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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9다272275 판결(판례공보 2023년 상권, 352면) -
매수인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과 매도인에 대한 원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사실관계]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 등을 요약·정리한다. 1. 이 사건 임야는 1917년 10월 갑 앞으로 사정(査定)되었다. 그 후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77년 3월 소유자 기재가 비어 있는 채로 임야대장이 복구되었다. 2. 피고(대한민국)는 1986년 12월에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1997년 12월 을에게 이를 5천여만 원에 매도하고 1998년 1월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3. 그 사이에 갑은 사망하고 그의 재산을 상속한 원고(여럿이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가 2017년 4월에 이르러 피고와 을을 위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각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의 제1심법원은 동년 12월에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고, 을에 대한 청구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을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원고는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피고에 대한 등기말소청구에 그 권원이 과연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거나 위 판결은 항소가 제기되지 않아 2018년 1월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원고는 동월 다시금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으나 2019년 1월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 원고는 항소한 후에, 피고가 을로부터 수령한 위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및 을의 소유권등기는 모두 무효인데, 선행소송에서 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을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침해부당이득으로 5천여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적법한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권리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각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따라서 이 경우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또 무권리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원소유자에게 미치지도 아니하므로, 무권리자가 받은 매매대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이를 원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무권리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제3자나 그 후행등기 명의인이 과실 없이 점유를 개시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로 점유를 계속하여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라 바로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25785 판결 등 참조), 이때 원소유자는 소급하여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5천여만 원은 이 사건 토지를 을에게 매도한 것에 대한 대가일 뿐 이후 피고가 원고 또는 그 선대에게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의 상실이라는 손해를 가하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I. 들어가기 전에 1. 이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서 정하는 이른바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당이득문제 중 어느 하나에 대하여 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소유자가 아님에도 등기부에 소유자로 등기된 사람과의 사이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그로부터 등기를 이전받은 사람(이하 ‘양수인’)에 있어서 나중에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한 경우에, 원래의 소유자, 즉 그 시효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위 매도인(이하 ‘양도인’)에 대하여 그가 받은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2.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긍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태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나는 그 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Ⅱ.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수인의 부당이득 문제 - 독일의 경우 1. 우리 민법상 부당이득제도의 해석 운용에서 많은 참고가 되는 독일민법(부당이득제도를 계약·불법행위 등과 나란히 채권의 독립적 발생원인으로 정면에서 규정한 것은 비교법적으로는 스위스가 처음이고,독일이 그에 이어진다)을 살펴보면, 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논의되는 것은 오히려 취득시효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시효취득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아가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면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2. 나에게는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의 최고법원인 ‘제국법원(Reichsgericht)’은 1930년 10월 6일의 판결(RGZ 130, 69)에서 동산의 취득시효 사안에서 이를 긍정하여, 시효취득자가 종전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 없이’ 인도를 받았다면 그 후에 독민 제937조 제1항(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정한다)에 의하여 취득시효가 완성하였더라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이 판결은 관련 학설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위 판결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긍정설이 부정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위 판결도 지적하는 대로(위 판결집, 73면), 소유권 취득의 물권행위에 하자가 없어서 소유권 이전을 인정하더라도 원인행위가 효력이 없으면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물권변동에 관한 독일 특유의 입장(부당이득에 관한 이른바 공평설의 밑바탕!)에 입각하여, 취득시효로써 소유권은 물론 인정되지만 그 요건의 일부인 소유권등기가 ‘법률상 원인 없는’ 행위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면 마찬가지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산의 시효취득은 앞서 본 대로 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하는데,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면 그것은 30년의 소멸시효에 걸려서(2002년 개정 전의 독민 제195조) 원래의 소유자가 권리를 회복할 법적 가능성을 훨씬 오래 가지게 되는 실익이 있다. 비록 부동산의 취득시효는 앞서 본 대로 30년의 자주점유를 요하여 그 점에서는 동산의 경우와 차이가 있지만, 부당이득과 관련하여서도 동산취득시효와 부동산취득시효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고가 행위무능력(독민 제105조 제1항에 의하면 행위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이다)의 상태에서 1908년 피고에게 증여한 그림들의 반환이 청구된 사건에서 원심법원이 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것을 파기환송하였다. 3. 그러나 현재의 연방통상대법원(Bundesgerichtshof)는 2016년 1월 22일의 판결(BGHZ 208, 316; NJW 2016, 3162)에 이르러 지상권의 취득시효(부동산에 대한 제한물권의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독민 제900조 제2항 참조)가 인정된 사건을 판단하면서 소유자의 지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인하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였다. 앞서의 제국법원 판결이 나오고 무려 85년도 더 지난 후이었다. 그 이유 중 중요한 것은 취득시효제도의 목적이 법적 안정성에 있다는 점이다. 즉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시효취득하는 사람은 그의 취득행위상의 하자로부터 발생하는 대항사유도 역시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첫째, 민법전에서 부합·혼화·가공에 대하여는 제951조(우리 민법 제261조 해당)에서, 유실물 습득에서는 -우리 민법과는 달리- 제977조에서 권리상실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명문으로 규정함에 반하여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것, 둘째, 소멸시효 규정에 대한 2002년의 민법 개정으로 이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3년 또는 10년의 소멸시효에 걸쳐서(민법 제195조, 제199조 제3항) 종전의 판례가 들었던 권리 회복 가능성의 점에서의 차이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위 판결에서 보이는 학설 상황의 그 사이의 변화로서 이제는 부정설이 긍정설보다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Ⅲ.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도인의 부당이득 문제 1. 이상에서 다룬 독일 판례의 굴절에 대하여는 보다 상세한 다른 글을 기약하거니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취득시효 자체가 그 안에 종전 소유자에 대하여 그 소유권 취득에 관한 ‘법률상 원인’을 담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이에 대하여는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XVII], 2005, 253면 말미 이하(양창수 집필) 참조). 그렇다면 이제 종전 소유자는 시효취득한 양수인이 아니라 양도인에 대하여는 그가 수령한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양도인은 타인 소유의 물건을 권한 없이 매도하여 인도 및 등기 이전함으로써 양수인이 시효취득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여 결국 종전 소유자로 하여금 그 소유권을 상실하게 하였고 그러한 손실에 기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닌가? 2. 