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정치자금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한 법규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4일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사건(2011헌바254)에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대해 재판관 6(합헌):3(위헌)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주도적으로 모집·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며 "그 의미가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도 확정하기 어렵다"며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않은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도출해내기 어려워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또 헌재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 기부금지'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7(합헌):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란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의 공무원을 의미하는데,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공무원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된다"며 "청탁행위의 대상에 관해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가 아닌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행위 역시 이 법조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내고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는 입법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도,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어떠한 경우에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되는지를 판단할 만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제18대 국회의원이던 당시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한 특별회비를 모금한 뒤 회원 명의로 송금한 5000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최 전 의원은 재판 중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기각되자 2011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최 전 의원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