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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차등강사료지급의 법적 문제점
Ⅰ. 사실관계 갑은 A국립대학교의 예술체육대학 음악과 시간강사로서, 2014년 2월 A국립대 총장과 시간강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2014학년도 1학기에 매주 2시간, 매월 8시간의 강의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강의료는 직위와 강의시수에 따라 지급하는데, 2014학년도 1학기 강의료의 단가는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의 기준에 의하였다. 한편 갑은 학교에 자신이 전업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하였고, 이에 따라 학교는 갑에게 전업 시간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2014년 3월분 강사료로 64만원을 지급하였다. 2014년 4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갑이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 지역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학교는 갑에게, 이미 지급한 2014년 3월분 전업시간강사료 64만원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 40만원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하였고, 아울러 전업 시간강사료보다 40만원을 감액하여, 2014년 4월분과 5월분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하였다(통칭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 Ⅱ. 원심의 태도 원심(대구고법 2015. 6. 19. 선고 2015누4144 판결)은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의 개선을 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하여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에 차등을 두되, 그 취지에 맞추어 전업강사의 강의료 단가를 대폭 인상하여 시간당 8만원으로 정한 것이므로, 시간강사의 경우에만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거나 시간당 강의료의 지급차가 지나치게 과다하여 부당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대학 측이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의도로 강사료 단가를 인상하고자 하였으나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 전업 여부에 따라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용자 측의 재정 상황은 시간제 근로자인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 피고는 국립대학교의 장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를 하여서는 안 되는 지위에 있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전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각 처분 역시 위법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Ⅳ. 문제의 제기 원심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비전업 강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없어서 그 차등지급을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 차별로 본 데 대해서 대상판결은 정반대로 보았다. 대상판결의 이 사건근로계약의 무효를 바탕으로 이 사건 각처분의 위법성을 도출하였다. 평등권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헌법재판소는 이원적 심사기준에 의거한다. 즉, 자의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구별해서 적용하는데, 전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는 데 대해서, 후자는 차별대우를 정당화할 정도로 차별대우가 비중이 있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결정 참조). 헌법재판소의 이원적 심사기조와는 별개로,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에 초점을 두고서 사안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의 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하여 접근하였다. 그런데 근로계약상의 강사료 차등지급은 강의료의 단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강의료의 단가책정의 위법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하에선 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Ⅴ. 책정된 강의료단가의 법적 성질 사안의 근로계약의 위법성은 기실 위법한 강의료단가에서 비롯되었다. 구 기획예산처가 2002년 및 2003년 세출예산집행지침을 통해 시간강사를 다른 직업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도록 정하였고, 이에 A국립대는 시간강사들에게 '전업·비전업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여 전업·비전업 여부를 확인한 다음 강사료를 지급하였다. 2005년 기획예산처가 강의료 지급단가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변경한 후에도, A국립대는 종전과 같은 기준으로 강의료 지급단가를 결정하였다. 현재 각 대학교는 나름의 학교규정으로 '강사료지급규정'을 두고 있는데, 통상 총장이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를 당해연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따로 정한다(경북대 강사료지급규정 제3조 제1항 참조). 여기서 총장이 책정하는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는 비록 정액이지만, 향후 개별적인 강사료지급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마치 법집행의 근거가 되는 규범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강사료지급규정'이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기에, 책정된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 역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는다. 조문형식의 행정규칙에 익숙하여서 이런 지적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판례가 법률보충적 접근을 통해 구 계엄법 제13조상의 계엄사령관의 특별한 조치로 행한 '일체의 집회·시위 기타 단체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계엄포고를 법규명령으로 봄으로써(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397 판결;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공인된 점을 고려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Ⅵ. 위법한 강의료단가에 대한 사법통제 문제 책정된 강의료단가를 내부규정으로 행정규칙으로 보면, 그것의 위법성은 궁극적으로 행정규칙에 대한 사법통제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는 행정규칙이 문제될 때, 법원에 의한 부수적 구체적 규범통제의 차원에서는 두 가지의 방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행정규칙의 비구속성을 내세워 즉, 재판규범성을 부인하면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상위 법령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방법과 근거규정인 행정규칙의 하자여부에 연동시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판례는 전자의 방법을 취하여 벗어난 부분에 대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대처하는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두40248 판결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전자의 방법에 의하면, 행정규칙에 대해 법규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법통제가 배제되는 이상한 결과가 빚어진다. 