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에 대하여 앞서 본 『민법주해』에서 다음과 같이 적으면서 그것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병이 을에게 갑의 소유권을 매도하고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는, 갑이 여전히 소유권을 가지는 이상 갑에게 무슨 「손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갑에 대하여 그 매매대금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수 없는데, 나아가 나중에 갑이 소유권을 상실한 것이 을의 시효취득으로 인한 것인 이상 그를 이유로 돌연 병의 매매대금 취득이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254면) 즉 취득시효의 효과로서 문제되는 소유권의 귀속은 종국적이며,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포함하여 다른 법적 형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 소유의 물건이 소유자 아닌 사람에 의하여 권한 없이 제3자에게 양도되었는데 양수인의 선의취득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그가 양도인에 대하여 ‘양도로 취득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처리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애초 유효하였던 것으로서, 선의취득제도의 취지에 좇아 그로 인한 권리 상실의 말하자면 ‘대가’ 또는 ‘보상’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법적 성질로 보면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에 해당한다. 이는 선의취득의 경우가 아니라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권리자에 의하여 추인됨으로써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를 바 없다(이상은 무권리자의 유효한 처분에서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정하는 독민 제816조에 대한 통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취득시효의 경우는 그렇게 볼 수 없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한편 양도인은 대체로 위 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는 10년 정도 어느 누구로부터도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받지 아니하여서, 만일 누구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양수인이 목적물을 시효취득하였다는 사정에 기하여 이를 종전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인가? 대상판결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되는 이유와 관련하여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라고 설시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상황과 관련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3. 취득시효에서 제기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하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견해를 밝힌 경우는 위 문헌이 발간되던 당시에 국내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유감스럽게도 사태는 그 후에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 문제가 실제로 발생함을 보여준다. 다른 모든 학문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법학에서도 상상력은 필요하고 문제의 발견 내지 인식은 그 해결의 출발점인 것이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토지
등기부취득시효
시효취득
부당이득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3-05-10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판결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지급의무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평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1심(수원지법 여주지원 이천시법원 2016. 5. 3. 선고 2015가소53727 판결)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원심(수원지법 2017. 4. 20. 선고 2016나58055 판결)은 분묘기지권자는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로부터는 그 분묘 부분에 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피고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시요지] [다수의견]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여 성립하는 토지 이용관계에 관해서도 법정지상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이기택·김재형·이흥구의 별개의견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안철상·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평석] 1.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분묘기지권의 유형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타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인 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또는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을 함이 없이 위 토지를 매매 등을 원인으로 처분하여 타인이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인 양도형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으로 구분된다. 이 사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은 위 유형중 마지막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사안이다. 다수의 대법원 판결이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하였음에도 구 장사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이하 '장사법'이라 함) 시행 시점인 2001년 1월 13일을 전후하여 분묘기지권, 특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으로 여전히 보아야 하는지 또는 종전에 그러한 관습이 있었는지에 관한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재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으며,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장사법 시행 전 설치된 분묘에 있어서는 분묘기지권에 여전히 관습법적 효력이 있다고 하였고 대상판결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한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여부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과 이에 배치되는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이 정리되지 아니한 채 공존하여 그 지료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상판결을 통하여 이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최초로 이를 판시하였다고 평가되는 1927. 3. 8. 선고된 조선고등법원 1926년민상제585호 판결 이래, 해방 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거듭됨에 따라 확립된 관습법으로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다수의견의 보충의견도 같은 취지이다). 다만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은 당시 조선사회의 분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 사용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습과 근대적 취득시효 제도를 결합하여 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의 취득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이에 관한 논의는 줄인다), 이처럼 최초 판시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에만 근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까닭에,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효력 범위에 관하여 관습의 존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부분은 분묘기지권의 내용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공백으로 보고 해석으로 보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민법 제1조에서 민사에 관한 법원의 순위를 법률, 관습법, 조리 순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관습법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법규범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일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분묘기지권은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보고 있으므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의 지료 부분도 지상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유추적용할 것인지 논의되나,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는 달리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에 비추어 지상권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유추적용할 법규범 또는 관습법이 없다면 다음으로 조리에 의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높은 지가(地價), 타인 토지를 사용하려면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구성원의 일반적 관념 또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과 봉제사 등 분묘 수호 목적의 영위 사이의 형평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또한 그 유상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유상성이 인정된다면, 지료지급 시기 또는 범위가 문제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그 성립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게 된다면 소멸시효를 적용하더라도 언제나 적어도 10년분의 지료를 준비하지 않은 이상 그 분묘기지권의 소멸에 대한 위험을 분묘기지권자가 경황없이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별개의견은, 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는 분묘 소유자가 분묘를 타인 소유 토지에 설치하여 분묘기지를 최초 점유를 할 시점부터 부당이득이 발생하고, 분묘기지권에 대한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이미 발생하였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지료 지급의무로 변하게 될 뿐이라는 논지를 밝히기도 하는데,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적법한 권원이 된 분묘기지권에 부당이득의 면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로부터의 분묘기지 사용에 관한 동의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주로 주장되는 사정도 있으므로 시효완성으로 소급하여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성립 시인 분묘기지에 대한 점유 시점부터 모든 지료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또한 분묘기지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다른 부동산물권과 목적상 구별되는 분묘기지권의 특성 및 지료의 부담에 따른 그 존속 여부 등을 고려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지급 발생 시를,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지료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때까지의 다양한 시점 중 지료 지급청구 시점으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 등에 따른 조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달리 자의적이라고 볼 사정을 찾을 수 없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인 대상판결의 판시를 지지한다. 