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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내버스에 설치되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의 의미
원고는 휠체어를 사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지체장애인으로 이 사건 버스를 이용하였다. 이 사건 버스는 2층 광역버스인데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로 ‘수동식 경사로’(휠체어승강설비에 해당한다)가 설치되어 있으나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다만 1층 좌석 중 2석에 접이식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 승객이 탑승시 접이식 좌석을 접어 그 자리에 휠체어를 고정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버스 출입구 쪽을 바라보고 착석할 수 있을 뿐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착석할 수는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2심(서울고등법원 2017나2024388)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에는 시내버스(저상형·일반형·좌석형)에 설치되어야 할 이동편의시설의 하나로 휠체어승강설비 및 교통약자용 좌석을 규정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1에는 교통약자용 좌석에 관하여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 확보하여야 하며, 지지대 등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시내버스에는 휠체어승강설비 및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해야 하고, 특히 휠체어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이 사건 버스를 이용하여 운송사업을 하는 피고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사건 버스는 1층에 설치된 접이식 좌석을 접어 그 자리에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1에서 규정하고 있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에서, ‘길이’는 버스의 긴 방향과 평행한 면을, ‘폭’은 버스의 짧은 방향과 평행한 면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므로(아래 그림 2) 이 사건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버스의 공간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라고 보는 것은(아래 그림 1)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의 문언상으로도 타당하지 않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버스 통로의 일부를 침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될 수 없다. 또한 휠체어의 일부가 통로에 걸쳐 있을 경우 승·하차하는 승객들의 이동이 방해되거나 승객들과 충돌할 위험성이 높다. 둘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버스의 뒤쪽출입구 쪽을 바라본 상태로 착석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착석하는 다른 승객들과 비교하여 급정거 또는 급출발 등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마치 KTX의 역방향 좌석보다 순방향 좌석이 선호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버스 정면을 응시하는 다른 승객들의 좌석방향과 달리 버스 측면만을 보게 되어, 탑승한 시간 내내 자신의 모습이나 표정이 일반 승객들의 정면 시선에 위치하게 되어 모멸감, 불쾌감 또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그림 1의 경우 통로가 좁아지는 결과 일반 승객들은 휠체어 사용자를 반기지 않을 것이고, 휠체어 사용자도 그와 같은 일반 승객들의 불만으로 인해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시설이 오히려 교통약자의 이동 욕구와 의지를 감퇴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교통약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정상적이고 발전된 사회이다. 설령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그렇다. 육교, 대학건물, 아파트 입구에 계단 외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통행로가 설치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시내버스에도 휠체어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공간이 설치되어야 한다.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교통약자법 제3조).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장애인
교통약자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버스
차별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18-01-10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에 있어서의 차별구제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6가합508596 판결)은,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차별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면서 영화상영관 시설을 보유하고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인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하여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화면해설·자막·점자자료·통역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관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실질적 불리함으로 안겨주는 간접 차별, 편의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 등이다(제4조 제1항). 구체적으로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FM 보청기기 등의 수단 및 편의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② 피고들은 영화를 상영함에 있어 화면해설, 자막, FM 보청기기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장애인인 원고들이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영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았으며, 영화상영관에서 원고들에게 점자자료,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수어 통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는바,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이 제공하고 있는 영화관람 서비스 및 영화 관련 정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도 판시한 바와 같이, 자막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수단이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하며, 화면해설 및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하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이자 화면해설을 재생할 수 있는 장비,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위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사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및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항).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은, ①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 영화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자막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이 유통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영화상영관 좌석 뒤에 화면을 설치하여 자막을 제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할 수 있고, ② 위와 같은 장비나 기기는 영화상영관 별로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③ 나아가 피고들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각 948개, 698개, 45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사업자이므로, 피고들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 보유하고 있는 영화상영관 규모 등에 비추어 장비나 기기 설치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피고들에게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피고들이 소송 진행 중 그렇게 하는 경우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해 영화제작업자나 배급업자로부터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 위와 