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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아내의 혼외자에 대한 남편의 친생부인권 박탈은 남편의 생육권(生育權) 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혼인중에 태어난 자녀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1. 사실관계 A는 B와 법률상 부부였는데 1992년 병원에서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고, B는 A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임신한 후 X를 출산하였으며, B는 혼외 관계를 통하여 Y를 임신하여 출산하였다. 원고는 2008년경 뒤늦게 병원 검사를 통하여 Y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A와 B는 2015년 이혼하였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X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은 A의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한 원심을 유지하였는데, 친생추정 규정(민법 제844조)에 따라 X가 A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A가 X를 친생자로 승인하였으므로 친생부인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다수의견). Y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은 B가 혼인 중 출산한 이상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라 A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A가 Y에 대하여 친생부인 사유가 있음을 안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다수의견). 3. 부자관계의 특수성 및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는 사정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성립하지만, 부자관계는 자연적 사실의 유무를 알 수 없어 법률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 친생추정 규정은 처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여 일률적으로 혼인 중 임신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자관계와 달리 부가 불명확한 상태를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에 추정 규정에 의하여 부가 정해진다. 따라서 추정과 반대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으면 추정은 번복되어야 한다. 이혼의 증가, 자녀의 성본변경 및 입양이 증가 등으로 출생 당시 모의 남편이 자녀의 부로 남는 것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모자관계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모자관계가 없음을 증명하면 된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부자관계가 없음을 증명하더라도 민법 제844조에 의하여 친생추정을 받는 경우 오직 그 사유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통해서는 부자관계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재 더 이상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4. 생육권 차원에서 본 종전 논의의 부당성 자녀를 낳아 기를 것인지와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리인 생육권(生育權)의 차원에서 보면 종전 해석론은 부당하다. 처가 혼인 중 혼외관계로 임신한 경우 남편의 생육권이 침해된다. 남편의 동의를 얻어 처가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을 한 경우는 남편의 생육권이 적극적으로 실현된 것이므로 유전자가 배치된다는 이유로 친생부인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자녀가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남편이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 자녀가 갖는 이익 내지 기대권과 혼외자와 법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함에 따르는 남편의 불이익을 비교해 보면, 자녀의 이익이 남편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친생부인의 허가청구(854조의2)를 도입하여 친생추정을 받는 혼외자를 출생한 처와 생부, 자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도 균형이 맞아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헌법 36조 1항과도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 처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82므59 판결)의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의미를 확대해석해야 한다는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에 찬성한다. Y의 출산은 A의 생육권이 침해된 것이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친자관계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인공수정
친생자관계
무정자증
전원합의체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2019-10-28
가사·상속
민사일반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를 인정한 사례
- 서울가정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르31218, 2018르31287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 1. 사건의 개요 가. 2018르31218 사건의 경우 A(남)와 B(여)는 1996. 4. 3.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고, B는 A와 혼인기간 중인 1997. 1. 5. C를 출산하였다. A는 1997. 1. 27. 자신과 B 사이의 친자(親子)로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性)과 본(本)에 따라 신고하였다. 그런데 A의 의뢰로 1998. 3. 실시된 유전자형 검사에서 C가 A의 친자(親子)가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1998. 9. 4. B와 이혼하였고, 이후 C와 서로 교류 없이 지내다가, 2004. 8. 23. D(여)와 혼인하였다. 한편 C는 2008. 8. 법원의 심판에 따라 그 성(性)과 본(本)을 변경하였다. 이후 D(원고)는 A와 C(공동피고)를 상대로 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2018르31287 사건의 경우 A(여)와 B(남)는 1993. 5. 18.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다. A는 B와의 혼인기간 중인 1997. 8. 22. C를 출산하였고, 1997. 9. 9. 자신과 B사이의 친자(親子)로 C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다. A와 B는 2001. 9. 11. 협의이혼을 했는데, A는 협의이혼 당시 C의 친권자로 지정되었고, 이혼 이후 줄곧 C를 양육하였다. 그런데 C의 친부(親父)인 D가 2002. 1. 10. C를 X(1996. 7. 20.생)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친자(親子)로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C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이중으로 편재되었다. C는 위와 같이 이중으로 출생신고가 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X라는 이름으로 생활하였고, 현재까지 B와의 교류는 전혀 없다. 이후 A(원고)는 전남편인 B와 C(공동피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이루어진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B와 C는 유전학적으로 자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으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을지라도, ①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② 부(父)와 자(子)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 ③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민법 제844조 제1항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대법원 1968. 2. 27. 선고 67므34 판결, 대법원 1974. 7. 22. 