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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긴급체포시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의 증거능력
2019. 5. 1.경 경찰은 피의자 甲을 2019. 4.경 마약제공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甲이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였다. 경찰은 甲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후 2019. 5. 1.경 마약매매와 관련해 주고받은 甲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촬영하였다. 2019. 5. 3.경 경찰은 甲의 차량과 주거지 등에서 긴급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甲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내용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았다. 甲은 경찰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하였고, 검찰은‘甲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甲으로부터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받은 다음 甲을 기소하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수사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 및 메시지 내용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내 전자정보 출력물을 임의 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하고‘압수조서(임의제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휴대전화’ 자체와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를 구분하여 “설령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내 전자정보의 탐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이상, 그 기회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해야한다고 하였다. 결국 재판부는 위와 같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임의제출 압수물인 휴대전화 전자정보 촬영물 및 이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여 피고인의 2019. 5. 1.경 마약매매의 점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2019. 4.경 마약제공 범행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긴급체포에 따른 대물적 강제처분시 수사기관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긴급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에 관하여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에서 정하는‘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특히 임의제출 압수물중 휴대전화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종전의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인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한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2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체포 현장에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긴급체포 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48시간내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에 규정된 임의 제출물에 대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긴급 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관하여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수사 편의를 위해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제출 형식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9도14376, 2009도10092,2007도3061)의 취지에 따라, 휴대전화 및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되어야 할 가치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향후 수사기관은 대상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된 증거물에 대하여서는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아야함은 물론이고, 이에 추가하여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반드시 발부받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련 수사준칙을 마련하여 일선 수사실무에 적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압수수색
긴급체포
휴대폰압수
증거능력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0-01-20
군사·병역
형사일반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민사일반
압수물에 대한 몰수형 선고 없이 형사판결 확정시 ‘압수해제’ 간주로 반환의무 당연 발생, ‘별도 압수절차’ 없이 공범 수사에 사용 불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36624 압수물인도청구 (확정) -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2014. 7. 1. 컴퓨터 등 사용 사기의 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 되면서, 당시 소지하고 있던 현금(이하, 이 사건 압수물)을 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인하여 취득한 금원으로서 압수당하였다. 나. 원고는 2016. 7. 20.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에 대하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이후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후 그 무렵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위 유죄판결에서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몰수형은 선고되지 않았다. 한편 공범으로 보이는 소외 A는 여전히 기소중지 상태에 있다. 다. 원고는 검찰청에 압수물환부신청을 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인도의무의 발생 이 사건 압수물은 형사재판에서 몰수의 선고가 없는 상태로 확정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32조에 의하여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국가는 압수물을 제출한 자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게 환부하여야 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 국가가 환부를 거절하는 경우 피압수자는 민사소송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압수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공범 A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몰수될 가능성이 있어 몰수선고 없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아직 체포되지 않은 공범자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하여 여전히 그 압수물을 압수할 필요가 있다거나 공범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몰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압수절차’가 새로 취하여지지 아니한 이상, 원고에 대한 몰수의 선고가 없는 판결이 확정되어 압수해제로 간주되는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332조는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종국재판이 확정된 때 효력이 발생하며, 그 결과 수사기관은 압수물을 환부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 환부를 받는 자는 원칙적으로 피압수자나 그 제출인이며 피해자에게 환부할 이유가 명백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출인 외의 자에게 환부할 수 없다(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824 판결). 또한 압수물의 환부는 환부받는 자에게 환부된 물건에 대한 소유권 기타 실체법상의 권리를 부여하거나 그러한 권리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를 해제하여 압수 이전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것뿐이며, 실체법상 권리와 관계없이 압수 당시의 소지인에 대하여 행하는 것이므로, 피압수자가 압수물의 소유권이나 그 환부청구권의 포기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수사기관의 압수물의 환부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대법원 1996. 8. 16.자 94모51 전원합의체 결정). 한편 대법원은, 당초 범인으로부터 압수한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이 형사재판이 확정되어 그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된 상태에서도 공범자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하여 여전히 그 물품의 압수가 필요하거나 공범자에 대한 재판에서 그 물품이 몰수될 가능성이 있다면 검사는 이미 압수해제 간주된 물품을 다시 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7. 1. 9.자 96모34 결정). 따라서 이 사건에서 미체포된 공범 A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또는 위 공범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 압수물이 몰수될 필요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원고에 대한 압수해제 간주 이후라 하더라도 ‘별도의 압수절차’를 진행하였어야 하는바, 이러한 절차가 없었던 이상 검사의 압수물 환부의무는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므로, 대상 판결은 이러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압수물인도소송
