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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송요건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소외 1은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장남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차녀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자 소외 1의 증손자이다. 소외 6은 2010년 8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24일 소외 6을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소외 3은 2011년 11월 25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30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와 달리,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별개의견은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Ⅲ. 분석 및 검토 1. 판례 변경의 배경 민법 제865조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제865조가 인용하고 있는 민법의 조문들은 대부분 친자관계의 당사자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에 대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제862조의 '이해관계인'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친자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친생자관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거나 넓어질 수 있다. 종전의 판례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여 왔다.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낮추어놓았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반면 그러한 친족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친생자관계 존부의 확정판결에 의해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높여놓았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므3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된 뒤에도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유지되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점에 관하여는 별개의견도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 제35조 및 제26조는 폐지되었고, 그밖에 제777조 소정의 친족을 달리 취급할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2.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에 관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의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되면 자신이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의 기대와 달리, 위와 같은 확인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요구되는 이해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의 원고에게 그러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다수의견은 제865조의 이해관계인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어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별개의견은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리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법리 차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이해관계'와 별개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원고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하고 중대한 이해관계를 요구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 내지 가능성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이 별개의견보다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확인의 이익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은 사실상의 이해관계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심리가 친자관계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르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요건이 소송요건으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는 해당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친자관계의 당사자 사이, 혹은 그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별개의견과 같이 그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불확실한 개연성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게 되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입해 보면, 다수의견의 타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소외 2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어차피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원고가 부양의무를 면하게 된다거나 상속관계에서 유리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미 사망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하다. 소외 1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원고의 희망이 '법률상 이해관계' 혹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이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고에게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친족관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민법
친생자관계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9-23
가사·상속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박동섭 변호사(서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訴의 당사자적격
질문 : 저는 당숙(5촌 숙부)과 그 호적상 부(父) 사이에 친자관계가 없다는 소송을 걸 수 있나요? 그 호적상 부가 최근에 돌아가시었는데, 그 유일한 아들인 당숙과 저의 아버지가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요? 저의 아버지와 그 당숙과는 4촌 간이고, 망인과 저의 아버지 사이는 3촌 사이입니다. 답 : 확인의 이익을 증명하여 제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개념과 존재이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어떤 사람들 사이에 법률상의 친생자라는 신분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여 달라고 청구하는 소이다. 이 소는 ‘친자관계 존재확인의 소’와 그 ‘부존재확인의 소’로 나누어진다. 실무상으로는 주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이 문제되고 있다. 앞의 것은 대개 인지청구로 해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자식의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상속·부양 등 법률상 권리의무의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이러한 관계의 존재나 부존재를 확정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 호적부에는 친생 부자관계 또는 모자관계가 있는 것처럼 등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부자관계나 모자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다. 