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0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평등원칙
검색한 결과
10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행정사건
- 대법원 2022. 1. 27. 2019두59851 판결-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⑥ 독서실 남녀좌석 구분을 강제하는 조례의 위헌성
대상판례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대한 한계(기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Ⅰ.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에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학원인 시설’에 해당하는 독서실을 등록하여 운영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독서실 등록 당시 이 사건 조례 제3조의3 제2호에 따라 남녀 좌석이 구분 배열된 열람실 배치도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이 독서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여 열람실의 남녀좌석 구분 배열이 준수되지 않고, 남녀 이용자가 뒤섞여 있는 것을 적발하였다. 피고는 2017. 12. 6. 원고에 대하여 학원법 제17조, 이 사건 조례 조항에 따라 10일간 교습정지를 명하는 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교습정지처분이 근거한 조례가 위헌,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제3조의3】 법 제8조에 따른 학원의 단위시설별 시설기준은 다음과 같다. 2. 열람실 : 열람실은 60제곱미터 이상으로 하되, 1제곱미터당 수용인원이 0.8명 이하가 되도록 하고,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례 조항은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독서실의 운영자로 하여금 열람실의 남녀 좌석을 구분하여 배열하도록 하고 위반 시 교습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독서실 운영자는 자신의 영업장소인 독서실 열람실 내의 좌석 배열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받는다. 한편 독서실 이용자는 독서실 열람실 내에서 성별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하는 등 학습방법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므로 자기결정권을 제한받는다. 먼저 목적의 정당성이 있는지 보면, 이 사건 조례조항은 독서실 내에서 이성과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지만 열람실의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자율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적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수단의 적합성 역시 같은 열람실 내에서 남녀좌석을 구별하는 것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는 의문이다. 열람실 자체를 분리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열람실에서 남녀의 좌석 배열만 구별하는 경우, 남녀가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 없을 뿐 앞뒤의 다른 열 책상에는 앉을 수 있고, 동일한 출입문을 사용하므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이 사건 조례 조항은 독서실 운영자에게 남녀좌석을 구분 배열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별도의 경고 조치 없이 바로 10일 이상의 교습정지 처분을 하면서도, 독서실의 운영 시간이나 열람실의 구조, 주된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관리감독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독서실의 남녀좌석을 구분 배열함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면학분위기 조성이나 성범죄 예방이라는 효과는 불확실하거나 미미하다. Ⅲ. 평석 1. 법원의 명령, 규칙, 조례에 대한 부수적 규범통제 명령·규칙이나 조례가 개별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문제된 명령·규칙이나 조례가 모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위법 심사, 평등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 위헌 심사를 행한다. 처분은 법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데, 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근거법률에 위헌의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헌재에 심판제청을 하여야 하지만(헌법 제107조 제1항), 명령, 규칙, 조례 등의 위헌, 위법 여부는 직접 심사를 하게 되고(헌법 제107조 제2항), 심사결과 대통령령 등이 위헌, 위법이라고 판단되면 그러한 행정입법과 조례 등은 효력이 없고, 일반적인 효력을 부정하는 설도 있으나 통상 당해 사안의 적용 배제에 그친다는 설이 다수설이다. 대통령령 등은 대법원 판결로 위헌·위법이 확정되어야 관보에 게재된다(행정소송법 제6조) 그에 근거한 처분 또한 위헌, 위법한 처분이 된다. 2. 자기결정권과 자기책임의 원리 자기결정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관한 결정·선택권을 존중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자기책임의 원리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만 원칙적으로 자기결정에 따른 책임과 위험부담이 부과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은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이와 같이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위헌이다(헌재 2001헌가25).”라고 판시하여 자기책임의 원리는 자기결정권의 한계 논리 내지 책임부담의 근거일 뿐만 아니라 책임의 한정 원리로 기능한다고 보고 있다. 3. 국가 후견주의의 한계 국가 후견주의의 구체적인 유형 구분은 학자마다 상이하나, 결국에는 자기 결정권의 제약원리로서 개인의 자율영역에서 자신의 이익이나 보호를 위하여 자기 결정권에 대해 국가권력이 개입·간섭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드워킨은 후견주의와 관련하여 “강제를 받는 사람의 복지, 행복, 필요, 이익 또는 가치와 관계하는 이유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과 같은 어떤 사람의 행동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파인버그는 강한 후견주의와 약한 후견주의로 구분하고 있는데 강한 후견주의는 개입·간섭을 받는 자의 선택이나 행동이 완전히 임의적이라 하더라도 개입·간섭을 하는 데 반해, 약한 후견주의는 개입·간섭을 받는 자가 어떤 이유에 의해 적절한 판단 능력을 결여하여 실질적으로 비자발적이거나 그렇다고 추정될 경우에만 간섭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데블린은 신체적·물질적 후견주의와 정신적·도덕적 후견주의로 구분하기도 한다. 결국, 자기결정권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인격적 자율 그 자체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영속적으로 해치는 경우 국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견주의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게 확대됨은 경계하여야 한다. 4. 평등원칙 위반 대상판결에서 검토된 것은 아니나, 이 사건 조례조항은 평등원칙위반 소지도 있다. 1970년 10월부터 시행된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 시행령부터 “남녀공용인 독서실에 있어서는 열람실을 남녀별로 구분하고, 출입문도 따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다가 1985.5. 해당 조항은 없어졌으며 1996.1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부터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후 2007.3. 시행된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이 삭제되었고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열람실 남녀 구분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사설 열람실의 경우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인인 경우라도 남녀좌석을 의무적으로 구분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할 경우 교습정지 등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다. 반면 스터디카페, 공공도서관, 공동주택 독서실 등은 남녀좌석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사설 열람실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여기서 평등원칙 위반의 소지가 발생하는데, 스터디카페, 공공도서관, 공동주택 독서실 등도 면학분위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학원법에 따라 등록된 열람실과 실질적으로 차이는 없다. 그런데 위 공간들은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운영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는 반면 이 사건 조례조항에 따르면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운영할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회 적발시 10일간 교습정지, 2회 적발시 폐쇄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평등원칙이 의미하는 상대적 평등, 즉 실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5. 결론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법령을 적시에 변경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례조항은 1970.10.27.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된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여 유지해 왔다. 대상판결은 사적 공간에서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타인의 법익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이용자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미성년 학생이라도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가 후견주의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헌법상 보장된 자기결정권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아니되며, 필요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례조항은 학원법에서 규율하는 장소를 스터디카페 등 학원법에서 규율하지 않는 장소와 비교하여 볼 때 실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로 유사 조항을 두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지방자치단체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역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추후 관련 소송이나 조례 개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판례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대한 한계(기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남녀구분
과잉금지원칙
독서실
열람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3-08-30
기업법무
헌법사건
헌재 2023. 2. 23. 2019헌바483 결정
스톡그랜트에 대한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 적용에 관한 검토
스타트업의 인재유인과 동기부여를 위하여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선택권)이 아닌 스톡그랜트(현물 증여 혹은 취득)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IPO 성공 및상장후 3개월 시점의 미실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득과세 우선 원칙(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비추어 보아 납득하기 어렵다.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는 2008. 7. 23. 설립된 소프트웨어 및 통신기술용역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청구인은 2008. 7. 29.부터 2016. 1. 31.까지 이 사건 법인에서 사원으로 근무하였고, 조○○은 이 사건 법인의 최대주주로 이 사건 법인의 설립일부터 2017. 9. 26.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청구인은 2010. 6. 25.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2항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110,000주를 취득하고, 2011. 5. 30. 조○○으로부터 110,000주(이하 ‘제1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720원에 매수하여 취득하였다. 청구인은 2012. 6. 9.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1항에 따라 보유 주식 220,000주에 따른 주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 22,000주(이하 22,000주 중 제1주식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11,000주 부분을 ‘제2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고, 다른 주주가 실권한 17,476주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였다. 한편 이 사건 법인은 2015. 2. 11.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세무서장은 2017. 5. 2. 청구인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제41조의3 제1항에 따라 제1주식 및 제2주식이 그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됨에 따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제1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1년 5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198,990,180원의 부과처분 및 제2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2년 6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30,117,17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8. 1. 5. ○○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인천지방법원 2018구합50080), 제1심 법원은 2019. 1. 17. 이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서울고등법원 2019누37495) 그 소송 계속 중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0. 30.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9아1478), 2019. 12.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 특수관계인의 구체적 범위와 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위임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내부직원 중 정보를 취득하여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소명된 자의 경우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는 내용의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증여재산가액조항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II. 평석 1.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도입경위 및 종래의 판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상증세법 제41조의 3)는 1999. 12. 28. 상증세법에 최초로 도입되고 2000. 1. 1. 시행되었는바,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거액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에 과세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의제규정으로 입법되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 시장 육성 및 벤처붐이 불던 시기로서 상장 후 주식의 시장가가 급등하는 일이 많았고 이는 20년 후 최근의 코로나 사태 후 시장에 유동성 과다 공급으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이나 코인투자 열풍을 상기시킨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당시에 주식시장을 이용한 부의 편법 승계, 즉 재벌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2세에 부여하고 경제력을 이용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경우 용이해질 수 있는 부의 편법 승계를 차단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안은 이와 같은 입법취지와 괴리감이 있다. 즉 청구인은 회사의 직원에 해당하므로 최대주주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는 있으나 그와 친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 직원은 회사의 설립 직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에 주식 일부를 취득하였고, 그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에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 외 실권주를 추가 취득하였으며, 회사가 상장에 성공하여 청구인은 이와 같이 배정받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회사주식의 시장가 상당의 경제적 성취를 누리게 되었다. 