선고 75다65 판결 등)은 처음에는 위 규정에 따라 친생자의 추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가 규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친생부인의 소의 방법이 아닌 민법 제865조 소정의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의 방법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소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나. 이에 따라 대법원은 처음에는 예외 없이 친생자추정의 규정을 적용하였으나,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다소 완화하였고, ‘민법 제844조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다. 또한 대법원(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므1892 판결)은 최근 유전자검사에서 부자간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사건에서, ‘민법 제844조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妻)가 혼인 중에 포태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妻)가 부(夫)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子)가 부(父)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하여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라는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각하 판결을 내림으로써,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라.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도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면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위 규정의 제정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의 검사가 비교적 간단하여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의 유무의 확인이 매우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 또한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결론은 일반인의 법 감정과도 배치된다고 할 것입니다. 마. 이런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혈연진실주의에 부합하게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켜야 할 별다른 법익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그로 인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라는 이유로 친생자 추정이 배제되는 예외사유를 보다 넓게 인정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바. 즉 제844조와 제846조의 규정취지가 ‘혈연진실주의 뿐만 아니라 가정의 평화도 보호하고, 나아가 조속한 부자관계의 확정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실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양육되고자 하는 자의 복리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규정의 존립기반이 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 이처럼 대상 판결은 동서(同棲)의 결여 등 처(妻)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父)와 자(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父)와 자(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자들에 대한 보호를 도모한 판결이라고 평가됩니다. 아. 나아가 친생부인의 소는 부(夫) 또는 처(妻)만이 제기할 수 있으나, 대상 판결에 의할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子)도 민법 제865조에 근거하여 스스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입법적 해결방안의 필요성 친생자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1958. 2. 22. 구 민법의 제정 당시에는 부성(父性, paternity)의 정확한 감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앞서 본 것처럼 현재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또는 유전자형의 배치에 대한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의 유무를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이 해석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과학·의학의 기술적 발전에 발맞춘 입법적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친생자추정
친생부인
혈연관계
김수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018-11-29
산재·연금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60세가 되지 않은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의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7. 8. 31. 선고 2017구합63825 판결 1. 사안 가. 원고는 배우자이던 A를 상대로 한 이혼등 소송절차에서 A가 수령하는 공무원연금채권 중 2분의 1을 양도받는 내용이 포함된 재산분할 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피고(공무원연금공단)에게 A의 퇴직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56세로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가능연령(2016년부터 2021년까지 60세)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거부하였다. 나. 서울행정법원은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 제1항 제3호, 부칙 제2조 제2항에서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가능연령을 60세로 정하고 있지만, 같은 법 제46조의4 분할연금 지급의 특례규정은 ‘제46조의3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청구권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라고 하고 있으므로 A는 분할연금 수급가능연령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분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을 위법하다고 하였다. 2. 쟁점 위 사안에 따른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청구권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의 분할연금 지급에 관한 특례규정인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4가 같은 법 제46조의3 제2항에서 정한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분할비율에 대한 예외규정일 뿐인지, 같은 법 제46조의3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분할연금 수급가능연령에 대한 예외규정으로도 해석되는지 여부이다. 3. 검토 가. 법령 해석의 일반 법리 대법원은 법령 해석의 일반 법리에 관하여 법해석의 목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입법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두48884 판결). 나. 대상판결의 의의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은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 청구권에 대한 근거규정이고, 분할연금 지급의 특례규정인 같은 법 제46조의4는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청구권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의 분할연금 지급에 관한 특례규정인바, 대상판결은 ①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4에서 “제46조의3에도 불구하고”라고 하여 특례 적용의 범위를 제46조의3 특정조항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② 법원의 재산분할결정이 있는 경우 이혼한 배우자가 그 연령과 상관없이 자기의 기여분에 관하여 분할연금을 청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법률의 문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4는 제46조의3 규정 전체에 대한 특례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은 특례규정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연령요건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혼인생활 중 기여한 기여도에 따른 분할연금청구권자의 보호범위를 넓히고자 한 판결로서 법령해석의 일반 법리에 충실하면서도 이혼한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의 실질적인 보호를 도모하고자 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태준 변호사
