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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2022. 10. 27. 2019헌바44 결정.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등 위헌소원 -
댐사용권 취소 및 변경처분의 헌법적 성격과 보상기준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반하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년 11월 30일 ‘섬진강댐 기본계획 변경고시’에 따라 댐사용권 등록부에 댐사용권 변경등록을 하고 2015년 12월 30일 이 사건 청구인(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변경으로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사용권자로 추가됨에 따라 청구인의 댐사용권이 축소되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합의에 따른 약정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유추적용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12. 15.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6898),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8. 12. 12.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05995).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구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및 제3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8. 12. 21. 기각결정을 송달받자(서울고등법원 2018카기20038) 2019.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II. 결정 주요 내용 댐건설관리법은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되거나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댐사용권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ㆍ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담금반환조항은 댐사용권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댐사용권 취득을 위해 댐건설비용을 분담하였던 부담금 등의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 변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 III. 평석 1)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조항에 포섭되는가?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 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보고 있다.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 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댐건설관리법은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①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②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댐사용권을 취소하거나 그 범위나 내용을 축소하여 변경하는 것은 댐사용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댐사용권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댐사용권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권능을 사실상 상실 또는 제약받게 된다. 댐사용권자에게 부여된 댐사용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환경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자는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댐의 저수를 대상으로 용수계약을 통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댐사용권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단순하게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댐건설관리법 제31조 제4항은 댐사용권 취소와 변경의 사유로서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축소)변경 등은 재산권에 대한 박탈처분으로서 공용수용 또는 일부 수용에 해당하는 공용침해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사회적 기속성의 문제로 보면서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단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이를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이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에 따라 입법자가 행사하는 입법형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도록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적, 조절적 보상으로서 이른바 “보상이 요구되는 내용 및 한계규정”(Entschädigungs-bzw. Ausgleichspflichtige Inhalts-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렇다면 부담금 반환조항의 본질과 성격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이를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지극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댐사용권 취소 또는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납부한 부담금 등의 일부를 댐사용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아닌 그 중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담금 반환조항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문제로 포섭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단순히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행사하기 위한 조절적 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부담금의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섬진강 다목적댐의 댐사용권 조정과 취소과정과 관련하여 심판청구인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위헌신청의 계기가 된 당해 소송 항소심에서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의한 부담금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는 손실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댐건설법 제15조(당시 제11조)를 유추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손실보상은 현금보상 방식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인인 농어촌공사가 댐건설관리법 제34조 이외에 별도의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견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현금보상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심판청구인이 댐건설 당시에 지불하였던 부담금이나 납부금을 반환하는 것 역시 현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따르는 부담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은 개발이익을 공제한 완전한 시가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도 원칙적으로 댐사용권의 완전한 시장가치와 미래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보상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부담금 반환방식에 의한 보상은 40년, 50년 전 댐이 건설될 당시 농어촌공사가 납부한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의 토지가격 변동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는 경우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방식이나 기준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농어촌공사의 댐사용권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기준은 댐건설관리법 부담금반환액 157백만원과 이에 향후 2년간 영업손실액 692백만원을 더하여 총 댐사용권 보상비는 84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당해 사건 항소심이 다목적 댐과 댐사용권의 공익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고 댐건설관리법 제34조의 부담금 반환방식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상기준과 산정방식이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 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댐사용권
섬진강댐
댐건설관리법제31조제4항
손실보상
김성수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4-01-15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20. 8. 21. 선고 2019구합85256 판결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 서울고등법원 2018나2071008 판결 -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민사일반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1. 판결요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해설 상대방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질문은 법조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다. '불법이긴 한데요, 처벌되진 않아요. 위자료는 줘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답변하면 아리송해 한다. 자선이나 폭행처럼 선악이 명확하면 좋겠지만, 우리 삶에는 경계에 있는 행위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비밀녹음(내용이 비밀인 것이 아니라 녹음을 상대방 모르게 하는 것이어서 ‘몰래 녹음’이 더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에서는 ‘비밀녹음’이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은 대표적인 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를 법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인 '감청'과 대비하여, '채록'이라고 표현한다)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며,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위법'을 당연한 전제로 재판을 하고 있다. 