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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상속채무의 처리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에 관하여 필자가 지지하는 청구권설에 따른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반환받은 재산은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상속채권자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판례가 따르고 있는 형성권설에 따르더라도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사실관계와 대법원 판결 가.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소외 A는 2017년 1월 8일 자살하였는데, 원고는 A와 1997년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로서 A의 유일한 상속인이고, 피고 2011년 10월 경부터 A 사망 시까지 그와 동거하던 사람이다. A는 2013년 8월 9일 및 2015년 2월 경 A를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5건의 생명보험계약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하였다. 피고는 A 사망 후 그 생명보험금을 지급받았다. A의 사망 당시 적극적 상속재산은 약 2억 3000만 원이고, 소극적 상속재산(상속채무)은 약 5억 7500만 원이었다. 원고는 A 사망 후 3개월 내에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였고, 신고가 수리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지급받은 생명보험금 등에 대하여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의 판결이유 가운데 유류분 부족액의 산정방법에 관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 대법원의 판결이유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액’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받은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하는데,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은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인 상속분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한다. 이처럼 유류분액에서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것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개시에 따라 받은 이익을 공제하지 않으면 유류분권리자가 이중의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다면, 즉 순상속분액이 음수인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여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야 단순승인 상황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액만큼 확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유류분권리자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서는 안 되고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 유류분권리자인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였으면 상속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는데, 상속채무 초과분이 있다고 해서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게 되면 법정상속을 통해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은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액을 넘는 재산을 반환받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상속채권자로서는 피상속인의 유증 또는 증여로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상태가 되거나 그러한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면 수증자를 상대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연구 가. 처음에 대상판결에서 문제 되었던 것은 유류분부족액의 산정방법 외에도 생명보험금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에 해당한다면 이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증여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점들에 대하여는 윤진수, 전년도 핵심판결 해설 가족법②, 법조신문 873호, 2023 참조). 여기서는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유류분부족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만 살펴본다. 나. 유류분권리자가 한정승인을 한 경우 상속채무의 공제 대상판결은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은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인 상속분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하여야 하고,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다면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여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은 대법원 2022년 1월 27일 선고 2017다265884 판결이 이미 선언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야 단순승인 상황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액 만큼 확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속 당시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크면 유류분권리자는 상속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유류분권리자는 상속을 승인해야 할 이익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액만큼만 유류분반환을 받으면, 그가 부담하는 상속채무 분담액만큼 상속이익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유류분권리자에게 유류분액만큼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류분액에다 상속채무 분담액을 더하여 유류분반환을 받아야 한다. 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커서 원고가 한정승인을 하였다. 원심은 이 경우에도 단순승인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았는데, 그 이유를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반환받은 재산도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상속채권자가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유류분권리자인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였으면 상속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는데, 상속채무 초과분이 있다고 해서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게 되면 법정상속을 통해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은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액을 넘는 재산을 반환받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에 해당하여, 상속채권자가 이에 대하여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에 관하여는 청구권설과 형성권설의 대립이 있다. 청구권설에 따른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유류분을 침해하는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이 되지는 않는다. 반면 형성권설에 따를 때에는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이 되는가에 대하여 견해가 갈린다. 대상판결은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 서서 이와 같이 판결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대법원 2023년 5월 18일 선고 2019다222867 판결은, 수증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되돌리는 데 유류분 제도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라. 