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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
술에 취한 자에 대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I. 사실관계 군인신분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처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 처가 먼저 잠이 들고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 후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준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만취되어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II.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군검찰은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 이후 제1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보통군사법원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있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에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미수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대신 준강간미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의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III. 평석 1. 대법원 다수의견의 취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잠이 들어 있어서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을 경우 이와 관련해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은 이 조문을 동 사안에 적용하고 있다. 즉 이 사안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의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면서 동시에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불능미수 법리로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라는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반론의 검토 (1)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의미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논거로 미수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행행위를 종료하지 못하거나 실행행위를 종료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상사건은 이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실행행위도 종료되었고 그로 인하여 결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반대의견도 기본적으로 같다.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므로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수란 실행에 착수하여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킨 경우를 말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는 행위주체·실행행위·인과관계·결과 등이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총칭하여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한다. 형법 제25·26·27조 각각의 미수범의 성립요건에서 결과의 의미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의 일부로서의 결과나 결과범에서 말하는 결과가 아니다. 이때의 결과는 '구성요건적 결과'를 뜻하는 것이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미수범 처벌규정이 존재하는 때에는 미수범이 성립된다. 피해자를 협박하여 그의 재산상의 처분행위로 재물을 영득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피해자가 의사의 자유가 침해되어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를 불쌍하게 여겨 재물을 교부한 것이라면 공갈죄는 미수에 그친다. 침해범과 위험범의 차이에 주목하고자 하는 반대의견의 관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침해범과 위험범의 구별은 범죄의 성질이 법익침해를 본질적 요건으로 하는가에 따른 것에 불과하고 현주건조물방화죄처럼 위험범이지만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 구성요건도 존재하며 따라서 준강간죄가 위험범이 아닌 침해범이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여부를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증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요컨대 침해범이라는 특성이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다르게 해석해야 할 합당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침해범의 경우 대체로 행위자가 '의욕한 바', 예컨대 사망이나 간음이 곧 '구성요건적 결과'인 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법리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2)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의 판단방법 대법원 반대의견은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라고 하며 대상사건은 불능미수로 의율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그 취지는 일반적으로 혹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만취한 상태의 피해자에 대한 간음은 실행행위가 종료되기 전에 사전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준강간의 실현가능성에 있어서 결과발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사안의 경우 사후적으로 밝혀보니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서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것은 우연한 사정이 개입하여 그렇게 된 것일 뿐 규범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결과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밝혀진 결과에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가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렇게 되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모든 미수범 사안은 애당초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미수유형으로 분류되어 불능미수범으로 의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위자가 실행행위를 할 당시에 결과발생이 불가능했는지 여부는 그 당시 행위자에게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결과가 발생할 수 없음을 알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관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위자의 인식을 넘어선 사정들, 즉 사후적으로 밝혀진 점들에 의해 확정되는 문제이므로 불능미수 조문의 적용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사실판단 문제이다.