즉, 실제 민사·행정재판에서는 비밀녹음 자체의 합법성에 관한 법리논쟁은 없고, 녹음을 한 경위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다툼만 있다. 우선, 비밀녹음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다(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우리 법과 법원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을 녹취한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 삭제를 명한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6. 23. 선고 2008나63491 판결). 회사 내에서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하는 행위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을 야기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184 판결).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비밀녹음=원칙적 불법'을 전제로 한 판결들도 많이 있고, 비밀녹음을 하면 상대방이 불쾌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녹음의 동기는 크게 법원에 제출하는 것과 사회에 유포하는 것 2가지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비밀녹음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녹음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비밀녹음된 대화를 듣고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많다(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감수할 수도 있다. 비밀녹음을 근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하고 법원에서 비밀녹음한 증거는 일절 받아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비밀녹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며, 이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는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수범자들로 하여금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정표가 많이 나오기를,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높아져서 비밀녹음 자체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손해배상청구
녹음
음성권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11-30
형사일반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인터넷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상 타인 행세의 법률적 책임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도607 판결 - 1. 공소사실 및 대상판결의 요지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피해자를 사칭하여 저속한 게시글들을 올림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란 어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하거나 진술할 때 성립하는 죄인데, 타인을 사칭하여 마치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가장하여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취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타인 행세는 적법한가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전형적인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베’에 저속한 글들을 올리는 사람으로 보이면 명예가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인데, 어떻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형사재판이 당연히 그러하듯'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 그러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타인을 사칭하거나 저속한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행동임은 누구나 아는바, 이를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사칭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어떤 법적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선,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민법 제750조),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의 보통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2532 판결),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곧 민사법원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고, 기망이란 ‘위계’의 전형적인 태양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인터넷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되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게시글이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고 있다면 - 명의를 사칭당한 피해자가 아닌 -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에도 불구하고 타인 명의를 사칭해서 나쁜 행위(표현)을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결국 ‘입법’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3. 판례로서의 의미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 명의 사칭에 대하여 처음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0112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 대법원판결은 대법원판결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제1, 2심의 무죄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법률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대법원홈페이지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대법원판례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벌금 70만원 짜리 ‘고정(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이라지만 대법원으로서는 파기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통일적인 법리해석은 대법원의 핵심기능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위 대법원판결과 대상판결의 주심대법관은 같은 분입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적시한 다음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는데, 주심대법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명예훼손
명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사칭
정보통신망법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7-19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서해순 비방금지'는 인용
명예훼손을 주된 이유로 하여 특정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사후적 구제수단인 손해배상에 비하여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영화 「김광석」(이하 ‘본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2. 9.자 2017카합50599 결정., 이하 ‘본 결정’) 다만 본 결정에서는, 영화 상영은 허용하되 영화에 나타난 것과 일응 유사해보이는 주장을 언론매체∙SNS 등에서 하는 행위는 금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1. 사건의 개요 본 영화의 주된 내용은, 가수 김광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일 수 있고 아내인 채권자가 이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 김광석이 생전에 아내 문제로 괴로워했으며 김광석 사후 채권자와 시아버지 사이에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채권자는 본 영화의 감독인 이상호 기자를 상대로 본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한편, 이상호 기자와 ‘고발뉴스’ 운영자 및 김광석의 형 김모씨(이하 ‘채무자들’)를 상대로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는 등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여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채무자들이 본 영화 및 기사, 언론 인터뷰 등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특히 본 영화는 채권자가 촬영한 영상,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채권자의 저작권과 초상권도 침해되었다는 것이 채권자의 주장이었다. 2. 법원의 판단 본 결정은 이상호 기자가 본 영화의 감독일 뿐 본 영화를 상영하거나 삭제요청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설령 채무자에게 상영 권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주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본 영화는 다소 과장되거나 일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김광석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견해도 소개하고 있고,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내리도록 맡겨둠이 상당하다. ② 본 영화에 사용된 채권자 촬영의 영상?사진,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채권자의 저작권?초상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채권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입증이 필요하여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③ 본 영화는 이미 4개월 이상 상영되어 왔고 그 내용 역시 다수의 보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채무자들이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하여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에 관한 금지 신청은 상당부분 인용되었다. 