애초에 회사가 청구인 직원에게 유상증자 시 신주 취득기회를 준 것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자는 스톡그랜트로서 스톡옵션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청구인 직원의 증자대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등으로 처리되었을 것이고, 그 후 상장에 성공하여 시장가가 형성된 부분은 자본이득으로서 대주주가 아닌 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비과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대상판결 사안에서 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라 (미실현) 자본이득 부분에 관하여 증여세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로서 주식평가시 할증평가까지 적용) 증여세 부과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경제인이 받아들이는 상식과 괴리가 있으므로 법원 소송 및 헌재 위헌 시비가 다수 있어 왔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9726 판결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증세법 제41조의 3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두41821 판결은 구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법인 설립 단계에서 발기인의 신주 취득 등 그 밖의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상장으로 인한 이익이 있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가5, 2012헌바114·183(병합) 결정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가 상장일부터 3월이 되는 날을 기준시점으로 정한 것이나,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주식등의 상장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주식등 취득자금의 증여 및 신주 취득의 경우를 과세대상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하여 평등원칙 위반이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2.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증여’의 개념에 관한 고유의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여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재산수여에 대한 의사가 합치된 경우’를 원칙적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는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제32조 내지 제42조)을 별도로 마련하여 과세하였다. 그 결과 증여의제규정에 열거되지 아니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경우에는 적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어 적정한 세 부담 없는 부의 이전을 차단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세권자가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하여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민법상 증여뿐만 아니라 ‘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증여의 개념에 포함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종전의 열거방식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시기와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가액산정규정’이라 한다)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하였다. 현대 세제가 소득과세(법인세 및 소득세)와 소비과세(부가가치세)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시장경제에 의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유지하기 위한 중립적 세제를 우선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한 것을 소득과세원칙을 내팽겨치고 부의 편재라는 결과만을 보고 과세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은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휴업·폐업 법인을 제외한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경우,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관련 증여의제조항의 입법의도를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산수증이익 등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판결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별증여의제 조항을 일종의 안전항(safe harbour)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 상장전 회사의 종업원에 대해 동기부여용으로 자기 주식을 부여하고, 상장 이후 그 회사의 주식이 자본시장에서 가격이 등락하던 중 특정시점(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시점)에 시가가 올라 해당 종업원이 부를 누리게 되었다고 사실관계를 본다면, 여기에는 어느 하나 대가관계 혹은 자본시장이라는 경제관념이 전제되지 아니하는 것이 없으며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증여 관념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최대주주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동일한 사실관계를 적용할 경우 증여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과세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다만 최대주주의 자제 등 특수관계인이라 그 능력에 비추어 다른 종업원 수준의 주식을 배정받고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기여하였다면 역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상속세와 이를 보완하는 증여세는 결과의 평등 혹은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제도로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추구하는 국가전체의 경제적 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 보장과 그 결과 일정부분 부의 편재를 감내해야 하는 현상과 배치된다. 비록 상속세 혹은 증여세의 세수효과가 미비하고, 상속세로 인하여 기업의 소유주 사망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 현실적 문제로 불거져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예에 비추어 보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상증세법이 마련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형식을 구하여 왔고, 이에 대해 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두기에까지 이른 것이나, 그렇더라도 과거 증여의제조항을 안전항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이 그 해석 적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는 이와 같은 경제적 현실과 가치대립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법의 해석 적용에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적, 일반적 소득 개념을 내세우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소득세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하여 조세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중첩되어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속출할지라도, 원칙을 세운 후에 실패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도 마찬가지로서, 이와 관련하여 상증세법 스스로가 일단의 해답을 제시하는 규정이 있으니 바로 법 제4조의2 제3항의 소득과세 우선원칙이다. 그러나 소득과세 우선원칙 스스로도 첨예한 가치대립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누3441 판결은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임원인 원고의 증자대금을 회사의 자금으로 납입한 사안에서 이에 대하여 원고는 회사가 익금에 산입하여야 할 소득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자금을 유출시켜서 원고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원고에게 상여의 소득처분 및 그에 따른 소득과세가 이루어져야 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하여 상증세법 제35조에 따라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을 기초로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원심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내세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두3200 판결은 이를 파기하여 2007. 12. 31.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가 개정되기 전에 양도가액과 시가의 차이를 증여세로 시가와 취득가액의 차이를 양도소득세로 과세한 과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 2010. 11. 10. 선고 2010누19234 판결은 주식을 저가 양수하였다고 보아 양수가와 시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양도소득세 계산시 취득가액을 조정해주지 아니한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로 다투어야 하고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여 이를 도외시하는 태도를 보였는바, 소득과세 우선원칙의 규범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4. 결어 최근 선고된 대상판결에서 청구인은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에 법에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지 아니한 것이 포괄위임으로서 형식적 법치주의 위반, 내부정보를 활용할 정도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에게까지 해당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위헌소원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다시금 위 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설시하듯이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는 주식등의 상장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고, 수증자 또는 취득자가 이를 양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보유하면서 사실상 세금부담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세법 영역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와 그 해석·적용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증여세
특수관계인
주식상장이익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2023-07-05
국가배상
군사·병역
-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5두60075 판결 -
국가배상법상의 이중배상금지 규정과 다른 법령에 의한 보상금청구
[사실관계] 1. 처분의 경위 : ① 갑은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 중 상관이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자 부대 인근 공원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였다. ② 갑의 아버지(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이 2010년 10월 13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여 그 무렵 확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국가로부터 약 1억 원을 수령하였다. ③ 원고는 2012년 7월 2일 강원동부보훈지청장(피고)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망인이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원고에게 보훈급여금을 지급하여 왔다. ④ 그런데 피고는 2014년 8월 4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중복하여 지급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2. 재판의 경과 : 제1심 법원은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의 청구가 모두 가능한 경우에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이 주요한 판결이유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군인 등이 먼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다음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국가보훈처장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평석] Ⅰ. 쟁점의 정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소위 '이중배상금지 규정'이라고 하는바 위험성이 높은 직무에 종사하는 군인 등에게 사회보장적 위험부담으로서의 국가보상제도를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그것과 경합되는 국가배상청구를 배제하는 취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을 받은 다음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같은 조항에 의해 보상금 등의 지급이 금지되는지 문제가 된다. Ⅱ.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이중배상금지 규정인지 여부 원래 '이중배상금지'라는 용어는 동일한 성격인 복수의 배상청구권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재해보상금 등은 군인군속 등의 복무중의 희생에 대하여 이를 보상하고 퇴직 후의 생활 또는 유족의 생활을 부조함에 그 사회보장적 목적이 있고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양자는 그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통상 사용되는 이중배상금지는 '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와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은 금지된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Ⅲ. 국가배상을 받은 후 보상급여 청구 가능성 1. 학설 : 부정설은 국가배상을 먼저 청구하면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반면 먼저 보상급여금을 청구하면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을 근거로 한다(이 사건의 원심판결). 긍정설의 근거는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② 위 규정은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그와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반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해석상으로도 다른 법령에 따른 청구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이 사건제1심 판결). 2. 대법원판결 :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①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명시적으로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훈보상자법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자를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② 위 법령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보훈보상자법 등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넘어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금을 받은 경우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③ 먼저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을 지급받은 자에 대한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과 중첩되는 영역에 관하여 보상금 지급액을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미 지급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여 보상금을 정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훈보상자법에 이와 같이 선지급된 손해배상액을 장래 지급할 보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3. 평가 : 부정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보상금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니 국가배상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도 마찬가지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는 불합리한 평등 즉 하향평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주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긍정설이 타당하며 군인 등에게 불리하게 규정에도 없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원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이중배상이 아님). ② 위 규정은 재해보상금의 지급이 가능한 경우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일 뿐 국가배상을 수령 후에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아니다(⇒문언상 취지). ③ 이중배상의 금지규정을 확대 적용한다면 피해자는 '군인 등'의 신분 때문에 일반인보다 불리한 취급을 당하게 된다(⇒평등원칙 위반). Ⅳ. 