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행위 당시 행위자의 예측이나 인식과는 무관하게 사후적으로 증거에 의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소송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불능미수는 법률상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되는 사실로서 이는 범죄사실 자체는 아니지만 범죄사실의 존부만큼 피고인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이므로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한 입증을 필요로 하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고 따라서 불능미수가 인정되기 위해서 입증되어야 할 사실인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은 사후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반대의견의 논지대로 사전적 관점에 의해서 결과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실제로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은 매우 축소되어 발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소위 통찰력 있는 평균인의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행위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사례는 그에게 '현저한 착오'가 없는 이상 관념하기 힘들다. 만일 이처럼 '현저한 착오'가 있는 경우만 불능미수가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바 착오의 의미를 '현저한 착오'로 축소해석하는 것은 법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유추해석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3. 맺음말 불능미수는 실행의 착수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이미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결과불법이 거의 소멸했거나 '법익평온상태의 교란'이라는 가장 약한 형태의 결과불법만 인정된다. 다만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했을 때 착오가 없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인정되며 이러한 결과불법의 구조로 인해 결과발생이 가능해서 법익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장애미수에 비해 결과불법이 감경된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은 간음의 고의로 실행의 착수를 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이 인정되며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을 준강간의 미수범으로 의율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그 처벌은 합당한 법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준강간죄
장애미수
불능미수
준강간미수
취업제한
간음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0-11-16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법률신문 9월 6일 자 5면) (1) 사실관계 갑과 A는 "A가 자금을 출연하여 소나무 39주, 팥배나무 1주(이하 P수목으로 약칭함)를 구입하고, 갑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P수목에 대한 가식·관리를 하여 쌍방의 협의 하에 제3자에게 처분한 다음 그 수입을 분배한다."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P수목을 대금 1,200만 원에 매수하였고, 갑은 이를 M토지에 가식(假植)하여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은 A의 허락 없이 C에게 P수목을 대금 1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석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갑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된 A는 C에게 P수목과 관련한 동업계약 사실을 알렸다. 갑과 C와의 P수목 매매는 이로써 무산되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갑을 횡령죄와 사기죄로 기소하였다(이하 횡령죄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은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였다. 갑과 검사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횡령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횡령 미수의 인정근거에 대해 학술논문에 준하는 정도로 상세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춘천지방법원 2010노197), 지면관계로 필자가 임의로 이를 요약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2008도10971 등). (나) 횡령행위는 정당한 소유자의 본권 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 (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의 권리변동에 등기나 명인방법 등의 공시방법이 필요하다. (라) 부동산의 경우에 계약금의 수령만으로는 아직 구체적 위험발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갑의 행위는 횡령죄의 실행의 착수에는 해당하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보관하던 이 사건 수목을 함부로 제3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소비하여 이 사건 수목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횡령미수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판단의 타당성을 긍정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은 단지 '관련 법리'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학계의 다수의견과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해 왔다. 즉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소위 표현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불법영득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며 실제로 재물을 소유권자에 준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될 때 기수에 이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소위 실현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법원은 종래의 표현설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현설의 입장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점유의 이전이 소유권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동산과 달리 등기나 명인방법에 의하여 소유권 이전이 일어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종래의 위험범설로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갑이 함부로 P수목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의 발로로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명인방법에 의하여 P수목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기수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횡령죄를 추상적 위험범과 구체적 위험범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이미 행위자에게 있으므로 추상적 위험범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이전이나 명인방법에 의한 인도가 있을 때 비로소 위험발생이 구체화하여 이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항소심법원의 태도 및 이를 유지한 대법원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에 백 퍼센트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횡령죄를 구체적 위험범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는 구체적 위험범의 개념정의에 반드시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체적 위험범이란 입법자가 법익침해의 위험을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해 놓은 경우를 말하는데(예컨대 형법 167조 1항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참조), 횡령죄의 경우에 이를 나타내는 구성요건표지는 없다. 