검토 이러한 판시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에 관하여 필자가 지지하는 청구권설에 따른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반환받은 재산은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상속채권자는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러나 판례가 따르고 있는 형성권설에 따르더라도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8년 일본 민법 개정 전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에 관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유류분 감쇄의 대상이 되는 유증이나 증여가 유류분감쇄청구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는다는 물권적 형성권설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 1996년 1월 26일 판결(民集 50-1, 132)은, 유언자의 재산 전부에 관한 포괄적 유증에 대하여 유류분권리자가 감쇄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하는 권리는 유산분할의 대상으로 되는 상속재산으로서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위 일본 판결은 반환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이 아닌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민법은 유류분 감쇄청구를 감쇄청구를 한 자의 유류분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한도에서 인정하고, 유류분감쇄청구권을 행사하는가 아닌가, 이를 포기할 것인가 아닌가를 유류분권리자의 의사에 맡기며, 감쇄의 결과 생기는 법률관계를 상속재산과의 관계가 아니라 청구자와 수증자, 수유자 등의 개별적 관계로서 규정하는 등 유류분감쇄청구권 행사의 효과가 유류분권리자와 수증자, 수유자 등과의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8년 개정된 일본 민법은 유류분 감쇄청구가 아니라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므로 이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상속
생명보험금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4-02-18
가사·상속
민사일반
-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9다222867 판결 -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민사일반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20140 판결(판례공보 2022년, 1865면)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사실관계] 평석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고 회사는 A 자동차 회사와 사이에 배기가스 촉매제(‘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피고 회사도 A와 사이에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2.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원고는 A와의 합의 아래 촉매제를 피고에게 직접 인도하였고, 피고는 그것을 사용하여 정화장치를 제조해서 A에 납품하였다. A는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의 수량이 아니라 A가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정화장치에 들어간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원고에게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하고 대법원이 그대로 수긍한 바에 의하면,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 중 피고가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보관하고 있는 촉매제 1만9천여 개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고는 이 사건에서 위 남은 촉매제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중 일부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였다. 즉 “위 남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촉매제 인도시점부터 진행”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로부터 소급하여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보다 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관계가 종료하여 수치인이 반환의무를 지게 되는 때, 즉 임치기한이 도래하거나 임치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여 그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데, “임치계약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해지되었으므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판결 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의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고,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잔여 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이 사건 잔여 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했다. 원심판결에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1. 대상판결의 취지에는 찬성할 수 없다. 임치계약 자체에 관한 법리를 보다 실제에 맞게 전개한다는 관점, 특히 유상 또는/및 기한부 임치계약의 보편화 등의 관점에서도 문제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래의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대상판결은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권리의 행사로 발생하는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종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으로서 그 타당성을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아래 2. 및 3.). 나아가 대상판결은 그 문언으로 보면 임치계약 외에도 당사자가 처음부터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가 행사되면 해지자가 원상회복청구권, 즉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을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들에 관하여도 그대로 발언력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러한 귀결은 타당하지 아니하다(아래 4. 및 5.). 2. 해지권을 포함한 형성권 일반의 존속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1) 해지권을 포함하여 이른바 형성권 그 자체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유류분반환청구에서와 같이 명문의 규정이 있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의 법제도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 이유는, 최근의 문헌에 의하면, “형성권은 상대방의 채무 이행 등 협력 없이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목적하는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형성권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기간이 중단된다는 것은 관념할 여지가 없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대방과 제3자의 지위가 극히 불안해지므로 일정 기간 내에 이를 행사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특성상 형성권을 규율하는 데에는 대체로 제척기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양창수 편집대표, 민법주해[IV], 제2판(2022), 358면(오영준 집필부분)). 그리하여 그 권리의 행사 없이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그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당연히 소멸한다. 즉 취소, 해제·해지, 상계 등의 형성권은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 직접 권리 변동이 일어나므로, 중단 등을 문제로 삼을 것도 없이 행사만 있으면 목적을 달하여 소멸한다. 한편 그 권리의 행사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장래를 향한 원상회복청구권, 즉 당해 계약관계의 ‘청산’을 청구할 권리(민법 제550조, 제549조 제1항 참조. 