한편, 대상판결로 인하여 지료 지급과 관련한 소가 증가하더라도 분묘의 이전과 관련한 분쟁에서 조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 지료 지급을 특별히 인정하지 않았던 실무례에 따라 분묘기지권자가 당장 토지 사용이 아쉬운 토지 소유자의 분묘 이전 요구에 과도한 분묘 이전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 지료 지급이 인정됨으로써 당사자간 분묘 이전과 관련한 협의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것이다.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분묘기지권
시효취등
관습법
토지사용료
지료
토지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1-10-1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담보지상권은 유효한가?
-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 [사실관계] 소외 A농업협동조합은 2005. 8. 11.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중 1인인 소외 1의 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들인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 전부에 관하여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8. 지상권 설정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수목의 소유를 위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7. 10.경부터 같은 해 11월경까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약 300주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중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위 지분을 매수하고 2011. 7. 15. 그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소유인 위 단풍나무 중 일부를 임의로 수거하여 제3자에게 매도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단풍나무는 이 사건 토지에 부합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 등의 소유로 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이유] 민법 제256조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상권설정등기가 경료되면 그 토지의 사용·수익권은 지상권자에게 있고,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는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다. 따라서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이와 같은 권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토지에 저당권과 함께 지료 없는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채무자 등의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는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러한 권리는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평석] 1. 담보지상권에 관한 판례의 태도 종래 특히 금융기관이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하는 경우에, 그 저당 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지상권을 아울러 취득하는 것이 거래상 많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를 보통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른다. 이에 관한 종래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던 토지소유자가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담보지상권자는 방해배제청구로서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대결 2004.3.29. 선고 2003마1753 등). 둘째, 담보지상권의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담보지상권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8.1.17. 선고2006다586). 셋째, 담보지상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면 담보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대판 2011.4.14. 선고 2011다6342). 넷째, 담보지상권과 함께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고 그 대신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에 의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담보지상권은 나중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멸되므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대판 2014.7.24. 선고 2012다97871,97888). 그리고 대상판결은 담보지상권의 경우에는 보통의 지상권자와는 달리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2. 학설 이러한 담보지상권의 효력에 관하여는 무효설과 유효설이 대립한다. 무효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데, 토지상의 저당권에 대한 침해배제만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내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물권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나아가 담보지상권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지도 않는다. 또한 실제로는 전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할 생각도 없으면서도, 지상권설정계약서나 등기신청서에만 등기를 위하여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저당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를 배제하기 위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윤진수, 저당권에 대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담보지상권의 효력, 고상룡 교수 고희기념 논문집, 2012). 반면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 자체가 지상권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보다 담보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다만 유효설도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담보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 법해석의 한계를 넘는다고 한다(최수정, 담보를 위한 지상권의 효력, 민사법학 제56호, 2011 등). 3. 유효설에 대한 반박 필자는 종전부터 담보지상권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유효설이 드는 논거를 반박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유효설은 민법이 지상권을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제279조)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 공작물 등을 소유하지 않는 지상권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는 토지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은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상권은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 민법이 지상권의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전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하나의 예시로서 취급하고, 그러한 요소가 없어도 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물권법정주의라는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유효설은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공작물 등을 소유하겠다는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권설정계약서에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겠다고 기재하였다면 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은 지상권설정계약에서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지상권 설정의 목적은 등기사항으로서(부동산등기법 제69조 제1호), 지상권의 최단존속기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이러한 목적의 기재가 없는 지상권 설정등기 신청은 각하사유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저당권에 대한 방해배제를 위하여 담보지상권을 설정할 필요성도 없다. 유효설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려면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는 그러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경우에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는 요구되지 않는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담보지상권은 결국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배제하는 것 외의 다른 내용은 없는데, 저당권에 대한 방해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담보지상권에 대한 방해가 성립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설정과 말소에 드는 비용이 낭비이기 때문이다.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이 담보지상권을 설정하는 관행을 없앤다면, 이러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 결론 종래의 판례가 담보지상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대법원도 굳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상물 등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지상권을 인정하고, 지상권자의 사용수익권을 부정하며,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긍정하는 등 논리의 곡예(logical acrobatics)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곡예를 멈추고,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담보지상권이라는 것을 폐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할 것이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담보지상권