같은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청구를 최종적으로 변경했던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처럼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에도 이를 제공하는 것에 과도한 부담이 있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제공하도록 위 판시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맞게 구제조치의 내용과 그 범위 등을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에게,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①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하는 영화에 관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 FM 보청기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을 제공할 것, ② 원고들이 영화 및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영화 관련 정보(상영관, 상영시간) 및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고, 영화사영관에서 시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점자 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청각장애인인 원고,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치들은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필수적이고 적정한 조치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구제조치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결론 이 사건 판결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삽입된 채 제작된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에 대해 편의 제공이 이루어져 장애인이 영화 관람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접차별
영화관
장애인
영화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8-01-05
[판례해설] 수은이 들어 있는 독감예방접종과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인지 여부
원고는 제대를 3개월 앞두고 있던 2004년 9월 의무대에서 독감예방접종을 받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예방접종을 받은 어깨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겼고 검사결과 이물질 주입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 후 원고는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상태’라는 병명으로 공무상병 인증서를 교부받고 만기 제대하였다. 제대 후 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 혈중 수은 농도가 120(참고치 5미만)으로 측정되었고 조직검사결과 이물질이 수은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 원고는 수은덩어리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원고는 2006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독감예방접종 과정에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국가의 과실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해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에 기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원고는 손해배상소송 도중이던 2007년 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하였으나 보훈청은 독감예방접종 과정에서 수은이 주입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1,2,3심 모두 원고가 승소하였으나(최종승소까지 4년이 걸렸다), 부상 정도가 상이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2011. 10. 5. 보훈청은 원고에 대해 다시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5년에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국가배상법 제8조 본문 및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보훈청이 원고에 대해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한 2011. 10. 5.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3년이 이미 지난 뒤였다. 1심은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지만 국가가 소멸시효 주장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2심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처럼 사실상 행정소송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 원고가 2006년 6월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 사이의 기판력 문제 등도 중요한 쟁점이지만(1심은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고, 2심은 ‘명시적 일부청구설’에 근거하여 일부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는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고 판시하여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의 위법한 재소자에 대한 집필허가불허와 동료 수감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게 한 계호의 소홀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교도소 내에서는 집필허가를 받지 않는 한 어떠한 서류도 작성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권리남용을 인정하였고(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0392 판결), 근로자가 추가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사용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고 인정하였다. 이 사안의 경우 국가는 원고가 제기한 2006년 6월 소송 및 국가유공자등록 관련행정소송에서 책임을 부정하며 다투었고 원고가 4년에 걸친 행정소송을 통해서 겨우 승소한 점, 신체검사결과가 상이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은 원고가 자신의 노력과 비용으로 수은덩어리를 적출하였기 때문인 점 등은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소멸시효가 문제된 것은 원고가 2011. 10. 5. 보훈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국가유공자비해당 결정을 받고도 3년이 지나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소멸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2심의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17-10-20
행정사건
[판례해설] 헌재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면접조사는 "합헌"
헌재 2017. 7. 27. 2015헌마1094 결정 1.사건개요 및 청구요지 청구인은 통계청장을 상대로 하여 통계청장이 통계법에 따라 실시한 2015 인구주택인구총조사와 관련하여 인구주택총조사의 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며, 선정된 표본조사 가구가 인터넷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시 면접조사를 위한 조사원의 방문과 관련하여 아무런 방문시간제한이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점, 요구되는 정보가 성명, 생년월일, 종교, 직장명 등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것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종교의 공개까지 강요하는 점. 