이하 민법의 조항은 법명을 제시함이 없이 인용한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의 제도가 적용된다. 그리고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당해 청구권이 발생한 때, 즉 일반적으로는 형성권이 그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행사된 때(이로써 형성권은 소멸하고 이제 당사자의 법률관계는 종국적으로 앞서 본 원상회복청구권으로 변화한다)로부터 기산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 운운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유 제시 없이 종전의 법리를 기초에서부터 뒤엎고 있다. (2)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해지권을 포함하여 형성권의 특성은 그것을 행사하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직접 법률관계(이하에서는 계약관계에 논의를 한정하고자 한다)의 변동이 일어나고 이로써 그 권리 자체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권리자는 이를 행사하여 자신의 계약관계의 새로운 ‘형성’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인지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 그 권리의 특징이다. 그러한 권리가 어떠한 기간만큼 존속하는가는 결국 어떠한 기간만큼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리하여 이는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이를 실행한 후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특히 그 일부로서의 계약정산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 통설의 이해이다. 이는 임치계약의 해지에서도 다를 바 없다. 임치인이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제699조, 제698조 단서)은 임치관계의 유지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이를 해소하는 것으로 결정한 다음에 그로써 발생하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와는 별개인 것이다. 대상판결은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해지권이 있다고 하여 바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한다. 우선 해지권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제척기간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그것은 돌연 소멸시효의 문제에 해소되어서 후자만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결정적인 난점은 위와 같은 의사결정 가능성과 그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의 결정 후의 계약관계 처리문제를 그 존속기간의 점에서 뒤섞고 있다는 데 있다. 3. 종전의 판례도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태도를 취하여 온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3420(대법원판례집 39권 1집, 172면)은 '징발재산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소정의 환매권(“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은 이를 우선매수할 수 있다”)에 대하여 “이는 형성권으로서 그 존속기간[위 법률상 일반적으로 10년]은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다. 꺾음괄호 안은 인용자가 가한 것이다)고 전제한 다음, “환매권의 행사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위 기간 제한과는 별도로 환매권을 행사한 때로부터 일반 채권과 같이 민법 제162조 제1항 소정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 것이지 위 제척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다. 또한 판례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민법의 법문(제1117조 :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에 좇아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보는 듯한데, 그 행사의 효과로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1다55092 판결(법고을)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목적물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은 전자의 청구권과는 다른 권리이므로, 그 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는 민법 제1117조 소정의 유류분반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권리의 성질과 내용 등에 따라 별도로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와 기간 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이전등기청구권이 제1117조에 정하는 1년의 기간 내에 행사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4. 그런데 앞서 본 대상판결의 판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 판결의 문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임치계약뿐만 아니라 계약의 성립 당시부터 원칙적으로 일방 또는 쌍방의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에서도 그 해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1) 그러한 계약유형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대차계약을 들 수 있다.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35조 제1항) 결국 그 경우에도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른 임대차목적물반환청구는 임대차계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여 애초 목적물이 임차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임대차계약관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 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5년, 아니라도 민법상의 원칙적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을 이미 넘긴 경우에 이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상판결이 임치관계의 존속기간 유무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그 법리를 일반적인 형태로 설시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의 통설은 동산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임치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고 하므로, 그 점에서는 임대차계약과 다를 바 없다. (2) 나아가 조합계약에서는 어떤가? 조합계약은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탈퇴, 즉 자신과의 관계에서 계약의 효력을 장래를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다(제716조 제1항. 동항 단서는 그 경우의 예외를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에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 못한다”라고 정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조합계약에서도 “계약의 해지에 따른 정산청구는 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으로서,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정산, 즉 조합재산의 지분의 계산(제719조 참조)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조합원의 정산청구권도 조합계약이 성립하고 이제 탈퇴하는 조합원이 애초 출자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가? 이 역시 조합계약관계가 5년 또는 10년 이상 유지된 경우에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3) 이러한 문제는 역시 무상임이 원칙으로 민법상 정하여진 위임계약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 위임계약은 일반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제689조 제1항)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해지에 의하여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만일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서류 기타 물품을 제공한 경우라면, 그것이 해지 당시 수임인에게 남아 있는 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반환되어야 할 것이다. 