지금까지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여 왔던 학계나 판례의 입장은 외국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독일 형법의 경우 횡령죄는 그 객체가 동산으로 한정된다(독일형법 246조 1항 참조).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동조 3항) 동산만을 객체로 하는 관계로 횡령죄의 미수범은 자기 소유의 재물을 타인 소유의 재물로 오인하여 횡령하는 불능미수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Nomos Kommentar StGB, 2. Aufl. § 246 Rn. 43). 한편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형법은 횡령죄의 가중형태로 업무상 횡령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횡령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배제되어 있다(동법 252조, 253조 참조). 요컨대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에는 모두 횡령죄의 미수범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355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배치하여 그 법적 성질이 유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을 같은 조문에서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고(형법 356조), 미수범도 같은 조문(형법 359조)에 의하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서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객체로 하는 독일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이나,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일본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차용할 수 없음을 즉시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소유권 변동과 관련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이다(민법 186조 참조). 부동산의 횡령과 관련하여 독일 형법의 해석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론도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바가 별로 없다. 요컨대 우리 형법 제359조가 규정하고 있는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우리 민법의 물권변동 법리에 맞추어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소심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관련 법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러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본 판례는 앞으로 실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죄의 미수감경을 허용한 본 판례는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 처벌과 관련하여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본 판례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의문점 한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그 처벌을 가능한 한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판례를 보면, 계약금의 수령단계에서는 아직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도14427). 적어도 중도금 수령단계에 이르러야 미수가 되고, 본등기 또는 가등기가 경료될 때 기수에 이른다(2008도3766). 그런데 본 판례에서는 계약금의 수령만으로 횡령죄의 미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앞으로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2012-09-17
한상훈 연세대 법대교수
불능범(형법 제27조)의 처벌근거와 성립요건
1. 들어가는 글 형법 제27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에 대하여는 종래 별로 논의가 없었고 판례도 적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혼란과 논쟁은 해소되지 않았다. 판례의 입장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대법원 2007. 7.26. 선고 2007도3687 판결(소송비용편취 사건)이나 대법원 2005. 12.8. 선고 2005도8105 판결(초우뿌리 사건) 등과 관련하여도 논란이 있다. 제27조가 규정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과 ‘위험성’표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비판하거나, 위험성은 모든 미수범에 해당되므로 불필요한 요소로서 삭제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주장되고 있다. 법무부와 형사법학회에서 중단된 형법개정작업을 재개하였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내년 출범과 함께 형사법의 판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석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까지의 학설과 판례에 아쉬운 점도 있어 부족하나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대법원판례의 입장 많은 판례 중 대표적인 최근의 판례 2개는 다음과 같다. <소송비용 편취 사건> 대법원 2005. 12.8. 선고 2005도8105 판결(사기미수) 【판결요지】 [1] 불능범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2] 소송비용을 편취할 의사로 소송비용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사기죄의 불능범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초우뿌리 사건> 대법원 2007. 7.26. 선고 2007도3687 판결(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 【판결요지】 [1] 불능범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2] 일정량 이상을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초우뿌리’나 ‘부자’ 달인 물을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행위가 불능범이 아닌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형법 제27조의 입법경위 먼저 우리형법의 입법과정을 보면, 1951년 형법정부초안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불능미수도 원칙적으로 처벌하되, 다만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1927년 독일형법초안 제26조 제3항과 동일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1952년 국회 법사위 수정안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불능미수의 경우에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만 처벌하고 형은 임의적으로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 수정안이 결국 형법의 규정으로 제정된다. 불능미수의 형법규정에 ‘위험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대단히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 형법이 위험성을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1953년 6월26일 제16회 국회임시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엄상섭 의원은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법전편찬위원회에서는 많이 논의가 되다가 ‘불가능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위험성이 있고 없고 간에 처벌하기로 하되 형은 감경도 하고 면제도 하여서 구체적인 사정에 맞추자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결국 미신범 즉 ‘자기가 증오하는 사람을 신불(神佛)에게 죽게해 달라고 기도하는 방법으로 하는 살인죄’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처벌하게 되는 것으로서 가혹할 뿐 아니라 가벌미수와의 한계가 명확하지 못하다. 