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제33조는 헌법 제12조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공판심리절차에서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일정한 경우에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한 법원의 국선변호인 선정의무를 규정하는 한편(제1, 2항), 피고인의 연령·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도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항). 한편,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구두변론주의가 원칙이기는 하지만(제275조의3), 피고인은 공판기일에서의 방어권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공소장부본을 송달받을 권리(제266조),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 또는 공판조서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제35조 제1항, 제55조 제1항) 등을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형사소송법상 권리의 행사가 자력으로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공판조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공판심리에 임하게 됨으로써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앞서 본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제도의 취지와 점자자료로 작성된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등의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행 형사소송실무 등에 비추어,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하여 피고인의 연령·지능·교육 정도를 비롯한 시각장애의 정도 등을 확인한 다음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시각장애인인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국선변호인의 선정없이 공판심리가 이루어져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