위임인의 그 반환청구권도 대상판결의 판시가 요구하는 대로 역시 위임계약이 체결되고 물품이 인도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위임계약이 그때로부터 기산하여 5년 또는 10년 이상 존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어서, 그 기간의 경과로 위 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는가? 이와 같은 의문은 고용계약에 관하여도 제기될 수 있는데, 거기에서는 다른 측면의 난점도 있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로부터 1개월의 경과로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제659조 제1항, 제2항). 고용계약이 해지되고 1개월이 경과하여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노무자에 대하여 그가 제공 또는 인도받은 공간이나 도구 등의 반환을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아마도 보다 통상적이리라)에서 사용자가 가지는 그러한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언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상 급부로서 공간이나 도구 등이 인도된 때로부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로 법이 정하는 그 1개월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하여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때로부터가 아니라 위 급부가 있고 1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소멸시효는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5. 앞의 4.에서 본 계약유형들에서 계약 성립의 당초부터 그 일방 또는 쌍방에 해지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일반적으로 임의규정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 외의 계약유형들에서도 당사자들은 그 일방 또는 쌍방에게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민법 제543조 제1항은 법률의 규정 외에도 계약에 의하여 해제 또는 해지의 권리, 즉 약정해제권과 약정해지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정면에서 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 즉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 약정해제권이 부여된 경우를 전제로 하여 논의하여 보자.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대상판결의 문언을 그대로 빌리자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매매목적물의 반환청구는 매매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매도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임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만일 해제권의 발생이 일정한 요건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약정된 경우(아마도 이것이 보다 통상적이라고 하여야 할는지도 모른다)라고 하더라도, 그 요건이 충족되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는 매도인은 역시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이번에는 ―계약상 급부가 전부 또는 일부 행하여진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해제로 인한 급부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는 말이 된다. 과연 그렇게 보아야 할까? 6.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이상의 여러 계약유형의 경우에 역시 임대인, 조합원, 위임인 및 노무자 등은 계약 성립 후(또는 그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은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발생한다. 또한 약정해제권 또는 약정해지권이 부여된 경우에는 그 권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여 해제 등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비로소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새로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으로 돌아가 응당 그 발생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이다. 임치의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쉽사리 찾을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임치물반환청구권
소멸시효
임치계약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2-10-27
민사일반
-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235791 판결 -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의 산정방법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A는 2013년 6월 17일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자녀들인 원고 1, 2, 3과 피고가 있었다. A 사망 당시 적극적 상속재산으로는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 4억1000만원 상당의 부동산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인으로부터 지급받은 2억4000만원이 있었고, 상속채무는 위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2억4000만 원이 있었다. A는 원고들과 피고에게 생전증여를 하였는데, 그 증여의 상속개시 당시 액수는 원고 1: 1억5654만6274원, 원고 2: 4억4120만7832원, 원고 3: 1억5091만2518원, 피고: 18억5000만원이었다. 원고들은 피고가 A로부터 생전증여를 받아서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 32억4866만6624원{= 6억5000만원(상속재산액) + 1억5654만6274원 + 4억4120만7832원 + 1억5091만2518원 + 18억5000만원(각 특별수익액)}에서 상속채무액 2억4000만원을 공제한 30억866만6624원이 되고, 원고들 및 피고의 각 유류분액은 3억7608만3328원(30억866만6624원 × 1/8)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원고들의 특별수익액과 순상속액을 공제하여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였는데, 순상속액의 계산에서 원고들과 피고들이 상속재산을 각각 4분의1씩 상속받는 것으로 보아 각 순상속액을 1억250만원{(부동산 시가 4억1000만원 + 임대차보증금 2억4000만원) × 1/4 -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2억4000만원 × 1/4)}으로 산출하였다. 그리하여 원고 1의 유류분 부족액은 1억1703만7054원(= 3억7608만3328원 - 1억5654만6274원 - 1억250만원), 원고 3의 유류분 부족액은 1억2267만810원(= 3억7608만3328원 - 1억5091만2518원 - 1억250만원)이고, 피고는 원고 1, 3에게 이들의 각 유류분 부족액에 원고 2와 피고의 각 유류분 초과 합계액 중 피고 자신의 유류분 초과액인 14억7391만6672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곱한 금액을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 1에게 1억1208만4632원, 원고 3에게 1억1747만9996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3.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의 원고 1, 3에 대한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와 민법 제1008조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상속인 중 특별수익을 받은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할 때에는 유류분액에서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여야 하고, 이때 공제할 순상속분액은 당해 유류분권리자의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인 상속분에 기초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원심은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면서 원고들과 피고가 특별수익자임에도 이들의 특별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법정상속분에 기초하여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을 산정한 결과 원고 1, 원고 3에게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유류분 부족액 산정 시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의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1. 