그래서 ‘사후의 판단으로 해서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점으로 보아서 도저히 그 결과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면, 혹은 형을 감해주기도 하고 혹은 면제해주기도 하자 이렇게 고친 것이다.” 이러한 설명으로 볼 때, 위험성표지를 추가함으로써 불능미수의 처벌범위를 객관적으로 제한하고, 이를 통하여 처벌되지 않는 미신범과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고자 의도하였음이 분명하다. 즉 객관주의적 형법의 관철, 형법의 보장적 기능의 강화, 민주적 인권보장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신동운/허일태 편저, 효당 엄상섭 형법논집 참조). 4. 독일, 일본의 비교법적 고찰 불능미수에 관한 독일과 일본의 입법례나 개정안은 일관되지 않고 임의적 감경이나 불처벌의 입장 등으로 변화가 심하다. 1871년의 독일제국형법에는 불능미수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1922년 라드부르흐 독일형법초안 제24조 제4항은 행위자의 중대한 무지로 인한 불능미수는 불벌의 입장을 취하였다. 1927년 독일형법초안은 중대한 무지라는 표현을 포기하고 다시 불능미수에 대한 임의적 감면으로 돌아갔다. 1975년에 개정된 현행 독일형법 제23조는 불능미수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미수범의 일반규정에 포함시키면서 현저한 무지인 경우에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다. 일본의 경우 1907년에 개정된 현행 일본형법 제43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그 기수에 이르지 못한 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단 자기의 의사에 의하여 범죄를 중지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규정하여 장애미수, 중지미수는 규정하지만 불능미수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1927년 일본형법 예비초안 제23조는 현저한 무지로 인한 불능미수는 불벌하는 1922년 라드부르흐형법 초안의 태도를 따르고 있다. 1931년의 일본형법가안 총칙 제22조는 ‘결과의 발생함이 불능한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가 위험한 것이 아닌 때에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다. 형법 제27조는 이전에는 독일이나 일본에서 단지 형법개정초안에만 사용된 적이 있던 ‘위험성’ 표지를 명시적으로 입법한 최초의 형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비교법적으로 그 의미가 크다. 5. 해석상의 쟁점과 私見 우리형법 제27조의 특유한 법문언은 해석상의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미수범은 위험성이 있으므로 동조의 위험성표지는 독자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고,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므로, 동조는 그 자체로 모순되어 ‘위험성’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러나,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는 당해 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actual dangerous-ness)은 없지만,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potential dangerous ness)이 있어서 처벌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은 없지만, 법익침해의 ‘잠재적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잠재적 위험성(poten-tial dangerousness)’이란,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행위를 통하여 표출되었으나 착오와 같은 우연적 사정으로 인하여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성을 말한다. 즉, 객관적 측면에서는 법익침해의 위험이 없는 행위이나,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법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표출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설탕을 흰 독약이라고 착각하고 커피잔에 넣어 먹게 한 경우, 객관적으로는 설탕이 든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이므로 아무런 현실적·구체적 위험도 없지만, 행위자는 독약이라고 생각하고 먹게 한 것이므로 범인의 의도적 행위를 통하여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이 표출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때, 불능미수는 법문상의 모순 없이 그 처벌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6. 대법원판례의 모호성 대법원판례는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범에 대하여 모호하게만 판시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된다. 전술한 ‘소송비용편취 사건’의 요지는 “불능범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므로, 학설상 추상적 위험설과 동일하다. 이에 반하여, ‘초우뿌리 사건’의 요지는 “불능범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는 것이므로, 구객관설의 기준과 같다. 그렇다면 이 두 판결의 판시사항은 서로 모순되거나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건대 소송비용편취 사건은 불능미수의 ‘위험성’표지에 대한 것이지만, 초우뿌리 사건은 ‘결과발생의 불가능’ 표지에 대한 판시내용으로 볼 수 있고, 아무런 모순도 발생하지 않는다. 판례는 이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판례가 사용하는 ‘불능범’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다의적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험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는 ‘협의의 불능범’을 의미할 때도 있고(소송비용편취 사건의 경우), 단지 결과의 발생만이 불가능한 ‘광의의 불능범’을 의미하기도 한다(초우뿌리 사건의 경우). 같은 용어를 아무런 설명 없이 다른 의미로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은 판례의 공신력과 법적 안정성,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종래 학설은 가벌적인 ‘불능미수’와 불가벌적인 ‘불능범’을 구별하고 있다. 판례는 주로 불능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는 모호하다. 사견으로는 용어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방향은 불능범과 불능미수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 즉 형법 제27조의 표제이기도 한 ‘불능범’은 불능미수범의 축약으로 보는 것이다. 형법 제26조의 표제가 ‘중지범’이지만 ‘중지미수’로 이해하는 것과 동일하다. 7. 결론 형법 제27조의 불능범 또는 불능미수(범)는 착오로 인하여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은 없지만 행위자의 범행의도로 표출된 잠재적 위험성이 있어서 처벌되는 미수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법익침해의 현실적 위험성이 있으면 장애미수(가능미수)로 형법 제25조에 의하여 처벌되고, 잠재적 위험성도 없으면 처벌되지 않음은 형법 제27조의 규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정한 법익에 대한 결과발생의 가능성인 현실적 위험성은 객관적, 사전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발생의 잠재적 위험성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에 대하여 과학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판단하면 족할 것이다.