또 야간이나 휴일 등에 조사원이 주거를 방문하는 점 등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표본조사 대상이 된 국민에게만 개인정보를 요구함으로써 표본조사의 대상이 되지 아닌 국민에 비해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였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의 규모, 구조, 분포와 개발 특성까지 파악하여 사회 전체 상황을 조함할 수 있는 국가의 기본 통계조사이고 유의미한 통계를 얻기 위해서는 조사항목의 적절한 선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조사항목이 반드시 법률로 규율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으며 유의미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할 필요성은 존재하므로 통계청장의 인구주택총조사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조사대상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었는 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항목에 대하여 기존의 조사항목 중 불필요한 항목들은 폐지되었고 성명, 성별, 나이 등의 항목은 UN통계처의 조사권과 항목을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이러한 항목이 중복조사 방지나 현황파악을 위해 그 조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조사의 내용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장소에 보관되며, 조사표의 내용은 컴퓨터를 통해 숫자로 부호화하여 개인정보와와 결합을 통해 인격의 전체파악을 방지하고 있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항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의 남용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조사원의 조사시간 역시 일반적인 출근 직전인 오전 7시30분부터 퇴근 직후인 오후 8시45분까지로 피조사자의 부재로 인한 조사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며, 피조사자는 인터넷 조사로도 대답하여 방문조사를 피할 수 있는 등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계청장의 조치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결정에 대하여 일정비율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여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조사원의 가구조사 역시 필요하며 맞벌이 부부 및 일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출퇴근시간이전에 피치 못하게 조사하여야 할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구총조사에 성명 등 비록 UN통계처의 조사권고항목이라고 하더라도 극히 개인적이고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사항에 대하여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복방지를 위해서라면 성명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중복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의 남용가능성이 없다는 근거로 한정된 장소에 보관되며, 접근자도 제한되어 있고, 목적외 사용시 형사처벌 등의 규정이 존재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보의 악용은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정보가 이의 악용을 위해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면 언제든지 이용되었음을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보의 보안과 관련하여 그 규제와 통제의 규율내용을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악용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불가능할 만큼의 데이터 보안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심도있게 검증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통계법
행정자료
면접조사
방문조사
인구주택총조사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08-21
기업법무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방송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영업표지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24. 선고 2016가합552302 판결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별이 빛나는 밤에’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보호대상인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음악 방송프로그램을 1969. 3. 17.부터 현재까지 48년간 매일 방송하고 있는데, 피고가 2016. 5. 7.부터 2016. 5. 15.까지 뮤지컬 공연을 하면서 제목을 ‘별이 빛나는 밤에’로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이유로 제호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법 제정 당시 신설되어 현재까지 개정없이 존속하고 있는 조항으로, 이른바 ‘사칭통용’이라 불리는 전형적인 부정행위이다. 해당 규정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에 대한 혼동초래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의 신용에 무임승차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경쟁행위를 금지시켜 특정 영업주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소비자를 포함하는 일반 수요자도 보호함으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적 등의 제호는 저작물을 표상하는 것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식별표지와는 그 성직을 달리하여 제호의 표지성은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대법원 1979.11.30.자 79마364 결정은 방송극의 제목인 ‘혼자사는 여자’에 대해 표지성을 인정하였는데, ‘혼자사는 여자’라는 방송극이 1979. 2. 1.부터 동양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어 오던 중에 신청인이 위 방송극의 영화화권을 매수하고 그 영화화 기획이 일간지 및 주간지 등의 연예란을 통하여 보도되었다면 ‘혼자사는 여자’라는 제호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7234 판결은 무언극의 제호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고, 해당 사건 파기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11. 6. 29. 선고 2011노1277 판결은 해당 공연의 작품성과 흥행성, 공연기간, 광고내용, 관객수, 언론의 노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룰 영업표지로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에서 인용한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3507 판결에서는 뮤지컬 ‘CATS’의 영업표지성을 인정하였는데, 뮤지컬 제목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인정함과 아울러 이에 관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는 “뮤지컬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뮤지컬이 제작·공연되어 뮤지컬의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뮤지컬의 공연이 갖는 차별적 특징을 표상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면, 그 뮤지컬의 제목은 단순히 창작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칭에 머무르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하는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영업표지 해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해당 뮤지컬의 공연 기간과 횟수, 공연의 범위와 규모, 관람객의 수, 홍보의 정도, 제목의 실제 사용 형태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대상 판결에도 무엇보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그 자체가 바로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는 영업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뮤지컬 CATS’판결을 인용하면서, 원고의 프로그램은 48년 동안 매일 전국에 방송된 점, 저명한 방송인을 진행자로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점, 높은 청취율을 기록한 점, 설문조사 결과, 그 제호가 타 방송이나 공연 등에 활용된 점, 프로그램이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 프로그램의 방송 기간과 횟수, 청취자의 범위와 규모, 제목의 실제 사용 형태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프로그램의 제호 ‘별이 빛나는 밤에’와 그 약칭인 ‘별밤’은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원고의 라디오 음악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송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러 원고의 영업표지에 해당하고, 원고의 방송 등에 관하여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별이 빛나는 밤에’에 관하여 서비스표등록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의 라디오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해당 제호를 사용한바, 이를 정당한 서비스표의 사용이라고 볼 수 없고, 서비스표가 등록되었다고 해서 피고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을 활동 표지로 사용하여 영업주체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우리나라의 복고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일반 수요자들은 ‘별밤’, ‘별밤지기’, ‘별밤잼콘서트’, ‘별밤뽐내기’ 등의 용어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큼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또는 ‘별밤’은 방송사업자인 원고의 영업활동을 지칭하는 이외에는 달리 인식되기 어려운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표지로서 보호되는 것이 타당하다.