지상권
수목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4-08
민사일반
오시영 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대법원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Ⅰ. 서 론 대법원은 2016년 9월 22일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 대한 공개 변론 당시 주요 쟁점은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1927. 3. 8.) 및 공개변론 당시(2016. 9. 22.) 관습의 존재 여부 및 존재한다면 종전 판례 내용(기지 면적, 존속기간, 지료 지급 여부 등)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취해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상판결의 입장 1. 사실관계 대상판결 상의 분묘는 ① 1733년, ② 1987년 4월, ③ 1989년 봄(2기), ④ 1990년 11월경 각 설치된 5기의 분묘로, 원심 판결 당시(2013. 1. 25) 20년이 경과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원심(춘천지방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3412 판결)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가. 상고이유 원심에서 패소한 피고는 장사법(2001. 1. 13. 시행)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을 불허하는 법적 규율 변화, 화장률 증가 등의 장묘문화 변화와 묘지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나.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분묘기지권을 관습상의 물권으로 보고 승낙형, 양도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등 세 유형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효사상, 조상숭배사상 및 조선시대 산림공유 원칙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묘지 점권(분묘 점권)이 민법 시행으로 개인 토지 소유권과 분묘기지권의 충돌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인정되어 왔다면서 존속기간의 영속성, 지료의 무상성 역시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첫째,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 소멸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을 부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둘째, 장사법이 동법 시행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토록 한 것은 그 이전 설치 분묘의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할 근거가 되며, 셋째, 분묘기지권 인정은 시효취득 인정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고, 넷째, 화장률 증가에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하므로 아직은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 소수의견 조선고등법원(1927. 3. 8.) 판결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은 현행 민법 시행으로 소유권제도 및 사유재산제도가 정착되고, 토지 가치의 상승 및 화장문화 증가로 매장문화 퇴색, 무단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가 상실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습법도 시대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폐기되어야 하는바, 첫째, 이의 인정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민법의 사유재산권 존중 이념에 부합하지 않고(부동산물권변동의 등기, 즉 성립요건주의에 반하고), 둘째, 묘지 등에 관한 화장취체규칙, 매장법, 장사법 등이 무단분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및 강제개장을 허용하고 있고, 장사법 역시 토지 소유자 등에게 무단분묘에 대한 개장권, 무단분묘 연고자 등의 분묘기지에 대한 일체의 권리 주장 불허 등 묘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적(私法的) 관계까지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고, 셋째, 소유권 취득시효 인정 대법원 판례의 자주점유의 권원성 요구 취지에 비춰볼 때 분묘기지권(지상권 유사 물권)의 타주 점유의 권원성(사용권원) 역시 객관적으로 요구된다 할 것인데 무단점유에는 그러한 권원성이 인정될 수 없어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호에 반하며, 넷째, 장사법이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을 불허한 것은 종전 관습의 법적 확신 소멸을 반영한 것이고, 다섯째, 존속기간의 영속성과 무상 지료 관습법 인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여섯째, 사회적 인식이 변하였고(조상숭배사상 및 유교 문화의 후퇴, 교육수준의 향상, 핵가족화, 임야 개발, 화장시설 및 공설묘지 등의 정비 등), 일곱째, 장사법 시행으로 국민의 무단분묘 불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양됨에 비춰 볼 때 그러한 관습은 더 이상 국민의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다만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춘 경우(지상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이 증명된 때)에는 통상의 지상권처럼 분묘기지권 역시 인정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매장법, 장사법 시행이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법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소유권 취득시효에 관한 자주점유(객관적 권원 요구) 판례 취지는 분묘기지권에 유추적용될 것도 아니며,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자 망자에 대한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관습법 인정이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마.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분묘기지권이 아니더라도 채권계약 또는 물권계약에 의해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보장될 수 있으며, 관습상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 존재 인정 자료도 없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는 관습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후 설치한 분묘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소유권 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처럼 재산권을 보유할 의사가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도 필요하다. 즉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도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보유할 의사(타주점유이지만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는 상태의 무단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에 부합하지 않다. Ⅲ. 판례에 대한 평석 1. 조선고등법원 판결 시 관습의 부존재 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는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존재하지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은 없으며, 조선총독부중추원의 민사관습회답취집 역시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 등에 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득시효제도에 대한 관습도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공유원칙에도 불구하고, 분묘침해를 다투는 소위 정려문산송(旌閭門山訟), 4葬4掘山訟(네 번 암장 네 번 강제 官掘) 등 수많은 산송이 있었는바, 이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 부존재를 증명하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 공개변론(2016년) 당시의 관습의 부존재 대상판결 판시이유처럼 재산권 보장을 천명한 헌법 및 민법의 제원칙에 비춰 존속기간의 무한성, 지료의 무상성 등을 인정한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소수의견처럼 첫째, 화장취체규칙, 소위 매장법 및 장사법 모두 무단 사체 매장의 경우 형사처벌토록 하여 무단분묘의 설치가 위법행위임을 100년 이상 공지하여 왔고, 둘째, 도시화 및 핵가족화, 셋째,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넷째, 다양하고 저렴한 장례문화 및 비용, 다섯째, 묘지의 이전 용이성 및 대체성 등에 비춰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법적 확신은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현행 장사법에 비추어 장사법은 법 시행일 후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상 평등권에 비추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 중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판결을 받은 기판력 있는 분묘의 경우에는 시행일에 분묘가 설치된 것으로 의제하여 최단 15년 내지 최장 60년의 분묘 설치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고, 판결을 받은 바 없는 분묘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묘의 굴이 허용은 타인 토지 위에 존재하는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새로운 토지에 분묘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분묘의 이전성과 대체성 및 장묘문화 변화 및 장묘비용의 저렴화 등에 비추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건물의 토지 고착성)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분묘굴이가 가능하므로 제반 사회 여건 변화에 비추어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더 이상 인정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시대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겠다.
