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상속 유언서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도 유언서를 은닉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민사2단독 정진아 판사는 18일 사망한 A씨의 자녀들이 배 다른 동생 이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등기 청구소송(☞2007가단1655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1999년8월15일 사망한 A씨는 사망 일주일 전인 9일 자기 소유 부동산의 대부분을 이씨에게 유증한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씨는 이에 따라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같은 달 15일 서귀포등기소에 마쳤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이씨가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위조된 유언증서에 의한 것이고, 이씨가 유언공정증서를 고의로 은닉했기에 유증은 무효"라며 등기말소를 주장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망한 A씨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기 전에 가족회의를 열어 이씨에게 재산을 유증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때, 원고 중 일부만 참석한 사실과 이씨가 유언공정증서에 원고 중 일부에게만 서명·날인받고 나머지에게는 유언공정증서의 존재와 재산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민법 제1004조 제5호에서 말하는 상속결격사유 중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은닉하는 행위'란 단순히 유언서의 존재 또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 또는 은닉자에게 그런 고의가 있었음을 알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또 "민법 규정에서는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것'을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고의의 은닉여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은닉은 당연히 고의에 의한 은닉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