2008-11-24
김일수 고대 법대 학장 · 법학박사
소송사기의 불능과 불능미수
●판례요지 소송사기를 하려는 자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제소했다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평석요지 이 사건 피고인은 死者를 상대로 제소했지만 법원을 기망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시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러도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지만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평온의 파괴에 이를만큼 구체적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봐야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0년3월16일경 고소인 박종철로부터 서울중구신당동203의8 대지 66평방미터중 5분의 2지분을 피고인의 처 전선희 명의로 매수하고 그해 3월1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1991년10월경 피고인은 위 대지위에 건물을 신축하기위한 토지측량을 하면서 그와 이웃하여 있는 같은동 202의 1 밭 7평(이것은 문제가 된 이 사건 부동산이다)이 고소인 김허존의 조부인 亡 김흥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되어 있으나 김흥길의 사망후 상속등기등 공부상정리가 되어 있지않고 그 후손들에 의하여 관리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매계약서를 위조하여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이어서 1992년10월23일경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원고 전선희, 피고 김흥길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실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소장에서「이 사건 부동산은 서울 중구신당동200의8 대지와 공부상으로는 두 필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필지로서 공소외 박종철의 부친인 박규희가 1942년1월20일경 亡 김흥길로부터 매수한 뒤 위 박규희의 사망으로 위 박종철이 상속하였으며, 피고인이 1990년3월16일경 위 박종철로부터 위 신당동200의8 대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니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허위내용을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위조된 부동산매매계약서까지 제출하여 이에 속은 담당재판부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위 김흥길이 1945년1월7일에 벌써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소외 亡 김윤제가 위 김흥길을 단독상속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의 표시를 위 김윤제로 정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위 김윤제도 1969년10월8일에 이미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고인은 1993년2월23일 스스로 소를 취하하였다. Ⅱ. 判決要旨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Ⅲ. 評 釋1. 詐欺罪實行의 着手 널리 알려진 바대로 사기죄는 일련의 연속된 객관적 구성요건 표지에 의해 실현된다. 즉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④피해자의 재산상의 손해→⑤행위자의 재산적 이익취득 등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사기죄 미수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 등을 짚어 보지 않은채 사기죄불성립으로 단정한 것은 미수범규정과 미수이론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예비와 미수를 구별하는 時點이 실행의 착수시기이다. 이것은 구성요건실현의 직접적 개시를 말한다. 더 이상의 중간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성요건의 실현에 곧장 이르게 된 어떤 행태를 취한 것을 뜻한다. 실행의 착수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불가벌인 예비와 가벌인 미수사이를 시간적으로 구별하는데 종래 客觀說과 主觀說의 대립이 있었으나 오늘날 절충설인 個別的 客觀說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르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주관적 기준), 범죄의사의 분명한 표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개개 구성요건의 보호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에 이르렀을 때(객관적 기준) 실행의 착수가 있다. 물론 개별범죄의 구체적인 실행의 착수시기는 원칙적으로 형법각칙상 구성요건의 실행행위에 대한 해석으로써 정해진다. 이것은 판례의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개별적 객관설의 구체적인 적용에는 첫째, 直接性(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개시), 둘째 危殆化(공격대상을 향하여 법익을 위태화시키는 관계), 셋째 범인의 전체적 범행계획(계획된 범행의 진행과정에서 이미 행한 범인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는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연속된 일련의 구성요건실현과정 중 행위자가 실현한 제1단계 행위인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물론 기수시기는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이다. 따라서 실행의 착수이후 기수에 이르기 전의 모든 단계는 미수에 해당한다. 물론 행위자의 기망행위로부터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까지가 편취행위의 성립요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편취행위는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라는 일련의 과정이 인과관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까닭에 편취행위의 직접적인 개시시점도 역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그렇다면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실행의 착수시기는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고, 이 시기는 행위자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행의 착수시기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인 직접성은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 구성요건의 실현을 위해 다른 중간단계의 행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행위만 취하면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피고인은 비록 死者를 피고로 하여 법원에 제소한 것이지만,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신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판결의 효력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사정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불능미수의 성립여부의 대상일 뿐, 사기죄 불성립의 경우라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2. 