결론 1. 이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은 피해군인 등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받았다고 하여도 나중에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판결을 하였다. 하급심 판례에서 보듯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후에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는 '없다' 등으로 견해가 대립되는 있는 실무현실에서 판례를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이론에 따르면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은 후에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하여는 청구의 선후에 따라 청구의 가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에 반한다는 부정설의 지적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설의 결과인 불합리한 형평성을 강요할 수 없기에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후에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 판결의 결론에 우선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불평등의 발생이나 법적 안정성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훈급여금 등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이 아니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인 보완이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2항은 1972년 군사독재에서 개정된 유신헌법의 잔재로 궁극적으로 민주정부 하에서 이들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2. 해결방안 : 헌법개정이 되기 전 현행법 하에서 해결방안으로 소극적이나마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① 군인 등을 일반국민과 차별할 수 있는 근거는 헌법 제29조 제2항의 '법률이 정하는 보상'인데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보훈보상자법이나 국가유공자법 등 재해보상금의 보상수준을 국가배상법의 배상수준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것이다. ②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 범위에 관하여는 그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적용대상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반면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청구권의 인정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려는 합리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재해사망군경
보훈급여
자살
국가배상
이중배상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2020-06-22
행정사건
- 대법원 2018.11.29. 선고 2015두52395 판결 -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 문제
Ⅰ. 사안의 개요 자사제품에 대해 조달청장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다음, 갑은 조달청과 사이에 갑이 각 수요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납품요구를 받으면 계약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그 수요기관에 납품한 후 조달청장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는?물품구매계약(제3자를 위한 단가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이?물품구매계약에는 ‘갑은?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이하 ‘추가특수조건’이라 한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와 ‘이 사건 제품의 규격은 우수조달물품(모자이크스톤블록) 규격서와 같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달청장이 "甲이 이 사건 수요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계약이행내역 점검 결과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에 따라 갑에 대하여 6개월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라 한다). 이에 갑은 거래정지조치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4.11.6. 선고 2014구합60924판결)은 인용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계약상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였는데, 상고심은 항소심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조달청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치는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나라장터를 통하여 수요기관의 전자입찰에 참가하거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등록된 물품을 수요기관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지만 행정청인 조달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그 상대방인 갑 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다만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발동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 거래정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갑 회사의 행위가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거래정지 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추가특수조건의 내용이나 그에 기한 거래정지 조치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폈어야 하는데도, 위 거래정지 조치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Ⅲ. 문제의 제기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의 행사’인데, 이는 공법영역에서의 일방적 조치이어야 비로소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사법계약에 따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본다는 것은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한 셈이 된다. 대상판결 및 그와 동지인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6두45158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항소심의 논거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다음의 논거로 소를 각하하였다: ①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 등은 계약의 일부로서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당사자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을 뿐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법령이 아니라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민간의 일반 종합쇼핑몰에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서에도 계약위반에 따라 거래정지를 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점. 판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업이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를 함에 있어서 법령이나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두33537판결). 아울러 판례는 정부투자기관이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입찰참가제한 특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보며, 아울러 그에 의한 입찰참가제한조치 역시 사법상의 조치로 본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0다83182판결 등). 이런 맥락에서 원심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전적으로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등과 같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와는 구별되게 접근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 사법상 계약인 추가특수조건에 의거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가 공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민사논리를 수정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사법관계를 수정시키는 명문의 규정을 통해 그 사법관계는 공법관계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유일반(잡종)재산의 대부료 징수는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규정의 준용으로 인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관철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03588판결 등).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강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거나 공권력주체로서의 우월적 지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전자조달법 및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에 의거해서 처분성을 논증하였다. 전자조달법은 처분성 논증에 아무런 착안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과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은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단가계약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은 -판례가 행정처분으로 보는 국가계약법상의 행정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상의 계약인 단가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들 규정에서 공법적 착안점을 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처분성인정에 따른 후속 물음: 법률유보의 물음 단가계약이 사법계약인 이상, 그것을 집행하는데 특별한 공법적 메커니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의 차원에서 그런 점이 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볼 때, 제기될 수 있는 물음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일찍이 필자는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인정여부는 연관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는데 판례가 이를 채용하였다(이런 사정은 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210면 이하). 그리하여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은 처분성 여부를 논증한 다음,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2016두45158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17.1.26. 선고 2016누11801판결)은 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추가특수조건이나 쇼핑몰운영고시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공히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이 본안판단에서 법률유보의 물음을 제외하다시피 하는 식의 논증을 한 것은 처분성 및 위법성의 논증에서의 앞선 판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논증상의 모순은 실은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본 데서 비롯되었다. Ⅶ. 맺으면서-처분성인정이 능사가 아니다. 처분성의 확대는 행정상의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을 때 강구할 수 있다. 민사적 권리구제가 주효한 경우에는 처분성의 확대가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처분성의 인정의 裏面에는 행정의 우월적 지위가 합리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가쟁력의 존재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정 등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항상 더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자칫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시스템을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행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 부당하게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가 빚은 결과로 여겨진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나라장터
조달청
거래정지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5-27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환규범을 매개로 한 행정규칙의 법규성인정의 문제점
Ⅰ.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08. 1. 7. 피고 아산시장에게 신규 건조저장시설(DSC)의 사업자인정 신청을 하였지만, 피고는 2008. 4. 21. 원고에 대하여, 농림사업실시규정(2007. 12. 28. 훈령 제1291호, 이하 '이 사건 훈령'이라 한다) 제4조에 의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이하 '이 사건지침서'라 한다)가 정한 신규 DSC 사업자 인정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아산시 미곡종합처리장(RPC)·건조저장시설(DSC) 운영협의회는, 원고가 논 면적 확보기준에 225ha 미달하였다는 아산시의 검토결과가 적합하다는 판정을 하였다. 신규 DSC 사업자로 인정되면 벼 매입 실적에 따라 매입자금을 지원 받거나 공공비축 산물 벼 매입량이 배정되는 등의 혜택이 있다. Ⅱ. 원심(대전고등법원 2009.4.30. 선고 2008누3096판결)의 판결요지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가 농림부에 의하여 공표됨으로써 신규 RPC 또는 신규 DSC 사업자로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이 사건 지침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자로 선정되어 벼 매입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지침에 명시되어 있지 아니한 시·군별 신규 DSC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DSC 사업자 인정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지침이 예기하고 있는 자기구속을 위반한 것이거나 자의적인 조치로서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지침과 달리 DSC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1]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발하는 이른바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이 그에 위반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를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 [2] 시장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여 공표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에 명시되지 않은 '시·군별 건조저장시설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신규 건조저장시설 사업자 인정신청을 반려한 사안에서, 위 지침이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졌다거나 그 공표만으로 신청인이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쌀 시장 개방화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등 우월한 공익상 요청에 따라 위 지침상의 요건 외에 '시·군별 건조저장시설 개소당 논 면적 1,000ha 이상' 요건을 추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어, 그 처분이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 및 행정규칙에 관련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 Ⅳ. 문제의 제기 법원은 시종 행정규칙의 비법규성에 바탕을 둔 전환규범적 이론구성을 수긍하지 않고, 처음부터 관련 규정의 법적 성질(법규성여부)을 가늠하고 이를 관철하여 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법령보충적 규칙의 존재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비롯 대법원 2009.3.26. 