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등으로 사용하는 티머니카드를 도난 또는 분실했을 때 카드에 남은 잔액은 환불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허부열 부장판사)는 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한국스마트카드를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소송(2017나2040809)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티머니 카드가 분실·도난됐을 경우 저장된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공정성을 잃었다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인 연맹 측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연맹은 '편의점에서 하나의 단말기로 신용카드·교통카드를 같이 사용하고 있으니 지금의 시스템만으로도 티머니 금액 환급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같은 증거만으로는 이를 그대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티머니서비스 약관은 '티머니카드를 사용하다가 도난·분실했을 경우 전자금융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약관에 따라 사용자가 티머니를 도난·분실해도 잔액을 환불해주지 않고 있다.
소비자연맹은 지난 2015년 12월 "지난 5년 동안 분실·도난으로 사용되지 못한 티머니 카드 충전금이 650억원"이라며 "도난·분실된 티머니카드의 미사용액을 환불해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 카드는 누구나 주워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명 카드"라며 "전자금융거래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약관에서 '도난·분실시 환불 불가' 원칙을 이미 밝혔기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앞서 1심은 지난해 7월 "고객에게 도난·분실 신고를 받았을 때 카드 소유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이런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카드 잔액을 환급해주지 않는 게 전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