이는 기존의 또는 현재의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확인의 소(訴)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향하여 새로운 친자관계의 발생·기존 친자관계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形成)의 소(訴) 예컨대, 부(父)를 정하는 소(민법 제845조), 인지청구(제863조), 친생부인(제846조,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또는 확인의 소인 인지에 대한 이의(제862조)의 소들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러한 소에서 주장하는 사유와는 ‘다른 사유’를 내세워서 ‘호적상의 친자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할 때’ 제기하는 소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민법 제865조 1항). 2. 당사자 그러면 과연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원고)은 누구이며, 그 상대방(피고)은 누구인지 실무상 종종 문제되고 있다. (1) 원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원고적격자) 자녀, 자녀의 직계비속·법정대리인, 생모, 남편, 남편의 직계 존ㆍ비속, 후견인·유언집행자, 기타 이해관계인이 원고가 된다(민법 제865조). 원고적격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부(父)를 정하는 소, 친생부인, 인지에 대한 이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피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피고 적격자) 피고적격자는 호적상 자녀, 부모, 친·자 공동(필수적 공동소송 (대판 1983. 9. 15,83즈2, 총람 민 865조, 26))이다. 자녀가 원고이면 부·모를 피고로 삼아야 하고, 부·모가 원고이면 자녀를 피고로 삼는다. 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는 생존자를 피고로 삼고, 친·자 모두 사망한 경우는 검사를 상대방으로(대판 1971.7.27,71므13; 1977.4.12,77므6; 일최판 소화 56(1981). 10. 1.) 삼는다(가사소송법 제24조ㆍ제28조). 피고 측의 이해관계인은 검사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하여 다툴 수 있다(민소 제71조). 친족 등 제3자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부모와 자녀 모두를 피고로 삼아야 한다(가소 제24조 2항, 대판 1970. 3. 10.70므1). (3)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들 이와 같은 친족들은 ‘그와 같은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원고로서 친족들 간의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 이익이 있다는 것이 종전의 판례이다(대판 1967. 9. 19,67므22; 1973. 1. 23.73므18(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남편은 백부모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는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 남편이 2중 호적을 만들어 제3의 여자와 혼인을 시도한 사례); 1981. 10. 13,80므60(전원합의체)). 일부학설은 그러한 친족이라고 하여 당연히 당사자 적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라야 확인의 이익과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고 한다(박병호, 176; 대판 1960.9.29,4293민상314; 1966.7.26,66므11; 1976. 7. 27,76므3, 공보 제544호,9316(성씨(姓氏)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은 즉시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3. 문제점 (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981.10.13,80므60)의 요지를 검토하여 본다. 1) 원심판결은 제1심 판결이…제3자가 친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와 친족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친자관계의 부존재로 인하여 특정한 권리를 갖게 되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법률관계가 있음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당질(5촌 조카--필자 주)인 친족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피청구인과 청구외 망 이O삼 및 같은 망 박씨 사이의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고 있을 뿐 청구인에게 어떤 법률상의 이해관계가 있다 할 수 없으니, 결국 청구인의 이 사건 청구는 법률상확인의 이익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한 판시를 인용하여 청구인의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여 청구인의 항소를 배척하였다. 2) 제33조 제3항에 규정된 민법 제865조의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하는 소에 인사소송법 제26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동조는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제소권자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 소정의 친족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친자관계 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당원 1967.9.19. 선고 67므22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당숙질(5촌)의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청구인에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였음은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논지 이유있다. 위 판시에 저촉되는 당원 1966.7.26. 선고 66므11 판결을 변경하기로 한다는 것이 판결요지이다. 문제는 인사소송법이 폐지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사소송법이 제정되었고 해당 조문도 서로 달라진 마당에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판례로서 지금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검토 먼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근거로 삼고 있는 인사소송법의 관련조문을 살펴보자. 1991.1.1.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 제26조(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구 인사소송법 제33조(관할) ③항 민법 제865조의 규정에 의하여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으로 하는 소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있는 지의 지방법원관할에 전속한다. 동법 제35조(준용규정) 제26조,… 중략… 의 규정은 본절의 규정에 의한 소송에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판례의 판시와 같이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언제든지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어 나온다. 그러나 새 가사소송법은, 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제23조)로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언더라인 필자)은 언제든지 혼인무효나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28조(준용규정) …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는 제24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할 뿐 제23조를 준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24조 제2항에 의하면 제3자가 제1항에 규정된 소를 제기할 때에는 부부(이 사건이라면 친자)를 상대방으로 하고, 부부(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3자는 결국 제23조에 규정된 4촌 이내의 친족을 말하는 것이니, 새 가사소송법(1991.1.1.부터 시행)은 당사자(친자)를 제·한 제3자의 제소권자로는 4촌 이내의 친족만으로 그 범위를 제한한 취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민법 제865조에는 민법 제862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는 “이해관계인”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체법(민법)이 절차법(가사소송법)보다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당사자(친자), 그 법정대리인 및 4촌 이내의 친족은 특별한 이해관계(확인의 이익 등)를 증명할 필요 없이, 당연히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확인의 이익을 주장하고 증명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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