선고 2007다88828, 88835판결에 즈음하여, 자기구속의 법리,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과 같은 전환규범을 매개로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을 논증한 접근방식(독일의 통설적 기조)이 추가되었다. 법령보충적 규칙의 존재는 독일에서의 규범구체화규칙을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행정규칙에 관한 독일식 도그마틱과 이별하게 하는 중요한 단초이다. 요컨대 이런 두 가지의 접근방식의 병존은 부자연스럽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인식을 公論化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에 대한 대상판결 등의 접근이 바람직한지를, 우선 이 사건지침서의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논구하고자 한다(行政規則의 法規性 問題에서 독일식의 전환규범적 접근에 대해 필자는 극히 비판적이다.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및 논의의 시발이 된 판례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서 상론할 예정이다). Ⅴ. 법원의 기본적 접근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농림사업실시규정 제4조에 의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이다. 원심은 "양곡관리법 제22조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미곡의 유통구조개선·품질향상 및 가격안정을 위하여 생산자로부터의 미곡의 매입, 매입한 미곡의 건조·선별·보관·가공 및 판매 등 종합적인 미곡의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미곡유통업을 육성하여야 함을 전제로(제1항), 농업협동조합 기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미곡의 유통기능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미곡종합처리장 등 미곡의 건조·보관·가공·유통·판매시설의 설치 및 미곡의 매입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융자하거나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제2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융자 및 보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3항), 위 규정의 위임을 받은 양곡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는, 양곡관리법 제2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미곡의 매입자금을 생산자인 농민과의 계약재배를 통하여 원료 벼를 확보하는 자에게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각 규정들의 내용을 살펴보아도 양곡관리법 제22조 제3항이 일정한 사항을 행정입법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양곡관리법 및 그 시행규칙이 미곡의 건조·가공 등 미곡의 유통기능을 담당할 미곡유통업을 육성함에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장관에게 위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볼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위 각 규정의 내용이나 성질, 이 사건 지침서의 취지 및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지침서는 미곡종합처리장 등에 벼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대상자 선정 등에 관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내적으로 행정청을 기속함은 별론으로 하되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역시 이를 그대로 수긍하였다. Ⅵ. 법원의 기본적 접근의 문제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始原이 된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의 건을 보면, 모법률인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의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실지거래가액이 적용될 경우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동법시행령(1982.12.31. 대통령령 제10977호로 개정된 것) 제170조 제4항 제2호는 양도소득세의 실지거래가액이 적용될 경우의 하나로서 국세청장으로 하여금 지역에 따라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 기타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거래를 지정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국세청장이 훈령으로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을 발하였고, 판례는 이것의 법규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판결). 여기선 대통령령이 국세청장의 지정을 언급한 반면, 위의 사안에선 농림수산식품부령이 미곡유통업의 육성과 관련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차이점이 해당 농림사업실시규정과 농림사업시행지침서를 단순한 업무처리지침으로서 비법규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우선 법령보충적 규칙은 본래 침익적 행정에서 문제가 된 반면, 사안에서의 양곡관리법 제22조는 개입(침해)행정이 아니라 급부행정의 문제임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입법자가 융자 및 보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다는 것은, 그것의 구체화를 행정에 맡긴 것이다. 사실 모법률이 구체적 권한행사를 행정청에게 수권(위임)한 이상, 그것의 구현메카니즘의 형식은 문제되지 않는다. 설령 법률이 정한 형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것의 법적 성질의 차원이 아닌 그것의 하자의 차원에서만 문제될 뿐인데, 그 문제 역시 다음과 같이 새롭게 보아야 한다. 議會立法의 原則上 위임입법의 법리(위임독트린)는 법률에서 법률하위적 명령으로 위임할 때 즉, 제1차 위임의 경우에만 의미를 갖는다. 행정부에 위임된 이상, 그 행정부안에서의 2차, 3차 위임의 경우에는 포괄위임금지와 같은 위임독트린은 별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이 점에서 재위임의 경우에도 위임독트린을 대입하는 일반적 경향은 재고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지 않은 모법률에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것이 正道이다. 요컨대 명시적인 위임수권의 存否만으로 이 사건지침서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Ⅶ. 맺으면서-농림사업시행지침서의 법적 성질 이 사건지침서에 따르면, 신규 RPC 사업자 인정기준과 DSC 사업자 인정기준을 명확히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신규 RPC 사업자는 시·군별 RPC 개소당 논 면적 3,000ha 이상과 원료 벼 확보가능 논 면적 2,000ha 이상을 확보하여야 하고, 신규 DSC 사업자는 시·군별 신규 DSC 개소당 원료 벼 확보가능 논 면적(RPC 및 DSC 모두 권역 내 RPC, DSC, 임도정공장 등을 종합 검토하되, 도시지역의 경우는 인접한 군의 논 면적을 포함하여 검토할 수 있음) 1,000ha 이상을 확보하도록 지역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나, 시·군별 DSC 개소당 논 면적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또한 DSC 사업자 인정기준에 있어 벼 가공시설 과잉지역 등은 신규 DSC 사업자 신청 및 선정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선정 제외 지역은 신규 RPC 사업자 인정기준에 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농림사업시행지침서는, 규범이 필요한 일정한 분야에 법률적 규율이 不在할 때 발해지는 法律代位的 規則이라 하겠다. 여기서 법률적 규율의 不在란 그것이 전혀 없는 경우는 물론, 법률적 규정이 있으되 구체화규정이 요구될 정도로 개괄적인 경우도 의미한다. 재량준칙과 법률대위적 규칙이 구별되는 점은, 후자의 경우 정해진 결정규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결정규준을 처음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의 "법률대위"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을 뜻한다고 오해해선 아니 된다(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2011, 173면). 본래 법률대위적 규칙은 독일의 경우 과거 자금조성과 같은 급부행정영역에서 입법의 不備狀況에서 행정이 나름의 지침에 의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오늘날에는 급부행정영역에서도 법률적 규율이 대폭 증가하여 그 의의가 많이 가시었다. 그리고 본래 그것은 관계법령이 제정되기까지 나름의 행정통제규칙으로 기능할 뿐이고, 당연히 재판규범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사안의 경우엔 이미 모법률 차원에서 授權이 존재하기에, 독일에서의 법률대위적 규칙적 이해를 아무런 수정 없이 대입해선 아니 된다(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분에서의 실질적 기준설에 의하면, 동지침은 법규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 한편 법률대위적 규칙을 직접적 외부적 구속효를 갖는 법규로 보기도 한다. 홍정선, 행정법원원론(상), 2011, 254면). 독일의 경우, 행정은 立法과 司法사이에 꽉 끼인 존재이고, 명령에 대한 恐怖가 아우러져, 전환규범적 접근에 대해 엉터리라고 酷評이 가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칙의 태생적 烙印-非法規性-은 여전히 주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통령제하에서 행정에 대해 나름의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기에, 독일마냥 행정규칙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여, 그것을 카스트제하의 賤民(Paria)으로 여기기보다는 의회와 행정의 共管的 法定立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409면 이하 참조). 요컨대 농림사업시행지침서는 법령보충적 규칙이라 하겠다.
2011-08-22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법학박사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의 위헌여부 심사기준
I. 문제제기 지난 2009년 2월26일 헌법재판소는 차의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에 대하여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과거의 합헌결정을 변경하여 위헌으로 결정하였다(결정문 전문은 법률신문 3726호 2009년 3월 2일자 13면 참조). 과거 첫 번째 결정(헌재 1997. 1.16. 90헌마110)에서는 위헌의견이 5인으로 다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합헌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헌법이론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결정이었다. 그 후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이번에 위헌결정이 이루어지자, 무엇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 힘들다는 등의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교통안전의식 결여나 인명경시풍조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헌법적 관점에서 몇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하에서는 쟁점별로 헌법재판소 결정이유의 논거에 있어서 제기되는 헌법적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재판절차진술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교특법 제4조 제1항이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과잉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형사피해자에게 보장되는 권리이다. 즉 입법자에 의해서 비로소 구체화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3. 3.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130). 어떠한 기본권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소위 형성유보가 있는 권리인 경우 그에 대한 형성법률이 그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가.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가 법률의 규정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만일 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 기본권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자가 그 기본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가 문제된 경우에는 일단 그 개인의 기본권의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를 어떠한 근거와 기준으로 하여 유형화하였는지, 그 유형화 자체에 명백한 잘못은 없었는지의 기준에 입각하여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의 구체화 위임을 받은 입법자가 일정한 집단에 대하여 그 기본권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모든 사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으로 위헌의 결론이 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이 기본권의 구체화를 입법자에게 일임한 헌법적 취지에 위반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권의 구체화와 관련해서는 기본권의 주체, 보호영역, 행사방법 등에 대하여 입법자가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체, 즉 인적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늘 배제되는 집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한 개인이 적용범위에서 배제된 것 자체만 가지고서 과잉금지위반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영역과 관련해서는 입법자가 보호하고자 하는 생활영역의 범위가 명백하게 유명무실하여 거의 실질 내용이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보호영역과 관련하여 쉽게 위헌의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행사방법 역시 기본권의 행사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요구되어, 기본권행사가 사실상 차단 내지는 폐쇄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권행사방법에 대한 입법자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심사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일부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중상해의 피해를 당한 자의 경우 가해운전자에 대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재판절차가 개시될 수 없고, 따라서 형사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입법자가 교통사고과실범의 처벌기준을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고, 정형화된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10가지)에 의한 교통사고피해자의 경우는 여전히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이라고 하는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였거나 형해화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화의 책임을 진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2.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 역시 다른 기본권(재판절차진술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택하고 있고, 평등권침해로 결론을 짓고 있다. 