또한 자칫 상위법령에 의해 집행행위가 부당하게 정당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본질성이론에 비추어 후자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인 규범통제에 이바지한다(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443면). 한편 오래 전에 대법원 1980. 12. 23. 선고 79누382 판결은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음을 들어 행정규칙의 무효를 논증한 다음, 그 집행행위의 하자 역시 중대명백하다고 하여 그것을 무효로 판시하였다. Ⅶ. 맺으면서 - 대상판결의 나비효과 대상판결의 결과는 소송당사자인 원고만이 아니라, 이 사건 근로계약과 비슷하게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해 미칠 수 있다. 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주문되었기에, 대상판결은 비단 국립대만이 아니라 사립대에도 엄청난 파고를 미칠 수 있다. 자칫 미증유의 나비효과가 생길 수 있다. 비전업 시간강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우대조치가 도리어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빵을 준다는 것이 자칫 돌을 준 것과 같은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개인적 이익은 매우 다양하다.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는 더욱더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정책적 선의만으로 법적 문제점을 해소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우대적 조치라 하더라도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 도리어 아니한 것보다 못할 수 있는 심각한 역효과가 빚어진다는 좋은 사례이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평등원칙
전업
차등지급
강사료
시간강사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11-21
노동·근로
김희성 교수 (강원대 로스쿨)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10.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법적 다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개요 및 의의를 검토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참가인은 2013. 2.경 원고의 촉탁계약직(기간제)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하였는데, 참가인은 2013.2.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은 2013.2.25.~2013.3.31.까지로 정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짧게는 2주일,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원고의 사업장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5.1.20.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2015.1.31.자로 만료되어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통보하였으며, 참가인은 근로관계 종료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15.2.9.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2015.3.31. 기각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5.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7.7.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장을 피고로 하여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나. 판결요지 서울행정법원은 종전에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기초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로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후, 다만 대상판결의 경우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단기준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참가인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고가 행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법원의 입장을 밝힌 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 이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와 관련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의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에 대법원이 제시한 갱신기대권 법리(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후, 종전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가 종료된다는 원칙을 기초로, 다만 예외적으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계약갱신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갱신기대권의 법리에 따라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정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①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와 관련하여, 참가인이 입사 이후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여 왔으나, 이는 전출, 휴직, 파견 등의 사유로 작업공정에 일시적인 업무공백이 발생한 경우에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며, 당초 업무공백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점, 그리고 원고가 한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규직이 아니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촉탁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현행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으로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법논리적으로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그리고 ②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와 관련하여서도, 참가인이 입사할 당시 원고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촉탁계약직 사원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채용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당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는 점, 설령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그 취지는 원고가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출석, 결근 등의 근태관리만이 이루어졌고,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 제도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근로계약 