본 결정이 금지한 비방 표현과 그 금지 이유를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고 단정하는 표현: 김광석의 사인에 관한 합리적인 수준의 의혹제기를 넘어서 채권자가 그 살인혐의자라고 단정적으로 인상지우는 표현은 채무자의 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 ② 채권자가 딸 김서연을 방치하여 죽게 하였다는 표현: 부검결과 김서연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판단되었고 채권자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③ 채권자가 강압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는 표현: 관련 사건 판결 등에 따르면 채권자는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 ④ 채권자가 영아를 살해하였다는 표현: 채권자가 낙태를 한 사실은 있으나 ‘영아살해’라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3. 본 결정의 의의 본 결정이 금지한 표현 내용 중 채권자의 딸에 관한 것 외에는 대부분 본 영화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다만 본 영화는, 각종 근거를 들며 김광석의 사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임을 명시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상영금지가처분 기각늬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표현매체의 특성에 기인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연출자의 주장을 암시적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짧은 언론 인터뷰나 SNS 글 등에서는 표현수단의 제약으로 인해 전후 맥락을 생략하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본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큰 사실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의 표현행위는 폭넓게 허용하되, 그러한 사실을 단편적·단정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함으로써 균형있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2018-04-20
형사일반
[판례해설] "마약 피의자가 제출한 모발·소변, 그 자리서 봉인 안했다면…"
-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4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의 형을 복역하고 2015년에 만기 출소하였는데, 2016. 8.말 경 피고인의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피고인은 2016. 9. 26. 서울OO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경찰관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 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 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로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경찰관은 조사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수사서류가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소변을 밀봉하고, 모발채집종이에 머리카락을 붙였다고 말했다). 라. 경찰관은 조사실 밖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소변·머리카락 봉합지에 피고인의 날인을 받았고, “직접 저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다. 마. 서울OO경찰서는 2016. 9. 27. 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반환하고, 같은 날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마약성분 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바. 피고인은 “2016. 9. 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 감정결과가 필로폰 투약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2. 하급심의 판단 ㉮ 서울OO경찰서가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무렵에는 다른 마약 관련 피의자의 시료가 없었고, ㉯ 서울OO경찰서가 2016. 9. 19.부터 같은 달 30.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머리카락의 감정을 의뢰한 내역은 1건만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②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③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원심 파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어야 할 뿐만 아니라, ㉡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77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 ㉯의 사실 및 ㉰ 경찰관이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건네받아 피고인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봉인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가져왔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밀봉된 봉합지 위에 날인하였고, ㉱ 피고인이 위 감정결과를 알게 된 후 출석을 거부하다가 2016. 11. 25.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후 위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머리카락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 등에 근거하여,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위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료의 동일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인데, 검사가 그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내세운 위 ㉮,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나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는데, 대상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검사의 이 부분 증명부족을 지적하면서, 감정의뢰 대상물인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의 시료의 동일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증거
증거능력
훼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3-09
[판례해설]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도관에게 교부한 경우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도12608 판결 - 1. 사건 개요 피고인은 정신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 A교도소와 정신질환 수용자들에 대한 정기적 진료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2. 6.부터 2013. 6.까지 초진환자인 수용자 25명에 대해 교도관이 수용자를 대신해 병원에 오면 직접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만 보고 의약품을 조제·교부하면서 의약품이 교도소 내로 반입될 수 있도록 교도관들에게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작성·교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인이 교도관에게 교부한 ‘환자보관용 처방전’은 의료법 제17조 1항의 ‘처방전’이 아니라 ‘증명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다음, 위와 같은 처방전을 교도관에게 교부하였을 뿐 환자에게 이를 직접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반면, 2심은 당해 ‘환자보관용 처방전’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증명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수용자의 ‘위임을 받은’ 교도관에게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결론을 유지하였으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증명서가 반드시 진찰 대상자인 환자에게 교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다음, 원심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환자에게 증명서를 교부할 것이 요구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시하였다. 3. 쟁점 가. 피고인이 작성한 ‘환자교부용 처방전’의 성격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의료법 제17조 1항을 위반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의료법 제17조 1항을 위반하여 ‘증명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들었고, 법원은 피고인이 작성한 ‘환자보관용 처방전’의 성격에 대하여 의약분업 하에서 약사로 하여금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처방전’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증명하는 문서로서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 정한 ‘증명서’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다. 나. 피고인이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도관에게’ 교부한 행위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 1심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채 작성된 진단서, 증명서 등이 환자나 그 배우자 등 가족들에게 교부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환자나 그 배우자 등 친족들에 의하여 위와 같은 증명서 등을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의약분업의 예외가 적용되는 사안에 있어서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채 조제된 의약품들이 직접 환자에게 교부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전제 하에 피고인이 자신이 조제한 의약품들이 교도소에 반입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교도관에게 위와 같은 처방전을 교부하였을 뿐 환자에게 이를 직접 교부하지 않았고, 교도관들 역시 이를 수용자 의무기록지에 편철해 두었을 뿐 위 처방전이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교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항소에 대하여 항소심은 피고인이 수용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은 후 증명서를 작성하여 위 수용자의 ‘위임을 받은’ 교도관에게 이를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자 대법원은 의사 등이 직접진찰의무를 위반하여 증명서를 작성하여 누구에게든 이를 교부하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증명서의 사회적 기능이 훼손되므로, 증명서가 반드시 진찰 대상자인 환자에게 교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다음, 원심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환자에게 증명서를 교부할 것이 요구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피고인이 교도관에게 이 사건 문서를 작성·교부함으로써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의료법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제17조 1항, 제89조 제1호).