필자는 이 경우에 엄격심사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된 심사기준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잘못된 적용은 궁극적으로는 제대군인가산점결정 이래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기준 적용을 위한 전제를 잘못 정립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가산점 결정에서 헌법이 특별히 평등을 명하는 경우와 차별로 인하여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판례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소위 ‘새로운 공식’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엄격심사기준의 요건을 매우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제시하고 있는 평등원칙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기준과 완화된 심사기준의 적용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표지는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인가 아니면 ‘사항적 차별’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가령 인종, 피부색, 고향, 언어, 출신 등과 같이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고 있는 표지들은 천부적으로 사람이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그것을 이유로 한 차별은 거의 인간존엄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유들을 근거로 한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은 금지되고 따라서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사항에 관하여 입법자가 유형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경우에는 자의금지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공식의 핵심인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 가운데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는 경우’라는 요건만을 따왔을 뿐 ‘인적 차별’인지 아니면 ‘사항적 차별’인지의 구분기준은 간과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어떠한 차별이든지 다른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지 않는 차별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모든 평등권제한 사례는 동시에 다른 기본권제한을 동반하므로, 결국 그 기본권의 제한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평등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도 엄격심사기준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로 인하여 평등원칙심사의 독자성은 상실될 수 밖에 없고, 그 결론은 다른 기본권의 침해여부의 결론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살펴보건대,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를 입법자가 유형화하여 구분하고 그러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와 해당되는 경우를 구분하여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부터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항적 차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차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될 수 있으며, 위헌여부의 심사도 자의금지를 기준으로 한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했어야 마땅하다. 또한 재판절차진술권은 전술한 바와 같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 배제 자체가 곧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 정도의 중대한 법익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차별로 인하여 중대한 기본권의 제한이 초래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완화된 심사가 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과 신체라고 하는 법익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관점을 간과한 채 곧바로 엄격심사기준을 택한 것으로 보이나, 심사기준을 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법익의 중요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헌법이 입법자에게 형성권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입법자의 결정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법익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정도 등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보며, 입법자가 명백히 자의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결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심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와 관련하여 첫 번째 합헌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택한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권보호의무에는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이러한 심사기준의 적용은 타당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 쟁점이 바로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이 사건과 같은 교통사고의 경우 국가가 아니라, 가해운전자의 피해자에 대한 생명·신체의 법익침해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국가가 이러한 가해자의 침해나 침해의 위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하여 가장 중심적으로 심사하고, 나머지 재판절차진술권이나 평등권침해여부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다루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 자체는 자신의 건강회복이나 피해배상에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운전자의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보험금 등에 의한 피해배상 등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건강회복 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종합보험가입을 유도하여 가능한 한 교통사고를 민사배상의 문제로 전환하여 피해배상 등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의 생명이나 건강의 보호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III. 결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사전적 보호의 문제는 형벌을 통한 일반예방적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에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법적·제도적 장치와 도로교통환경의 개선 및 교통안전행정의 강화와 국민계도 등 형벌외적 측면의 많은 가능한 수단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노력들을 국가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명백하게 불완전·불충분하게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헌법재판소 역시 인정하고 있듯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도 구체적 청구인의 ‘안타까운’ 사정에만 치중하여 형성유보가 있는 기본권의 특성과 상관 없이 엄격심사기준을 동원하여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침해의 결론에 이를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쟁점인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한 결론에 의거하여, 종합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였을 것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바와 같이 교특법의 입법목적(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이 정당하다고 한다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 유형을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에 추가하는 경우 이러한 입법목적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입법자는 교특법 제3조 제2항의 단서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의의무 위반’(2007. 12.21 법률 제8718호 시행일 2009. 12.22)을 추가함으로써 나름대로 입법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을 감안하되, 특례규정의 도입과 사고율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입법자가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관찰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입법적으로 상응하는 보완조치를 하도록 명하는 완곡한 경고결정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였다고 생각된다.
2009-03-26
이전오 성규관대 법대 교수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I. 문제의 제기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은 1974.12.21.에 최초로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1995. 7. 1.부터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토지, 건물)은 증여의제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은 주식을 타인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에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이 위헌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4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이 이루어졌으나 위헌 결정은 나지 아니하였다(헌법재판소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재판소 1998.4.30. 선고 96헌바87, 97헌바5·29(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2헌바66 결정; 헌법재판소 2005.6.30. 선고 2004헌바40, 2005헌바24(병합) 결정). 과세당국은 위헌논란이 일 때마다 법률규정을 강화 내지 보완하였고, 대법원 또한 거의 모든 경우에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해석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식 등에 대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면 증여세 과세를 피할 길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명의신탁이 있게 되면 무차별적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연구대상결정도 구 상속세및증여세법(1998. 12. 28. 법률 제5582호로 개정된 후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1항 본문과 단서 제1호, 제2항, 제5항은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및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체계정당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다.(반대의견 있음) 아래에서는 연구대상결정을 소재로 하여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을 검토하여 본다. II.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1. 실질과세원칙의 위배 여부 연구대상 결정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하나 수긍할 수 없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본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경제적 거래를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것은 조세의 이름을 빌려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있는 경제적 거래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원칙적 귀속자인 실질소유자가 아니라 명의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가 허용된 경우는 있지만(예컨대 1994.12.21. 개정전의 구소득세법 제7조),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일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을 법률규정으로 발생시켜서 조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규정으로 담세력을 창출시켜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리켜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라는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2. 조세평등주의의 위배 여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내지 이익이 아니라 단순히 권리의 외양만을 취득하여 담세능력이 없는 명의수탁자를 재산을 실질적으로 증여받은 자와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의수탁자를 자의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조세가 담세능력 내지 경제적 급부능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반대의견 참조) 한편,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본질은 조세가 아니라 형벌 내지 행정벌이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을 주도하여 위법성의 정도가 심한 명의신탁자에게 제재로서의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벌성의 정도가 훨씬 약한 종범 내지 방조범에 불과한 명의수탁자에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위법성에 상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이런 점에서도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수단의 적합성 내지 피해의 최소성 여부에 대하여 (1) 연구대상결정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은 물론이고 증여세 이외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에 대하여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수긍할 수 없다. (2) 조세는 주기능 내지 본래적 기능인 재정수입의 확보 이외에도 경기조절, 특정 경제활동의 조장 또는 억제,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형평의 추구 등 여러 가지 부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어느 경우이든 간에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인 형벌·벌금·과료·과태료 등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적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질은 형사벌 내지 행정적 제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형사처벌 내지 행정적 제재의 조세화」인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의 본질에 위반되는 것이고 그 입법목적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3) 증여세가 형사처벌 내지 과징금에 비하여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가령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친다. 한편,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을 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부동산가액, 위반 기간,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징금이 유연하게 부과된다. 이에 비하여 세무조사 과정에서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져서 세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부동산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는 예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증여세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서 최고 50%의 세율로 중과세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증여세 부담이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보다 수증자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는 수단이라는 견해는 피상적 고찰이라고 할 것이다. 나. 법익의 비례성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증여세가 아닌 다른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에 대하여서까지 지나치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납세의 공평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담세능력이 전혀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막중한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게 되는 과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법익간의 균형성을 잃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 건 결정의 반대의견) 4. 체계정당성의 위반 문제 가령 어느 주주가 그 소유의 주식 중 일부를 타인(명의수탁자) 명의로 등재하여 둠으로써 배당소득세를 수십만원 회피하였다고 하여, 아무런 재산상 이득도 얻은 바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수천만원 내지 때에 따라서 수억원을 과세하는 것을 가리켜 입법재량의 범위 내이고 체계정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회피하려는 조세와는 그 세목이 전혀 다르고 세율도 가장 높은 증여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훨씬 넘은 것이고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의 해결방안 1. 근본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은 실질과세의 원칙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고, 법체계의 정당성에도 어긋나며 최소침해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폐지하여야 한다. 2. 입법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규정을 전체적으로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조세회피의 목적”을 “증여세회피의 목적”으로 고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한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의 본질이 조세의 외형을 빌린 제재 내지 처벌이라고 본다면, 수증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함은 모르되 주된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은 부당하고 반사회성이 두드러진 증여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3. 