압수절차
공범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8-11-30
형사일반
[판례해설] 체포영장에 의한 타인의 주거 등 수색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사건의 개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집행부의 주도로 2013. 12. 9.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집행부 10여명이 경찰의 소환조사요구에 불응하자 2013. 12. 16.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은 2013. 12. 22. 09:00경부터 11:00경까지 사이에 위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하였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청구인(2015헌바370 사건)과 제청신청인(2016헌가7 사건)은 위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 명과 공모공동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경찰관들을 폭행·협박하여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명확성 원칙 위배여부와 영장주의 위배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명확성 원칙과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는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고,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를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영장주의와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16조가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심판대상 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났다고 보았다. 해설 우리 헌법은 영장에 대하여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에서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와 관련하여 헌법 제12조 제3항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헌법 제16조에서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에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에 있어서도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현행범인 체포나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하여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에 대해서는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해석을 통하여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첫째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헌법 조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적시하였는데,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헌법 제16조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조항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결국 헌법 제16조에 의하여 피의자 체포를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에 있어서 사전영장주의가 적용되는데, 헌법 제16조에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가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해석을 통하여 인정될 수 있으나 심판대상 조문은 이러한 예외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형사소송법
체포
체포영장
영장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05-04
인터넷
[판례해설]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 서울고등법원 2017. 6. 13. 선고 2017노23 판결 - - 서울고등법원 2017. 7. 5. 선고 2017노146 판결 - 최근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이라는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결론의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는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사건에도 유사한 쟁점이 거론되는 등 IT법이나 증거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두 판결의 관련 내용을 분석ㆍ검토하고자 한다. 두 판결의 사실관계는 복잡하고 쟁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쟁점의 사실관계에 한정하여 2017노23 판결을 근거로 살펴본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피고인 차량에서 압수수색한 USB 안에 들어 있던 안티포렌식 처리가 된 파일을 복호화하였고, 그 결과 중국 내 서버가 있는 시나닷컴(sina.com)의 피고인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취득하였다. 이후 수사기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시나닷컴 이메일 계정 내 편지함 등에 송ㆍ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는 내용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사무실 내 PC’를 수색할 장소로 특정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압수수색 참여 기회 부여를 조건으로 하여 영장을 발부하였다. 수사기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의 참여로 피고인 이메일 계정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한 후 이메일 15건을 추출하여 출력ㆍ저장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a) 시나닷컴 서버는 대한민국의 형사재판관할권이 미치지 않아 영장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에 수사관의 접속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정당한 권한 없는 접근에 해당하고, b) 수사기관은 효력 없는 영장을 근거로 피고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는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c) 외국계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하여 외국계 이메일 서버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의 계정 및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체계에 비추어 위법한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외국계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이를 통하여 취득한 이메일 내용은 위법성이 중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7노23 판결의 내용] 2017노23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메일서비스이용자의 이메일 계정에 대하여 접근수단(아이디, 비밀번호)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그 디지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제3자의 장소인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대하여 압수수색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의 효력을 아무런 근거 없이 확장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서 ① 수사기관이 외국 이메일서비스이용자로부터 이메일 계정에 관한 접근수단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해당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상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의 방법은 아닌 점, ②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해당 전기통신에 대하여 이루어질 것을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7조의 규정에 저촉하는 점, ③ 본건과 같은 압수수색을 허용한다면 압수수색이 피고인 등의 주거지 외에서 이루어질 경우 해당 주거주 등이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는 제123조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회피하는 