mbc
별밤
별이빛나는밤에
뮤지컬
제호사용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변호사
2017-04-18
행정사건
[판례해설]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지
- 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판결 - 1.들어가며 과거 직장인들은 양복 수트,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기본적인 복장으로 생각해 왔고, 심지어 여름에도 양복 수트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장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변경되어 왔고, 최근에는 다수의 기업에서 캐주얼 비니지스 드레스코드를 적용하여 정통 양복 수트가 아닌 복장을 허용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완전히 캐주얼한 복장(청바지, 티셔츠 등)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에게는 여전히 정통적인 복장을 입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다.항공사 역시 승무원들에게 엄격한 복장과 용모를 요구하고 있고,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을 생각할 때 잘 맞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동여맨 헤어스타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 항공사 취업규칙이 헌법 제11조(평등권)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내부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상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턱수염을 기르던 비행기 운행 기장(이하 ‘A’)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규정 위반이므로 턱수염을 기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A는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원고는 A의 비행일정을 변경하여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서울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이 위헌ㆍ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1심은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해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거나 국내 타 항공사와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평등권)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무효인 이 사건 조항의 준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위법하다. 3.검토 가. 헌법 제11조 위반 관련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도 적용이 되고 하나의 법률관계를 두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를 위반하였고, 수염의 정돈상태나 형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의 경우 수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공권력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언급하면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도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의 무효로 본 근거를 헌법 제11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라고 삼았다기 보다는 헌법 제11조가 일반원칙으로 발현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대상판결이 헌법 제11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간접적 효력)에서 볼 때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의 내용이 입법화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대상판결의 1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헌법 제11조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의 기본권 효력의 제3자적 효력을 정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거나 특정 외국의 국적을 가진 근로자와 다른 외국국적을 가진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포함한다.그런데 대상판결은 반대로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외국인근로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근로자에게는 불허)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과거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여 무효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무효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 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모(면도 금지)에 대한 제한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면도를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물론 근로자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이를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용모나 복장에 대한 취업규칙 조항도 근로조건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이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말한다(제17조).판례 역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현 제17조) 소정의 근로조건이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그렇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수염 기르는 것과 관련된 이 사건 조항을 ‘근로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으므로 추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심판결은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합리성 사유가 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회사에 있는 이상 소속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을 재량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러나 대상판결은 엄격하게 외국인 승무원이 소수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승무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승무원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에 의한 차별로 판단하여, 추후 대법원에서 외국인 승무원에게 수염을 허용한 것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볼지, 국적에 의한 차별로 볼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턱수염
취업규칙
수염
복장
항공
승무원
근로기준법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3-03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파견근로자 차별과 사용사업주의 책임
1. 사실관계 A사(社)는 휴대폰부품 제조업을 하는 법인이다. A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A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근로자도 있지만,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다수의 인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A사에서 일하게 된 파견근로자도 있었다. A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함)에 따른 근로자파견역무를 제공받을 수 없는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2011. 10.부터 2015. 3.까지 위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A사와 해당 인력업체들은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의 형사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에 따라 ① 매년 3, 6, 9, 12월 말일에 기본급의 100%씩 합계 400%에 달하는 상여금 및 ② 매월 만근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매년 합계 200%의 상여금만을 받을 수 있을 뿐 연차유급휴가수당은 받지 못하였다.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상여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연차유급휴가는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 제21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에 해당하는 7군데 업체를 상대로 2014. 12.경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 손해배상, 제도개선 시정명령을 신청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가 이 사건 파견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하고, 당해 차별 처우가 명백한 고의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는 연대하여 손해액의 2배(파견법 제21조 제3항)에 달하는 금전배상금 합계 44,915,900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그러자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 중 B, C 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파견근로자 8명은 피고 측 보조참가자로 행정소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 5명에게 대하여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보다 감소된 금전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이 다룬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사업주 A는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피신청인 적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1차적으로 파견사업주 B, C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 A사는 차별에 대한 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논거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 파견법 제20조 제2항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파견사업주에게 위 제21조 제1항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어느 한쪽 