공무원연금
민법
공무원연금법
이혼
분할연금
박태준 변호사
2017-11-24
가사·상속
[판례해설] 자녀들에게 각 40%의 많은 기여분을 인정한 사례
이 사건 피상속인은 2010. 5. 10.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청구인과 3명의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있다. 따라서 법정상속분은 배우자인 청구인이 3/9지분, 직계비속인 상대방들이 각 2/9지분이 된다. 그런데 청구인은 피상속인과 별거하면서 전혀 부양하지 않은 반면 상대방들인 직계비속 자녀 2명은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부양하고 임종때까지 간병하였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자 청구인이 법정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의 분할을 구하자 위 법원은 직계비속 자녀 2명에게 기여분을 각 40% 인정하였다. 결국 청구인에게 인정된 구체적 상속분은 6.6%(=1/15)이다.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구인은 1982년경부터 피상속인과 별거하고 따로 생활하였고,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피상속인에게 자녀들의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으며, 피상속인이나 상대방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공장을 수차례 이전하여 피상속인이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하였다. 또 청구인은 피상속인을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피상속인이 투병생활을 할 때나 사망하였을 때에도 배우자로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반면 장남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 시작한 2003. 3.경부터 매월 500,000원 가량씩을 피상속인에게 송금하였고, 2006. 6.경 한의원을 개원한 후에는 월 평균 100만 원 가량의 금원을 피상속인에게 지급하였으며, 피상속인에게 2008.경 약 2억 원을 송금해주었고, 2009. 6. 18. 피상속인이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한의원을 폐업하고 장녀와 함께 피상속인을 간병하는 등 피상속인의 임종 때까지 부양과 간병을 하였다. 장녀 역시 취직을 한 2002. 10.경부터 피상속인에게 생활비조로 매월 약 700,000원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피상속인을 부양하였는데, 2006.경부터는 자신의 급여, 퇴직금, 대출금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마련하여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집에서 피상속인과 함께 지냈다. 이와 같이 청구인은 유책배우자로서 법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상대방 중 장남과 장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으며,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 이런 경우에 단순히 법정상속인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공동상속인 사이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다른 상속인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다른 상속인들인 상대방들의 기여분을 상당히 인정함으로써 그 반사적인 효과로서 명목상 상속인에 불과한 청구인의 실질적인 법정상속분을 줄이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결정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민법
배우자
법정상속
직계비속인
사망
상속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08-03
가사·상속
[판례해설] 행방불명인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소송 관할
서울가정법원 2017. 3. 17. 선고 2016르654 판결 이 사건은 당사자 일방이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서 현재 소재불명이더라도, 그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혼인무효의 소나 재판상 이혼청구의 소의 관할이 무조건 서울가정법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 국적의 원고는 베트남 국적의 피고와 2015. 8. 31. 혼인신고를 마치고 2015. 11. 6.부터 함께 대전에서 생활하였는데, 피고가 2015. 12. 2. 가출하여 소재 불명이 되자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예비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하여 제1심에서 원고의 예비적 이혼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 혼인무효 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면서 항소하였는데, 서울가정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당해 사건의 관할이 서울가정법원에 있음을 전제로 본안판단에 나아간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대전가정법원으로 이송하는 판결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가사소송법 제22조는 혼인의 무효나 취소, 이혼의 무효나 취소 및 재판상 이혼의 소의 관할을 정하면서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보통재판적이 있을 때에는 그 가정법원이(제1호), 부부가 마지막으로 같은 주소지를 가졌던 가정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부부 중 어느 한쪽의 보통재판적이 있을 때에는 그 가정법원이(제2호) 각 그 관할법원이 되고, 이는 전속관할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 일방이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서 현재 소재불명이더라도, 그 외국인이 국내에서 일정한 생활의 근거를 가졌었다면 그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혼인무효의 소나 재판상 이혼청구의 소의 관할은 가사소송법 제13조 제2항(당사자 또는 관계인의 주소, 거소, 또는 마지막 주소에 따라 관할이 정하여지는 경우에 그 주소, 거소 또는 마지막 주소가 국내에 없거나 이를 알 수 없을 때에는 대법원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한다)에 따라 무조건 서울가정법원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가사소송법 제22조 제2호가 적용되어야 하므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가정법원으로 이송한다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에는 외국인 배우자가 가출 후 소재불명이 된 경우 그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한 혼인무효 또는 재판상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사건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사건 중에는 외국인 배우자와 혼인하여 지방에서 함께 주소지를 가지고 생활하다가 소재불명이 된 경우도 많은데, 대상판결은 소를 제기하는 배우자가 그 주소지에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면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한 혼인무효 또는 재판상 이혼청구의 소는 그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제기하여야 함을 분명히 밝혔다. 대상판결은 외국인 배우자가 가출하여 소재불명이 된 경우 반드시 서울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이로 인하여 생활근거지를 같이 한 배우자는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서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소송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족 : 입법예고된 가사소송법 개정안은 제37조에서 혼인관계사건의 관할을 정하면서 부부 중 한쪽 당사자만이 미성년 자녀 전부 또는 일부와 함께 거주하는 때에는 그들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을 제2호에 규정하여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강화하였고, 제4호에서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국내에 없거나 이를 알 수 없을 때에는 원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을 규정하여 외국인 배우자와 국내에서 일정한 생활의 근거를 가지지 않았던 경우에도 원고가 본인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서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렇게 당사자와 미성년 자녀의 편의와 복리를 배려한 가사소송법 개정안 중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친생자관계사건 중 아버지의 결정, 친생부인, 인지의 무효나 취소사건은 자녀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인지청구 사건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였는데(개정안 제42조), 비혼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를 위해 인지청구를 진행하려면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사소송법 개정안은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하되(개정안 제110조),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 등 사건은 사건본인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도 관할하도록 정하였다(개정안 제118조). 