점, ④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수집된 증거의 원본성이나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는 점, ⑤ 제120조 제1항에서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하는 장소 또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2017노146 판결의 내용] 2017노146 판결에서는 적법하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법관의 영장에 기하여 취득한 외국계 서버 저장 이메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그 근거로, ① 피고인이 외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바,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갈음하여 해외 서버에 접속ㆍ취득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법한 점, ② 실제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국내의 수색장소에서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였는바,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알아낸 피고인들의 아이디 등을 입력하는 것은 제120조 제1항의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고, 적법하게 취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의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 ④ 이메일 계정의 이용자가 임의로 제3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해당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고 그것이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⑤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취득한 이메일 등의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판례해설] 미국에서도 영장의 역외 적용에 대하여 상반되는 판결이 존재한다. MS 사건의 경우 2016년 7월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가 아일랜드 소재 서버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정보를 MS에게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2017년 2월에 있었던 구글 사건의 경우 펜실버니아 동부 주법원은 구글에게 해외 서버에 있는 고객의 이메일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영장에 응하라고 판단하였다. 구글의 경우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정기적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해외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있으며, 이런 이동은 고객의 접근권이나 소유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MS 사건과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건은 미국의 사안과 비교하여, 압수수색대상인 이메일이 해외 서버에 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미국 사안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통하여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자 한 반면 본 사안은 이미 파악한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압수수색하는 점이 상이하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두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여러 조문이나 원칙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첫째, 본건의 직접적인 적용 조문인 제107조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바, 본건과 같이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하지 않은 압수는 위법하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피고인이 스스로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여 임의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전문가 참여 하에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보았다. 둘째,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인바, 압수대상인 이메일이 해외의 서버에 존재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는 등 전 과정이 국내의 수색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외국 사법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이 제120조 제1항의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 하는 장소 내지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대하여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영장 집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로서 그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넷째, 증거의 원본성ㆍ무결성 담보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졌는바 원본성과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째,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2017노146 판결은 임의로 제3자에게 이메일 아이디 등을 알려 주어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영장을 통해 정당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인 수사기관이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7노23 판결은 제107조 등의 조문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을 했지만, 2017노146 판결이 IT 현실에는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107조는 압수 처분의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물을 규정한 것이고, 압수 처분의 상대방은 IT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향후 클라우드 환경 등이 일반화될 것을 고려하면, 본 쟁점은 IT법적으로나 형사소송법적으로 매우 중요한바, 이번 고등법원의 상이한 두 판결을 기반으로 하여, 보다 합리적인 결론이 대법원에서 도출되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서버
증거
국가정보원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2017-09-12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례해설 -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인 인과관계의 의미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 1. 기초사실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오원춘의 범행에서 비롯되었다. 오원춘은 2012. 4. 1. 22:32경 귀가하던 피해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여성이 살해되기 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오원춘이 2012. 4. 1. 22:50경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후 화장실에 간 사이, 피해자는 결박을 풀고 방문을 닫아 잠근 후 22:50:12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112 신고센터 접수원은 피해자와 약 58초가량 통화했고, 오원춘이 창문을 통해 다시 방으로 들어 와 피해자를 폭행하는 소리까지 7분 33초 동안 연결된 전화로 전달되었다. 관할경찰서 강력팀장은 23:45경 신고내용 녹취파일 청취를 시도했으나 재생 프로그램 오류로 듣지 못했고, 다음 날 01:11경에야 녹취된 내용을 들었다. 01:53경 강력팀장은 형사계장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2012. 4. 2 06:00경 녹취파일을 청취한 형사계장은 형사과장에게 당시 상황이 위중해 보이니 강력팀 전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렸다. 강력팀 소속 경찰관들은 다음날 09:40경부터 교차수색을 하다가 10:00경 인근 가게를 방문해 피해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인근 집을 수색하다 11:40경 오원춘의 집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고 11:50경 그 자리에서 오원춘을 체포했다. 