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물질 섭취·흡입을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도록 한 화학물질관리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마약류가 아닌 부탄가스 또는 본드와 같은 환각물질 섭취·흡입을 규제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재의 첫 결정이다.
헌재는 A씨가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 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바367)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씨는 2017년 11월 화학물질관리법을 위반해 부탄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A씨는 항소심 중 자신에게 적용된 화학물질관리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항소가 기각되면서 신청이 함께 기각되자 2018년 9월 헌법소원을 냈다.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 1항은 '누구든지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을 섭취 또는 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9조 6호는 '제22조를 위반해 환각물질을 섭취·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한 자 또는 환각물질을 섭취하거나 흡입하려는 자에게 그 사실을 알면서 이를 판매 또는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환각물질은 섭취하거나 흡입할 경우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고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물질"이라며 "환각물질 섭취·흡입에 따른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의 범죄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어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국민보건과 건전한 사회질서에 발생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항으로 인한 개인적 쾌락이나 만족의 제한보다 국민건강 증진과 사회적 위험 감소라는 공익이 월등히 중대해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으므로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징역형의 상한을 3년으로 규정하고 벌금형도 규정하고 있어 별다른 감경 없이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금액의 벌금형 선고도 가능해 양형단계에서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