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가 확정됐더라도 집행정지 가처분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모씨가 서울시 구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서울형어린이집지원보조금 반납처분 취소소송(2016누4534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지원보조금 6600여만원의 반납 처분을 취소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용 또는 보조금 반환을 명하는 처분은 영유아보육법 제40조의 각 호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한씨의 동업자인 이모씨가 2013년 8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후에도 보조금을 지급받기는 했지만,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어린이집이 서울형어린이집 공인을 계속 유지해 구청이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한씨가 구청으로부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영유아보육법 제40조 3호는 '어린이집 설치·운영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는 어린이집 설치·운영자에 대해 지급한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구로구청은 '집행정지 결정으로 보조금 지원 중단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됐을 뿐 자격정지 관련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이후에는 보조금이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어서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어린이집에 대한 공인이 자동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장의 재량으로 공인을 취소한 경우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게 돼 있다"면서 "서울시가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이 있기도 전에 어린이집 공인을 계속 유지하는 처분을 했고, 보조금은 그 공인기간 동안 지급된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구로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한씨는 구청으로부터 2013년 8월 "원장인 이씨가 2010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특별활동교육업체로부터 리베이트 2800여만원을 받았다"며 2개월 자격정지 처분과 함께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을 반환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구청은 서울시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서울시는 같은해 9월 어린이집 공인 취소 결정을 하고 보조금 지급 중단을 요청했다. 한씨와 이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자격정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이에 서울시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결과가 나오기 전 공인을 계속 유지하는 처분을 했고, 한씨는 서울형어린이집 공인 재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2014년 2월까지 보조금 6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한씨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는 날까지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본안소송에서 한씨가 모두 패소하자, 구청은 "집행정지 기간 동안 받은 보조금 660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했고, 이에 반발한 한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보육사업 안내에는 공인 취소사유 발생시점을 행정처분 확정일자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공인 취소사유가 되는 자격정지 처분이 성립하는 시점인 구청의 자격정지 처분이 있던 날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씨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날의 다음달부터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보조금을 받았다"며 구청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