합리적 해석방안 (1) 종전까지의 대법원의 주류적 태도는,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추상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은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두2192 판결;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13649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2) 대법원의 경직된 태도와 달리 학설 및 일부 하급심판례는, 조세회피와 관련 없는 명의신탁행위의 중요한 의도가 따로 있고 부수적으로 조세부담의 경감이 있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조세회피의 목적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든가, 조세회피의 의도가 현실화되지 않고 나아가 조만간 그러한 결과가 분명하게 예상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과 같이, 조세회피목적의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3) 그런데,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7733판결은, 주식의 명의신탁이 상법상 요구되는 발기인 수의 충족 등을 위한 것으로서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이 있는 경우에는 위 명의신탁에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취지에 따른다면, 명의신탁을 하게 된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거나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잠재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온 종전 판례의 주류적 흐름과 모순된다고 여겨지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요컨대, 위 판결은 그 사건에 나타난 유별난 사실관계 하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한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명의신탁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시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이 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IV. 결론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다른 세목에 비하여 조세정책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전혀 담세력이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증여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조세를 사소하게 회피하였거나 심지어 잠재적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그 수십배 내지 수백배에 달하는 과도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잘못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조세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 내지 제재수단으로 쓰이거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 내지 경고 수단으로 오·남용된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예는 드물다고 보이나 그 대신에 조세를 정책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정책적 목적으로 조세의 기능을 남용하게 되면 국민들의 조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저항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입법자가 원래 의도하였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조세 본연의 모습만 잃어버리게 될 우려가 크다. 하루라도 빨리 조세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입법되고 운영되기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의 규정은 조만간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만약 위 규정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해석론을 통하여 불합리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보다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
2006-08-14
이덕연 공주대법학과 교수
기초의회의원선거 정당표방금지의 위헌성
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998년 6월 4일에 실시된 제2차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의원선거의 경우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의 표방’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칭함) 제84조에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후보자가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1심(대전지방법원)에서는 벌금 3백만원이, 항소심(대전고등법원)에서는 동조 단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당원경력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금지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전고등법원은 환송사건의 심리중 선거법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의 부분과 동법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의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헌재는 선거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제84조에 대해서만 본안판단을 하여, 헌재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의견을 변경(1999.11.25, 99헌바28 결정 참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논거는, 첫째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거후보자에 대하여 정당표방을 금지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정당표방의 금지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바, 우선 그 적합성이 부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정치형성적 기능이나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에 따른 순기능을 최근 정치환경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일체의 표방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과 균형성의 요청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선거법 제84조 본문에서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반면에 단서에서는 정당표방과 분명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허용 또는 형벌과 연계되어 금지되는 의사표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셋째는 지방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만을 불리하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자치기능보장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 및 기초단체장선거나 광역의회의원선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와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견해이다. 특히 정당영향배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치·행정적 기능과 역할, 공천헌금 등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그것이 우선 적용되어야 할 기초단체장선거에서는 오히려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바,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게만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II. 평석 1. 개요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결정은 헌재 사상 두 번째의 의견변경이다. 동일한 법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합헌결정이 내려진 후 약 3년 2개월 정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당시 합헌결정에 관여한 재판관 중 8명은 교체되었고, 다른 재판관 두 명과 함께 반대의견을 제시한 한대현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이번 결정에 참여하였다.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이례적으로 위 99헌바28 결정의 요지로서 반대의견의 說示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판례를 뒤집을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제정되어 약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이후 계속 논란되어 온 바, 첨예하게 찬반양론이 대립되어 온 사정은 세 번에 걸친 입법(1990.12.31, 1994.3.16, 1995.4.1)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입법변천의 과정이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대립과 절충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그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정당참여를 전면 허용한 통합선거법(법률 제4379호) 규정은 실제로 한번도 시행되지는 못하였고, 지방선거 직전에 급조된 나머지 두 번의 입법은 제도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여·야당간의 정략적인 타협을 통한 ‘승리확률 나누어먹기’였다. 2. 정치와 헌법(재판) - 입법형성의 자유 위에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에 대한 입법변천과 판례변경의 배경을 굳이 개술한 것은 그 자체가 정치와 헌법, 정치와 헌법재판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 유용한 소재로서 본 평석의 입론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일차적으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우선 의회입법자의 일이다. 정당한 가치실현과 배분의 방법과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의 방법과 형식을 규율하고, 가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형성의 한계와 지침을 제시한다. 이러한 헌법규범의 한계와 지침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정치는 정치에 맡겨져 있다. 입법은 투쟁과 타협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의 과정과 형식인 동시에 그 결과이다. 당부 및 우선순위 등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어떤 정책목적을 설정하고, 여러 수단 중 어떤 수단을 가장 합목적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다. 본질성이론에 따른 법률유보 또는 의회유보의 원칙이 최종결정권한의 배분에 관한 기준이라고 한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배분된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책임정치의 자유이다. 전자가 의회와 행정부간의 권력분립을 대상으로 한다면, 후자는 의회와 헌법재판소상호간의 권한배분, 즉 헌법재판소에 의한 입법통제의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와 연계되는 바, 이 둘은 대상은 달리하지만 권력분립의 문제에 대한 판단준거라는 점에서는 같다. 따라서 본질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 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 즉 결정의 주체, 즉 기관의 구성과 조직, 의사형성 및 결정의 절차와 형식 등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종결정권을 배분하는 관점은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와 그 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단순히 결정의 실질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방법의 정당성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헌법재판의 통제밀도의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로 이해되고, 이는 결국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정치와 헌법재판의 적정한 분계선 설정의 문제로 귀착된다. 입법형성의 자유는 그 영역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법리적 설득력은 전술한 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법자를 전제조건으로 해서만 인정된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지방자치운영의 현실과 제반 정치환경의 현황과 발전추세 등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또한 선거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타협과 절충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비교적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정치문제’(political-question)의 하나이다. 그러나 또 한편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 입법자의 입법형성이라는 점에서 헌법상의 민주적 선거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그 자체가 지방자치의 제도보장에 내포되어 있는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헌법적 한계가 분명한 문제이다. 이 한계 및 한계유월 여부의 확인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한다. 이러한 양면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법통제에는 과단성과 함께 절제가 요구된다. 전술한 입법변천의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허용할 만한 입법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방적이고 성급한 ‘사법자제’(judicial self-restraint)의 요청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무제한 입법후견인의 입장에서 정치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시각은 논리학 용어 그대로 ‘발생학적 오류’일 뿐이다. 3.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 헌법재판을 통한 입법통제의 적정한 범위와 양식은 ‘기능적 한계’(funktionelle Grenzen)의 관점에서 사안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차별화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그 적정성을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의 논거는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이다. 이 중 우선 명확성원칙 위배의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정당표방과 당원경력의 표시가 선거현실에서 분명하게 구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대법원과 하급심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법으로서는 법령체계상 중대한 결함이 의심되고, 더구나 이 해석의 불분명함이 형벌권행사의 예측불가능성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헌재의 엄격한 헌법해석과 적극적인 입법통제가 요구되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의 판단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여기에서 지방자치제도 운영의 실태나 지방선거의 현실, 기타 제반 정치환경의 발전추세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비교평가의 내용상의 당부는 논점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 허용의 당위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접근·판단 자체와 결정형식의 적정성 여부이다. 헌재가 이 두 가지 원칙과 관련하여 제시한 위헌의 논거는 대부분이 정당운영 및 선거문화 등의 정치현실과 정치환경의 발전추세나 기타 지방자치제도의 운영 등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판단들이다. 적합성원칙의 위배의 이유로 지적된 정책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이나, 이에 대한 논거로 제시된 정당표방의 허용과 지방분권 및 지방자율성의 저해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이 그러하다. 또한 균형성의 원칙과 관련, 지역주의의 상대적인 약화나 혁신정당의 제도권 진입, 1인 2표의 정당비례대표제의 시행 기타 상향식 공천제도의활용 등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당정치와 지방선거문화의 발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취급의 이유로 제시되는 바, 즉 정당영향의 배제 또는 정당참여허용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단체장과 의회의원 선거가 ‘서로 법적으로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나, 정당영향배제의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초의회의원보다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우선 해당된다는 인식도 정치적 사실의 확인에 해당된다. 