유류분에서 공제할 순상속액의 산정에 관한 구체적 상속분 기준설과 법정상속분 기준설 유류분 부족액의 산정은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하여 나타낼 수 있다. 유류분 부족액 = A(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 × B(그 상속인의 유류분 비율) - C(그 상속인의 특별수익액) - D(그 상속인의 순상속액).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D를 산정할 때 법정상속분에 의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분에 기초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원심은 법정상속분에 의하였으나, 대법원은 구체적 상속분에 기초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기 전에 피고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고 하자. 이해를 돕기 위하여 숫자를 약간 바꾸면, 상속재산은 6억5000만원이고, 상속채무는 2억4000만원이며, 원고 1과 원고 3의 특별수익은 각 1억5000만원, 원고 2의 특별수익은 4억4000만원, 피고의 특별수익은 18억5000만원이라고 하자. 이 때 원고 2와 피고는 그 특별수익이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하는 이른바 초과특별수익자이므로 이들은 상속재산 분할을 받을 수는 없고(설명 생략), 다만 상속채무 2억4000만원은 원고들과 피고가 각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담한다. 그러므로 상속재산 6억5000만원은 원고 1, 3만이 각 3억2500만원을 상속하게 되고, 그들의 상속채무 분담액은 6000만원(2억4000만원 × 1/4)이므로, 순상속액은 각 2억6500만원(3억2500만원 - 6000만원)이다. 유의할 것은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도 상속채무는 초과특별수익자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법정상속분 비율에 의하여 분담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은 30억원(상속재산 6억5000만원 + 각 생전증여액 합계 25억9000만원 - 상속채무 2억4000만원)이고, 원고 1, 원고 3의 유류분액은 각 3억7500만원(30억원 × 1/8)이다. 여기서 원고 1, 3의 수증액 각 1억5000만원을 공제하면 2억2500만원이 된다. 따라서 유류분액에서 공제되어야 하는 순상속액을 구체적 상속분을 기초로 하여 산정한다면, 원고 1, 3의 순상속액 각 2억6500만원은 2억2500만원보다 많으므로, 이들은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반면 원심은 순상속액을 법정상속분을 기초로 하여 산정하였기 때문에, 원고 1과 원고 3의 유류분 부족액이 있다고 보았다. 이 문제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한 적은 없고, 하급심 판례는 나누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 2009. 9. 10. 선고ㅤ2008두2675ㅤ판결은, 이 점에 관한 사법시험 문제의 정답으로서 채점자가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한 것을 정답으로 한 데 대하여, 유류분권자가 실질적으로 받을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하는 견해에 의하면 정답항이 없고, 반면에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하는 견해에 의하면 정답항이 있는 경우에는 정답이 있는 것으로 처리한 것에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2. 구체적 상속분 기준설의 타당성 생각건대 구체적 상속분 기준설이 타당하다. 우선 유류분제도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상속인의 상속분이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이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속인이 실제 상속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익을 얻는가가 중요하고, 따라서 유류분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순상속액은 상속재산 분할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인 구체적 상속분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성문법상의 근거를 들자면 민법 제1118조가 유류분에 관하여 특별수익에 관한 제1008조를 준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유류분 권리자의 순상속액 산정에 있어서도 특별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윤진수, 유류분침해액의 산정방법, 서울대학교 법학 제48권 제3호, 2007 참조).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국내의 학설도 대부분 구체적 상속분 기준설을 지지한다. 2018년 개정된 일본 민법 제1046조는 유류분침해액의 산정방법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공제할 순상속액에 대하여는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하여야 함을 명백히 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에 대하여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대신 파기자판하여 원고 1, 3의 청구를 기각하였더라면 하는 점이다. 이 원고들의 유류분반환청구는 이유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상속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법정상속분 기준설(초과특별수익자 부존재 의제설)과 구체적 상속분 기준설이 있는데(윤진수, 초과특별수익이 있는 경우 구체적 상속분의 산정방법, 서울대학교 법학 제38권 2호, 1997 참조), 현재 하급심 판례상으로는 법정상속분 기준설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법정상속분 기준설에 따라야 한다고 명백한 태도를 밝혀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공동상속인
상속분
순상속
법정상속분
상속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2-09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45 전원합의체 결정 -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을 동거·간호한 배우자의 기여분
[대상 결정] 1. 사실관계 가. 피상속인(1918년생 남자)은 1940년 10월 1일 청구외인(1916년생 여자)과 혼인하여 그 사이에 청구인들 9명을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1971년 초 상대방 A(1944년생 여자)를 만나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상대방 B, C를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청구외인이 1984년 7월 26일 사망하자 1987년 5월 16일 상대방 A와 혼인신고를 하고 2008년 3월 1일 사망할 때까지 피상속인 소유의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나. 상속재산으로는 부동산 13건 시가 합계 약 32억원, 상속채무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등 5억원이 있다. 특별수익액은 청구인들 중 3명이 각 1억5900만원, 1억6300만원, 9500만원이고 상대방 A는 5억1200만원, 상대방 B와 C는 각 3억8100만원 상당이다. 다. 피상속인은 2003년 3월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10여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상대방 A는 그 대부분의 기간 피상속인을 간호하였다. 라. 상대방 A는 2002년 10월경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2007년 12월경 담도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2014년 8월 8일 사망하였다. 2. 