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다른 회사의 상품 구입을 요청했다면 따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강매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 상고심(2013두118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정한 구입 강제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이라 함은 행위자가 공급하는 상품이나 역무뿐만 아니라 행위자가 지정하는 사업자의 상품이나 역무도 포함되고,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상대방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티브로드홀딩스가 지정한 골프장의 회원권을 구입한 3개 홈쇼핑사업자들은 티브로드홀딩스 외의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특정 15개 방송구역에서는 티브로드밴드 말고는 방송 송출사가 없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아예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티브로드홀딩스는 거래상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티브로드홀딩스가 3개 홈쇼핑 사업자에게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게 한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상대방에게 구입을 강제한 것인데도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구입강제 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홀딩스는 2007년 8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방송 송출 거래관계에 있던 TV홈쇼핑 사업자인 GS홈쇼핑과 우리홈쇼핑, 현대홈쇼핑에 자사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에 건설 중인 동림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구입하도록 요청했다. 이 홈쇼핑 3사는 22억원씩을 동림관광개발에 골프장 회원권 구입을 위한 예치금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2011년 8월 "티브로드홀딩스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회원권을 강매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00만원을 부과했고, 티브로드홀딩스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