원고들은 피해여성의 부모와 언니, 남동생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범행현장을 일찍 발견하고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피해자 사망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경찰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네 가지 위법행위를 적시했다. ① 피해장소가 어느 '집 안'이고 다급한 상황임을 112 신고센터 접수원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범죄신고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장소가 '집 안'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행위, ② 경험이 없고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접수원을 112 신고센터 접수요원으로 배치하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 ③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한 데다,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해 문제될 때까지 보름 넘게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행위, ④ 피해자가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112 신고센터에서 좀 더 분명히 알렸어야 하는데도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 등은 경찰관들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근거로, 다시 말해 공무원들의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경찰관들의 위 4가지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2012. 4. 1. 22:50:12경 '○○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전화를 통해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와 비명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범인이 화를 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112 신고센터에서 신고내용과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신고내용대로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수색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고 가옥 위주로 수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납치 현장 인근에서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은 2012. 4. 2. 00:30경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한 2012. 4. 2. 09:40경부터 20분이 지나지 않아 피해자 비명을 들은 가게 점원의 진술을 확보한 점에 비춰보면, 만일 2012. 4. 1. 23:00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112 신고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범행현장 부근에서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에 들러 수사의 단서를 얻고 2012. 4. 2. 00:00경 이전에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한편, 범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면, 2012. 4. 2. 00:20에서 00:30경이며, 오원춘이 2012. 4. 2. 02:00~03:00경에 깨어나 다시 강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면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아무리 빨라도 2012. 4. 2. 03:10경 이후로 늦춰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3. 판결의 의미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는지 문제된 사건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중, 이 사건에서 다툼이 된 주요 쟁점은 법령위반 여부와 인과관계 존부였다. 국가배상법은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학설은 '위법 일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며 판례 역시 일반적인 위법행위를 뜻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062 판결 등). 따라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은,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위반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해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까지 아우른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나아가 경찰의 직무행위와 관련해서는, 범죄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의무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려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여러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떤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20427 판결 등). 위와 같은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볼 때, 원심과 대법원은 공히 직무행위의 위법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다.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부족한 112 접수원이 신고내용과 범죄상황의 위중함을 현장의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데다 녹취파일 재생오류 때문에 수사관이 직접 들어보는 데에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된 직무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사에 대한 중요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직무행위를 할 때에 마땅히 따라야 할 준칙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잘못이라고 판단된 셈이다. 문제는 인과관계 인정여부였다. 판례는,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요구한다. 즉, 위반이 문제되는 직무상 작위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 규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야 한다.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 43466 판결 등). 이처럼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손해를 입은 자가 직무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판례는,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하면서,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019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과관계를 부인한 근거로 사익보호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든 것은 아니다. 다만 원심으로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비롯해 수사를 할 때 지켜야 할 준칙이나 객관적 정당성은, 어떤 특정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데에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살해라는 범죄피해가 발생하는 데에 직무상 위법행위가 어떤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2012. 4. 2. 00:00경 이전, 즉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는 '집 안'이라는 핵심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누락됐고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장치가 고장 나 신고상황의 심각성이 현장과 곧바로 공유되지 못한 위법행위는, 피해자를 생존단계에서 구조하지 못한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고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잘못과 피해 정도의 중대함을 함께 고려해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규범의 목적,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및 가해행위의 태양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36285 판결 등). 이와 같은 기준은 이 사건에도 구체화되어 적용되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잔혹한 범죄로 살해당하고 시신이 훼손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피해의 정도는 인과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중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위가 아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신고정황의 심각성이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합당한 현장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데에 핵심적인 위법성이 있다. 현장 수사를 방해한 것과 다름 없는 위법사유는 중대한 피해와 직접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가 곧 저질러 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를 제대로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한 행위는 단지 위법성을 구성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수사관들이 더 적극적이고 긴급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살해라는 중대한 범죄피해를 낳는 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범죄 피해의 중대함은 112 신고센터에서 놓친 신고정황의 심각성에 이미 담겨 있었다.