제1, 2심의 경과 피상속인 상속재산의 적정한 분할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본심판청구에 대하여 상대방들은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였음을 주장하면서 30%의 기여분을 반심판으로 구하였다(다만 피상속인의 자녀들인 상대방 B, C의 기여분 청구는 여기서의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제1, 2심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상대방 A가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 A는 피상속인의 배우자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인 공평을 기하여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A의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다수의견의 요지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언상 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에게 기여분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는 잘못이 없다. 나. 소수의견(조희대 대법관)의 요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결정은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연구] 1. 배우자의 부양행위와 기여분 대상 결정의 소수의견은 ① 다수의견이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2005년 3월 31일 개정 민법의 입법 취지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구별해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리적·체계적 해석에 맞지 않고 ② 부부가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③ 배우자의 기여분은 부부공동형성재산의 청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배우자와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분을 공평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고 ④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인구 고령화, 핵가족화, 노인 돌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는 부양행위의 여러 태양 중 하나이고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1차적 부양의무로서 성년의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더 높은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러한 행위가 신분관계로부터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문리적으로나 법률의 일반적인 규정 형식이나 다른 상속 규정들과의 체계적 해석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또한 기여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위하여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요소라면 동거나 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 인정 여부를 법원이 후견적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사회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배우자 기여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기여분 인정보다는 '부양의 특별성'에 대한 해석과 구체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법원의 실무에 의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고려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 의견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배우자의 상속분 가. 기여분과 특별수익 인정에 관한 실무 경향 종래 상속재산분할을 담당하는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매우 엄격한 경향이 있었고 기여자가 배우자인지 혹은 자녀인지 등 신분상의 지위에 따라 기여분 인정 여부를 달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관하여 엄격성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산적인 기여뿐 아니라 피상속인을 간호하고 부양하는 것과 같은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에 대하여도 기여분을 인정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서울가정법원 2018. 4. 16.자 2014느합30039 심판, 서울가정법원 2018. 9. 10.자 2016느합93 심판, 부산가정법원 2018. 11. 22.자 2016느합200041 심판 외 다수). 나아가 배우자의 기여분이 직계비속 등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기여분보다 인정되는 빈도와 비율이 대체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한편 배우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기여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다면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실무례도 보인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는 이유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참조, 다만 위 판결은 기여분을 고려할 수 없는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한 것이다) 등을 근거로 한다. 나. 상속에 있어서 배우자 보호에 대한 논의 이러한 실무례는 이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상속의 경우 현재의 법정상속분만으로는 배우자 보호에 미흡하므로 생존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자는 입법론과도 어느 정도 생각이 맞닿아 있다. 2014년 법무부 민법 개정 시안에서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배우자 몫으로 우선 공제하는 규정(배우자의 선취분)의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한편 2018년 7월 13일 공포된 일본의 개정 상속법에서는 배우자의 상속분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일방 배우자가 타방 배우자에게 거주용 부동산을 유증·증여한 경우 그 부동산은 배우자의 특별수익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일본 개정 민법 제903조 제4항 참조). 다. 대상 결정의 기여분 판단 대상 결정은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이 전체 특별수익액의 30%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부양 비용을 피상속인의 수입으로 충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상대방 A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상속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하였고 자신 역시 고령임에도 오랜 기간 80대가 넘는 피상속인의 병시중을 한 점, 상대방 A도 피상속인의 간호 중 암에 걸려 결국 사망하게 된 점,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은 간주상속재산 가액의 11% 정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여분을 인정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더구나 대상 결정의 다수 의견이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하급심 실무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해당 사안에서는 상대방 A의 기여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3. 결론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자체로 기여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부양의 '특별성'을 인정할 만한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상 결정의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상 결정이 부양행위와 같은 무형적 기여행위에 관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기여행위의 '특별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실무가 중요할 것인데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긴밀해진 부부관계에서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동거·간호와 같은 부양행위를 기여분으로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실무가 필요하다.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상속
간병
유산
부양의무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0-01-02
이혼·남녀문제
엄경천 변호사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김평우 변호사(서울)