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처방전’은 의약분업 하에서 약사로 하여금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작성·교부되는 문서를 의미하므로, 대상 판결이 피고인이 작성한 ‘환자보관용 처방전’의 성격에 대하여 ‘처방전’이 아니라, 해당 의약품들이 교도소 내로 반입되도록 하기 위해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증명하는 문서로서 동조의 ‘증명서’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것은 타당하다. 또한 의사인 피고인이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채 증명서를 교도관에게 교부한 행위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내린 것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이 사건 증명서가 반드시 진찰 대상자인 환자에게 교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며, 원심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환자에게 증명서를 교부할 것이 요구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시한 것에는 의문이 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진단서 등을 환자에게 교부하지 않더라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해석은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과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형벌법규는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야 하며, 법률해석의 측면에서 유추해석 금지를 요구한다. 유추해석이란 법률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말하며,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따라 형벌법규의 유추해석은 금지된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진단서 등을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하는 경우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법률에 규정이 없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작성한 진단서 등을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교부한 경우’를 그와 유사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작성한 진단서 등을 환자에게 교부한 경우’에 관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교부대상을 ‘환자’로 특정하지 않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을 경우 가능한 해석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이 그와 같이 판시한 이유는 의사 등이 직접진찰의무를 위반하여 증명서를 작성하여 누구에게든 이를 교부하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증명서의 사회적 기능이 훼손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나, 이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유추해석으로, 진단서 등을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하는 경우까지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처벌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며, 이 사건의 경우 교도관은 항소심의 판단과 같이 ‘환자’인 재소자의 ‘위임을 받은 자’로 환자와 동일시할 수 있어 환자에게 불이익한 유추해석을 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재고를 요한다.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18-03-02
[판례해설] 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
Ⅰ. 사건 개요 인천 소재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서울 소재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한 법리 위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한 법리로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 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한편 공모공동정범에 있어 그 공모에 대해서는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 장소, 내용 등을 상세하게 판시하여야만 할 필요는 없고, 범행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성립되었다는 것만을 판시하면 된다.」를 설시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다만 18세 소년과 17세 소년의 공모관계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거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남아있지 않아 17세 소년의 진술을 이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증거로 판단하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범행의 동기, 17세 소년의 진술내용과 진술 번복 경위, 18세 소년의 진술형태와 내용을 종합하여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다루었다. 법원은 범행대상, 범행방법 및 장소, 사체유기 방법 및 장소 등에 대한 사전 공모 내지 협의가 있었다는 17세 소년의 공판정진술에 대하여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판례 해설 1. ‘공모의사’와 ‘공동가공의사’는 다르다.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인 ‘공모’는 예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때 필요한 요건이지 실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요건은 아니다. 즉 갑과 을이 A를 살해하기로 하는 의사결합이 있는 상황에서 갑은 예비죄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위험성 있는 살인 준비행위를 하였지만 을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갑과 을 모두를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 할 때 필요한 것이다. 만일 동일한 예에서 갑이 실행으로 나아간 경우에는 을에게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모’ 입증을 지나 보다 더 엄격한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가공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실행단계에서 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상호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의사가 필요하다. 사실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기능적 행위지배가 유형적으로 나타나는 실행공동정범의 경우 ‘공동가공의사’는 가담자가 범죄 실행 당시 행한 역할 분담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공동가공의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판례는 기능적 행위지배 판단 대상 범위를 범죄 실행 당시 역할 분담에 국한 하지 않고, 전체범죄에 있어서 가담자 지위, 범죄경과에서 가담자의 지배 내지 장악력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담자의 지위가 단순한 공모자인지 아니면 주모자인지를 확인하고, 범죄경과에 있어서 범죄에 대한 지배력 혹은 장악력의 유무 혹은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모의사’ 확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이는 오로지 ‘공동가공의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공모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더하여 ‘공동가공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한다는 의사를 넘어 상호 일심동체로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긴다는 의사 확인이 필요하며 ②‘공동가공사실’ 즉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본 사건은 미성년자의 범행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이 없이 이를 경시의 태도가 상당하고, 범행의 내용과 결과가 참혹할 뿐 만 아니라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이라는 점 그리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를 고려할 때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에 처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한다. 다만 법정 최고형의 부과가 정의에 합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판단유탈이나 심리미진 없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합당하게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1심법원은 17세 소년과 18세 소년 간에 ‘공모’를 확인하고 난 뒤 가담자의 행위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을 종합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보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공동정범이 성립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모’와 ‘공동가공사실’이 아니라 ‘공동가공의사’와 ‘공동가공사실’이다. 그러므로 본 사안에서 18세 가담자의 의사가 범죄결의에 대한 합의 즉 공모범위를 범어 단순히 17세 소년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일체가 되어 17세 소년의 범죄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이와 함께 18세 소년이 범죄에서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본 살인사건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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