사업주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다른 한쪽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두 사업주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근로자 구제에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둘째, 파견근로자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차별적 처우를 시정요구할 수 있는 신청기간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내”인데(파견법 제21조 제3항),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동일한 사용사업주 A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차별적 처우를 받아 왔고, 다만 그 기간 중 소속 파견사업주만이 변경되었다면 위 제척기간은 사용사업주 A사와의 근로관게가 종료된 날로부터 기산된다고 하여 당해 시정신청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셋째, 파견근로자들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할 경우 사용사업주 A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더하여 파견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배상명령까지 받게 되는 바 이는 역차별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면 족할 뿐 파견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정규직 근로자들과 파견근로자들이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해왔다고 인정하였다. 다섯째, 파견근로자들은 파견 후 6개월 동안은 신규입사 정규직 사원보다 상여금을 많이 받으므로 불합리한 처우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대상판결은‘비교대상근로자들이 신입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상여금’과 파견근로자들이 실제 받은 상여금을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게는 차별적 처우가 없거나 설령 그들이 정규직 근로자였더라도 상여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파견사업주 B, C에게는 연대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을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하여 상여금 등에서 차별한 것은 업무내용이 현격히 달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므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배액의 배상금 이행명령을 내린 것이 부적법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와 파견사업주 B, C 모두 상여금 지급에 2배나 차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같은 내용의 근로자파견계약을 반복 체결하였으므로 명백한 고의로 반복된 차별적 처우라면서 손해액 2배를 배상하라고 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되,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에게는 줄어든 손해액(연차유급휴가수당 제외, 비교대상근로자를 신입 사원으로 가정하여 상여금 차액을 감소함)의 2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인정하였다. 참고적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대상판결에 항소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여러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될 쟁점은 파견법상 차별시정명령의 이행의무 대상자에 파견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파견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사용사업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해왔다. ① 하나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각자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각자 책임을 진다는 견해이고, ② 다른 하나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사용사업주의 개입 없이는 파견사업주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파견법 업무매뉴얼(2011. 12.)’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재심판정은 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6. 30. 본건 사건에 이르러“이 사건 파견사업주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의무가 연대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파견근로자 차별시정제도의 입법취지 및 파견법의 규정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라면서 후자의 견해를 취하게 된 것이다. 대상판결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있다면서 밝힌 논거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위 재심판정에서 밝힌 논거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제5항 가. 참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1조 제3항은 차별시정명령의 이행 대상을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책임영역을 구분해놓고 있다. 조문의 구조가 이러하다보니, 실무상 위 두 견해 중 어느 것도 충분히 선택될 여지가 있었고, 그 선택에 정책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도 높았다고 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향후 동종·유사한 후속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 취한 견해를 유지할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리고 사법부인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둘째, 대상판결은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파견법 제2조 제7호는 처별적 처우가 금지되어야 할 사항에 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②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③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④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기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위 차별금지영역에서 제외시켰는데, 본건 사건에 이르러 중앙노동위원회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이 이 중 ④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심판정에 의하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파견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파견법에 의해서도 보호받게 되니 근로기준법에 의해서만 보호받는 정규직 근로자가 역차별 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따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은 서로의 입법취지와 입법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민·형사상 법적 처분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의 결과가 제거된다고 해서 반드시 차별법의 입법취지가 달성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의 미지급 또한 차별금지대상의 일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가 올바로 선정됐다고 인정하면서도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별도의 계산식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받았음을 밝히고,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2008년 차별시정 재심판정 사건(중앙 2008차별7 차별시정 재심신청사건, 모 대학교 시간강사가 차별시정을 요구한 사건이다)의 논거를 차용하여, “참가인들이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교대상근로자들이 각 참가인들의 차별시정 대상기간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임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새로이 밝혔다. 그 결과,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나머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배상금 액수가 줄어드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참고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사건에서도 “비교대상근로자가 복수일 때 법원이 차별적 처우를 당한 근로자 스스로 선정하지 않은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알아서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한 점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역차별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직권으로 상여금 차액을 줄였고 그 결과 일부 파견근로자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는 판단까지 받게 만들었으니, 이와 같은 법리가 과연 차별적 처우를 근절하고자 하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소속 파견사업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파견근로자가 특정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그 파견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다른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에는 당해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해당 기간 동안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다. 예컨대, 사용사업주 A와 파견사업주 B1, B2, B3가 있고, 파견근로자 C는 B1?B2-B3의 순서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후 A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C는 위 세 구간 전부에서 계속적인 차별을 당했다고 가정한다.
파견근로자
노동
차별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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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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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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