전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조건
Ⅰ. 대상판결 대법원 2005년 6월23일 선고 2004다 51887호 판결〔주식반환 등〕 Ⅱ. 사실관계 1995. 9. 피상속인이 가족에게 상장회사의 주식을 증여. 가족들이 동 주식을 은행에 채무의 담보로 제공, 은행이 담보권을 실행, 제3자가 주식취득. 2000. 피상속인 사후(死後) 원고가 상속인에게 주식의 유류분반환을 청구 주위적 청구 : 주식 실물의 (유류분)반환청구 예비적 청구 : 주식 실물의 양도불능시 주식의 가액청구 2004. 8. 서울고등법원 판결 Ⅲ. 대법원 판결요지 1.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참조), 당해 피고에 대해 반환해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총 발행주식은 200만 주를 상회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대체물인 주식회사 보통주를 제3자로부터 취득하여 반환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로서는 위 주식 중 소정의 수량을 취득하여 이를 원고에게 양도함으로써 원물반환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위 피고가 망 소외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주권 그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 대한 주식반환의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특별한 사정의 유무에 관해 심리한 다음 원물반환이 가능하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했어야 할 것이고, 만약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다면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으로 위 반환했어야 할 주식의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산정하여 그 지급을 명했어야 할 것이다. Ⅳ. 쟁점 쟁점 1 : 유류분반환청구에 있어서 유류분 재산의 반환불능시 전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시점 쟁점 2 : 재산의 원물반환 불능시 채권자가 행사하는 가액전보배상청구 인용하는 조건 및 가액의 산정방법 Ⅴ. 판례평석 가. 원고의 주식(유류분)반환청구권은 추상적, 관념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서 성립되지만 구체적, 현실적으로는 법원이 원고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반환을 명하는 이행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대법원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존부와 범위는 피상속인의 사망시점에서 판단하지만 유류분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액반환청구를 인용하는 경우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타당하다. 나. 그러나 피고가 주식시장에서 동일한 보통 주식을 구입하여 원고에게 이전할 수 있으므로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주식실물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것만 가지고는 피고의 주식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행불능’을 전제로 한 원고의 가액청구(예비적 청구)는 기각하여야 하며 오히려 피고에게 주식원물의 인도를 명하여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얼핏 보면 매우 논리적이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현실적 타당성도 없고 법리적 타당성도 의문이다. 다. 우선 이 판결대로 하면 주식인도 판결이 확정된 후 피고가 임의로 시장에서 주식을 사 원고에게 주식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원고는 주식인도 판결을 집행할 수단이 없고 그렇다고 주식인도의 불능을 이유로 하는 가액배상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채무의 이행여부는 채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고 채권자가 받은 승소판결은 아무런 현실적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이는 불합리한 결과이다. 그러면 왜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법원이 가액배상청구를 인용하는 조건으로서 채권자의 ‘집행불능’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채무자의 ‘이행불능’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사건에서 ‘집행불능’을 기준으로 하면 반환의 대상이 되는 주식은 이미 제3자의 소유로 이전되었으므로 일응 원고 즉 채권자가 주식인도 판결을 집행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민법은 권리자에게 물건의 원물인도 대신 물건의 가액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대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라. 구체적으로 민법 제747조는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원물반환 불능시 가액반환”이란 이름으로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민법 제395조는 채권일반에 대하여 ‘이행지체와 전보배상’이란 이름으로 전보배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 제395조에 보면 ‘이행불능’이 아닌 ‘이행지체시’에도 최고기간만 지나면 전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비금전 채권의 경우 집행지연 내지 곤란에 따르는 권리자의 부담을 덜어주어 권리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 가액배상청구는 비금전 급부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집행이 곤란한 경우 청구권자에게 비금전 급부 대신에 당해 급부의 가액을 금전으로 청구하여 금전채권으로 집행할 수 있는 소위 “금전대상청구권(金錢代償請求權)”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비금전 채권의 경우 권리자에게 비금전 급부 대신에 대상청구로서 전보배상청구를 인용할 것이냐 아니냐는 권리의 효율적인 실행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권리자의 금전대상청구가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입장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마. 집행불능 여부가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미확정일 경우에도 장래의 집행불능에 대비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현재의 집행가액을 조건부, 추가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대법원 1975. 5. 13. 선고 75다 308호,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 55411호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보면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반환의 대상주식은 타인(은행)의 점유하에 있어 사실상 소유자(채무자)는 동 주식을 임의로 채권자(원고)에게 양도할 수 없다. 원고는 위 판례에 의하여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주식이나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 있으면 그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채권자는 집행불능을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시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할지 모르니까 채권자가 집행불능을 이유로 한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채권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채무자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집행불능 여부가 불명이라면 집행불능시에는 금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가액배상청구를 인용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종전 대법원의 판례취지인 것이다. 결국 종전 판례에 의하여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이사건을 대법원이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 위하여는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식인도와 가액지급을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로 나누어 선택적 청구로 할 것이 아니라 ‘피고는 원고에게 주식 0주를 인도하라. 만일 인도하지 않을 시엔 금 0원을 지급하라’라고 원물급부청구에 가액급부청구를 추가, 부가시켜 단일 청구로 신청했어야 할 것이다.