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는 점, 나아가 지금까지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한건도 없으며 참가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역시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충족하기 위한 사실관계로써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종전의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판결로써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계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이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 2007두1729 판결의 갱신기대권 법리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관계의 종료에 관한 입법적 흠결을 보충하기 위한 법리로써 제한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제는 기간제법 제4조의 신설로 인하여 입법적 흠결이 치유되었으므로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소지는 없다고 봄이 법체계상 내지 법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률관계의 명확성 및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행 기간제법 제4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기간제법이 제한하는 것은 2년이라는 사용기간이지 당사자 사이에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계약기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2년이라는 사용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계약 당사자에게 명백히 인식되어 있으며, 법체계상으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그와 같은 해석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살리는 해석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나오며 기간제법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때 동일한 사용자와 정규직 근로자 대체를 위해 수차례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하였다는 사실로부터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매 근로계약 체결 때마다 다른 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며, 비록 근로자에게 일부 신뢰가 발생하더라도, 법체계상 그러한 신뢰는 사회적 보호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입법적 흠결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적 흠결을 메우는 법해석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간제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17
석광현 서울대법대 교수
국제사법상의 선결문제-최근 대법원판결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Ⅰ. 사안의 개요와 쟁점 위 대상판결의 사안은, 문제된 세 척의 선박(‘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1순위 선박저당권을 취득한 원고(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르웨이 법인)가, 배당표상 선박우선특권자로 인정되어 원고에 앞서 배당을 받게 된 라브라도르(와 승계인인 피고)(편의상 ‘피고’)에 대해 선박우선특권(maritime lien)의 부존재를 주장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쟁점은,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세인트 빈센트’) 법상 피고의 선박우선특권의 취득 여부였다. 즉 임금을 받지 못한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이 사건 선박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했는데, 세인트 빈센트 법원의 허가 없이 선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피고가 대위변제에 의해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했는가였다. 원심인 부산고등법원 2005년 6월2일 선고 2004나10602 판결(‘원심판결’)은 이를 긍정했으나 대상판결은 부정했다. 양자의 결론이 다르게 된 이유는, 실질법인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상 피고가 대위변제에 의하여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원 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해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는 대상판결에서 제기된 국제사법 논점을 간단히 언급하고 선결문제를 주로 논의한다. 상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회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Ⅱ. 국제사법 쟁점에 관한 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의 판단 원심판결은, 우리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이므로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즉 1993년 협약의 주요조항을 도입한 개정 상선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보았다. 즉 원심판결은 선원들의 선박우선특권의 취득과, 피고의 변제에 의한 선박우선특권의 이전(즉 대위변제)에 대해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을 적용했을 뿐이고, 피담보채권의 발생의 준거법과, 피담보채권의 법률에 의한 이전(즉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에서 더 나아가 우리 국제사법 제60조에 의해 결정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과, 피담보채권의 준거법 및 그 채권의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판단했다. 즉, 대상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은 일정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법률에 의하여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일반적으로 그 피담보채권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이전되기는 어려우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유효하게 이전되는지 여부는 피담보채권의 이전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논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대위에 관한 사항은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가 아니라, 각각 국제사법 제28조(근로계약)와 제35조 제2항(법률에 의한 채권의 이전)에 의해서 규율된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에서 문제된 선원임금채권은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는데,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해 선적국법이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이 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선원임금채권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국제사법 제35조 제2항에 의하여 채권 자체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보았다. 