따라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인지청구사건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 외에 사건본인(미성년 자녀)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에서도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배우자
이혼
국제결혼
혼인무효
혼인신고
외국인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2017-04-03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성공보수, 변호사와 의뢰인의 동상이몽
서울고등법원 2017. 2. 2. 선고 2016나2057008 판결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합니다. 1심은 승소합니다. 상대방은 항소하고 같은 변호사와 다시 위임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패소하고 상고기각으로 판결은 확정되어 버립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1심 위임계약에서 정한대로 성공보수를 달라고 합니다. 계약서에는 “승소로 얻은 경제가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공보수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은 거절합니다. 사건이 ‘성공’한 게 없으니 보수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심급대리라는 단어는 낯설 뿐입니다. 당장 피부로 와 닿는 건 아무 소득 없는 판결 결과, 그간 변호사에게 지출한 착수보수, 소송비용입니다. 성공보수를 둘러싼 변호사와 의뢰인의 동상이몽이 빈번한 이유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심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 지급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위임계약의 문언이 분명하고, 소송대리권의 범위가 원칙적으로 당해 심급에 한정되는 이상(대법원 1994. 3. 8. 선고 93다52105판결), 처분문서에 반하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공보수를 심급별로 지급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승소한 경우에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법원은 그러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2심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1심 위임계약의 성공보수금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하는 경개계약이 있었다는 의뢰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법원은 변호사에게 지급할 성공보수금을 감액합니다. 사건수임경위, 의뢰인과의 관계, 착수금 액수, 사건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얻는 구체적 이익, 변호사회의 보수규정 등을 토대로 성공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일정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50190 판결 등). 법원이 감액사유로 판단한 기초사실은 (1) 변호사가 본안사건과 가처분사건의 착수금을 이미 수령하였고, (2) 전부 패소판결 확정으로 의뢰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은 전혀 없으며, (3) 감정료 등 소송비용은 대부분 의뢰인이 부담하였고, (4) 사건 난이도가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의뢰인이 ‘승소로 얻은 경제가액’ 자체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점을 십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성공보수금은 1억 7,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감액됩니다. 당사자들이 처분문서에서 정한 약정금액을 법원이 후견적으로 조정하는 형태의 판결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1심 위임계약에서 약속한 성공보수금을 변호사에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경제적 이득을 기준으로 사건의 ‘성공’을 판단하는 의뢰인으로서는, 심급별 위임계약의 성공보수약정이 갖는 법적 의미를 선뜻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비전문가인 의뢰인과 전문가인 변호사의 보수약정모델 개선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착수금+성공보수’ 모델이 아닌, 민사소송법이 예정한 변론준비 및 변론에 대한 기본보수와 특정 결과를 조건으로 하는 초과보수 약정을 ‘기본보수+초과보수’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판시사항은 귀담아들을만 합니다. 다만 장기적 제도개선과제는 말 그대로 과제로 남겨두고, 실무적으로는 ‘성공보수’의 의미와 법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오해의 소지없는 위임약정을 체결하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습니다. 동상이몽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대화입니다.
성공보수
이혼소송
재산분할
상고기각
소송비용
의뢰인
장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2-28
민사소송·집행
정보통신
엄경천 변호사
판례해설 - '재판청구권'과 '사법권'에 비추어 본 이동통신사 등의 사법방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법원의 사법권 모든 국민은 기본권으로서 재판청구권을 갖는다(헌법 27조). 법률상의 쟁송(爭訟)을 심판하는 사법권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헌법 101조, 법원조직법 2조). 자력구제(自力救濟)가 금지되는 법치국가에서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불법행위가 범죄로 인한 것이라면 민사소송 이외에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를 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통신자료 제출 거부 및 이에 대한 제재 M씨는 아내 F씨의 불륜 상대방인 L씨를 피고로 하여 인천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M씨는 아내의 전화에 찍힌 L씨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 뿐 이름과 주소를 알지 못해 L씨의 인적사항을 비워둔 채 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피고의 인적사항을 보완하라며 M씨에게 보정명령을 내렸고, M씨는 이동통신사에 L씨의 인적사항을 요청하는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법원에 했다. 법원은 이동통신사에 해당번호에 대한 '개통여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알려달라는 문서제출명령을 내렸으나, 이동통신사 S는 고객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동통신사 S는 2015년 중반 무렵부터 지속적으로 법원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 종전에는 주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하였는데, 이동통신사 S가 회신을 거부한 이후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는 형식으로 통화내역 조회를 요구했는데, 이동통신사 S는 이마저도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에 M씨 사건(2016가단235144)을 심리하던 인천지방법원 민사7단독 오현석 판사는 최근 이동통신사 S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351조, 318조, 311조 1항). 재판청구권과 기본권의 제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법 37조 2항). 