2008-05-26
조용식변호사
사망보험금지급청구권확인청구사건
+++++++++++++++++++++++++++++++++++++++++++++++++++++++++++++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의 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의+ +수취인을 변경하는 행위는 유증 도는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 현대사회는 편리함과 더불어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중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온 가족이 졸지에 위험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가족의 생계 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 보험금수취인을 자신 또는 상속인으로 하여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장에게 불의의 상황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가정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속문제도 해결해 주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보험금수취인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상속인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보험금수취인을 제3자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 상속인들은 불의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만일 보험금수취인의 변경행위가 민법상의 유증 또는 증여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일본민법과 우리나라 민법에 규정된 유류분제도에 의해 상속인들이 보험금지급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의 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의 수취인을 변경하는 행위가 일본민법 유류분조항(1031조)에 규정하는 유증 또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X)들은 사망한 A의 처와 자식이고, 피고(Y)는 A의 아버지이다. A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A의 근무처인 사단법인B는 A를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정기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나, A가 그 보험료를 부담하고 사망보험금수취인의 지정 및 변경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가 A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각되어진다. A는 각 생명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 수취인을 당초 처인 X1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후 X1과 사이가 나빠져 수취인을 Y로 변경하였다. A가 사망한 후 Y에게 대하여, X1은 주위적으로 이건 보험금 수취인의 변경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X1이 각 사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였고, X들은 예비적으로 이건 보험금 수취인의 변경이 사인증여계약 또는 이것과 동일시해야 할 무상의 사인처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X들에게는 유류분에 상당하는 각 사망보험금의 지급청구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X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고, 이에 대해 X들은 원판결 중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하여 최고재판소에 상고수리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최고재판소는 “사망보험금청구권은 지정된 보험금수취인이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취득하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부터 승계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자들의 상속재산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야 하며, 사망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의 사망 시에 처음 발생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불입한 보험료와 등가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고, 피보험자의 가동능력을 대신하는 급부도 아니어서 사망보험금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재산에 속하고 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의 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의 수취인을 변경하는 행위는 일본민법 1031조에 규정하는 유증 또는 증여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것에 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고 제3자를 사망보험금 수취인으로 지정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하나로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되어 사망보험금청구권은 보험계약의 효력발생과 동시에 지정된 보험금 수취인이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원시적으로 취득하고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의 유산으로부터 이탈하여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종래 일본판례(최고재 1961년(オ)제1028호)의 태도였고, 대부분의 학설 또한 이와 견해를 같이 해왔다. 한편, 일본민법 1031조에는 유류분 권리자 및 그 승계인은 유류분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한도에서 유증 및 전조(前條)에 말하는 증여의 감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유증, 상속개시전 1년간에 이루어진 증여 및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알고 이루어진 증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사망보험금 수취인을 자신 또는 상속인으로 지정했다가 제3자로 변경하는 경우 일본민법 1031조의 유증 또는 증여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 지금까지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없었으나, 이 점에 관해 최초로 부정적 견해를 밝힌 위 판결은 생명보험가입이 성행하고 있는 일본 사회 및 가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법무·특허법인 다래 대표변호사〉
200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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