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철거할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선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천지원 민사2단독 양진수 판사는 최근 땅주인 A모씨가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청구소송(☞2010가단5003)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 판사는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643조는 강행규정이지만 계약체결 경위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A씨와 B씨의 건물철거약정이 실질적으로 B씨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B씨의 지상물매수청구권 행사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 판사는 "B씨의 건물은 쉽게 철거할 수 있는, 불과 4일 만에 건축된 조립식 건물이며,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임대차계약도 아니어서 건물의 철거가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해 지상물이 임대인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것이면 지상물매수청구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대법원 판결(93다34589)에 따라, 건축물대장에 단층창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2층 건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B씨의 건물은 A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상할 수 없었을 정도의 고가의 지상물로 보이므로 B씨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2000년 2월 LPG 충전소용으로 토지를 매수하면서 인근에 있던 A씨의 아버지 소유의 토지도 임대해 그 위에 창고를 신축했다. A씨와 B씨는 기존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자 2005년 4월 다시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만료 30일 이내에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임대인이 임의로 철거한다'는 내용을 약정했다. 지난해 4월 임대차 계약이 또 만료하자 A씨는 건물의 철거를 요구했고, B씨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A씨에게 건물 시가 2600여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