오원춘
국가배상
경찰직무태만
2016-08-18
헌법사건
형사일반
판례해설 - 헌재 "약식명령 불복기간 7일“ 합헌결정에 대하여
헌재는 2016. 4. 28.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약식명령으로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1항과,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453조 제1항('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후자에 대하여만 논해 보고자 한다. 헌재가 이 사건에서 재판청구권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을, "입법자는 사실상 재판청구권을 무력화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재판절차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관한 재량을 지닌다."고 하여, '합리성 심사'로 약화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러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완화된 의미에서일지언정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헌재 2001. 6. 28. 2000헌바77)라고 한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재판청구권에 관한 헌재의 심사기준이 일관되지는 않은데, 국가는 형사사법권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적정하고 공정하며 효과적인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 재판청구권은 어느 기본권 못지않게 중요하며, 다른 기본권들의 효력이 이에 달려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모든 자유와 권리'의 제한에 대하여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본권 제한에 대한 입법형성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최대한 삼가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이 검토되어야 하며, '고지 후 7일'이라는 기간은 법률전문가 아닌 국민에게 정식재판 여부를 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재판청구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그렇게 형사사법을 운영하여야 할 필요성도 절실하지 않다.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정식재판청구권이 회복될 수 있으나, 어떤 때인지 명백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 청구인 역시 그 사유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소수의견이 지적한대로, '기산점이 되는 송달의 불확실성이 상쇄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불복기간'이 될 수 없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상소기간이 7일인 것 역시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고인이 7일 만에 상소여부를 숙고하기는 어렵고, 그러한 제도는 오히려 무분별한 상소를 조장할 수 있다. 사법절차에서 재판청구기간에 대하여 관행적으로 이를 용인할 것이 아니라, 재판청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쪽으로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적극적으로 그러한 입법의지를 이끌어야 주어야 할 것이다.
재판청구권
형사소송법제453조제1항
약식명령
2016-05-27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없어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원래 미국의 판례에 의하여 형성된 증거법칙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오다가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명문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추상적으로 되어 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범위는 여전히 판례에 맡겨져 있다. 다만, 그 인정범위는 종래 해석론에만 의존할 때와 비교하여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인정된 사례는 1914년 Weeks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위법한 압수 ? 수색에 의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한 경우이다. 진술증거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수정헌법 제6조 위반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한 Escobedo v. Illinois 사건(1964년)이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위법수사의 억제와 이를 통한 인권 보장에 있다. 이를 위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毒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Fruit of the poisonous tree)론이 Wong Sun v. United States 사건(1963년)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1960년대 진보적 경향의 미국 연방대법원 시절에 꽃을 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1970년대 이후 사회의 보수화와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상당 부분 수정이 가해졌다. 독립된 증거 확보의 기초가 존재한다면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므로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논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1990. 8. 24. 선고 90도1285 판결에서 검사가 변호인의 접견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동안에 작성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 판례에서는 증거능력을 부정한 이유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는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6 판결에서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핵을 이루는 것으로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변호인의 조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위법한 상태에서 얻어진 피의자의 자백은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 유죄의 증거에서 배제하여야 하며, 이러한 위법증거의 배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하게 증거에서 제외함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인정하였음을 명백히 하였다. 다만, 진술증거와는 달리 증거물의 경우에는 그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가(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판례를 변경하여 진술증거뿐만 아니라 증거물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나아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한 압수절차로 수집한 압수물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하여 독수독과의 원칙을 받아들였다. 다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되었다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조세포탈 피고사건으로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압수된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이다. 위 영업실적표는 당초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혐의사실과는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검사는 피고인의 동생을 검사실로 불러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이를 검사실에 있던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마치 문제의 USB를 반환받아 임의로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한 것처럼 하였으나, 실제로는 위 USB가 반환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피고인의 동생이 검사로부터 USB를 환부받았는데, 동석한 세무공무원으로부터 세무조사 협조를 위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한 다음 그렇다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USB가 압수되었다는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전제 아래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와는 달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USB 및 그에 저장된 영업실적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설령 피고인의 동생이 USB를 반환받아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였더라도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과 관련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의 잘못된 판단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본 대상판례는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독수독과의 원칙과 예외를 구체화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원심은 문제의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에 기하여 참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증언, 월별집계표 등 관련 서류가 수집되었다고 판시하였음에도, 대법원은 이들 증거가 문제의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에 대한 설시가 없는 점이 아쉽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독수독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된 경우를 들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의미나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법수집증거