분묘기지권
관습법
2017-02-09
박재혁 변호사(법무법인 영포)
법정지상권에서 법원에 의한 지료결정이 제3자에게 효력이 미칠 수 있는가
1. 문제의 제기 1)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부동산 물권법 체제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에 지상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서 법률상 인정되는 법정 물권관계이다. 본래 타인 소유의 토지에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약정에 의하여 미리 용익관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나, 우리 민법은 경매 등의 원인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분리되는 경우 건물의 존립을 위한 법정 용익물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민법 제366조 외에도, 민법 제305조, 가등기 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참조). 2)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물권변동의 경우, 그 물권변동이 등기부에 즉시 반영될 수 없어 부득이 실체적 법률관계와 등기부의 기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등기부 기재만을 믿고 거래에 관여하는 자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물권변동에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이 일정한 경우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물권변동을 인정하고 있는 까닭은 등기부 기재에 앞선 실체적 권리관계의 변동을 인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률상 당연히 성립, 이전 또는 소멸하는 권리관계에서는 그 외부적 공시방법인 등기부 기재 등은 시간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 거래의 불안요소가 됨은 불가피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법정지상권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재정리하는 한편, 법원에 의한 지료결정은 형식적 형성소송이 지료결정판결로 이루어져야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판시하는바, 이 부분은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판시로서 이 문제는 지료지급판결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 논의와 함께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구하는 토지소유권의 승계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2. 사실관계 1) 본래 강민석 소유의 이 사건 대지와 건물에 대하여 1990. 11. 23. 주식회사 민국상호신용금고는 채권최고액 6억 원의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다. 강민석은 1991. 9.경 구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이 건물을 건축하기 시작하였는데 1992년 경 피고 이규웅, 박학년에게 건축 중이던 건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였고, 1994. 2. 5.경 이규웅이 자신의 권리를 박학년에게 양도함으로써 결국 박학년이 단독으로 건축주가 되어 그 무렵 건물을 완공하였으며, 박학년은 그 때부터 현재까지 신건물을 소유하면서 이 사건 대지를 그 부지로 사용하고 있다. 2)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2. 12. 14.경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1995. 3. 14. 그 절차에서 자신이 이 사건 대지를 낙찰받았으며, 1995. 4. 19. 낙찰대금을 납부하였다.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5. 7. 15. 피고 이규웅, 박학년을 상대로 건물철거 및 지료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소송 도중 건물철거부분은 취하하였고, 위 소송에서 피고 이규웅, 박학년은 민국상호신용금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1995. 4. 20.부터 1996. 5. 19.까지의 지료 29,742,71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 3) 원고들은 1996. 12. 16. 민국상호신용금고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하고, 1997. 6. 25.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다.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7. 7. 2. 원고들에게 위 이규웅, 박학년에 대한 위 판결금 29,742,710원 및 지분이전등기를 마치기까지의 지료상당 손해배상채권을 양도하고 그 뜻을 피고들에게 통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지료를 전혀 지급한 바 없다. 4)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전혀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은 피고가 자인하고 있고, 법정지상권 성립일인 1995. 4. 19.부터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들의 지상권 소멸청구에 따라 이 사건 지상권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5) 피고는, 민국상호신용금고(=종전 토지소유자)가 피고들을 상대로 한 지료청구소송의 판결은 위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원고들(=토지의 승계취득자)과 피고 사이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지료가 결정된 바 없으므로 지료연체를 이유로 한 지상권 소멸청구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위 상고를 받아들였다(최상열, "법정지상권의 지료결정과 지료연체로 인한 소멸청구", 대법원판례해설 36호(2001년 상반기)). 3. 판결요지 법정지상권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토지소유자의 지상권소멸청구는 이유가 없고, 지료액 또는 그 지급시기 등 지료에 관한 약정은 이를 등기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고, 법원에 의한 지료의 결정은 당사자의 지료결정청구에 의하여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판결로 이루어져야 제3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4. 검토의견 1)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경우 지료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다(민법 제366조 단서, 민법 제305조 제1항 단서). 당사자간에 그 구체적인 액수와 지급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송에서는 법원은 당사자 주장의 범위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처분권주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라도 법률관계를 정해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없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제5판), 박영사(2009), 180면). 이처럼 지료액수를 정함에 있어 준거할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이론상 형식적 형성의 소에 해당한다. 2) 종래 대법원 1964. 9. 30. 선고 64다528 판결이 '토지소유자는 법원이 상당한 지료를 결정할 것을 전제로 하여 바로 그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지료관계소송은 반드시 형성의 소에 의할 필요가 없고 직접 이행의 소인 지료지급청구의 형태로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고,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다61934 판결은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에 의한 지상권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토지의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함에 있어서 지료를 확정하는 재판이 있기 전에는 지료의 지급을 소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법원에서 상당한 지료를 결정할 것을 전제로 하여 바로 그 급부를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 할 것이며, 법원도 이 경우에 판결의 이유에서 지료를 얼마로 정한다는 판단을 하면 족하다."고 하여, 이러한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다. 대법원의 태도는 지료지급만을 구할 때에는 곧바로 이행청구를 제기하는 것이 가하나, 지료결정을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형성의 소라 함은 법률관계의 변동을 소송을 통하여 실현하는 것으로, 형성의 소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형성의 소 법정주의), 대세적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제소권자,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은 회사관계소송, 가사소송이다. 