즉 원심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선적국법이 대위변제의 준거법이라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위변제를 피담보채권의 대위변제의 결과로 보고, 우리 국제사법에 따라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그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각각 판단했다. 필자는, 원심판결이 간과한 국제사법 쟁점을 대상판결이 정확히 포착하여 판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대상판결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과,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便宜置籍’(flag of convenience)의 국제사법적 함의(含意)를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국제사법 제8조(예외조항)가 신설되었고, 종래 선적국법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듯이 대상판결은 선결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Ⅲ. 국제사법에서 선결문제의 개념과 그의 준거법 결정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세인트 빈센트법상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자면 동 법이 정한 일정한 피담보채권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피담보채권의 존재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라는 본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선결문제이다. 만일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법정지법(즉 한국법)이면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은 우리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고, 또한 만일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이면 선결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나, 이 사건에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외국법이므로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선결문제는 어떤 국제사법적 이익을 존중할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 국제사법은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명시하지 않지만, 강학상 선결문제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고 그 준거법 결정에 관해 종래 다양한 견해가 있다. 1. 법정지법설(독립적 연결설) 이는 원칙적으로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 이의 장점은, 본문제가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선결문제의 준거법이 일정하다는 점이다. 이는, 만일 준거법설을 취하면 동일한 선결문제가 ‘본문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상이한 준거법에 의하게 되므로 법적 정신분열증을 초래하게 되고, 국제사법의 이상의 하나인 내적 판결의 일치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독일의 종래 다수설과 판례이다. 2. 준거법설(종속적 연결설) 이는 원칙적으로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국제사법에 따라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 선결문제는 본문제의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 발생하는 문제인데, 본문제의 해결은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법질서가 행하는 선결문제의 판단을 전제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선결문제가 외국적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국제사법에 따른다고 본다. 즉 법정지 법원은 선결문제에 관하여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법원이 판단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단함으로써 외적(또는 국제적) 판결의 일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절충설 이는 일률적으로 법정지법설 또는 준거법설에 따르는 대신 구체적 상황에 따라 국제사법적 이익을 고려해 판단하는 견해로, 독일과 일본에서 점차 유력하게 주장되는데, 개별사안에서 법관이 판단해서 타당한 결론을 끌어내는 데 장점이 있다. 예컨대 사안의 내국관련이 큰 경우 내적 판결의 일치를 위해 법정지법설에 따르나, 외국관련이 큰 경우에는 외적 판결의 일치를 위하여 준거법설에 따른다. 4. 기타 학설 그 밖에도 선결문제는 본문제와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이므로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실질법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실질법설)와, 저촉규범을 통한 우회적 법선택을 피하고 목적론적으로 선결문제와 관련성을 분석하여 중요도와 집중도가 더 큰 법규정을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Ⅳ. 대상판결의 논리구조와 그에 대한 평가 학설 대립을 고려하면, 선결문제인 선원임금채권의 준거법 결정에 있어, 대상판결로서는 한국의 국제사법을 적용할지,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적용할지, 아니면 세인트 빈센트의 실질법을 적용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선해하면 대상판결이 법정지법설을 취했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피담보채권의 발생이 국제사법(제60조 제1호, 제2호)의 법률요건 중에 규정된 법률효과는 아니므로 이는 선행문제(Erstfrage)는 아니고, 대상판결도 그렇게 파악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즉 대상판결은, 본문제인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세인트 빈센트법을 적용한 결과, 피담보채권의 발생이라는 선결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준거법을 결정했어야 하나, 단순히 우리 국제사법을 적용했다(피담보채권이 대위변제에 의하여 이전되는 결과 선박우선특권이 이전되는지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따를 사항인데, 1993년 협약 제10조에 따르면 피담보채권의 대위변제는 선박우선특권의 대위를 수반하므로 피담보채권의 이전도 선박우선특권의 이전의 선결문제이다). 논점을 명확히 하고자 선결문제가 논의되는 전형적 사안을 보자. 예컨대 피상속인(A국인)이 배우자(B국인)를 두고 사망한 경우, 우리 법원은 국제사법 제49조(상속)를 적용해 피상속인의 본국법(A국법)을 상속의 준거법으로 판단하고, A국의 상속법에 따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한다. 만일 피상속인과 배우자 간의 혼인관계의 존재가 다투어지면, 법원은 선결문제인 혼인관계의 존부의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법정지법설을 따르면 혼인의 성립에 관한 우리 국제사법(제36조)이 적용되나, 준거법설을 따르면 A국의 국제사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논리를 따르면, “일반적으로 배우자로서 상속을 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가 존재해야 하는 바, 혼인관계는 국제사법 제49조(상속)에 의할 사항이 아니고 국제사법 제36조(혼인의 성립)에 따라 혼인의 성립 및 방식의 준거법을 적용하여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게 된다. 이렇게 접근하면 선결문제는 항상 실질법적으로 해소되거나 선행문제로 취급되고, 준거법설과 절충설 등은 아예 배제된다. 준거법설을 취하면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피담보채권의 발생 및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이 사건에서 한국의 관련성이 법정지 및 경매지일 뿐이라면 절충설도 동일한 결론이 된다). 