법치주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제한 정도가 큰 것은 법원이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 체포나 구속에 대하여는 헌법에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거래정보(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나 과세정보(국세기본법, 지방세기본법) 그리고 의료정보(의료법) 등 특히 중요한 법익과 관련된 사항이라도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문서제출명령이 있는 경우에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이 생겨 사건의 당사자는 물론 법원도 확정된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기판력의 정당화 근거를 소송당사자로서 절차상 권리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변론을 하고 소송을 수행할 권능과 기회를 보장해 준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양쪽 당사자에게 변론의 권능과 기회가 주어진 이상 패소 결과를 다시 다투는 것은 공평의 관념 내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재판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을 기판력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하려면 소송 당사자에게 절차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고(헌법 17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18조). F씨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자유를 갖고, 이동통신사 S는 직업수행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갖지만(헌법 15조), M씨의 재판청구권이나 법원의 사법권과 관련하여 법률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등에 대한 거부와 제재 가능성 A씨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아내 B씨와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이 문제된 사건에서 A씨는 최근 수년간 자신의 급여가 입금된 직후 출금된 사실을 알게 된 후 B씨가 근무하는 보험회사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제출명령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고, 법원이 수차례 독촉을 하였으나 변론종결 때까지 끝내 회신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 경우 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사소송법 12조, 민사소송법 351조, 318조, 311조 1항에 의하여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을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4조 1항 1호의 ‘제출명령’을 민사소송법 제347조의 ‘문서제출명령’으로 본다면 과태료 제재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관련 법률(법원조직법, 민사소송법, 금융실명법 등)에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벌이나 행정벌 등 제재를 가하는 규정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 필요성 법원은 검찰이나 경찰과는 달리 물리력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법원의 권력은 권위에서 나온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와 이에 기초한 다른 국가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법원의 권위가 설 수 있다. 법원이 국민을 위하여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은 법원이 권위를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1년6개월 가까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동통신사가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인천지방법원 민사7단독의 적극적인 민사소송법 적용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법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적다. 변호사의 힘은 오직 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비롯한 수범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률지식을 갖고 있고, 그 지위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문서제출명령 거부 행태가 1년6개월 가까이 지속된 것에 대한 변호사(소송대리인)의 책임은 법원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새로운 헌법, 새로운 법률도 좋지만 현행 헌법과 현행 법률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 당장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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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1
이혼·남녀문제
조세·부담금
엄경천 변호사
판례해설 -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과 취득세
-대법원 2016두36864 취득세부과처분취소- 1. 사실관계 원고는 1984년 A녀와 혼인하였는데 A녀가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2002년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어 이혼하였다. 원고와 A녀는 이혼 후에도 재산관계 청산없이 사실혼을 유지하다가 2011년경 사실혼이 파탄되었고, 원고는 A녀를 상대로 사실혼 해소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3년 A녀가 원고에게 재산분할로 2억8,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판결이 확정되기 직전에 원고와 A녀는 위 판결과는 별개로 '재산분할 정리 합의서'라는 문서를 작성하여 A녀는 이 사건 취득세 과세대상이 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원고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한 후 위 합의서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구 지방세법(2015. 7. 24. 법률 제13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제2호(상속 외의 무상취득)에서 정한 세율 3.5%를 적용하여 산출한 취득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그 후 원고는 구 지방세법 제15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에 해당하는 특례세율 1.5%를 적용하여 취득세 등을 감액해 달라고 하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광명시장)가 이를 거부하자, 수원지방법원에 취득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 제1심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는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을 가리지 아니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의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없이 확정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된다'는 것을 전제로, '원고와 A녀 사이의 재산분할은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이고, 법률혼의 해소(협의상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만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14구합61126, 처분성과 관련된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부분은 생략). 항소심도 제1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15누56993). 3. 상고심의 판시 내용 이에 대하여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구 지방세법 제15조 제1항 제6호가 민법 제834조 및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에 대하여 구 지방세법 제11조 등에 따른 표준세율에서 중과세기준세율인 1000분의 20(2%)을 뺀 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부부관계 해소에 따라 분할하는 것에 대하여 통상보다 낮은 취득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실질적 부부공동재산의 청산으로서의 성격을 반영하는 취지라는 전제하에 협의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839조의2는 재판상 이혼에도 준용되고, 혼인취소와 사실혼해소에도 해석상 준용되거나 유추적용되는데, 이는 부부공동재산의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라는 점에 근거(대법원 94므1379 판결)하기 때문에 구 지방세법 제15조 제1항 제6호는 사실혼 해소시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4. 