예컨대 이사를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하여 일부 주주만이 결의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되었다고 할 때, 그 판결의 효력이 그 일부 주주에게만 미친다고 하게 되면 단체 법률관계가 단편화되기 때문에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일부 주주가 원고로서 소송을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 나아가 회사 법률관계 일반에 대하여도 미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결의취소소송 등에서 피고적격자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2425 전원합의체 판결 - 주주총회결의 취소와 결의무효확인판결은 대세적 효력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는 자는 그 성질상 회사로 한정된다). 이러한 이치는 가사소송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혈연과 혼인으로 구성되는 친인척관계는 단지 당사자간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제도로서 보장하고 있는 양성의 평등에 바탕을 둔 가족관계 및 이를 기초로 형성되는 사회활동에서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며, 따라서 형법상 친족상도례, 각종 연금법상의 수급권자, 조세법률관계에서의 특수관계인 판단 등 여러 법률관계에서 이러한 신분관계는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체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입법자는 이러한 법률관계를 대세적 효력이 미치는 형성적 법률관계로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4) 이처럼 형성판결에 대세적 효력을 부여하는 취지는 형성의 소의 판결의 효력을 제3자에게 미치게 함으로써 다수인의 이해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실질을 갖지 못하는 '소송법상 형성의 소'에는 실체법상 형성의 소와 달리 대세효가 인정되지 않는다(주석 민사소송법(제5판) (Ⅲ), 이시윤 집필부분, 한국사법행정학회(1997), 332면 ; 이시윤, 신민사소송법(제5판), 180면 ; 정동윤·유병현, 민사소송법(제3보정판), 66면). 마찬가지 이유로 형식적 형성소송의 경우에도 대세효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 론 1) 형식적 형성판결인 지료결정판결은 그 실질은 당사자간 이해조정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지료결정의 효력이 당사자 이외의 일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획일적으로 정해져야 할 실체적인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판결에 대세효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2) 만일 대법원과 같이 지료결정판결에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있다고 하게 되면, 일단 지료결정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형성력과 기판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만일 이렇게 보면 지료결정 이후 토지소유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서는, 지가변동 등 사정변경이 있더라도 이미 확정된 지료결정판결이 재심 등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민법 제286조의 지료증감청구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는 지료증감청구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아니하다.
2012-01-05
박재혁 변호사(법무법인 영포)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건물의 이전과 연체지료의 승계 여부
Ⅰ. 문제의 제기 1. 지상권 제도는 건물과 토지를 별개의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 있어서, 타인 소유의 토지 위에 건물 등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불가결한 것이다. 민법은 약정지상권 외에도 민법 제366조 등에서 토지와 건물 중 그 어느 하나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분리되는 경우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2. 법정지상권은 법률상 성립하는 물권이므로 당사자간 약정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과 범위, 지료 등이 정하여지는 약정지상권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 우리 민법은 제366조, 제305조 단서에서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한 때에는 지상권소멸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지료연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법정지상권이 이전된 경우,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어떠한 요건 하에서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지료를 승계한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법정지상권과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는 토지소유권의 합리적 조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Ⅱ. 사실관계 1. 본래 이 사건 대지와 지상건물은 이현숙의 소유였는데, 다만 건물 중 2층 부분은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현숙은 위 대지와 지상건물 1층에만 저당권을 설정하였고,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1981. 3. 27. 경락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 후 위 2층 부분에 관하여 준공검사가 나왔고, 이현숙은 1984. 9. 7. 2층 부분에 관하여 보존등기를 마치고, 1986. 5. 17. 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며,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오운환이 1987. 2. 28. 2층 부분을 경락받아 같은 해 4. 20.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1990. 2. 1.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2. 원고는 이현숙을 상대로 위 2층 부분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나 1층에 부합되지 아니한 독립된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한편 원고의 이현숙에 대한 지료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지료에 관한 등기에는 이르지 못하였고,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으며, 오운환 자신의 지료연체기간만 하더라도 2년이 넘는다. 3. 이에 원고가 현재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법정지상권소멸청구 및 2층 부분의 철거를 구한 것이다(조관행, "법정지상권의 취득, 양도, 소멸에 관한 몇가지 문제", 대법원판례해설 25호(1996년 상반기), 43면). Ⅲ. 판결요지 1. 지료액 또는 그 지급시기 등 지료에 관한 약정은 이를 등기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므로(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지료의 등기를 하지 아니한 이상 토지소유자는 구 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2. 다만 위 오운환은 이 사건 법정지상권자로서 이를 승계취득한 이후의 지료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나 민법 제366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경우 그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원고와 위 오운환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음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이고, 법정지상권에 관한 지료가 결정된 바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토지소유자의 지상권 소멸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Ⅳ. 검토의견 1. 대상판결의 사안은 이를테면 건물 2층 부분을 소유하기 위한 법정 구분지상권이 성립한 경우라 할 수 있는바, 그 요지는 지료 등기를 하지 않은 이상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우리의 학설 역시 대체로 대법원과 같이 이를 대항요건으로 해석하여, 지료에 관한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지상권 이전에 따라 지료지급의무도 이전되고, 지료에 관한 등기를 하여야 그 연체효과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곽윤직, 물권법[민법강의 Ⅱ], 363면 ; 이영준, 새로운 體系에 의한 한국민법론[物權編], 626면). 