요컨대 대상판결이 선결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대상판결이 선결문제를 인식하고, 선원임금채권의 발생 및 대위변제의 준거법 결정에 관한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조사한 뒤 우리 국제사법과 결론이 같다고 판단했더라면 탁월한 판결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세인트 빈센트의 관점에서 위 쟁점들의 준거법이 세인트 빈센트법이라면 선결문제를 논의할 실익은 없다. Ⅴ. 맺음말 대상판결이, 원심판결이 간과한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판단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과 선원임금채권의 준거법을 판단하면서 편의치적의 국제사법적 함의를 판단하지 않은 점과, 선결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대상판결이 명확히 법정지법설을 취했다면 필자는 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비판하는 것은, 대상판결이 선결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논리를 전개한 점이다. 필자의 오해가 있다면, 질정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
2008-07-14
임종률
파업참가기간과 임금삭감
法律新聞 2481호 법률신문사 파업참가기간과 임금삭감 임종률 성균관대교수, 法學博士 ============ 15면 ============ 【사건의 개요】 삼척군 의료보험조합의 운영규정에 의하면, 매년 1월에 지급되는 정근수당은 1월1일 현재 임직원의 신분을 보유하고 전년도 12월 1일부터 계속 근무한 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위 조합은 1989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일어난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들에게 90년 1월의 정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정근수당의 전액지급을 청구하였는 바, 원심판결은 이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하여 사용자측이 정근수당도 파업참가 기간에 대하여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판결요지】 근로기준법18조 등에 비추어 볼 때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므로 현실의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가족수당이나 주택수당 등도 그것이 근로시간에 직접 또는 비례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근로제공과의 밀접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가 사용자가 의도하는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지 단순히 근로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쟁의참가기간에 대하여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취업규칙 등의 규정이 없고 그러한 관행도 없는 이상, 쟁의참가기간에 대하여 모든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 쟁의행위는 집단적 투쟁행위로서 그 기간중 근로제공의무를 일시 정지시키고 사용자가 노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반하여, 평상시의 결근등은 개별적 행위로서 근로제공의무를 정지시키지 않고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평상시의 결근등과 쟁의행위 참가는 전혀 다른 것이므로, 취업규칙 등에서 평상시의 결근자 등에게 정근수당을 삭감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쟁의행위에 참가한 자에게도 이에 준하여 정근수당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평 석】 1. 임금삭감 범위에 관한 견해의 대립 사용자는 파업참가자에 대하여, 취업규칙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정상적인 근로를 전제로 예정되어 있던 임금액에서 파업참가기간 중의 임금액을 삭감 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하여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복잡한 임금체계와 관련하여 삭감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있고, 이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1) 임금일체설 임금이 법률상 근로의 대가 또는 대상으로 정의되어 있는 이상(근로기준법 제18조), 현실의 근로제공의 대가가 아닌 임금이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파업참가기간에 대하여 어떤 명목의 임금이든 모두 삭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 임금이분설 임금에는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대응하는 부분(보장적 임금)과 현실의 근로제공에 대응하는 부분(교환적 임금)이 있고, 후자는 파업참가에 있어서 임금삭감의 대상이 되지만 전자는 현실의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것이므로 삭감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는 최고재판소가 일찍이 明冶生命사건(最判 1965년 2월 5일)에서 「근무수당」이나 「교통보조비」는 노동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 대한 생활보조비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이들은 파업에 의하여 삭감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적이 있었다. (3) 계약해석설 파업참가 기간에 대한 임금삭감의 범위는 임금의 성질론으로부터 획일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간의 계약내용 여하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하고, 파업 당시의 계약내용이 불명확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계약의 해석에 의하여 해결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관행상 평상시의 결근 등에 대하여 특정명목의 임금을 삭감하도록 되어 있는지 여하에 준하여 처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이 견해에 입각하여 三菱重工業사건(最判 昭56년 9월 18일)에서 「파업기간중의 임금삭감의 대상으로 되는 부분의 존부 및 그 부분과 임금삭감의 대상으로 되지 않는 부분의 구별은, 당해 단체협약 등의 정함 또는 노동관행의 취지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파업시의 가족수당 삭감이 노사간에 이의없이 노동관행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가족수당은 파업에 의한 임금삭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종전에는 진해시 의료보험조합사건(대법 1992년 3월 27일 판결, 91다36307) 및 서울제25지구 의료보험조합사건(대법 1992년6월23일 판결, 92다11466)에서, 파업참가기간에 대하여 삭감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는 현실의 근로제공에 대하여 지급되는 교환적 임금에 국한되지만, 교환적 임금과 보장적 임금의 구별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규정에 결근 등으로 인한 근로제공 중단에 대하여 임금의 감액을 정하고 있는지의 여부 또는 종래부터의 관행이 어떠하였는지 등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서, 당해 취업규칙의 임금에 관한 제규정의 해석상 정근수당이 결근자에게도 전액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파업참가자에게도 정근수당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문제의 정근수당이 삭감의 대상으로 되는지 여부를 당사자의 계약내용 여하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판결은 계약해석설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일본의 三菱重工業사건 판결과 달리, 교환적 임금과 보장적 임금을 구분하면서 파업참가자의 임금삭감은 교환적 임금에 국한된다고 언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순수한 계약해석설은 아니고 임금이분설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도 충분하다). 