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피해자인 딸이 재판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가족들의 회유에 따른 처벌불원서는 진심으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6965).
A씨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당시 19세이던 친딸을 수차례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과정에서 친딸에게 자살하겠다며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친딸의 사생활을 훔쳐보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불법 설치·촬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피해자인 친딸은 2019년 10월 1심 재판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재판에서는 '처벌불원서'를 양형 감경요인으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딸이 선처를 바라는 주된 이유는 A씨가 구속된 이후 모친 및 동생들이 겪게 된 생활고 때문"이라며 "이를 특별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A씨가 가정 내에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 지배적인 지위 등을 이용한 또 다른 범행을 옹호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이라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인간의 존엄 및 가족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여타 성폭력 사건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A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로 명령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처벌불원'이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1심 법원에서 증언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선처를 탄원하는 서면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부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피해자 어머니의 증언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이같은 피해자의 태도 변화는 아버지인 피고인이 처벌 받고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인한 고립감, 부담감, 죄책감의 발로로 보여진다"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