3. 본래 지료는 지상권의 요소가 아니므로, 지료는 임의적 기재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권의 존속기간, 지료 등은 그야말로 임의적 기재사항에 불과할 뿐이고, 지료 등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실체관계가 등기부 기재대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예컨대, 지상권자가 토지소유자와의 사이에 건물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기재하고 다만 등기부에는 지상권 설정의 목적과 범위만을 등기한 경우에, 지상권자가 석조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여 그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지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4. 특히 지료의 경우, 당사자간 다른 사항은 등기하면서도, 지료에 대해서만은 지료가 경기변동에 따라 증감변동할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매년 정하기로 하고 일부러 이를 등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료의 연체사실은 이를 등기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지료의 등기를 한 경우에도 실제로 지료가 연체되어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지료의 등기여부와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생각된다. 5. 채권의 경우, 그 지위의 이전이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권리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 약정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발생한 채권 채무는 그 사람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물권은 물건에 대하여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사자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이러한 이치는 대물적 행정처분의 경우, 종전 영업자의 위법사유가 승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두1611 판결). 다시 말해, 물권은 직접 물건에 대한 권리행사가 가능한 것이므로, 물권의 귀속자가 변동되었다는 사정은 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따라서 물권적 지위의 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승계인은 종전 당사자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민법 307조 참조). 이와 혼동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은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에 관한 변론종결 후의 승계인 논의이다. 이때는 원고가 소송상 구하는 청구권의 성질에 따라 승계인의 범위가 달라진다(구실체법설). 6. 토지소유자와 법정지상권자는 상호 물권자 지위에 있다. 법정지상권자는 법정지상권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타인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그 토지이용권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토지소유자의 승낙이나 양해를 얻어야 할 필요가 없다. 토지소유자 역시 물권자 지위에서 지상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권이 변동될 때마다 변동된 건물소유자를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그의 소유권 취득일에 맞추어 지료를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의무자별로 연체기간을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권의 처분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물권자는 그 물권의 범위 내에서 물권을 직접 지배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서 더욱 강화된 지위승계가 이루어진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7. 뿐만 아니라, 법정지상권 승계인이 지료를 승계하는 것은 우리 민법 제288조의 해석상 불가피하다. 동조는 "지상권이 저당권의 목적인 때 또는 그 토지에 있는 건물, 수목이 저당권의 목적이 된 때에는 전조의 청구는 저당권자에게 통지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의 취지는 지상권자가 지료를 연체하여 지상권이 소멸될 처지에 처하게 된 경우, 지상물의 저당권자에게 그 사실을 알림으로써 저당권자가 연체 지료를 대신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지상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려 함에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민법주해[Ⅵ] 물권(3), 80면). 본래 지상물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자는 토지를 직접 지배하는 자가 아닐 뿐더러 법률상 지상권자를 대신하여 지료를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자이나, 그 저당권이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존속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소멸을 면하기 위해서는 저당권자라도 대신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바로 그 지상권의 존속을 위해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8. 지료지급의무가 2년 이상 연체된 경우 그 결국은 지상권소멸 또는 지상물철거에 이른다는 의미에서, 건물철거의 경우 피고적격자에 관한 법리(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다카1751 판결)가 적용되어야 한다. 건물철거소송에서 철거의무는 그 건물에 대한 종국적인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등기부상 소유자 뿐 아니라 건물에 대한 사실상 처분권을 가지는 자도 피고 적격을 갖는다. 이러한 이치는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토지소유자는 현재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 수익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 때 건물의 승계취득자는 종전 건물의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던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자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일단 지료연체를 이유로 건물소유를 위한 토지사용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토지소유권에 방해상태를 야기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제거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이처럼 지료지급의무 또는 철거의무는 방해배제를 구하는 토지소유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9. 이와 관련, 대법원 2001. 3. 13. 선고 99다17142 판결은 "지상권자의 지료 지급 연체가 토지소유권의 양도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토지양수인에 대한 연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다면 양수인은 지상권소멸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토지소유권의 변동은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토지소유권이 변동되었다 하여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효과가 소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Ⅴ. 결론 1. 법정지상권의 지료지급의무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종전 법정지상권자와 법정지상권 양수인의 연체기간이 통산 2년을 넘게 되면 법정지상권은 소멸청구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판례이론에 따르면, 법정지상권의 지료가 등기되지 않으면 지료연체를 대항할 수 없고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연체효과도 승계되지 아니하므로, 법정지상권자는 지료결정을 회피하면서 지료연체가 2년에 달하기 전 법정지상권을 양도함으로써 지상권소멸청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본 사안에서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음에도 철거의무를 면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간교함을 잉태할 뿐이고, 토지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심히 부당한 것이다.