不能未遂냐 不能犯이냐 불능미수란 행위자의 故意에 의해 예견된 전체범행계획이 애당초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발생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할 경우를 말한다. 첫째,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행위수단이나 객체가 애당초 불능 또는 흠결이기 때무에 객관적으로 기수에 이를 수 없지만 행위자가 주관적으로는 자신의 행위로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정한 경우이다. 결과발생의 불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바로 실행의 착수시기인 실행행위의 직접적 개시점을 기준으로 해야한다. 둘째, 위험성은 비록 구체적인 행위상황에서 직접 일반인의 법적 안정감을 교란시키지는 않았지만 행위자가 장래 비슷한 갈등상황에서 동일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일반인의 法的 安定感이 교란됨을 말한다. 불능미수의 위험성은 이처럼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이 아니라 개별법익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法敵對性을 反證시켜 주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의미한다. 그 판단의 시점을 舊客觀說(절대적 불능·상대적 불능구별설)은 객관적 사후진단의 방법에 따라 재판시를 기준으로 하나, 新客觀說(구체적 위험설)은 객관적 사후예측의 방법에 따라 범행개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판단의 자료와 기준에 관하여서도 구객관설은 법관을 판단자로 상정하여 행위객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고, 신객관설은 통찰력있는 인간 및 행위자의 관점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공격받는 법익에 대한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는다. 추상적 위험설(법질서에 대한 위험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을 기초로 공격된 법익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 즉 법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었는가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印象說(行爲者의 危險說)은 구성요건실현을 직접개시한 행위자의 위험성, 즉 행위자가 법적대적의사실행을 통해 법익평온상태에 가한 교란을 위험성판단자료로 삼고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라 한다. 인상설은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에서 잠재적이지만 구체적인 개별법익에 대한 관련성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추상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의 성립범위가 좁다. 반면 행위자의 法敵對性에 치중하여 행위자가 실제 인식한 사정만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구체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성립 범위가 넓다. 이 사건에서 행위자는 死者를 상대로 법원에 제소하여 부동산을 편취하려 한 것이므로 실행수단의 착오 내지 흠결(실제 소송기술의 미숙에 해당)의 경우이다.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렀을지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시적인 불능의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 평온의 파괴에 이를 만큼 구체적인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시켜 줄만한 것이므로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능미수의 불법은 가벌적 불법의 최저한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불가벌적 예비와 가벌적 미수의 구별이나 불가벌적 불능범과 가벌적 불능미수의 구별은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 범행자가 사기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음이 인정된 상황에서 그의 실행수단의 착오가 행위자의 위험성을 배제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處分行爲(交付行爲)의 부존재 여부 대법원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판결부터 이 사건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송사기에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死者에 대한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르는 효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어서 착오에 의한 재물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성립 자체를 부인하여 왔다. 부동산도 사기죄의 객체중 재물에 해당하며 부동산소유권 이전도 교부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다수설의 입장이나 부동산사기는 결국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때의 부동산은 재물이 아니라 사기죄의 또 다른 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중 작위에 의한 처분행위는 재산상의 지위 또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실상의 행위를 포함한다.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도 없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물론 순전히 사실적인 행위라도 충분히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 처분행위의 결과 재산의 감소가 일어나야 하지만 이것은 사기죄의 결과로서 일어나야 하는 재산상의 손해발생과는 다르다. 재산처분의 결과는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의 야기만 있으면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이렇게 본다면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제소로 법원이 착오에 빠져 소유권이전등기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내렸을 때 비록 판결자체의 효력은 없을지라도 법적·사실적 처분행위 자체는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소송은 재산적 처분행위의 부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사기죄의 구성요건결과인 재산상 손해의 부존재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추구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大判 1992년9월14일, 91도2994; 1995년3월24일, 95도203) 결과범인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Ⅳ. 結 論 이 사건 범죄사실은 사기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아예 사기죄 성립자체를 부인한 것은 중간에 소를 취하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그렇지 않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및 1987년12월22일 선고 87도852 판결과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그러나 올바른 법률의 적용은 현실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인 분석없이는 불가능하다. 사기죄의 범죄성립요건에 대한 분석 그리고 미수의 각 종류와 그 요건에 대해 대법원이 적어도 기본적인 교과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검토했더라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1997-12-15