재산분할과 관련된 취득세 규정의 변천 가. 2008. 1. 1.부터 시행된 구 지방세법(법률 제8835호)에서 최초로 재산분할에 따른 취득세 비과세 제도가 도입되었다. "제110조(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 등에 대한 비과세)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것에 대하여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6.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 나. 그 후 2011. 1. 1.부터 시행된 구 지방세법(법률 제10221호)부터 취득을 원인으로 과세하는 취득세와 등록세(취득관련분)는 취득세로 통합되었다. "제15조(세율의 특례)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취득에 대한 취득세는 제11조 및 제12조에 따른 세율에서 중과기준세율을 뺀 세율로 산출한 금액을 그 세액으로 한다. 다만, 취득물건이 제13조제2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의 계산방법으로 산출한 세율의 100분의 300을 적용한다. 6. 「민법」 제834조 및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 다. 2016. 1. 25.부터 시행된 되고 있는 현행 지방세법 규정에 의하여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표시하는 취지가 추가되었다. "제15조(세율의 특례)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취득에 대한 취득세는 제11조 및 제12조에 따른 세율에서 중과기준세율을 뺀 세율로 산출한 금액을 그 세액으로 하되, 제11조 제1항 제8호에 따른 주택의 취득에 대한 취득세는 해당 세율에 100분의 50을 곱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을 그 세액으로 한다. 다만, 취득물건이 제13조 제2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의 계산방법으로 산출한 세율의 100분의 300을 적용한다. 6. 「민법」 제834조, 제839조의2 및 제840조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 5.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종전 하급심 판결의 태도 등 가. 서울행정법원은 '협의이혼을 하면서 배우자 소유의 부동산을 자신의 소유로 옮기는 대신 부동산구입을 위해 배우자가 빌린 은행채무를 인수한 행위는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해당되므로 취득세를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2010구합33993, 2011. 4. 19.자 인터넷 법률신문 기사 참조). 나.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가 구 지방세법 제110조 제6호에서 정한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에 해당하여 취득세 비과세대상이 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수원지방법원 2011. 6. 30. 선고 2011구합3372 판결은 이 사건 제1심(수원지방법원 2014구합61126 판결)과 같은 취지로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다. "재판이혼 재산분할 취득세율 확 낮춘다…3.5%→1.5%"라는 제목의 연합뉴스의 2015. 7. 26.자 인터넷 기사는 "법원 결정으로 이혼하고서 재산을 분할할 때 적용되는 취득세율이 3.5%에서 1.5%로 대폭 낮아진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개정 지방세법이 24일 공포됐다고 26일 밝혔다. 종전에는 협의 이혼 후 부동산을 분할할 때에는 일반적인 증여세율 3.5%보다 낮은 1.5%를 매겼으나 재판을 거쳐 이혼한 경우에는 3.5%를 부과했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을 합의에 따라 청산·분배하는 것으로 해석, 1.5%의 특례 혜택을 받았으나 재판 이혼은 예외였다. 그러나 재판 이혼도 재산분할의 취지는 같다고 판단, 새 지방세법에서 세율특례 대상에 포함했다고 행자부는 설명했다."고 전하고 있다. 6.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 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1991. 1. 1.부터 시행된 민법(법률 제4199호, 1990. 1. 13. 개정)에 의하여 도입되었고, 그 후 1993년경부터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에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사실혼이라 함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부부재산의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93므447,454 판결, 대법원 93므560 판결, 대법원 94므1379 판결 등 참조). 나. 2008년부터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은 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이라는 이유로 취득세가 비과세대상으로 되었는데, 이때에는 법 문언이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으로만 되어 있어 협의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뿐만 아니라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도 포함되고, 재산분할 규정이 유추적용되는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앞서 본 수원지방법원 2011구합3372 판결은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에는 취득세가 비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2011년부터는 종전 취득세와 등록세(취득관련분)가 취득세라는 이름으로 통합되면서 비과세 대상이 '민법 제834조 및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으로 규정됨으로써 오히려 재판상 이혼에 다른 재산분할에는 취득세가 비과세대상이 아닌 것처럼 법 문언상으로는 되어 있었다. 그 후 2016. 1. 25.부터 시행되는 개정 지방세법에서 '민법 제834조, 제839조의2 및 제840조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으로 표현이 바뀌었고 국세청에서는 재산분할의 취득세 비과세(감면) 대상이 협의상 이혼에서 재판상 이혼으로 확대된 것처럼 설명했다. 다. 현행 지방세법 제15조에서 정한 세율의 특례를 규정하면서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감면(비과세) 대상을 "민법 제834조, 제839조의2 및 제840조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면 '민법 제840조'가 아니라 '민법 제843조, 제839조'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초보적인 입법 기술적인 흠결이 있는 것은 입법과정에서 법률전문가가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사실혼의 해소 및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도 포함된다는 취지를 명문으로 지방세법에 포함되어야 하고, 아울러 앞서 지적한 입법 기술적인 흠결도 바로 잡혀야 할 것이다. 라. 지방세법은 2008년부터 이혼시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에 대하여 형식적인 소유권 취득이라는 이유로 취득세 비과세 대상으로 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혼 해소시에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은 부부 쌍방이 협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을 청산해 분배받는 것으로 보고 비과세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지방세를 포함한 세법의 제정과 개정 행태, 그 운용 모습 그리고 이와 관련된 과세처분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해 보면 종전 불합리한 과세권 행사에 제동을 걸어 법이 무엇인지를 선언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부부의 생활공동체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혼인신고의 유무와 상관없이 재산분할에 관하여 단일한 법리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세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혼인신고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과세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가사소송에서는 기본적인 상식이었지만 과세관청과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사례에서 '권리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법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상고심 대리인(담당변호사 이수완, 1심과 항소심도 수행)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사실혼