2. 판례의 검토 (1) 임금일체설의 타당여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의 판결로서 종전의 판결을 변경하고 임금일체설을 취하였다. 모든 임금이 「근로의 대가」라는 점은 이의가 없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임금이 「현설적」근로제공의 대가라고만 볼 수는 없다. 보장적 임금의 존재를 부정한다 하더라도, 현실의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임금을 둘 것인가 여부는 당사자의 자유이다. 예컨대 수개월간 결근한 자라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가족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이를 임금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임금일체설은 이를 임금으로 보기 위하여 다른 시기의 현실의 근로제공과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약하기는 하지만 밀접도가 있다고 무리하게 의제한다. 그리고 임금일체설에 의하면 모든 임금은 파업참가시에 삭감의 대상이 되는데, 예컨대 당사자간에 특정의 임금을 파업참가시에도 삭감하지 않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왜 당사자간의 약정을 존중하여 삭감할 수 없게 되는지가 해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임금이분설이 옳다는 것인가? 임금이분설에 의하면 임금에는 성질상 반드시 보장적 부분과 교환적 부분이 존재하여야 하지만, 불안정취업형태를 중심으로 보장적 부분이 없는 임금을 약정한 경우를 어떻게 설명할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보장적 임금과 교환적 임금의 구별기준이 불명확하여 실무상 혼선이 빚어지는 점도 문제이다. 또 예컨대 부양가족수에 비례하여 책정되는 가족수당이라도 당사자간에 결근일수에 비례하여 삭감하기로 정할 수도 있는데 임금이분설에 의하면 그러한 당사자간의 계약이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므로 파업시의 임금삭감범위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의사 내지 계약에 맡기려는 계약해석설이 가장 타당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판례가 임금일체설을 채택한 것은 비판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하겠다. (2) 파업참가와 평상시 결근의 관계 계약해석설에 의하면, 취업규칙 등에 파업참가자의 임금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한, 파업참가자를 임금 삭감에 관하여 평상시의 결근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파업참가와 평상시의 결근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강조하면서 양자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판례는 우선, 파업이 파업참가자의 근로제공 의무를 정지시킨다는 점에서 근로제공의무를 정지시키지 않는 평상시의 결근과 상이하다고 설명한다. 정당한 파업이, 근로계약관계를 존속시키면서도 근로계약 당사자의 주된 의무, 즉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와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를 일시정지시킨다고 보는 견해(정지설)에 대하여는 오늘날 이론이 없다. 그러나 정지설은 「정당」한 파업에 대하여 집단법상 민.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이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에 대하여 개인법상 근로계약위반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하여 안출된 이론이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위법」한 파업에 참가한 자에게도 과연 근로제공의무가 정지되는지가 의문스럽고, 따라서 근로제공의무의 정지여부로서 파업참가와 평상시의 결근을 구별하는 판례의 설명방식에 찬동하기 어렵다(판례는 파업참가자에 대하여 응분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정지설에서 구하고 있는데, 정시절은 「정당」한 파업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위법」한 파업에의 참가자에 대하여는 무슨 근거로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게 되므로, 그 이론적 근거를,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제공의 중단에 대하여는 응분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이른바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에서 찾는 것이 더 옳았다고 생각한다). 판례는 또, 평상시의 결근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반하여 파업기간중에는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노무지휘권의 행사는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에 맡긴 것을 전제로 하므로 결근자 본인에게는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고, 판례가 평상시 출근자에 대한 노무지휘권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라면 파업시에도 파업불참가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된다. 그러므로 노무지휘권과 관련하여 파업참가와 평상시의 결근을 구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파업참가와 평상시의 결근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판례가 지적한 것처럼, 개별적 행위이냐 집단적 행위냐에 있고 그로 인한 업무장애를 쉽사리 해소할 수 있는냐 여부에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차이점이 양자를 「임금」에 관하여 차별할 요소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므로 임금지급에 관한 차별을 근거짓기 위하여는 양자가 「근로제공」에 있어서 차이가 있느냐를 보아야 하는데 파업참가와 평상시의 결근은 사용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실의 근로제공을 중단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명목의 임금을 결근자에게는 삭감하지 않으면서 특약이 없이 파업참가자에게만 삭감한다면, 그 삭감조치는 임금이 근로의 대가라는 원칙(따라서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결근자는 무노동임에도 불구하고 해당임금을 삭감하지 않았으므로), 파업참가를 이유로 한 징벌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특히 정근수당을 결근자에게 전액 지급하면서 「정당」한 파업에 참가한 자에게 정근수당을 삭감한다면 이는 「정당한 단체행동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노동조합법 39조5호)로서 부동노동행위가 성립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3) 결 론 대법원은 오랜 검토를 한 끝에 이번에 전원합의체의 다수견해(13인중 10인의 찬성)로서 임금이분설과 계약해석설을 배척하고 임금일체설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판시결과가 노사 어느 쪽에 유리한가를 떠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법이론상의 의문제기나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논쟁은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9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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