김일수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法律新聞 第2531號 法律新聞社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金日秀 〈高大法大學長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96년6월11일 宣告, 96도791判決 Ⅰ, 事件의 槪要 이 사건 피해자 X는 남성의 성기구조를 갖춘 남자로 태어나 남자중학교까지 졸업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여성에 귀속감을 느껴 수년간 여장남자로서 행세하여 왔다. 그러다가 결국 1991년과 1992년경 일본에서 자신의 음경과 고환을 제거하고 그곳에 질(膣)을 만들어 넣는 방법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 질구조를 갖추고 유방이 발달하는등 외관상으로는 여성의 신체구조를 갖추었으며 보통 여자와 같이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적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 X는 그후 남자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여 생계를 영위하는등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은 없기 때문에 임신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인 A는 같은 피고인 B 및 공소외 C와 함께 부녀자를 납치하여 강간하기로 공모하고 대상자를 물색하던중 1995년4월24일00시30분경 서울용산구한남동에 있는 하얏트호텔부근에서 마침 피해자 X가 혼자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같이 놀자는 식으로 꾀여 X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후 강제로 서울중구장충동소재 한국자유총연맹 건물부근으로 데리고 와, 위 피고인등과 합동하여 『사람살려』하고 소리치면서 도망치려는 피해자 X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채와 팔을 잡고 위 승용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어 항거불능케한 다음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전부 벗게 하여 차례로 성기를 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타박상 등을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Ⅱ, 大法院의 判決要旨 무릇 남자, 여자라는 성의 분화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태아의 형성초기에 성염색체의 구성(정상적인 경우 남성은 XY,여성은 XX)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발생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생식기인 고환 또는 난소 등의 해당 성선이 형성되고, 이어서 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음경 또는 질, 음순 등의 외부성기가 발달하며, 출생후에는 타고난 성선과 외부성기 및 교육등에 의하여 심리적, 정신적인 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법 제297조에서 말하는 부녀, 즉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발생학적 성인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피해자는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관상 여성적인 신체구조를 갖추게 되어 보통여자처럼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쾌감까지 느끼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본래 남성일 뿐, 달리 여성의 성염색체구조를 갖추고 있다거나 성염색체는 남자이면서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과 난소를 겸비한 진성반음양 또는 고환이나 난소의 발육이 불완전한 가성반음양이라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위 성전환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 내·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후에도 여성으로서 생식능력이 없는 점, 그리고 이에대한 사회일반인의 평가와 태도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를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Ⅲ, 法律의 適用 이 사건에 대해 애당초 검사는 主位的 公訴事實로 강간치상을 내세워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1항, 형법 제297조(강간)의 적용을 구하였다. 또한 예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치상을 들어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적용을 구하였다. 그밖에 체포·감금의 점에 관하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2항, 제1항, 형법 제276조1항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서울지방법원 제21형사부)은 본건 피해자가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과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형이 더 무거운 성폭력특별법위반으로 처벌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다. 피해자는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제1심과 같은 입장에서 본 건 피해자가 부녀자가 아니라 남성에 불과하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치상의 점을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치상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은 여성의 포함될 수 없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역시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하였다.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성행위를 할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었을 경우 이를 보호해 주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입장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시켰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개념에는 적어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여성으로 성전환수술한 경우까지 확대될 수 없다는 관점을 견지한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Ⅳ, 論 評 1, 强姦罪의 客體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이다. 