재산분할
취득세
2016-09-27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판례해설 - 부인이 남편 강간죄로 기소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 판결 2015고합968 감금치상, 강간, 강요 - 1.사건 개요 남편이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부인 쪽에서 이를 거부하며 친구(여성)와 합세하여 청테이프와 케이블 끈으로 남편의 목, 양 팔과 가슴 및 다리 부위를 결박하여 오피스텔에 장시간 감금하고, 결박 상태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하의를 벗긴 후 입으로 성기를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는 것임. 2. 재판 결과 부인과 공범인 친구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에 대하여 유죄 인정. 강간의 점은 무죄. 3. 무죄 이유 요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여부는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라는 판례를 기초로 하여 판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가 내심으로는 원하지 아니하였던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점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 4. 법원이 무죄 근거로 든 사실 피해자는 낯부터 밤중까지 장시간 결박 상태에 있었으나 밤중이 되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혀주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워 있다가, 결박 상태인 피해자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자신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였고, 성관계가 끝난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또다시 파경의 원인 등에 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음.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로 폭행하거나 협박한 바는 없음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이러하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성관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충분함. 5. 판결이 남긴 문제점 이건은 여성이 남성을 강간한 사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다. 형법은 원래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 즉 "여자"로 하였으나, 2012년 개정을 통해 "사람"을 강간한 자로 규정하였다. 전에는, 남자와의 공동정범이나 간접 정범의 형태로 여자가 강간죄의 주체가 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직접적 행위 주체가 되었다. 과거에는 생리적 육체적 차이를 고려하여 남자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사건은 그 첫 사례이다. 먼저 폭행 협박의 정도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판례와 통설은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이면 족하다고 한다. 선행(先行)의 폭행 협박 결과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도 강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면 족하고 폭행 협박의 정도는 묻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본 건 판결문상 피고인과 남편의 신체적 조건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남자가 장시간 목, 양팔, 가슴 및 다리를 테이프로 결박당하여 사건 당시 자력으로 헤어 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따라서 의사 결정의 자유가 제약되었고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기분을 맞추어 주는 우호적인 발언을 하였다하여 이를 근거로 동조하였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하며 지나치게 현학적이다. 더구나 남자가 명백히 "하지 말라"며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주장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판시 내용대로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면 위법성 조각보다는 구성요건해당성 자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초하여야 한다.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동조는 승낙으로 볼 수 없다. 본 건처럼 장시간 감금과 신체적 결박 상태가 계속되고 녹음을 강요당한 상태에서 행해진 동조 행위를 승낙으로 판단한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남는 문제는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점이다. 강간의 기수 시기는 성기를 삽입한 시기이다(통설). 형법 개정으로 이제 여자가 남자를 강간한 경우에는 성기가 삽입 당했을 때가 될 것이다. 사정까지 요하지는 않는다. 성기의 일부가 삽입되면 충분하다는 설과 성기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설에 의하건 성기가 전부 삽입될 필요는 없다.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지 않았다면 삽입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였을 터인데 이건에서는 삽입이 이루어져 행위가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가 다소 곤란한 점이 있다. 마음이 없이 두려운 상태에서도 오럴이나 애무로 발기가 가능한가하는 문제는 남는다. 6. 결 론 이건은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를 인정하면서 강간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설시 이유가 일관되지 않고 옹색하다. 원래 강간죄는 남성의 범죄였고 객체는 부녀자에 한했다. 과거에는 처에 대하여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간에는 성교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 자기 결정권 주장이 등장하고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등 성범죄에 대하여 사고의 지평이 광범위하고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세태는 자유로운 성 개방 풍조와 더불어 한 편으로는 개인의 성적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행중이다. 즉 종래의 좁은 의미의 폭행 협박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하면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소개된 케나다 온타리오 법원 마빈 주커 판사의 명쾌한 판결문 일부를 덧붙인다. "성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이 동의했는가?'. 이것 하나뿐이다. 어떤 상황, 환경에 놓였건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밤에 혼자 나다녔건, 어떤 옷을 입었건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동의'에 관해 두 사람의 주장이 매우 다르면...그게 바로 강간이다"(발췌)
강간
부부
2016-09-21
가사·상속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판례해설 - '자녀의 복리'의 관점에서 본 면접교섭
