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 중 이 소송을 낸 주주들이 가진 주식이 모두 다른 회사 주식으로 변경됐다면 기존 주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해 원고적격이 없으므로 주주대표소송은 각하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노동조합과 A씨 등 소액주주들이 윤경은 현대증권 전 대표 등 임원들을 상대로 "자사주를 헐값으로 매각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2017다279326)에서 최근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그룹은 2016년 3월 현대증권 매각을 진행하면서 KB금융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현대증권 주식 5338만여주를 약 1조2375억원(주당 약 2만3183원)에 매도했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지분 22.5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윤 대표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리소스를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현대증권의 자사주 1671만여주 전부를 주당 6410원에 KB금융지주로 매각했다. 이에 현대증권 발행주식 총수의 0.76%에 해당하는 180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던 A씨 등은 이 같은 자사주 헐값 매각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윤 대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런데 KB금융지주는 A씨 등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인 2016년 8월 현대증권의 나머지 주식도 모두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주주들에게 자사 신주를 배정하기로 하며,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됐다. A씨 등도 역시 현대증권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KB금융지주의 주주가 됐다.
재판부는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상법 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주식보유요건을 갖추면 되고 소 제기 후에는 보유주식의 수가 그 요건에 미달하게 되어도 무방하다"면서도 "그러나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소송의 계속 중에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돼 주주의 지위를 상실하면, 그 주주는 원고적격을 상실해 그가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게 되고, 이는 주주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주주 지위를 상실해도 같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 원고들은 소 제기 당시 현대증권 발행주식의 0.76%인 180만여주를 보유한 주주였으나 소송 중 주식교환을 함으로써 주주지위를 상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A씨 등은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가 주주대표소송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부당하게 포괄적 주식교환을 실시했다고 다투면서도 정작 포괄적 주식교환이나 그 후에 이루어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사이의 합병에 대해서는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등으로 다투지 않았다"며 "포괄적 주식교환과 합병의 효력이 확정돼 A씨 등 원고들은 현대증권 주주의 지위를 확정적으로 상실하게 됐으며 KB금융지주의 주주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대증권 주주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것만으로 주주대표소송의 원고 적격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