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해산 명령에 불응한 시위 참가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해산 사유를 특정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이랜드 불매운동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집시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기소된 천주교인권위원회 회원인 강모(36)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5698)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9월 강씨에 대한 공소장에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혐의 사실을 기재하면서 적용 법조로 벌칙조항만 적고 어떤 사유로 해산명령을 받았는지에 대한 근거조항을 빠뜨린 채 기소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20조1항은 관할경찰서장 등이 해산을 명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 △미신고 집회와 금지통고를 받은 집회 △교통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 △종결선언을 한 집회·시위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시위로 나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은 유죄판결을 내렸고, 2심 역시 강씨가 참여한 집회가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사실상 검찰이 공소장에 누락한 해산명령의 근거조항을 대신 보충해 준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집시법 제20조1항에 따라 해산 명령을 할 수 있는 집회 또는 시위의 종류와 태양이 다양하므로, 검사가 집시법상의 해산 명령 위반의 점으로 공소를 제기할 때는 공소의 범위를 확정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집시법 제20조1항 각 호 중 어느 사유로 해산 명령을 받았는지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를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장에 기재된 집시법 위반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에 나타난 사항들을 종합하더라도 해산명령의 근거 사유가 1,2심이 판단한 취지와 같이 특정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소사실에는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이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집회가 어떠한 점에서 신고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것인지 등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