- 서울가정법원 2015브30044(본심판), 2015브30045(반심판) - 1. 사실관계 A(청구인)와 B(상대방)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 C(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과 관련하여 극심하게 대립하였다. B는 이혼소송 중 A를 상대로 C의 면접교섭을 구하는 사전처분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면접교섭 결정을 받았는데, A는 이에 응하지 않고 항고, 재항고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A는 그 후에도 B에게 면접교섭을 해주지 않아 1,000만원의 과태료 결정을 받기까지 하였다. 한편, 이혼소송의 재판부는 2014. 2. C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모친인 A를 지정하되, B가 매주 주말 C를 면접교섭하도록 하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을 하였는데, A와 B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A는 그로부터 9일 후 C를 데리고 일본으로 출국하여 그곳에서 정착하였고, 2014. 5. B를 상대로 면접교섭을 영상통화로 대체하고, 한국에 입국한 경우에만 B가 C를 직접 만나는 것으로 면접교섭변경청구(본심판)를 하였다. 이에 B는 A를 상대로 C의 친권자 및 양육자변경을 구하는 청구(반심판)를 제기하였다. 1심은 A가 C를 데리고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영상통화의 방법으로 면접교섭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위 사건의 항고심(대상 판결)은 1심 심판을 취소하고 A의 면접교섭변경청구를 기각하는 심판을 하였다. 2. 심판의 요지 (1) 청구인의 본심판 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결정(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되자 단 한 차례도 그 내용대로 면접교섭을 이행한바 없이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2개월 후에 이 사건 결정에 정해진 면접교섭 내용의 변경을 구하는 이 사건 본심판을 제기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면접교섭에 대단히 비협조적인 청구인은 위 이혼소송에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받은 다음 일본으로 출국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피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결정에 이의하지 않았고, 이 사건 결정이 확정되자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피할 목적으로 불과 며칠 후에 사건본인과 일본으로 출국하여 그곳에서 정착해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비록 이 사건 결정 이후 청구인이 일본에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게 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변경은 오로지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회피하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구인이 스스로 야기한 것일 뿐 사건본인의 복리실현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고, 법원이 이러한 사정변경까지 고려하여 이 사건 결정에 정해진 면접교섭 내용대로의 이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비양육친과 자녀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하여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려는 면접교섭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청구인과 상대방의 합의로 성립한 이 사건 결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므로 결코 허용할 수 없다. 오히려 청구인으로서는 사건본인이 이 사건 결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상대방과의적극적인 면접교섭을 통하여 부모의 이혼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상대방의 반심판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건본인의 나이, 생활환경, 양육상황,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애착관계, 청구인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유지되는 경우 앞으로 면접교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 그 밖에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 및 양육자를 현재 상태와 같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이므로, 상대방의 반심판 청구는 이유 없다. 다만, 청구인이 장래에도 상대방의 면접교섭에 대해 현재와 같은 비협조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이는 결국 사건본인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방해하여 사건본인의 복리를 해치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친권자 및 양육자의 변경과 같은 방법으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평석 우리 민법상 면접교섭권은 1990년 개정으로 신설되었으나, 그 이전에도 민법 제837조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종으로 면접교섭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면접교섭권은 원래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의 권리를 만족시켜 주는 제도로 출발하였으나 점차로 자녀의 권리주체성이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민법은 2007년 자녀를 면접교섭 청구권자로 추가하였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과 별도로 자녀의 부모에 대한 면접교섭권까지 인정된 것이다. 면접교섭권은 이혼 후에도 자녀가 자신을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의 일방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자녀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오늘 날 면접교섭을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녀의 복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교섭권은 항상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모의 권리와 자녀의 복리가 조화롭게 실현되어야 하며, 그것이 상충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자녀의 복리'가 과연 무엇이고 그 내용이 어떻게 정해져야 하는 것인지를 타당하게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하여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사건본인의 복리를 기준으로 면접교섭을 변경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사건본인은 상대방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것이 사건본인의 정서안정과 인격발달에도 바람직하다, ② 사정변경은 오로지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회피하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구인이 스스로 야기한 것일 뿐이고 그것이 사건본인의 복리실현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면, 법원이 이러한 사정변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 및 양육자를 현재 상태와 같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이므로 친권, 양육권을 변경할 수는 없다, ④ 다만, 향후 이러한 면접교섭의 비협조가 사건본인의 정서안정과 인격발달을 해할 정도로 지속된다면 친권, 양육권의 변경까지도 가능할 것이다라는 점 등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신의 목적을 숨기고 신뢰에 반하는 행동을 한 후 사정변경을 이유로 면접교섭의 방법을 변경해줄 것을 청구하였다. 만약 이와 같은 신뢰관계 파괴행위가 없었다면, 사건본인이 외국에 거주하게 된 사정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고, 아마도 1심은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가능한 면접교섭방법을 더 크게 고려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전제되는 사정변경 그 자체가 행위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전체적인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보았을 때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이다. 우리 사회가 친권과 양육권, 그리고 면접교섭에 대한 분쟁이 유독 극심한 것은 문화적 이유로 자신과 자녀를 너무 일체화하고, 또 자신과 배우자와의 관계를 자녀에게 투영시키는 경향이 유독 강한 점, 제도적으로 이혼과정이 항상 극심한 다툼으로 진행되어, 이혼 후에도 반목이 해소되지 않는 점 등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모와 자녀의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 최근 가정법원이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판결을 한 것도 같은 취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면접교섭
이혼
자녀의복리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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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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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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