증거능력
조세포탈
2016-04-12
형사일반
판례해설 - 카카오톡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취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18. (2015보6 준항고) 결정 - 1. 사실관계 검찰은 2014. 5. 18.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행진'을 기획한 혐의로 피의자인 준항고인을 수사하면서 준항고인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톡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2014. 11.경 준항고인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하였다. 준항고인은 불구속기소된 이후 뒤늦게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준항고인은 검찰이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려 주지 않아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집행 당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압수목록도 교부하지 않았고,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카카오톡 대화내용도 모두 압수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압수·수색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여 달라는 내용의 준항고를 제기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준항고 법원은 이 사건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하여, "피의자 등에게 압수·수색영장 집행과정에 참여권을 보장한 것은 압수·수색 집행의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여 영장주의를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한 것인데, 피의자 등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은 위법하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급속을 요하는 때'란 '압수·수색영장 집행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압수·수색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를 의미하는데, 압수·수색의 대상인 카카오톡 대화내용는 주식회사 카카오톡의 서버에 보관 중으로 피의자 등이 접근하여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실의 것이 아니고, 수사기관은 영장이 발부된 후 이틀이 지나 압수·수색을 실시하여 급박하게 이루어 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예외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지 여부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영장주의 등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요청을 비교, 형량하여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급속하게 집행될 사유가 없었던 사정, 압수·수색으로 확인한 자료가 준항고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에 속하는 사정 등에 비추어 압수·수색 영장의 원본의 제시, 압수물 목록 교부, 피의사실과의 관련성 등 준항고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없이 이 사건 압수·수색의 취소는 면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3. 결정내용 해설 준항고 법원은 압수·수색 집행의 시간적 순서에 따라 먼저 압수·수색 집행과정에서 집행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여 압수·수색 집행과정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준항고인의 주장부터 살펴보았다. 압수·수색 집행과정에서 집행사실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사사송법 제122조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압수·수색영장 집행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압수·수색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이 사건 압수·수색 집행의 대상은 주식회사 카카오톡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내용과 계정정보 등으로서 피의자인 준항고인이 접근하여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결정은 준항고 법원이 '수사기관의 수사의 필요성'과 '국민의 기본권, 즉 개인의 사생활 및 통신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을 비교, 형량하여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영장주의 등 절차의 적법성이 강조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더욱 더 중점을 둔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집행과정에서 피의자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여 피의자 및 변호인 참여권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된 이상 압수·수색 영장집행 과정에서 원본의 제시 유무, 압수물 목록 교부 유무, 피의사실과의 관련성 등 준항고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없이 이 사건 압수·수색의 취소는 면할 수 없다는 준항고 법원의 결정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준항고 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집행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법규에 규정된 한 가지 절차라도 준수하지 아니하면 위법한 법집행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향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를 할 경우 반드시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카카오톡 등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는 기존의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메일과 달리 수 백, 수 천명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특성상 오히려 기존의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절차 보다 더욱 엄격하게 절차적 요건이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이고, 위법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있다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지불식중 자신의 개인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매우 높다. 과거 수사기관에서 일반적으로 기업내 컴퓨터 본체나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때 전문화된 직원을 동원하여 내부적으로 마련된 절차규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및 포털사이트를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으므로 최근 범죄 경향에 맞게 압수·수색 영장집행 절차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면 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고, 만약 최근 범죄 경향에 맞는 절차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절차 규정을 세분화하는 등 이를 재정비할 필요성 있어 보인다. 또한 준항고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절차 요건중 한 가지의 요건이라고 갖추지 못하면 위법하다는 결정취지에 따라 향후 수사의 필요성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및 통신의 자유보호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사회관계망 서비스 및 포털사이트에 대한 압수 수색영장 집행시 더욱 신중을 기해 집행 절차를 준수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서 "수사기관이 압수한 카카오톡 대화기록은 압수·수색 당시 카카오톡에 압수·수색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고 팩스로 보냈으며 사후에도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압수·수색 영장 집행후 압수물 목록도 교부하지 아니하여 카카오톡 대화기록은 위법수집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단4122 사건의 판결내용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압수물 목록을 교부하지 아니하면 위법한 영장 집행이 되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위와 같은 위법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할 때 반드시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카카오톡
강제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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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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