어쨌든 헌재의 이러한 사실확인과 전망에 터잡은 판단은 이전의 합헌결정과는 상반된 것인 바, 이는 결정적으로 지난 3년여 세월에 담긴 정치환경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따른 결론이다. 최근 대선과정을 통해서 지방분권이 새삼 국정의 중심어젠더로 부각되고 있는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도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의 관점에서 앞으로 정치·사회적 구조와 정치환경변화의 불확실성만을 감안하여도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형성과정을 통해 재론·정리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었는가? III. 결론 원 사건이 발생된 충남 공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지방의 정치사회구조와 지방선거현실에 대한 인식, 특히 대도시와 큰 차이가 있는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公論場의 모습 또한 그 속에서의 정당의 역할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특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내외적인 권력구도와 권한행사의 구체적인 양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헌재의 획일적인 인식과 미흡한 이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평가의 정확성 여부나 결론의 원론적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다만 과연 이러한 정치현실과 정책수단의 합목적성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헌재의 몫이 될 수 있는지, 헌재가 대체입법자 또는 입법후견인으로 나서서 정치적 형성기능을 전면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깊은 이론적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헌재가 미흡한 입법자를 대신하여 지방자치와 정치발전의 선도자로 나서야 할 당위성과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결정은 성급하고 지나치게 단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법률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면 선결하는 내용의 위헌결정 보다는, 입법개선을 촉구하되 재량의 기회와 여지를 남겨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3-03-17
이덕연 공주대 법대교수
준법서약서 등 위헌확인사건
I. 판결의 요지 사건의 내용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간 많이 논의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또한 결정의 내용 중 권리침해의 직접성이나 권리보호의 이익 등 요건심사와 관련한 판단에는 이의가 없는 바, 본안판단의 핵심만을 세 가지 논점으로 정리한다. 헌재의 결정은 우선 단순한 국법질서나 헌법체제를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을 요구하는 내용의 준법서약은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을 담지 않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고,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과 관련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을 전제하고, 이러한 전제 하에 가석방의 수혜를 포기하고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보전할 수 있는 선택의 가능성이 허용되고, 준법서약서의 제출이 처벌 기타 법적 불이익의 부과 등과 연계되어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남북한의 대결상황과 그에 따른 기왕의 법운용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가보안법 위반 수형자들에 대한 차별취급, 즉 일반적인 가석방심사 방법 외에 ‘국법질서 준수의 확인절차’를 추가하는 것은 정책수단으로서 적합성이 인정되고 또한 차별취급의 목적에 비해 그 수단이 기본권침해를 내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국민의 일반적 의무사항의 확인 내지 서약’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차별취급의 비례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요컨대, 일반적인 ‘합리성심사’(rational base test)의 결과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이다. II. 평 석 1. 개 요 위헌론을 제시한 소수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을 전제로 가능한 한 중복을 피하면서 반대의견을 보완 및 심화하는 관점에서 일종의 보충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술한 바와 같이 동 결정에서 핵심적인 논점은 준법서약서제도가 양심의 자유 등 관련 기본권의 보호영역과 관련되고 또한 그에 대한 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헌재는 이를 부인하였지만 준법서약서제도가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과 헌법 제12조 제1항(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됨이 명백한 바, 적어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추가로 논할 실익이 없다. 다만 법률에 근거를 둔 제도라는 가정 하에, 실질적인 기본권심사단계에서의 입론(立論)의 출발점과 그에 따라 예견되는 결론의 방향만을 보론으로 간단히 제시한다. 2. 양심의 자유 등의 보호영역 관련성 우선 다수의견은 준법서약서제도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소수의견이 적시하는 바와 같이 헌재는 이미 헌법 제19조의 ‘양심’에는 개인의 가치적 윤리적 판단과 함께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또한 양심의 자유에는 국가의 개입이 금지되는 양심형성의 ‘내심적 자유’는 물론이고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을 자유’, 즉 ‘양심추지(推知)금지’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우선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이 과연 사회주의이념 등의 신념이나 사상과 관련된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도 담겨있지 아니한 제도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제도는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에 규정되어 있던 이른바’전향서제도’의 문제가 장기수의 인권문제와 함께 공론화되면서 규칙개정(1998년 10월 10일 법령 제 467호)을 통해 동 제도를 대신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수형자만을 대상으로 하였던 것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수형자에게도 확대시킨 장식(粧飾)을 도외시한다면, 개정의 핵심은 사상의 전향에 관한 ‘성명서’ 또는 ‘감상록’이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로 대체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사적 콘텍스트와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명칭의 변경이나 요구되는 표현의 양식과 내용의 외견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질과 성격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서약하건 적어도 청구인들이 주장하였듯이 해당 수형자들에게는 준법서약서 자체가 사실상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는 ‘사상전향각서’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준법서약서 제출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는 결정문상 법무부장관의 의견이나 헌법재판소가 ‘준법서약서’를 어떤 취지와 성격의 텍스트로 보는지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3. 기본권의 ‘제한’ 여부 두 번째로 헌재는 준법서약서가 강제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서약서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적 지위가 불안해지거나 법적 상태가 악화되지 아니하고, 단지 ‘은혜적 조치’인 가석방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뿐이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말하자면 제한의 요건의 하나인 강제성 내지는 구속성이 없는, 일종의 행정지도적인 성격의 ‘권고’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가석방을 국가의 ‘은혜적 조치’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지만, 어쨌든 가석방의 결정이 재범의 위험성유무 등에 관한 행형기관의 교정정책 또는 형사정책적인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재량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석방의 결정이 재량판단사항이라는 것과 그 재량의 결과로 주어지는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연계성이 없다. 그렇다면 헌재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준법서약서가 재량과정에서 고려되는 여러 가지 판단자료중의 하나에 불과해야만 한다. 즉 가석방결정의 필수적인 절차적 요건으로 요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 규칙 제14조제2항은 「국가보안법및집회시위에 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결정 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곧 가석방을 포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견해대로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본다고 할지라도 그 수혜적격을 양심의 판단에 따른 내심의 주의나 신조의 포기와 연계시킨다면, 그것은 바로 헌재가 부인한 바, 즉 “어떠한 가정적 혹은 실제적 상황 하에서 특정의 사유(思惟)를 하거나 특별한 행동을 할 것을 새로이 요구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재범의 가능성 등을 판단기준으로 하는 재량결정에 특정한 법적 제약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사실상의 기본권제한’의 이론을 원용할 필요도 없는 양심의 자유의 제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른바 사상범과 관련된 가석방의 결정에서 준법서약서에 따른 심사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 즉 사상도 전향하였고 “행형성적이 우수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행형법 제 51조 제 1항)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와, ‘수형자의 연령이나 행형성적…재범의 위험성’(행형법 제 51조 제 2항) 등의 관점에서는 가석방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특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붕괴시키려는 세력’으로서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사상을 전향하지 아니한 경우로 나누어서 생각해보면 기본권침해성 여부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 규칙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에도 가석방의 결정전에 준법서약서가 제출되어야만 한다. 생각건대 이 경우라면 양심상의 주의 내지는 신념과 법적 요구간의 심각한 갈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석방결정에서 주된 심사기준이 재범의 위험성여부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조차도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형사 또는 안보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굳이 생각해 보면 이데올로기 선전 내지는 교육의 수단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곧 인간을 객체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준법서약제도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후자의 경우, 즉 사상을 전향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심사사항에 관한 심사결과 재범의 가능성이 없는 등 일반 수형자들의 경우라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가석방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서 한장이 재범의 위험성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떠나서도, 어쨌든 이 경우에 당해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위선적인 준법서약과 가석방의 포기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에 들게 된다. 외견상 선택의 자유는 주어지지만 이 시험은 사실상 간접적으로 ‘양심’(兩心)을 강제하는 ‘시험’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가석방의 혜택를 포기하면 양심을 유지 보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준법서약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 형식과 내용상 양심과 자유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건, 선택을 해야하는 수형자들에게 또한 선택을 한 수형자들에게 수인(受忍)기대의 한도를 넘는 번민과 갈등의 고통을 안겨주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자유의 당근과 기약 없이 계속되는 감옥생활의 회초리를 눈앞에 놓고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말(馬)이 되든지 아니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神)이 되라는 것을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준법서약제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전자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 내지는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동 규칙 제14조 제1항에서 수형자의 ‘개전의 정’을 심사할 때에 특히 주의하라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아첨 기타 위선적 행동’을 오히려 조장 내지는 용인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적어도 ‘양심의 자유’에 대한 사실상의 제한이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III. 결론 및 보론 결국 준법서약서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적어도 사실상 제한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그 형식과 내용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오로지 법무부령인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만을 근거로 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배됨이 명백하다. 설령 준법서약서제도가 법률의 근거를 가지는 경우라고 가정하여도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또는 수인기대가능성 등에 따른 실질적인 기본권심사에서 위헌의 판단을 면하기는 쉽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기본권심사를 상론할 수는 없고, 다만 기본적인 두 가지 출발점만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기본권의 초석’으로 불리어지는 양심의 자유와 최고의 국가이념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정당성의 핵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헌법적 의의와 내용, 특히 ‘관용의 원칙’(Toleranzprinzip)과 ‘애고(愛顧)의 요청’(Wohlwollendesgebot), 기타 비례의 원칙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자적인 헌법해석의 관점(Topos)으로서 ‘수인기대가능성’(Zumutbarkeit)의 원칙 등을 곱씹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체제전복의 ‘세력’이 아니라 단순히 내심의 주의로 남아 있는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존재 자체의 안보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의 크기를 현재 우리 사회의 저항력과 자정력의 수준과 연계시켜서 가감 없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내심의 신념과 단순한 말로써 현출되는 한 상당한 정도까지의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병원(病源)은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담론의 여과망과 그에 따른 상징과 항체의 자본이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급한 예단을 해 본다면, 적어도 재범의 위험성 등 일반적인 심사기준에 따르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우선 사상전향을 한 수형자의 경우에는 과잉심사의 관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 전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례성이나 수인기대가능성이, 더 나아가서 두 경우 모두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 등이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별심사도 일반적인 ‘합리성심사기준’이 아니라, 이른바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다.
