 변경해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며 "저작자의 이의유무가 그 이용 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이를 굳이 보장할 필요가 없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저작자의 이의권을 부득이하게 제한해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