2011-08-29
윤진수 교수(서울대 법학대학원)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의 효력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A는 인접하고 있는 1, 2, 3 토지의 소유자였는데 1998년 10월15일 피고 1 주식회사에게 3 토지를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A는 같은 해 12월14일 원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원리금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억 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1998년 12월12일부터 30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A는 1999년 1월11일 피고 2(김해시)에게 1 토지를 기부채납하여 같은 해 2월24일 위 토지에 관하여 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피고 1은 3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2000년 10월경 제1토지상에 폭 8m, 연장 89.50m의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위 토지와 이 사건 제2토지의 경계선상에 길이 89.50m, 높이 2~6m의 콘크리트옹벽을 설치하여 같은 해 11월3일 피고 김해시에게 포장부분과 옹벽을 기부채납하였다. 원고는 2001년 3월경 1, 2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8월30일 원고가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를 상대로 하여 저당권 침해 및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저당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으나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토지에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토지에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하면서 채무자 등으로 하여금 그 토지를 계속하여 점유, 사용토록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그 경우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융기관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제3자의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Ⅱ. 評釋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당권과 그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 성립한 후에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저당권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大判 2005. 4.29, 2005다3243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적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킨 경우에도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06. 1.27, 2003다58454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저당권 실현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상 판결은 이를 명백히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부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2. 판례의 동향 大決 2004. 3.29, 2003마1753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 판결 이후에 선고된 大判 2008. 2.15, 2005다47205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지상권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판례에 대한 의문 그런데 과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를 병존지상권 또는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가능한가?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물권이다(민법 279조). 따라서 이처럼 지상권의 대상인 토지 위에 지상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건축물(Bauwerk)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世襲建築權, Erbaurecht)의 본질적이고 강행법적인 내용이므로 건축물이 아닌 것을 위한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고, 건축물의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불능으로 된다고 한다(MunchKomm/von Oefele, 5. Aufl., ErbbauVO §1 Rdnr. 8; Staudinger/Ring, Bearbeitung 1994, §1 ErbbauVO Rdnr. 2). 그러므로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상권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지상권은 物權法定主義(민법 제185조)에 어긋난다. 법률이 인정하는 물권이라도 법률과는 다른 내용의 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물권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것이다. 大判 2009. 3.26, 2009다228, 235는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당권의 담보가치만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용권은 없고 다만 방해배제만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상권으로서 우리 민법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 확보인데 반하여 겉으로 드러난 계약 내용이나 그에 따른 지상권의 등기는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실로 토지사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허위표시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상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지상권 설정의 목적을 기재해야 하는데(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이 때에는 소유의 대상인 공작물 또는 수목을 기재해야 하고 등기부에도 그러한 목적이 기재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 확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신청서에는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래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던 것은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 大判 2005. 4.29, 2005다3243이나 2006. 1.27, 2003다58454는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실제로도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4. 일본의 倂用賃借權 논의 이 문제에 관하여는 일본의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개정 전의 일본 민법 395조는 단기임대차는 저당권의 등기 후에 등기되었더라도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규정을 악용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설정과 함께 저당권자를 예약권리자로 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한 임차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임차권의 본등기를 함으로써 사후에 설정된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日最判 1989(平元) 6.5.(民集 43-6-355)는 이러한 경우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여 임차권의 본등기를 마치더라도, 임차권으로서의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대항요건을 구비한 후순위의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비판하는 견해에서는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병용임차권에 의한 단기임차권의 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를 긍정하는 견해에서는 위와 같은 병용임차권의 설정은 탈법행위이거나 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저당권의 보호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最判(大) 1999(平成 11). 11.24.(民集 53-8-1899) 및 그 후의 판례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함으로써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개정 일본 민법은 위와 같은 단기임대차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버렸다. 5.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지상권의 내용에는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방해배제청구권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권은 지상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지상권과는 다른 내용의 지상권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大判 1974. 11.12, 74다1150 판결은 지상권이 설정된 대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그 대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으므로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 모두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지상권자가 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견으로서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이유는 대법원과는 달리 원고의 지상권 취득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종래 판례는 법이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물권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판례는 당사자가 주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였고, 그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하고(大判 1995. 2.10, 94다18508), 등기부상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자 아닌 제3자로, 채무자는 실제의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한다(大判(全) 2001. 3.15, 99다48948). 그러나 물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등기에 의한 공시도 이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목적으로 물권을 변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만연히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물권법정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
201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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