2002-06-24
홍정선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다
法律新聞 2519호 법률신문사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가 아니다 일자:1996.2.27 번호:94누6062 洪井善 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I. 事件의 槪要 原告가 A로부터 B건물을 임차하여 申告體育施設業인 볼링장업을 경영하기 위해 제반시설을 한 후,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이하「체육법」으로 부른다)제8조(1993년3월6일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따라 1992년10월7일 被告(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에게 체육시설업신고를 하였으나, 위 법률에 의해 受理權限이 있는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피고가 같은달 12일자로 B건물이 무허가로 증축된 위법건축물임을 이유로 신고의 受理를 拒否하였다. 이에 원고가 수리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이하 「本件」으로 부르기로 한다). 原審(서울고법1994년 4월 12일, 93구32769)에서 원고는 피고의 의무적 신고수리,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 금반언원칙, 비례원칙을 주장하였으나 배척당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上告審에서 원심에서 주장한 사실외에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였다. II. 大法院判決要旨 대법원은 判決理由로 行政訴訟法 제2조제1항제1호를 언급하고, 아울러「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한 때에는 그 처분등을 대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 한 후,「피고의 이 사건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行政處分이라 할 것이므로 (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판결등 참조),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없다.…」고 하여 上告棄却의 판결을 내렸다. III. 評 釋 紙面關係上 대법원의 판결이유중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處分性問題와 관련하여 筆者의 소박한 의견을 몇자 적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구「체육법」제8조에 따른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1. 申告 一般論(졸저, 事例行政法, 1996년, 신조사, 81면) (1) 일반적으로 申告란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청에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言語使用方式上 신고는 크게 보아 두가지 의미가 있다. ① 하나는 신고자의 主觀的 利害와 관계없이 일정한 사실을 단순히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고(예, 간첩신고), ② 또 하나는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다. 행정법론상 특히 문제되는 것은 ②의 경우이다. 본건의 경우도 ②의 경우에 해당한다. ②의 경우는 申告留保附禁止로 표현될 수 있다. (2) 질서와 평화의 단체인 국가가 위험을 예방·방지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고, 이것은 학문상 警察로 표현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국가가 경찰목적으로 사인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식에는 제약의 강도에 따라 絶對的 禁止(예, 인신매매금지),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例外的 承認(예, 아편사용)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통상의 경우인 豫防的 禁止解除(예, 운전면허), 그리고 申告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신고의 경우가 강도가 가장 경미한 경우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신고도 신고인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신고의무는 역시 침익적이므로 法的根據를 요함은 당연하다. 하여간 신고의무의 부과는 행정기관이 危險發生豫防을 위한 情報의 獲得을 목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效果的인 公行政遂行을 위한 정보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하겠고, 본건 판례에서 문제되는 신고도 그 의미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3)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신고에도 다시 ①사인의 신고 그 자체로서 法的 節次가 완료되는 경우와 ②사인의 신고외에 권한행정청에 의하여 그 신고를 受理하는 절차가 이행되어야만 신고의 법적절차가 완료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①의 경우는 신고 그 자체가 행정기관에 도달하면 법령이 예정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되는 바, 이를 自體完成的인 私人의 公法行爲라 하겠고, ②의 경우는 사인이 한 신고를 행정청이 유효한 행정행위로 받아들여야만 유효한 행위로서 효력을 갖게 되는 바, 이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라 하겠는데, 이것은 登錄이라 불리기도 한다(졸저, 事例行政法, 82면). 문제는 개별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신고가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판단문제이다. 그것은 관련법령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4) 법령의 根據有無에 불구하고 행정실무상으로 사인의 신고시에 행정청이 신고인에게 신고를 필하였다는 證明書(申告畢證 또는 登錄證으로 불리기도 한다)를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신고필증의 의미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① 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事實行爲일 뿐이다. 그러나 ② 수리를 요하는 신고시에 교부되는 신고필증은 사인의 신고를 수리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리는 신고한 사인들에게 새로운 法的 效果를 發生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실적인 것이 아니고 법적인 것이다. 이 경우의 수리는 法的 節次로서 수리인 것이고, 동시에 登錄으로서의 受理라 하겠다. 2. 本件判例의 檢討 (1) 구「체육법」은 체육시설업을 登錄體育施設業과 申告體育施設業으로 구분하여 규정하였는데, 이것은 1994년 1월 전면 개정된 현행「체육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구「체육법」은 제4조제1항제2호에 근거한 동법시행령에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지만, 현행「체육법」은 제10조제1항제2호에서 스스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이 다를뿐인 바, 볼링장업이 신고체육시설업이라는 점에 신·구법상 차이는 없는 셈이다. 하여간 신·구법을 불문하고 「체육법」이 체육시설을 등록체육시설법과 신고체육시설법으로 區分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상, 兩者의 意味가 달리 이해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2) 우리의 실정법상 登錄이라는 용어가 講學上 금지해지로서의 許可 또는 特許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육법」상 등록을 허가 또는 특허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사실 基本權保障의 확대와 行政規制緩和가 시대적인 요청임에 비추어,「체육법」상 등록을 그 보다 강도가 강한 규제인 許可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고(앞의 III 1 (2)참조), 동시에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의 관점에서「체육법」상 체육시설업의 등록을 獨占的 經營權의 設定行爲인 特許로 이해할 수도 없다. 결국「체육법」상 登錄은 강학상 등록 또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체육법」상 申告는 규제의 강도가 등록보다 약한 법적 수단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한편,「체육법」은 신고절차를 체육청소년부령으로(현행법상으로는 문화체육부령) 정하도록 규정하였고(구「체육법」제8조), 이에 따라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은「시·도지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받은 경우에 법 제5조[시설기준 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 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認定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 체육시설업신고대장에 기록한 후 體育施設業申告畢證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동시행규칙은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구「체육법」제8조는「제4조제1항제2호의 체육시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를 갖추어 체육청소년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 바(현행「체육법」제22조도 동일한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조는 시행규칙에 申告節次에 관해서만 위임하였다고 볼 것이지, 申告內容에 대한 審査權을 부여하였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 왜냐하면 동조가 시행규칙에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까지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이라고 새기게 되면, 그것은 바로 등록을 뜻하는 것이고, 따라서 동법이「신고」체육시설업을「등록」체육시설업과 구분하여 규정한 취지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체육법」시행규칙제8조제2항중「법 제5조[시설기준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인정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의 부분은 行政內部的인 規定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동조는 母法에 根據없는 無效의 규정으로 볼 것이다), 이를「체육법」상 신고의 법적성질을 규정하는 요소로 삼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대하여는「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違法한 申告라도 신고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申告制度의 意味 내지 申告體育施設業에 대한 統制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신고」제도 자체가 규제의 강도를 완화한 제도라는 점, 그리고 위법한 신고는 申告의 效果를 갖지 못한다는 점등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체육법」은 無申告營業者에게는 벌칙을 가할수 있고(구「체육법」제22조제2항, 현행「체육법」제42조제2항제1호), 虛僞申告등의 경우에는 영업의 폐쇄명령내지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바(구「체육법」제12조제1항, 현행「체육법」제35조제2항)신고체육시설업에 대한 統制策은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해석을 하게되면,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에서 말하는 申告畢證은 자체 완성적 사인의 공법행위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으로서, 그것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사실행위일 뿐이라 할 것이다(졸저, 사례행정법 85면). 결국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볼링장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볼링장업자는 볼링장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4)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大法院이 本件判決의 理由에서「피고의 이 사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라고만 지적할 뿐, 체육시설업신고의 성질에 대한 具體的인 설시가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동판결의 이유에서 참조판결로「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 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 판결등」을 들고 있으나, 이 두 개의 판결은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본건판결의 이유중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처분성)에 관한 적절한 참조판례는 아니라 하겠다. 3. 結 語 그 논리적인 根據는 不明하지만,「체육법」상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보는 것이 大法院의 一貫된 立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체육법」이 체육시설업을 登錄체육시설업과 申告체육시설업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 신고는 등록에 비해 規制의 强度가 완화된 법적수단이라는 점, 국민의 職業選擇의 自由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母法에 근거없이 부령에서 규제(예컨대,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것)를 신설하여 제도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無申告·虛僞申告에 대한 制裁手段은 확보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라「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로서의 申告」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는 事實로서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인 셈이다. 결국 본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법적 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임(처분성의 결여)을 이유로 원고의 請求를 却下함이 옳았을 것이다.「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의 성질에 대한 대법원판례의 변경을 기대해 본다. 
1996-07-15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