通說은 여기에서 부녀라 함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여자를 지칭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개조된 자까지 포함하는가에 관해 제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일관하여 이를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原審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 부녀의 개념은 최초 출생시 정상적인 염색체구조와 난소, 자궁, 질 등과 같은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만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이보다 광의로 「약간의 염색체이상 또는 호르몬분비의 이상은 있으나 염색체성, 성선성, 표현형성, 정신적성과 같은 4가지 남녀의 구별기준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고찰하여 여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자까지 만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에는 ①성염색체는 정상이나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이나 난소를 겸비하고 외부성기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 이른바 中性인 경우(진성반음양), ②성호르몬분비의 이상으로 성선은 난소이면서 외부성기는 남성화를 보이는 여성 또는 성선은 고환이면서 외부성기가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남성화 내지 완전한 여성화로 되어 있는 남성의 경우(가성반음양)로서 환자의 성자아, 성역할에 따라 여성으로 성을 결정하여 주고 그 결정된 성에 맞도록 수술 및 성호르몬투약 등의 방법으로 내분비학적 치료를 끝낸 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인위적인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의 활동과 생활을 한다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구별 개념은 대법원판결도 그대로 원용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 X는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비록 X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정서적으로 여성으로 생활한다 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대법원판결의 입장은 성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치우친 반면, 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무시했기 때문에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수긍하기 곤란하다. 부녀의 물리적 해석의 의미는 당연히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를 뜻한다. 그러나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부녀의 성적의사결정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그와같은 부녀의 성적자유는 최초 염색체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성만이 아니라 부녀로서 현실적인 성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적성까지 포함한다고 확대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확대해석은 이를테면 게이를 여성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금지된 유추적용이 아니라 사회적 생활사실과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목적론적 관점으로부터 문언의 가능한 語義의 최대한을 천착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사회생활과 역할을 수행하는 자 모두 성의학적인 정신질환자일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는 위장된 남성에 머물도록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야 말로 개인의 생활세계에 대한 법적 억압일 수 있고 생활과 동떨어진 법개념의 유희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생활세계를 영위하는 자는 법적 의미에서 여성으로 대하여야 하며, 강간죄의 객체속에 포함시켜도 좋다고 생각한다. 2, 法律適用의 誤謬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 X가 부녀자인 줄 알았고, 부녀자로서 대상을 삼아 윤간을 저질렀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합동강간을 의도하여 부녀자를 ============ 15면 ============ 체포·감금하여 강간을 실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상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짜강간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합동강제추행으로 단정했다. 진짜강간에서 강제추행으로 관점의 변화는 물론 검찰이 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한데 기인한다. 그러나 법원이 적정한 법률적용의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진짜강간기수의 점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주위적 공소사실을 강간미수로 변경하도록 촉구하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사로 부녀인 줄 알고 X를 강간했으나 만약 법원의 견해대로 X가 남성이었다면 대상의 착오로 인한 강간기수의 불능일뿐 강간죄 故意의 성립에는 지정이 없다. 그렇다면 막바로 예비적 공소사실대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간죄의 不能未遂에 해당한다. 또한 합동강간은 미수에 그쳤으나 그로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이 경우 强姦致傷未遂에 해당한다. 종래 우리형법상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성폭력특별법 제12조를 필두로 개정형법 제324조의 5, 제342조에도 결과적가중범의 미수처벌규정이 등장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견해처럼 본건 피해자 X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는 남성이라 치더라도 적절한 법률의 적용은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1항, 제12조, 형법 제297조(강간) 제27조(不能未遂)등이 고려되었어야 옳다. 사안자체가 성폭력특별법상의 합동강간치상미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 모두 성전환수술의 점에 눈이 팔려 불능미수의 논점을 놓친 것은 법적판단의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싶다.
199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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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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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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