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김'에 대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취소가 확정되면서 다른 지역의 김 업체에서도 '광천김'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제도가 실시된 이후 단체표장 등록이 법원 판단에 따라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법원 4-2부(정택수, 이숙연, 이지영 고법판사)는 지난 8일 충북 소재 김 제조업체인 A사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취소소송(2022허5690)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광천김조합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광천김조합은 2014년 7월 '광천김' 표장에 대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하고 조합원들이 단체표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제조 또는 가공하는 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그 소속 단체원에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표장을 말한다. 상품의 품질과 명성,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산지 또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에 해당하는 상표라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자 및 그 소속 단체원의 영업상 신용유지를 도모하는 제도다.
지정상품은 조미구이 김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미구이 김을 비롯해 김자반, 김밥김, 구운 감태 등 다양한 상품에 사용했다.
A사는 2020년 11월 특허심판원에 광천김조합을 상대로 '광천김' 단체표장은 △정관에 규정된 조미구이 김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등 구 상표법상 '소속 단체원이 단체 정관에 위반해 단체표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 또는 지리적 출처에 관해 오인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하고 △본점이나 주요 공장이 광천읍에 소재하지 않는 자에게 조합 가입을 허용해 '지리적 표시를사용할 수 없는 자에 대해 단체 가입을 허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지정상품인 조미구이 김이 아닌 유사한 김밥 김에 사용해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품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을 생기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취소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A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불복한 A사는 같은 취지로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광천김조합원들이 단체등록상표 지정상품과 유사한 표장을 김자반, 김밥김 등에 사용해 수요자에 대한 오인·혼동을 초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속 단체원들에게만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소속 단체원들은 해당 단체의 정관 등에 기재된 고유한 생산방식 등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지리적 단체표장의 사용과 관련해 수요자가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는 것은 외관상 동일, 유사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단체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면 상표법상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부 조합원들이 조미구이 김을 제조하면서 정관 규정에 위반해 국내산 천일염이 아닌 맛소금(정제소금) 또는 외국산 천일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수요자에게 그 품질에 대한 오인을 초래했고, 조합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 수요자와 거래자들은 단체등록상표가 사용된 상품은 광천김조합 정관 등에서 규정하는 품질관리 기준에 맞춰 생산됐다고 믿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체등록상표권자인 조합이 단체등록상표의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들을 실질적으로 그 지배하에 두고 있었다고 평가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합원 아닌 제3자가 '광천김' 표현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합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수요자를 오인하게 해 그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리적 단체표장이 제품에 사용되는 경우 일반 소비자나 거래자들은 해당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단체의 구성원이 상품을 생산, 제조 또는 가공했을 것으로 인식할 것이므로 소속 단체원이 아닌 자가 지리적 단체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품질에 대한 오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그러나 조합은 무단 사용을 막았다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어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다목에 따라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